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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황급히 찾아간 피부과, 크게 걱정한 것과는 달리 별일은 아니라 그냥 허물벗기, 즉 탈피라는 대답이 예르나의 마음을 안정시켰다.

    보통 탈피는 리저드계열의 수인만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포유류계통의 수인뿐 아니라, 심지어는 몇몇 인간도 조상중에 탈피를 하는 유전형질이 있는경우 드물게 탈피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요즘의 사람들은 이종족의 유전자가 너무 많이 섞였기 때문이라던가.

    “…….”

    하지만 루크는 그 주장에 마냥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그래, 이제 확실히 알겠군.”

    루크는 마침내 겉옷을 벗듯이하여 온 몸을 덮었던 푸석푸석한 피부의 정체, 허물을 벗어냈다.

    벗어낸 허물의 아래쪽엔 더없이 매끈하고 깨끗한 피부가 드러난다.

    정말로 허물을 벗은 것인가.

    “루크 이루시, 너는 대체 뭘 만든거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려본다.

    루크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스스로의 몸이 어떠한 상태인지 이제는 알 수 있다.

    정말 조상중에 탈피를 하는 유전형질이 있을리가 없다.

    왜냐하면, 정말로 불사를 녹여내려했다면 그런 잡종을 사용했을리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마법의 재료는 언제나 ‘순수’할때 가장 좋은 재료다.

    그러니 그런 불필요한 유전형질이 들어갔을리 없다.

    들어갔더라도 분명 제거했겠지, 자신이라면 말이다.

    불사의 재료로 사용하고자 했다면 결코 그런 재료를 택했을리 없다는 확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몸이 어째서 탈피를 하느냐, 그건 아마도…….

    뿔, 마력량, 그리고……. 탈피.

    “이 몸의 소재로 드래곤을 썼나.”

    어째서 그토록이나 3서클이 새겨지지 않았던가, 그것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그동안 자신의 심장이, ‘인간의 심장’일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루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심장에 손을 올려보고는 중얼거려본다.

    “이건 드래곤 하트였어.”

    명상을 하면 느껴지는 강대한 마력, 이 말도안되는 마력량의 비밀은 그것이었다.

    자신의 심장은 인간의 심장이 아니었다.

    루크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소의 뿔이나 염소의 것이리라 생각했던 뿔이, 설마하니 드래곤의 형질이 나타난 것이었다니.

    몸의 실마리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이 몸의 정체는 ‘키메라’.

    불사를 녹여내기 위해, 마법적으로 설계된 최적의 육체.

    ‘무한’의 일부를 담아내기위한 최소조건으로 만들어진…….

    “나도 참 터무니없는 짓을 했군.”

    용과 이름모를 마수라, 그 둘을 섞어내느라 고생 깨나 했겠군.

    정말로 불사가 완성되었는지는 몰라도, 어쩌면 자신은 최강의 지상생물체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드래곤하트를 동력으로 쓰는 키메라라니! 

    그리고 지금은 그것을 움직이는것이 나 자신이란 말인가?

    이것은 마법사로서 기대될 수 밖에 없다.

    대체 어떤 경지에 이를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대체 ‘어떻게’ 이런짓을 했는가.

    종족을 근원부터 바꿔버리는 비술은 불가능.

    영혼은 다른 종족에 깃들 수 없다.

    그것이 깰 수 없는 섭리다.

    시도되었다는 기록은 몇 있었지만, 성공한것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가능성…….

    ‘그저 기억을 전이했나.’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꽤나 석연찮은 부분이 많았다.

    만들어진 키메라에게 ‘뭐하러’ 내 모든 기억을 전이하겠는가? 어째서 내가 지금 자신을 ‘루크 이루시’라고 생각할 정도의 자아를 담겠는가? 

    그것도 이런 어리고 연약해보이는 꼬마의 몸에?

    온전한 기억전이는 그 자체로 스스로를 거부하는 행위다.

    ‘리치나 할법한 짓이지.’

    마법의 근본은 자신을 믿음에 있다.

    마법사는 오만하고 자만해야한다, 그러니 결코 ‘자신’을 복제하는 짓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루크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파이.”

    -……?

    “잠깐 자리를 비켜주겠나? 지금부터 3서클을 새길것이니.”

    서클은 이미 거의 포화상태였다.

    현재 한계까지 축적된 마나량은 가히 자신이 8서클 마법사였던 시절을 방불케한다.

