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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

        정령의 위에 앉으면 날아도 숨이 막히지 않는다.

        ​

        바람의 정령답게 압박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와 세레나는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중이었다.

        ​

        콰과광 –

        ​

        밑에서 폭발음이 치고 올라왔다.

        ​

        클로셀 영감이 시전한 마법이리라.

        ​

        번쩍 –

        ​

        눈부신 신성력도 뿜어져 나왔다.

        ​

        교황 아저씨가 전투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신관들의 활약은 굉장했다.

        ​

        내 눈에는 반짝이는 사람들이 똑똑히 보였다.

        ​

        이곳저곳에 퍼져서 치열하게 사투를 벌이는 이들.

        ​

        날아가는 중인 내 모습을 보았는지 알루어드가 고개를 드는 게 보였다.

        ​

        “크리스, 저곳이 맞나요?”

        ​

        사이한 기운들이 줄기줄기 뿜어지는 곳.

        ​

        쳐다보기도 싫을 만큼 짙은 원념이었다.

        ​

        악귀중의 악귀가 나타난다면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

        “보통놈이 아니네.”

        ​

        심지어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조차 않았다.

        ​

        웅크린 무언가가 기어나오려 하는 중이었다.

        ​

        “저기로 내려갈 수 있겠어?”

        ​

        내 물음에 세레나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저 또한 하이 엘프랍니다.”

        ​

        세레나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니 바로 밑에서 바람이 휘몰아쳤다.

        ​

        쿠구구구구 –

        ​

        강력한 돌풍이었다.

        ​

        그리고 그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

        “아이린!”

        ​

        휘이익 –

        ​

        나를 태운 정령이 바닥으로 착지했다.

        ​

        그리고 벼락 같이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린.

        ​

        “다친곳은 없나요?”

        ​

        안부의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해야 할듯했다.

        ​

        주위에서 언데드들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

        “아이린! 저거 좀 앞으로 끌고 와줘요!”

        ​

        지금까지 성에서 봤던 언데드와는 다른 스켈레톤.

        ​

        직접 네크로맨서의 통제를 받는 언데드였다.

        ​

        부탁을 받은 아이린보다 다른 엘프가 먼저 움직였다.

        ​

        휘리릭 –

        ​

        낙엽이 떨어지듯 자유로운 움직임.

        ​

        콰직 –

        ​

        스거억 –

        ​

        엘프의 손에 사지가 떨어져 나간 스켈레톤이 몸만 남은 체 내앞으로 굴러왔다.

        ​

        “엘프의 은인이시여!”

        ​

        내 팔이 허공을 가르며 방울이 움직였다.

        ​

        퍼억 –

        ​

        딸랑 –

        ​

        스켈레톤의 머리를 부숴놓는 방울.

        ​

        곧이어 주변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

        모두가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언데드였다.

        ​

        “영감님들은요?”

        ​

        말을 꺼내는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파라몬 영감이 말을 건네왔다.

        ​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니, 걱정 마시게나.”

        ​

        “영감님!”

        ​

        “마족의 소환이 진행되고 있네. 저곳으로 돌입하는 중이지.”

        ​

        아까보다 부정한 기운들이 진해졌다.

        ​

        “소환자를 죽이면 사라질 걸세.”

        ​

        “아니요.”

        ​

        마법은 모르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

        저 소환이 힘을 받는 원천은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파란색의 불이다.

        ​

        가까이 오니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

        영혼을 태워서 힘을 만들어 내는 불꽃.

        ​

        정제를 한다고 해야 할까.

        ​

        잡스러운 것들을 거르고 영혼의 원념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

        “자체를 취소시켜야 해요.”

        ​

        설명을 요구할 법도 한 말이었다.

        ​

        하지만 영감에게서는 어떠한 물음도 나오지 않았다.

        ​

        그저 빙그레 웃을 뿐.

        ​

        “자네 하고싶은 데로 하시게나.”

        ​

        “….?”

        ​

        “그게 맞네.”

        ​

        저게 무슨 뚱딴지 같은 반응일까.

        ​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살았네. 길은 우리가 열지.”

        ​

        딱 필요한 도움이기는 했다.

        ​

        마음 같아서는 언데드들을 싸그리 쫓아내 주고 싶지만, 힘이 부족하다.

        ​

        기우제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것이다.

        ​

        “길은 이미 엘프들이 열고 있답니다.”

        ​

        세레나와 아이린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

        그리고 그에 질세라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

        대앵 –

        ​

        “알루어드?”

