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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다음날.

         

       “예린아.”

         

       “……으음.”

         

       “예린아, 일어나렴. 다 왔다.”

         

       “…아.”

         

       늘 그렇듯 강형만의 차를 통해 나아아 세트장에 온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강형만의 목소리에 깨었다.

         

       “…죄송해요. 언제 잠들었었지….”

         

       “괜찮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겠어.”

         

       아무래도 어제 여러 가지 잡생각과 서유진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설쳐서 그런지 쉽게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나는 기지개를 치며 짐을 챙겨 차 밖으로 나갔고 그런 나를 강형만과 상구 오빠가 배웅해주었다.

         

       “이번 주도 열심히 하고 올게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아, 잠깐 예린아.”

         

       “……?”

         

       강형만이 나를 불러세웠다.

         

       “이걸 주는 걸 깜박했네.”

         

       “이게 뭐…, 음…?”

         

       나는 강형만이 내 손에 올려 놓은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가 흠칫했다.

         

       “이건….”

         

       “초콜릿이다.”

         

       강형만이 내게 준 것은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고급 브랜드 초콜릿이었다.

         

       이거 분명 엄청 비싼 건데.

         

       내가 초콜릿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강형만이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초콜릿이 칼로리와 당분이 얼마나 높은지 안다. 체형 관리해야 하는 너한테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

         

       “그래도 초콜릿이 스트레스 푸는 데는 최고라고 하는구나. 혹여 힘든 일 있을 때마다 먹어라.”

         

       초콜릿은 그야말로 살찌는 포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아이돌 연습생인 내게는 부적절한 음식이었지만….

         

       “감사해요, 사장님. 잘 먹을게요.”

         

       아무래도 이번 주 내가 부모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게 강형만의 눈에 걸렸나보다.

         

       그의 진심이 느껴져 나는 초콜릿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나는 그것을 당장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맛있어요.”

         

       워낙 고급 초콜릿이기도하고…, 오랜만에 먹는 초콜릿이기도 해서 그런지 순간 머리가 띵할 정도로 맛있었다.

         

       “사장님이랑 상구 오빠도 하나씩 드세요.”

         

       “아니, 나는 괜….”

         

       스윽-.

         

       강형만은 손사래쳤지만 나는 기어코 초콜릿 두 개를 까서 두 사람 손 위에 올려놓았다.

         

       강형만은 내가 손 위에 올린 초콜릿을 한 번 보고 씨익 웃더니 그대로 상구 오빠와 함께 한입에 털어 넣었다.

         

       “먹자, 상구야.”

         

       “네.”

         

       텁.

         

       그리고는 곧바로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달콤한 걸 먹어보는구나. 고맙다, 예린아.”

         

       “아니…, 이거 사장님이 사 주신 건데….”

         

       자기가 돈 주고 산 거 내가 조금 나눠준 것뿐인데 무엇이 고맙다는 건지.

         

       나는 이해가 안 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강형만은 정말로 흡족스럽다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주도 힘내거라. 다음 주에 촬영이 끝나면…, 데리러 오마.”

         

       “네…!”

         

       그렇게 나는 강형만과 상구 오빠한테 손을 한 번씩 흔들고 세트장 안으로 향했다.

         

       갖가지 일이 겹쳐 여러모로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강형만의 초콜릿 덕분인지 피로감은 조금 가시고 힘이 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

         

         

         

         

       “언니-!!”

         

       “아…, 유정아…!”

         

       먼저 짐을 풀기 위해 숙소로 가는 중 만난 것은 박유정이었다.

         

       늘 그렇듯 그녀는 강아지처럼 내게 다가와 내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우리 둘 사이에 키 차이가 꽤 나서 박유정은 그대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부벼댔다.

         

       “일주일 동안 잘 쉬셨어요?”

         

       “으응…, 너는?”

         

       “저도 잘 지냈죠, 헤헤.”

         

       나와 박유정은 그렇게 꼭 달라붙은 채 잡담을 하며 숙소를 향해 갔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

         

       뭔가…, 시끄럽지는 않은데 갑자기 주변에 다른 참가자들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의 수군거림이 흘러 나왔다.

         

       이에 나와 박유정이 동시에 의아하여 고개를 돌리니….

         

       “아….”