    이런 마나량을 갖고도 겨우 3서클의 틀을 잡을 뿐이라니, 심각한 마력폭풍이 예상되는 바. 

    그렇다면 정령인 파이가 영향을 받지 않을리 없으므로 미리 대피시키는것이 맞았다.

    루크는 고요하고 잔잔한 멜로디로 허밍을 했다.

    그것에 담긴 감정은.

    ‘걱정하지 말고.’

    그 감정을 전해들은 파이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기어코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크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루크는 그런 파이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인간의 심장이 아닌, 드래곤의 심장을 가진 몸으로.

    ———–

    예르나는 병원에 데려갔던 때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진짜…….”

    “확실히 놀랐겠네.”

    다이튼은 그런 예르나를 달래는듯이 대답했다.

    하긴, 애가 갑자기 피부가 벗겨지고 그러면 나같아도 놀라겠다.

    그나저나, 사람도 탈피한다는건 정말 처음 들어보는 소리네. 생각해보면 디아나도 때밀면 엄청나게 나오던데, 그녀석도 유전형질중에 리자드계열 수인이 있던거 아닐까.

    ‘잠깐, 그녀석 내 여동생이잖아.’

    셀프패드립이군, 하고 피식 웃어버린 다이튼은 예르나에게 부탁받았던 식사바구니를 살짝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이걸 부탁한거야?”

    “탈피 후엔 영양분 섭취가 중요하대잖아.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뭐, 뭘. 도움이 돼서 기쁘네. 하하.”

    예르나의 순수한 감사에 다이튼은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그럼, 가지고 들어가볼게. 너도 숙소에 돌아가서 한숨 자. 근무서고 요리까지 하느라 힘들었을텐데.”

    확실히, 다이튼은 어제 야간근무를서서 오늘 낮은 안나와도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단지 예르나가 요리를 부탁했다는 이유로 흔쾌히 여기까지 가져와주었던 것이다.

    다이튼은 피로감을 참으며 웃어보였다.

    “하하, 괜찮아. 나, 체력빼면 남는게 없어.”

    “그래, 그래보이긴 한다. 그래도, 얼른 가서 한숨 자. 피곤해보여.”

    다이튼이 팔뚝을 들어올려 알통을 내보이듯 힘을 주며 말하자, 예르나는 피식 웃어버리며 대꾸했다.

    그러자 다이튼이 걱정해줘서 고맙다며 감동받은 표정을 짓는게 참 이상한 녀석이라는 느낌이다.

    숙소로 들아가는 다이튼의 등을 지켜보던 예르나가 살며시 미소짓는다.

    ‘언제봐도 참 듬직해.’

    사실은, 조금 과한 정도로 듬직하달까.

    루크가 대체 왜 저런걸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리는 확실히 잘하는 모양이니까. 어쩌면 그래서 좋아하는걸지도 모르겠다.

    “나도 요리를 좀 배워볼까.”

    간은 못보겠지만.

    지금은 루크가 혼자서 요리도 하지만 왠지 그걸 보고있자면 가끔은 자신이 글러먹은 보호자인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런다.

    ‘그런데 이상하다, 숲이 좀 조용하네.’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니, 뭔가 이상하게 고요하다는 느낌이.

    “뭐, 별일 아니겠지……?”

    뭐, 일단 GPS는 고요하니까. 그냥 우연일거다.

    예르나는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자신의 숙소문을 열어젖히며 외친다.

    “루, 언니왔어! 이것봐, 다이튼이 너한테 줄 간식도 만들…….”

    툭.

    그리고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다이튼이 만든 음식이 담긴 바구니가 땅에 떨어져 구른다.

    내용물인 샌드위치와 햄버거등의 음식들이 바구니에서 튀어져나와 바닥에 닿는다.

    “이게 무슨……?”

    숙소의 안에 있는것은 루크가 아닌, 커다란 그림자.

    그리고 그 밑에는 하얗고 검은 천조각이 바닥에 마구잡이로 흩어져있었다.

    예르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찢어진 천조각을 들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이, 이건…….”

    틀림없다.

    루크가 자주 입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고있던 옷.

    -끼이이…….

    ‘그것’이 몸을 돌렸다.

    ———-

    “후우…….”

    다이튼은 숙소에 돌아와 깨끗히 샤워를 했다.