        ​

        “굿 하시는 거 아닙니까?”

        ​

        “교황 후보로 키웠더니 도령의 종이 되어 버렸구나.”

        ​

        “서…성하!”

        ​

        먼저 달려 나간 것은 파라몬 영감이었다.

        ​

        콰앙 –

        ​

        날아오는 마법을 가르며, 오러 블레이드가 선명하게 돋아났다.

        ​

        “도령, 네크로맨서들이 많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

        번쩍 –

        ​

        신성력이 터져 나오며 몸주위를 감쌌다.

        ​

        피곤이 조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

        “전투에 참전하기보다는 병사들을 살리러 가겠소.”

        ​

        교황아저씨 다운 선택이었다.

        ​

        콰과광 –

        ​

        마법진으로 다가갈수록 전투가 거세졌다.

        ​

       많아 보이는 네크로맨서들.

        ​

        하지만 전황은 우리가 유리했다.

        ​

        서거억 –

        ​

        데구르르 –

        ​

        이들이 주변을 휘저을 때마다 머리들이 바닥을 굴렀다.

        ​

        그리고 그 중앙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

        “하찮은 것들이 떼거리로 몰려왔구나!”

       

       시커먼 기운을 한가득 내뿜고 있는 존재.

        ​

        세레나와 알루어드가 내 앞을 막아섰다.

        ​

        “굉장한 강자입니다.”

        ​

        그런데 새삼 웃기는 일이 아닌가.

        ​

        굉장한 강자는 우리 쪽이 더 많을 텐데.

        ​

        번쩍 –

        ​

        꽈과광!

        ​

        번개 한줄기가 허공을 가르며 그곳에 떨어졌다.

        ​

        “마법사는 마법사가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

        “로셀, 내 양보는 못하겠네. 클라인이 저놈들에게 당했으니.”

        ​

        내가 봐도 압도적일 정도로 우리 쪽이 유리했다.

        ​

        오히려 발악을 하는 네크로맨서가 불쌍해 보일지경이다.

        ​

        등 뒤에서 루나가 바둥거렸다.

        ​

        “빠!”

        ​

        “응?”

        ​

        “푸!”

        ​

        작은 손이 가리키는 곳은 소환이 진행되고 있는 마법진.

        ​

        제법 많은 네크로맨서들이 그곳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각자가 공격을 당하는 중이었다.

        ​

        나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

        “저기다 꽂아야 하는 건가?”

        ​

        사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성검으로 마족과 싸우는 것이었지만….

        ​

        소환이 되는 것보다야 그 전에 막는 게 좋지 않겠는가.

        ​

        “이건 잡귀정도가 아니고 악귀네.”

        ​

        나오기도 전에 이런 기운들이라니.

        ​

        코와 눈이 썩어버릴 것만 같았다.

        ​

        마법진으로 다가 설 수록 불쾌함이 더 강해졌다.

        ​

        투두둑 –

        ​

        후두둑 –

        ​

        어느새 제법 강해진 빗줄기가 몸을 두드렸다.

        ​

        산불역시도 잠잠히 가라앉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여전히 활활타고 있는 푸른색의 불.

        ​

        크기가 크지도 않았다.

        ​

        작은 모닥불 정도의 크기.

        ​

       요사스럽기 그지없었다.

        ​

        딸랑 –

        ​

        머릿속으로 온갖 장면들이 휘몰아쳤다.

        ​

        푸른색의 불 앞에 선 수많은 오크들.

        ​

        그들만의 의식을 치르는데 사용하는 것이지 싶었다.

        ​

        “이상하게 바꿔놨네.”

        ​

        그렇지 않고서야 이 불길이 영혼을 태우고 있을 리가 없다.

       

       “썩을 놈들이…”

        ​

        마법진의 중앙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을 향해 성검을 박아 넣었다.

        ​

        겨우 끝부분을 조금 박아넣는 것에 그쳤지만 말이다.

        ​

        푸욱 –

        ​

        순간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들.

        ​

        번쩍 –

        ​

        마법진을 통해 기어나오던 기운들이 웅크러드는 게 느껴졌다.

        ​

        하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

        성검의 주인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

        딸랑 –

        ​

        “무당 앞에서 악귀를 불러들여?”

        ​

        심지어 다 불러내지도 못한 악귀였다.

        ​

        내가 배운 무속의 지식에 퇴마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

        혼내고 쫓아내며, 위로한다.

        ​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상황은 딱 내가 날뛰기 좋은 시기라는 것이다.