         

       그곳에는 캐리어를 끌고 터덜터덜 숙소로 향하는 서유진이 있었다.

         

       ‘얼굴이….’

         

       밤새 울기라도 한 건지 눈가가 심하게 부어 있다. 거기에 얼굴에 수심도 가득하고…, 누가 봐도 밤 사이 한숨도 자지 못한 듯했다.

         

       ‘안타까워….’

         

       이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서유진을 향해 다가가려다가….

         

       턱.

         

       “언니.”

         

       “…….”

         

       “…벌써부터 카메라가 있어요.”

         

       …박유정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녀의 말에 따라 주변을 보니 이미 세트장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출연자들을 찍는 카메라맨들이 즐비해 있었다.

         

       “물론 안타깝지만…, 지금 유진이한테 갔다가 괜히 잘못 엮이는 수가 있어요.”

         

       “…….”

         

       박유정은 착한 아이지만 가끔 이렇게 이성적일 때가 있었다.

         

       서유진과 잘못 엮인다…. 이것은 방송에서 같이 빌런으로 찍힐 수도 있다는 걸 의미했다.

         

       그리고 이를 우리만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서유진의 주위에는 마치 방어막이라도 펼친 것처럼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

         

       혼자서 쓸쓸한 그 모습이…, 내 마음을 더 아리게 만들었다.

         

       “차라리…, 차라리 하차를 하지….”

         

       지금 방송에 모습을 비치면 사람들의 욕은 계속될 것이다. 제작진이 서유진을 가만히 둘 리도 없고….

         

       하차를 하면 최소한 지금의 고통은 줄어들을 터.

         

       이에 내가 나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리니 박유정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 하차하면…, 절대 데뷔하지 못할 테니까요.”

         

       “……아.”

         

       “이렇게 욕을 먹은 채로 사람들 눈에서 사라지면 유진이한테 아이돌로 데뷔할 기회는 영영 없을 거예요.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나아아에서 결자해지하는 게 유진이한테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예요.”

         

       “…….”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인가.

         

       이곳에 남는 게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박유정이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서유진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너무해요.”

         

       “…….”

         

       “…유진이. 싸가지 없긴 해도 아직 17살인데…, 충분히 바뀔 수 있는데…,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욕하는 사람들이 너무해요. …아예 욕을 하라고 제대로 판을 깐 제작진들도 너무하고요.”

         

       “…….”

         

       “아직…, 저렇게 어린데….”

         

       그리 말하는 박유정의 표정에는…, 고요한 분노가 담겨 있는 듯했다.

         

       여기서 더 갔다가는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질 것 같아 나는 박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른인 척하긴. 유정이 너도 18살이잖아. 유진이랑 겨우 1살 차이인 걸. 너도 어려.”

         

       “언니도 19살 저랑 1살 차이죠. …여기 있는 모두가 어려요, 사실.”

         

       “……그래, 그렇지.”

         

       나아아 출연자 중 가장 나이 많은 참가자가 두 명. 이혜정을 포함한 그 두 사람의 나이는 겨우 22살이다.

         

       그리고 나아아 출연자 중 태반은 아직 성인이 되지도 못한 고등학생들이다.

         

       그 사실을 새삼 떠올리니…, 뭔가 헛웃음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직 성인도 안 된 애들 괴롭히고…, 시청률 도구로 쓰고…, 여기는 정말 나쁜 놈들 천지네.”

         

       “…….”

         

       내가 그리 말하자 이번에는 박유정이 분위기를 환기할 생각이었는지 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나쁜 놈들 천지에서 이번 주도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래…, 이번 주도 살아남아야지.”

         

       그렇게 우리는 주먹을 꽉 쥐고 의지를 다지며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받은 후….

         

       “자, 그러면 2차 순위 발표식을 시작하겠습니다-!”

         

       …2차 순위 발표식이 시작되었다.

         

         

         

         

       **

         

         

         

         

       2차 순위 발표식의 방식은 1차 때와 같았다.

         

       우선 탈락자 기준은 패배 팀에서 개인 투표 상위 3명을 제외한 나머지였고…, 탈락자 후보는 미리 화면에 공지된 채로 긴장된 분위기에서 순위 발표식이 진행되었다.

         

       내가 볼 때 2차 순위 발표식은 투표 결과도 1차 때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그나마 눈여겨 볼 사실이 있다면….

