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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 * *

       

       

       

       

       무엇이든 말해보아라.

       

       최대한 뒤를 봐줄 테니, 얼른 러시아. 아니, 이 아나스타샤를 위해 핵을 만들어라.

       

       핵을 먼저 선점하면 결국 이기는 건 우리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아인슈타인을 잘 대해주는 거라고.

       

       

       “당연히 중요하죠. 물리학 관련해서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물리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많고 다 좋습니다만, 러시아에서 다른 나라의 물리학자들을 초빙하였으면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물리학자들을 초빙한다고.

       

       

       “함께 연구하고 싶은 거로군요.”

       

       

       뭐 결국 물리학이라고 하면 이 사람이니까.

       

       이 사람이 결국 현대문명의 핵심이었지.

       

       

       “러시아 학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학생들도 있지 않습니까.”

       

       

       러시아 학자들이 마음에 안 들면 음. 어쩔 수 없나?

       

       

       “아닙니다. 표트르 레오니도비치 카피차 같은 유능한 친구도 있죠. 그리고 독일에서 온 여기 오토 한이나 리제 마이트너 등, 함께 하는 사람들도 유능하고요. 하지만 보다 좀 더 크게 해보고 싶어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러시아의 물리학도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 이제 보니 그를 뒤따라 온 남녀가 그 둘인가.

       

       어, 오토 한이나 리제 마이트너? 다 핵 관련 인물 아닌가?

       

       오토 한이랑 리제 마이트너 둘 다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 쪽 인물 아닌가.

       

       독일의 우란프로옉트는 없겠군.

       

       나치 독일도 결국 실패했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 도중에 폴란드 침공을 하면서 물리학자들을 국방군. 베어마흐트에 징병하면서 연구가 종료되었으니까.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그렇군. 뭔가 큰 것을 열어보고 싶다 그건가.

       

       러시아 물리학자 끌어모으고 싶다 하던가.

       

       아인슈타인을 위해 런던 왕립 학회를 따라서 합중국 왕립 학회 같은 것을 신설했는데. 뭔가 이끌어내려면 아인슈타인의 말이 맞다.

       

       우리 아인슈타인 박사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야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야 한다.

       

       아마 오토 한이나 리제 마이트너가 있으면, 핵에 관련한 연구하고 있지 않을까.

       

       아, 그렇군.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한 번 던져보겠는가.

       

       나는 아인슈타인 앞에 손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시원시원해서 좋다.

       

       내가 핵에 대한 지식은 조금 있다.

       

       아, 물론 물리학자만큼의 과정의 지식은 없고 결과물만 안다.

       

       어차피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내가 핵을 만들 건 아니지만.

       

       핵전쟁 막 일어날 때, 핵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봤거든.

       

       핵폭탄이 떨어질 때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가.

       

       이런 걸 조사하다 보면 어차피 뒤질 테니 핵이 터지는 중심부로 가서 화려하게 산화하는 게 좋다는 것만 알게 된다.

       

       여기에 부가옵션으로 자연스럽게 핵이 어떻게 만들어는지, 핵분열에 관한 것도 배우게 되었다.

       

       나는 내 기억을 더듬어 즉석에서 종이에 핵분열에 관한 글과 이론을 적어 내렸다.

       

       핵반응의 한 유형이라는 것과 단위와 공식.

       

       딱 입맛 싹 돌지 수준으로.

       

       물론 내가 이쪽 관련해서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게 잔뜩 끄적인 것을.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에게 넘겼다.

       

       

       “어떻습니까?”

       “이건.”

       

       

       그냥 보기만 하면 뭐라고 하기엔 좀 그렇겠지.

       

       어차피 물리학자들도 연구를 해야 하니 말이야.

       

       내가 대뜸 들이민다고 “이게 뭔데 씹덕아.” 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실험은 해보겠다. 이게 나온다고.

       

       그러니까 이렇게 떡밥을 던지는 거다.

       

       처음엔 무기화가 아닌 어디까지나 소재가 되는 것을 던진다.

       

       말 그대로 핵분열, 그 현상을.

       

       어때 궁금하지? 이거 한 번 연구해보는 게 어때? 이렇게 해보는 거다.

       

       물리학자. 과학자인 이상 이것이 정말인지 검증해보고 싶겠지.

       

       

       “이 핵분열에 관한 연구를 해주십시오.”

       “폐하.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우리 아인슈타인과 다른 분들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래. 이건 원래 38년도에 나오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그냥 수학 시험을 보면 서술형에서 그냥 답만 쓰는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결국 직접 실험해야 아는 것들이고.