    몸을 흐르는 물줄기의 감촉을 느끼며 멍하니 배수구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이 나른함은 분명 피곤함의 증거.

    “확실히 피곤하다.”

    예르나가 오늘 부탁한 요리를 하느라 아침에 좀 일찍일어나느라 잠을 좀 덜 잤다.

    예르나의 부탁이니 그래도 다시 하라면 다시할것같지만.

    “흐흐, 그래도 걱정받는거 은근히 기분 좋네.”

    걱정할까봐 피곤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걱정받는게 기분좋을 수 있다면 조금 더 티를 내볼걸 그랬나 싶다.

    ‘아니, 예르나는 남자다운걸 좋아하니까.’

    다이튼은 고개를 휙 휙 저었다.

    분명 연극장에서 그렇게 말했었다.

    미래에서 온 고지능골렘을 연기한 튼튼한 배우의 몸과 성격을 보면서, ‘저 사람 되게 멋있다.’라고.

    그 날부터 나의 롤모델은 그 근육 형님이었다.

    뭔가 운동을 하다보니까 오히려 내쪽에서 운동을 즐기게되어버린 감이 있기는 해도…….

    ‘뭐, 원래도 운동이야 열심히 했으니까…….’

    본격적으로 ‘남자다운’ 근육을 키운건 아니었지만.

    목욕을 마치고 이제 한숨 자볼까해서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는 순간이었다.

    “음?”

    갑작스런 마나의 술렁임이 다이튼의 감각에 느껴졌다.

    “이건 루크의 마력이 아닌데?”

    평소와 극단적으로 다른 마력반응. 다이튼은 뭔가 이상하다는것을 깨닫고 감각을 확장시켰다.

    ‘루크의 마력은 사라지고……. 웬 몬스터같은 반응이 느껴지는데.’

    그 반응의 위치는 분명 예르나의 숙소. 

    그러니 예르나도 근처에 있을 것이다.

    다이튼은 황급히 사물함을 열고 건틀렛을 장착한채 뛰쳐나왔다.

    전력으로 달려나가자, 숙소의 문 앞에서 멍하니 몬스터를 바라보는 예르나가 다이튼의 시야에 보였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것을 보면 예르나는 현재 신체강화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르나!”

    다이튼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듯 그의 이름을 부르는 예르나.

    “다이튼?”

    다이튼은 육체강화주문을 외치며 예르나와 몬스터의 중간에 뛰쳐들었다.

    숙소의 문짝보다 커다란 괴물의 크기, 다이튼은 예르나를 보호하듯 서서 물었다. 

    “예르나, 지팡이는?”

    “수, 숙소에…….”

    “……칫.”

    어쩔 수 없나, 밖으로 유인하는 수밖에.

    다이튼은 주먹을 움켜쥐고 살짝 허리를 숙이며 전투자세를 잡았다.

    느껴지는 마력량은 최소 대형급, 그리고 외형도 그동안 전혀 본적 없는 새로운 몬스터다.

    “예르나, 내가 유인해볼테니, 그때 들어가서 지팡이를 갖고와.”

    “다이튼, 혼자서 괜찮겠어……?”

    -끼이이이익.

    한걸음, 그것이 문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자 몸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살짝 걷혀지고 드러나는 전체적인 형상.

    온 몸이 백금빛의 털로 뒤덮여있고, 머리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길고 뾰족한 귀와, 좌우로 드러난 거대한 뿔.

    다이튼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칫, 무슨 털달린 드래곤이냐?”

    이길 수 있을까? 글쎄, 해봐야 알겠지.

    다이튼은 자신의 몸을 두른 강화마법의 마력을 느끼며 다시한번 온몸의 근육을 일깨운다. 당장이라도 몸이 반응할 수 있도록.

    “셋 센다. 하나……. 둘…….” 

    예르나는 자신보다 머리통 두개는 더 커보이는 그 괴물의 눈을 보았다.

    ‘청록색과 금색……?’

    저 오드아이와 색은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가?

    그리고 저 목의 반창고는…….

    “셋!”

    “잠깐, 다이튼. 멈춰봐!”

    “뭐?”

    콰당-!

    다이튼은 어느새 바닥에 자빠져서 구르고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뭐야 이거……?’

    너무나 익숙한 제압방식……. 설마.

    “루크?” “루크냐?”

    -끼이이잉.

    그것 아니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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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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