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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역시 이게 맞겠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아멜리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작가님이 무어라 하는지는 듣지 않았지만, 뭐.

       

       어차피 작가님도 동의할 게 뻔했으니까.

       

       지금 우리의 눈앞에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빌런 퇴치로 포인트를 버느냐, 아니면 사회에 공헌하여 포인트를 얻느냐.

       

       ···뭐, 말이 사회 공헌이지 그냥 무보수 노예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작가님의 성격과 소설 속 세상이라는 특이성을 감안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작가님이 선택하고 싶어 하는 건 정해져 있었다.

       

       누가 봐도 빌런 퇴치 쪽이 더 자극적이잖아?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보여줘야 하니까, 당연히 사건이 발생하는 걸 선호하겠지.

       

       

       [빌런 퇴치! 빌런 퇴치! 시민 도와주기는 겁쟁이들이나 하는 것···!]

       

       

       이거 봐. 이럴 줄 알았어.

       

       뭐, 나도 불만은 없었다.

       

       하율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주인공은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감탄할 정도로.

       

       그녀의 말에 따르면 괜히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하지만 부족하다. 아니, 충분하더라도 더 성장하는 것이 옳다.

       

       언제 위험한 상황을 겪을지 모르니까.

       

       내가 그의 주변에 계속 맴돈다고는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무심코 위협을 놓치거나,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올지도 몰라.

       

       작가님이 돌아버리지 않고서야 그럴 리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작가님도 만능은 아니다. 그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설정을 한번 잘못했다가 주인공, 히로인, 나까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적이 나온다면 큰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끝이야. 유일한 사람이 죽어버려.

       

       그것만은 두고 볼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것보다 최악의 상황이 나올지 몰라.

       

       내가 그를 통제할 수 있는 지금, 유시우를 최대한 성장시켜놓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렇기에 나는 찬성이었지만···. 과연 본인들의 생각은 어떨지.

       

       

       “좋아요. 빌런 퇴치 쪽이 더 점수가 높고.”

       

       “나도 상관없어.”

       

       

       다행히도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음 놓고 유시우의 주위를 맴돌며 그와 히로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했는데.

       

       ···문제가 생겨버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최대 인원은 두 명입니다.”

       

       “네? 하, 하지만 빌런 퇴치인데···!”

       

       

       나도 모르게 불만 섞인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두 명이라니? 지금 우리는 네 명이다.

       

       물론 두 명씩 나누면 되기는 하지만, 애초에 넷이서 가면 문제 없잖아.

       

       굳이 이런 걸 해야 하냐고.

       

       

       “2인 1조로 활동하여 현장실습도 겸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실전에서는 그렇게 움직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설정이 있었지.

       

       뭐였더라. 방학식 전에 했었던 기말고사 때였던가.

       

       작가님이 추가한 설정이었다.

       

       영웅들은 기본적으로 2인 1조로 행동한다든가 하는 그거.

       

       ···예전에 대충 던져두었던 설정이 발목을 붙잡았다.

       

       

       [에헤헤···.]

       

       “하아···. 알겠습니다.”

       

       “···어떡할래? 떨어지기 싫으면 다른 쪽으로 가도 괜찮아. 저기는 인원수 제한 같은 게 없다던데.”

       

       “아뇨, 이대로 가죠. 두 명씩 나눕시다.”

       

       

       방법이 없었다.

       

       작가님이 이미 설정을 짜버렸고, 여기서 바꾸어버리기에는 작가님이 부담스럽겠지.

       

       그 증거로 작가님이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어.

       

       그렇다면 이대로 간다.

       

       

       “아, 그럼 나는 도로시랑.”

       

       “좋네요. 저만 지켜주시면 괜찮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 내가 얼마나 빠른지 잘 알잖아?”

       

       “든든하네요!”

       

       “어?”

       

       

       뭐지?

       

       도로시와 아멜리아가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갑자기 둘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진짜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가자, 도로시! 가만히 있다가는 나쁜 빌런들이 시민들을 괴롭히고 있을 거야!”

       

       “그거 큰일이네요! 빨리 가야겠어요!”

       

       “···사라졌네.”

       

       

       순식간에 우리와 떨어진 두 사람이 접수를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을 본 유시우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아르테 이시스, 유시우. 두 사람 한 조로 확인되었습니다. 포기하시고 다시 선택하시는 건 자유니, 재선택을 하려면 교무실로 와주시면 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접수가 끝나고, 유시우와 함께 자리를 벗어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눈치가 없었구나.

       

       

       “아무래도 두 사람이 많이 친해졌나 보네요.”

       

       “친해져?”

       

       “네. 여자 둘이서 아무래도 좀 친해진 모양이에요.”

       

       

       그래, 내가 중요한 사실을 잊어버린 모양이야.

       

       생각해보니 둘 다 여자잖아.

       

       여자들이 어떻게 친해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종의 방법으로 순식간에 친해진 거겠지.

       

       그래도 좀 아쉽네. 히로인이니까 주인공이랑도 좀 친해져야 할 텐데.

       

       ···뭐, 금방 친해지겠지. 시간은 충분하니까.

       

       너도 여자 아니냐고 말하는 듯한 유시우의 시선을, 나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

       

       

       

       [···저 두 명, 히로인이라고 했던가?]

       

       “그랬지?”

       

       [그런데 왜 주인공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거지?]

       

       “굳이 내가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여서 딱히 신경 안썼더니 그렇게 됐어.”

       

       

       순수한 소녀가 말했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에는 정말 히로인으로 써보려고 했는데 말이야···.”