       

       

       “예. 해보세요.”

       “이런 건 대체 어디서 알아보셨는지요?”

       

       

       여기서는 내가 아는 척을 하는 건 좀 그렇지.

       

       내전 중에 내가 이걸 배울 틈도 없을 테고, 이전이라면 더 배울 기회 따위는 없다.

       

       달리 아는 척을 하는 건 나한테 코치코치 캐물을 거 같아서 좀 그렇고.

       

       여기서는 역시 아 꿈. 이게 낫지.

       

       

       “그냥? 꿈에서 어떤 노인이 말해주더군요.”

       

       

       우리 테슬라 씨도 노인에게 들었다고 하니 나도 노인에게 들었다 이렇게 해야지.

       

       

       “꿈에서요?”

       “그러니까 이걸 한번 핵물리학에서 증명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무엇이든 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즉, 결론을 내리자면, 내가 꿈에서 본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한다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 그거지.

       

       

       “그렇다면. 네. 한 번 해보겠습니다.”

       “아, 이 핵물리학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초빙한 물리학자들에게는 가급적 알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그 연구를 조건으로 러시아로 귀화할 수 있도록 해도 되고요.”

       

       

       적어도 2차대전이 끝날 때까지는 최소한 핵은 러시아만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독일에 밀릴 때. 응 핵이야 하고 끝낼 수 있으니까.

       

       후일 러시아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같은 나라에 핵 관련된 기술을 알려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2차대전기까지는 우리만 좀 가져봐야지.

       

       

       “좋습니다. 그럼 다른 건 원하신다면 무엇이든 뜻대로 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차리나의 낙서를 받아든 아인슈타인 일행이 물러났다.

       

       

       그걸 나한테 직접 찾아와서까지 말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망명을 받아준 것은 나니까 당연한가.

       

       아니면 전제군주정이라 보고 있는 것인가.

       

       이 사람한테 핵 떡밥은 어떻게 던져야 할까? 는 이것으로 되었고, 서서히 이것을 무기로 개발하면 어떨까 하고 던져보긴 해야지.

       

       이 사람 핵의 위험성 때문에 반대했었다고도 했는데.

       

       나중 가면 레프 란다우 같은 소련판 폰 노이만 같은 인물도 있는데. 

       

       아니야. 지금은 호감도작 열심히 해야지.

       

       나중에 공산 독일 때문에라도 무기화해야 한다고 해보던가.

       

       애초에 이 사람 러시아에 온 게 기적이잖아.

       

       오스트리아로 갈 수도 있었고, 다른 나라로도 갈 수 있었는데, 내전이 막 끝난 이 나라로 왔다는 건 이건 일종의 운명이 아니겠냐고.

       

       여기에 아인슈타인이 외국학자들을 러시아로 초빙한다면.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이나. 이쪽의 인재도 흡수할 수 있도록 이것저것 조건도 붙여줘 보고.

       

       

       “폐하. 조금 전에 넘기신 것은 혹시.”

       

       

       검은 남작은 내가 넘긴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궁금하십니까?”

       “폐하께서는 지금까지 많은 걸 예지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나라고 전부 완벽한 건 아니라고.

       

       그깟 예지 앞으로 잘해야 2차 대전 정도다.

       

       그것도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이라는 좀비 국가란 변수 때문에 찍는거지.

       

       이번에도 내가 쓴 게 사실 내가 잘못 알고 있어서 나중에 아인슈타인 박사가 그냥 “그 노인이 낙서를 알려주셨나 봅니다. 허허.”이렇게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그냥 꿈에서 나온 것들을 물리학자에게 시킨 철없는 차리나가 되어버리는 거고.

       

       그러니 지금은 적당히 둘러대야지.

       

       

       “아, 이번엔 그냥 낙서입니다.”

       “낙서요?”

       

       

       정확히는 낙서가 아니지만.

       

       결국에 내가 넘긴 핵분열 관련 글은 이걸 검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낙서가 되고 아니고. 그런 거겠지.

       

       

       “저들이 알아내지 못하면 그냥 낙서가 되겠죠. 그냥 차리나인 제가 꿈에서 본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해낼 거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물론 이 과정이 원래 역사와 빠르다고 해도 핵무기 개발에는 많은 돈이 드니 그게 문제긴 하지만.

       

       어디서 돈이 확 들어올 일 없으려나.