        ​

        오기도 전에 쫓아내는 것이니까.

        ​

        스윽 –

        ​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던진 나는 그대로 성검의 위에 올라탔다.

        ​

        손잡이가 하늘을 향해 삐죽 솟아 있는 성검.

        ​

        그 위로 내 발이 맞닿았다.

        ​

        딸랑 –

        ​

        후우욱 –

        ​

        마치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

        성검에 발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

        무언가가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

        “독하구나, 독해.”

        ​

        억지로 발을 떼어내며 성검의 위에서 뛰어올랐다.

        ​

        푸욱 –

        ​

        번쩍 –

        ​

        내 몸이 성검을 찍어누르자 마법진에서 올라오던 사념들이 몸을 움츠렸다.

        ​

        움찔.

        ​

        동시에 내 발목을 끌어당기는 힘도 강해졌다.

        ​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르며 소리를 냈다.

        ​

        딸랑 –

        ​

        딸랑 –

        ​

        마치 방울과 마족의 기운이 사투를 벌이는 것만 같은 느낌.

        ​

        방울을 흔들수록 기운이 약해졌고, 발이 가벼워졌다.

        ​

        저항이 여전히 심했지만, 이럴 때 일수록 기세가 꺽여선 안 된다.

        ​

        악귀를 상대하는 굿이란 기 싸움과 매한가지였으니까.

        ​

        일부러 공수가 내려올 때를 흉내 내며 크게 호통을 쳤다.

        ​

        “썩 물렀거라.”

        ​

        딸랑 –

        ​

        “악귀가 올 자리가 아니다.”

        ​

        딸랑 –

        ​

        있는 힘껏 몸을 띄워올려 성검을 내리 밟았다.

        ​

        푸우욱 –

        ​

        어느새 반절이나 파고든 성검.

        ​

        그 밑으로 맥을 못추고 멈춰있는 기운들이 느껴졌다.

        ​

        때에 맞춰서 종소리와 피리소리가 들려왔다.

        ​

        딸랑 –

        ​

        여전히 발목이 무거웠지만, 다시금 쫓아내면 될 일.

        ​

        입으로 고함같은 호통을 뿜어내며 몸을 띄워 올렸다.

        ​

        딸랑 –

        딸랑 –

        ​

        땅으로 박히던 성검이 어느 순간 꼿꼿이 선체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

        이놈 또한 마지막으로 힘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

        “땅의신 행차하시고, 성황신 노하신다.”

        ​

        신의 이름이란 그 자체만으로 힘을 가진다.

        ​

        내가 마지막으로 입에 담을 신은 바로.

        ​

        “삼신…허억..!”

        ​

        울컥 –

        ​

        주르륵 –

        ​

        입에서 피가 한움큼 토해지며 턱을 타고 흘렀다.

        ​

        그리고 그 순간.

        ​

        성검이 땅끝까지 박혀 들었다.

        ​

        푸우욱 –

        ​

        땅에서 새파랗게 타오르던 불꽃마저 어느새 꺼져 있었다.

        ​

        스멀스멀 기어 다니던 사념도, 요동치던 기운들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

        “하아…하아….”

        ​

        이상하게 주변이 조용했다.

        ​

        한창 전투가 치러지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

        ​

        먼저 다가온 것은 알루어드와 세레나였다.

        ​

        이들 역시 지친 듯 얼굴이 퀭해져 있었다.

        ​

        “…끝나셨습니까?”

        ​

        끄덕.

        ​

        고개를 둘러 주위를 보니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

        언데드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만 있지 않은가.

        ​

        영감들도 전투 중인 것이 아니라 가만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

        “언데드 다 어디 갔어?”

        ​

        “한참전에 도망갔습니다.”

        ​

        “도망? 한참 전?”

        ​

        이상한 일이다.

        ​

        그들을 쫓아내려 한 적은 없었는데.

        ​

        그리고 한참 전이라니?

        ​

        세레나가 내 궁금증을 해소 시켜 주었다.

        ​

        “교단에서처럼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굿을 해버린 걸까.

        ​

        그것과는 별개로 언데드는 왜 도망을 갔다는 말인가?

        ​

        이번에는 알루어드가 헤괴한 얼굴을 하고선 말했다.

        ​

        “저라도 도망갔을겁니다.”

        ​

        “….?”

        ​

        “성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무서울 만도 하죠.”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왜 요즘 써놓고 보면 다 마음에 안들까요 ㅜㅜ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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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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