       

       

       소녀는 떠올렸다. 자신의 소중한 독자님을.

       

       그녀가 보여준 여태까지의 모습. 그리고 일어난 사건들.

       

       기억을 떠올리며 소녀가 방긋 웃었다.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이벤트가 부족해서 좀 넣어볼까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거든!”

       

       [···아, 네 그 독자님 말하는 건가?]

       

       “응! 아직 독자님은 아니지만, 주인공은 좀 끌리는 것 같기도 해서.”

       

       [흐음···.]

       

       

       소녀가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는 독자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위주로 관찰했고, 사건도 언제나 주인공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독자님은 그저 쓰기 편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소녀는 주인공보다 독자님에게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들은 주인공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주인공을 관찰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독자님이 더 재미있는걸.

       

       

       [그나저나, 저 녀석은 왜 네 능력이 통하지 않는 거지?]

       

       “응? 능력?”

       

       [그래! 네 능력! 통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줄 알기나 해?!]

       

       [너, 설마 그런 거로 농담을 한 건 아니겠지?]

       

       “에이, 날 뭐로 보고?”

       

       [저번에도 한 번 했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한 번 더 그러면 크게 화낸다고 했을 텐데.]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낙천적으로 웃던 소녀가 멋쩍은 듯 대답했다.

       

       

       “몰라, 정말로.”

       

       [···진짜?]

       

       “응. 깜짝 놀랐다니까.”

       

       

       놀라다 못해 기절할 뻔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고.

       

       아니, 고작 인간이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니. 말도 안 되잖아.

       

       

       [처음에는 분명 통했다고 했었지?]

       

       “응. 비슷한 세계는 꽤 있었는데, 저 세계가 마음에 들어서 말이야. 주인공으로 설정하려고 힘 좀 썼지.”

       

       

       얼굴이 반반한 녀석 하나 골라서, 세계관에 맞춰서 조금 만져주었다.

       

       능력은 직감. 그리고 주인공답게 엄청난 재능이 있다는 설정도 해주었다.

       

       

       “직감이라는 능력, 좀 멋있지 않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강하잖아!”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 텐데?]

       

       “···치. 아니, 뭐. 별건 없고. 그냥 그랬다고. 그 이후로 능력이 안 먹혀.”

       

       

       지금 저 세계에서 능력이 먹히지 않는 건 둘뿐이다.

       

       독자님과 주인공.

       

       다른 인간들은 전부 능력이 먹히는데 말이지.

       

       

       “독자님은 그래도 반쯤 먹히는데 말이지.”

       

       [네가 그 인간을 데려온 부작용이잖아.]

       

       “아니, 뭐. 그게···. 어쩔 수 없잖아. 그게 재미있는걸. 그렇지?”

       

       [···.]

       

       

       다른 녀석들은 반박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데려온 이계의 영혼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며 생기는 일에 그들도 재미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굳이 고생하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하던 녀석들도 어느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독자님이야 내 존재를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 치는데 말이야.”

       

       

       주인공이 왜 내 능력이 먹히지 않는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처음부터 안 먹힌 것도 아니고.

       

       분명 세팅할 때는 괜찮았단 말이야.

       

       오랜만에 한 번 만져보려고 했더니 잘 되던 게 안되길래 얼마나 당황했는지.

       

       무심코 독자님한테 아무것도 아니라며 둘러댔었다.

       

       저 녀석들도 아니고, 그런 거에 혼나지도 않을 텐데 반사적으로.

       

       

       “내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상 능력이 통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유시우의 능력을 직감으로 설정했다면서? 직감으로 널 눈치챘을 가능성은?]

       

       “없어,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

       

       

       직감이 뭐, 인간들이 느낄 수 없는 걸 느끼는 능력이긴 하지만···.

       

       그것도 다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다.

       

       

       “독자님이 감시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던 녀석인데, 나를 어떻게 알아차려?”

       

       [···흠, 그런가?]

       

       

       유시우의 능력은 직감.

       

       그것은 저 녀석들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이 직감은 너무 심심하지 않냐고 해서 설정 하나 더 넣어놨었던 거 누가 위험하다고 해서 빼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빠져.”

       

       [···.]

       

       “이제 내 맘대로 할 거야.”

       

       [그래, 그래라···. 할 말이 없네.]

       

       

       직감이 심심하다기에, 상위 능력의 편린이다. 뭐 그런 설정을 잠깐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무슨 능력인지는 정하지도 못했고, 어차피 능력이 크게 성장하지 않는 이상 수정이 가능했으니 대충 집어넣은 설정이었는데.

       

       이유는 몰라도 유시우에게 능력이 통하지 않게 되어서 뺄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멋있으니까 좋긴 하지만, 이 점은 내게는 행운이었다.

       

       맨날 나보고 이래라저래라하던 놈들이 실수한 거니까!

       

       

       [···그러면 뭐지? 진짜 무슨 돌연변이 같은 건가?]

       

       “나도 몰라.”

       

       

       결국 우리들은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로 독자님을 바라보았다.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던 독자님이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히, 예쁘다.”

       

       [미친년···.]

       

       “아니, 왜! 예쁘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오타가 많네요···.

    지적해주시는 독자님들께는 언제나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닷···.

    감사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M 달성이네요! 독자님들의 사랑이 너무 기쁩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할지 한참을 고민해봤는데요···.

    역시 아르테 일러스트가 하나 더 있는게 좋지?않을까요?

    그래서 오늘 표지 하나 더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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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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