       

       예를 들면 미국에서 뭔가 터져서 러시아가 그걸 해결해주면서 미국이 돈을 엄청나게 주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든가. 아, 그건 좀 끌리는데.

       

       정말 어디서 돈이 왕창 떨어질 일 없으려나.

       

       석유 팔아대면서 돈 벌어 들이는 것도 좋긴 한데. 그래도 지갑에 처음 부터 돈이 많으면 좋잖아.

       

       원래 남이 주는 돈이 더 좋은 법인데.

       

       지금 석유를 팔아댄다고 해도 이게 바로 원자폭탄 개발비용으로 투자될 건 아니다.

       

       러시아는 바꿀 게 너무 많으니까.

       

       

       * * *

       

       

       

       

       미합중국

       

       

       이 무렵, 미국에 파견된 베리야와 오흐라나는 트로츠키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최근에 자주 먹는 치킨집.

       

       이곳에서 베리야와 오흐라나 요원은 늘 트로츠키를 찾는 일을 허탕을 치면 찾아와 치킨을 먹었다.

       

       오늘도 늘 그렇듯 베리야는 쓰고 있는 모자를 벗어 던지며 화를 냈다.

       

       

       “젠장. 트로츠키 이 자식은 어디로 간 거야?”

       “흠, 이쯤 하는 건 어떤가?”

       “제가 아직도 체카 끄나풀이라고 보는 오흐라나 요원이 많습니다. 그놈을 찾아야 제 충성심이 증명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오흐라나 내부에서는 베리야를 체카 끄나풀이라고 보는 이는 없었다.

       

       애초에 러시아에 공산주의자는 멸종하다시피 했다.

       

       그 와중에 예전 동지들을 무참하게 살육하고 체카 요원이라니, 말이 안 되었다.

       

       베리야가 여기서 멈추지 않는 건 공을 세우고 싶다는 이유였다.

       

       

       “음. 뭐 어차피 지금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더군다나 차리나께서는 자네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할 예정이네. 트로츠키를 찾는데 이리도 오래 걸리면 그것도 못하게 될 거네.”

       “무엇입니까?”

       “키릴 대공이 이번에 한 숟갈 얹으려고 귀국했다가 차리나께서 쫓아내셨네.”

       

       

       키릴 대공. 그래. 그 요승 라스푸틴에 놀아난 니콜라이 2세의 사촌 동생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별 볼 일 없는 인물일 터다.

       

       지금 분위기로 보건대, 그럼 차리나께서는 그를 죽이라는 건가.

       

       베리야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작게 입을 열었다.

       

       

       “설마 그를 처리하는 겁니까?”

       

       

       죽일 수 있으면 딱 좋을 거 같다.

       

       

       “그건 아니고 아마 오흐라나 요원을 주기로 보내 감시할 생각이신 거지. 아무래도 핀란드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차리나께선 한동안 능력 좋은 인물을 키릴 대공에게 붙여둘 생각이신 듯해.”

       

       

       그럼, 뭐 돌아가면서 그 자를 감시하는 건가.

       

       명령만 내린다면 자신이 죽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역시 가장 궁금한 건 트로츠키의 소재였다.

       

       

       “하, 그나저나 저 모형 말입니다. 트로츠키를 닮았습니다.”

       

       

       치킨을 먹다 문득 창 밖에 있는 인간 모형으로 눈이 갔다.

       

       저건 진짜 트로츠키를 닮았다.

       

       살이 좀 찌고 치킨을 들고 있는 것만 아니라면 좀 닮았을지도.

       

       

       “하하하, 설마 그 악랄한 트로츠키가 저리 푸짐하게 살이 찐 모습으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치킨이나 튀기겠나?”

       “그렇겠죠.”

       

       

       그 악독한 트로츠키가 저리 뒤룩뒤룩 살이 쪄서 닭이나 튀길 리 없겠지.

       

       심지어 모형으로 만들어지면서 좀 미화된 것을 감안하면 뭐.

       

       그 인간은 아마 이 와중에도 어디선가 혁명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이 졸부의 나라인 미합중국에 과연 그놈이 있을 거 같지는 않기는 하다.

       

       늘 혁명에 죽고 혁명에 사는 놈이 바로 트로츠키다.

       

       굳이 있다면, 중국이나 프랑스에 있지 않을까 싶다.

       

       베리야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눈에 띄지 못한 몸이지만, 적군의 패색이 짙어지고, 점점 광폭해지면서 트로츠키의 광기와 그 과격함은 아마 소비에트 치하에 있던 시골 사람도 많이 알았을 거다.