         

       “레비 엔터테인먼트 박유정 참가자의 순위는 9위입니다!”

         

       “키드쉽 엔터테인먼트 이혜정 참가자의 순위는 14위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박유정과 이혜정의 순위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었다.

         

       뭐…, 이것도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긴 했다.

         

       박유정, 이혜정 두 사람은 스탯에 비해 등수가 저평가되어 있기도 했고 2차 팀 경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으니까.

         

       특히 이혜정.

         

       그녀는 여전히 저조한 방송 분량과 제작진의 억까에도 좋은 모습과 성장하는 순위를 보여 내가 다 뿌듯했다.

         

       척.

         

       내가 이혜정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이자 그녀도 내게 엄지를 들며 우리는 서로 마주 웃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와 함께 순위 발표가 진행되고….

         

       어느덧 남은 것은 탈락자 발표와 상위 4명의 순위 발표 뿐이었다.

         

       참고로 상위 4명 후보는 나, 유 설, 서유진, 나한나였다.

         

       서유진이 제대로 이미지를 망친 것은 어젯밤 방송 때문이었기에 그동안의 인기로 투표수를 축적한 서유진이 상위 4명에 뽑히는 건 당연했다.

         

       ‘차라리 지금 유진이 입장에서는 눈에 안 띄는 게 나을 텐데.’

         

       괜히 욕먹을 때 상위 4인에 뽑혀서 더 욕먹게 생겼다.

         

       그리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3위는 SAV 엔터테인먼트 서유진 참가자입니다!”

         

       …서유진은 나한나를 누르고 1차 때와 마찬가지로 3위를 기록했다.

         

       나한나는 이번에도 역시 순위에는 큰 관심 없다는 듯 졸린 눈으로 짧은 소감을 말했을 뿐이었다.

         

       “…팬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과분한 자리 앉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아. …이상입니다.”

         

       그리고 서유진은….

         

       “……머, 먼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저를 응원해주신 패, 팬분들께 감사를….”

         

       평소 당당하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아니, 아예 다른 사람인 것처럼 기가 죽은 모습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소감을 마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상태창을 열어 보고….

         

       [특성 : 안하무인(특성 해제됨)]

         

       …그녀의 안하무인 특성이 해제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옛날에는 저 안하무인이라는 특성이 짜증 날 때도 많았지만…, 막상 해제되니 허전하달까.

         

       ‘…다시 안하무인 서유진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뭔가 씁쓸한 마음과 함께 3위까지의 순위가 발표되고….

         

       “…그러면 다음 순위 발표로 넘어가겠습니다.”

         

       남은 것은 단 두 사람이었다.

         

       스윽-.

         

       그 순간 나와 유 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시선을 마주했다가….

         

       “…….”

         

       1위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리 선정 때는 유 설이 스스로 저 자리에 앉았고…, 1차 순위 발표식 때는 내가 저곳에 앉았었다.

         

       사실 파이널 투표 전에 1위를 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오히려 파이널 전까지 1위 보다 낮은 등수에 머물다가 마지막에 1위를 하는 것이 더 이상적인 서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기 싫어.’

         

       1위석을 바라보는 내 가슴은…, 또다시 빠르게 뛰고 있었다.

         

       괜한 욕심일 수 있지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시우가 느긋하게 진행을 이었다.

         

       “이번 1위 경쟁은…, 상당히 치열했군요. 1위와 2위 간 득표수 차가 고작 2000표 차이입니다.”

         

       웅성웅성.

         

       득표수 차가 2000표라는 말에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1차 순위발표식 때 나와 유 설의 차이가 5만표였던 것에 비해 그 간극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1위는 엄청 아슬아슬한 1위네….’

         

       고작 2000표 차라고 하니 나는 더욱 위기감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유 설 쪽을 슬쩍 보니 그녀 또한 긴장했는지 평소와 달리 표정 연기를 하지 못한 채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발표하겠습니다. 2차 순위 발표식. 고작 2000표 차이로 1위를 달성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모두가 긴장된 시선으로 한시우의 입 모양에 집중했다.

         

       한시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2차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차지한 참가자는 바로…!”

         

       …제발.

         

       “바로…!!!”

         

       이윽고 결과가 발표되고…!

         

       “……!”

         

       …나는 잠시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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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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