       

       차리나도 그냥 어림짐작했겠거니 싶지만, 고다드 같은 인물을 알아낸 것을 보면 트로츠키도 뭔가 있을 듯한데.

       

       

       “내 차리나께 잘 말씀 드리지. 귀국하는 것이 어떻겠나?”

       “으음. 조금 며칠만 생각해보겠습니다.”

       

       

       어떻게든 공을 세우고 싶다.

       

       트로츠키란 놈을 어떻게든 잡아야 했는데.

       

       이 무렵. 베리야가 그리도 찾아 헤매던 트로츠키는 미국 공산주의자들과 접촉하고, 미국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흑인들을 상대로 공산주의 집회를 열었다.

       

       

       “이 미합중국에는 여전히 노예들이 존재합니다. 어디에? 바로 당신들. 흑인들이 노예입니다! 노예 해방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당신들은 노예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백인과 같은 인간입니다! 당당한 이 미대륙의 국민이고 노동자입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까?”

       

       

       일찍이 남북전쟁 시절. 지금보다 60년 전에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선언이 있었다.

       

       당장 지금도 남부에서는 흑인 린치하는 문화마저 있었으며, 남부 주에서 다른 주로 이동하며 흑인 대이동이라고 까지 불렸다. 

       

       어째서 지금의 흑인들은 아직도 차별받고 있는가.

       

       원래 세계의 1935년에 베를린 하계 올림픽에서 미국 흑인 선수 제시 오언스가 세계 기록을 세워 베를린 올림픽 4관왕을 찍었음에도 그는 인종차별 당했다.

       

       그의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시절만 해도 백인 전용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었으며, 흑인 전용 식당과 버스를 이용했다.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이 세계의 트로츠키는 흑인들이 차별받는 이 아픈 부분을 찔렀다.

       

       그리고.

       

       유색 인종인 흑인들은 트로츠키의 화려한 언변과 혀의 태크닉에 이끌려 가뭄에 단비를 내리는 것처럼 여기며 그를 따랐다.

       

       “오오. 저 말이 맞아!”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해?”

       “우리도 인간이다! 백인과 같은 노동자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

       “정말 위대합니다! 선생!”

       

       

       

       

       흑인들은 트로츠키의 연설에 감화되었다.

       

       

       “당신들은 결코 백인들에게 뒤지는 몸도 아니고 저 일본처럼 백인 제국주의를 따라하는 황인종보다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저 피부가 까맣다는 이유로 존귀한 생명의 가치를 누가 망친다는 말입니까? 당신들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때 문명을 일구고 당당히 역사의 일원이 이었습니다! 자! 모두 일어나십시오!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십시오!”

       

       

       

       

       트로츠키의 모든 인간은 존귀하고 백인이나 흑인이나 다 같은 노동자다라는 사상은 기존에 그가 주장하던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미국 유색 인종들 사이에서는 먹히는 소재였고, 트로츠키는 오로지 본인의 혁명 욕구로만 흑인들을 선동하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 흑인들은 자신이 없으면 한평생 백인들에게 이용만 당할 처지니까.

       

       서로 좋고 좋은 것이 아니겠나.

       

       물론 트로츠키는 본인의 모습을 이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지금 미국의 음지에서 트로츠키를 찾을 오흐라나들 때문에 모습을 숨겨야 한다는 동지들의 의견이었다.

       

       두꺼운 코트를 쓰고 두꺼운 안경에, 얼굴도 좀 가렸다.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몸이지만, 흑인들은 트로츠키를 조금도 수상한 자라 의심하지 않았다.

       

       누구든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것을 공감해 주면 호감이 가지 않겠나.

       

       무엇보다 트로츠키의 곁에 얼굴을 깐 미국 공산주의자들이나 러시아에서부터 함께 해온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이 함께 있으니, 흑인들은 이를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트로츠키를 믿고 그의 집회를, 연설을 기다렸다.

       

       트로츠키는 그렇게.

       

       미국의 음지에서 유색인종과 여기에 동조하는 미국 사회에서 도태된 공산주의자들을 끌어모았다.

       

       이들 대다수가 미군 출신에 대전쟁에 나가 싸웠던 인물들이라는 건 비밀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트로츠키가 연설하고 지나간 자리에는 고소한 치킨 냄새가 남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분량이 너무 많아서 퇴고가 오래걸렸습니다. ㅠㅠ

    뭔가 할 말이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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