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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에이펙스 프레데터.

        

        한글로 간단히 번역하면 포식자의 정점을 의미하는 그것은, 말 그대로 백 명에 달하는 이들을 드넓은 지역에 몰아넣고는 오로지 단 한 명의 유저만을 승자로 남기는 살벌한 게임이었다.

        

        말 그대로의 난투극이자 생존극. 다른 사람을 짓밟고 정상에 올라서라는 간단하면서도 마초적이기 그지없는 모토는, AP의 인기가 다른 쟁쟁한 PVP 모드를 넘어서서 그 유명한 팀 식스 이상으로 올라설 수 있게끔 만들었다.

        

        더군다나 게임이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기본적인 맵 구조와 오퍼레이터가 소지 가능한 가젯의 쓸모, 벽과 바닥을 부수고 진입로를 창조 가능하다는 사실을 숙지해야하는 팀 식스와는 다른, 보이는 적들을 쏴죽이고 안전지대로 이동하면 된다는 간단명료한 행동강령.

        

        진입장벽이 한결 낮다는 것도 타 PVP에 비해 에이펙스 프레데터가 가진 유리한 점이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비단 보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맵의 구조와, 그마저도 모자라 벽이 부서지고 진입로를 만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벽을 강화하고 트랩을 설치한다는 생소한 개념. 이로 인해 팀 식스 모드는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도에도 약간의 어려움이 존재했다.

        

        에이펙스 프레데터는 그 반대였다.

        

        건물이 있더라도 비교적 간단한 실내 구조에 더불어, EMP로 인해 스킬이 제한된 팀 식스와는 달리 펄스와 시커 마인, 점착 폭탄과 힐링 디바이스 등 PVE에서도 사용했던 스킬은 그대로 사용 가능했다.

        

        그리하여 적을 만나면 쏘고, 안전지대로 이동하라는 말이 나오면 이동하고, 자리를 잡으면 된다. 그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며 유저들은 우승을 경험하거나 쓰디쓴 패배를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들을 전부 체감하고 체득하는 것은 다른 PVP 모드보다도 빠른 편이었으며, 이는 다시 말해서 뉴비들이 한 번쯤 해보기에 적합하단 소리였다.

        

        

        AP는 인원 순환이 빠르다.

        

        그것은 결코 허투로 나온 말이 아니었고, 인원의 공급이 빠르다는 말은 그 사이에서 숨겨진 옥석이 나올 확률도 그에 비례하여 상승함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에이펙스 프레데터는 진입은 쉬우나 랭크를 올리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것의 산증인이 되었고, 예선 랭크를 시작으로 하는 아시아 예선전으로의 길은 그야말로 피와 불꽃, 금속과 탈락자로 이루어진 진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8월의 마지막 주, 9월로 향하는 길목.

        

        

        

       -[알림 : 현 시간부로 참여자 전원에게 발송되는 메시지입니다.

        

        에이펙스 프레데터 – 예선 랭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무운을 빕니다.]

        

        

        

        피와 땀, 눈물, 강철과 납, 화약 연기로 이루어진, 사람을 걸러내는 거대한 체가 작동을 개시했다.

        

        

        

        

        

        

        

        

        

        

        

        

        

        

       “…하아, 망할. 이 맵이 기어코 나오네.”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나 역시도 기호가 있고 호불호가 있는 사람이었다.

        

        신체가 이런 형태로 바뀌면서 기존의 기호에 약간의 추가가 더해지고, 그것에 좀 더 영향을 심각하게 받게 되어버렸지만 – 아니다. 굳이 빙빙 돌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요컨대 에이펙스 프레데터의 맵 중에도 추운 맵이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도 보통 추운 게 아니라, 하필이면 북극해와 인접한 버려진 대규모 파워플랜트 단지를 모티브로 한 곳이라 흡사 생존 모드를 하는 것만 같은 골치아픈 상황에 놓인 상태였다.

        

        실제로 이딴 곳에 이런 건축물을 지을 이유는 없겠지만, 아무튼 뒤에 산도 끼고 있고, 북쪽으로 가면 바다도 끼고 있는, 대략 그런 곳이었다.

        

        

        특이하게도, AP의 맵은 어지간하면 평범하게 ‘자기장’이라고 불리는 킬존을 통해 유저들이 행동하도록 강제하지만, 몇몇 맵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북극해 파워플랜트 단지 역시도 그러했다.

        

        구체적으로는 뭐라고 해야 하나, 이곳에 침투한 이들이 무리하게 설비를 가동시키다가 독극물이 노출되었다는 명목으로 지역이 오염되었다는 기믹이 있었다.

        

        그리고 만년설이 있는 산 부분이 무너지며 눈사태로 섹션 일부가 덮여버리는 것도 있고…여하간, 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저들이 어느 지역으로 이동하게끔 유도했다.

        

        나름 특이하다고 생각한다.

        

        

        

       -[경고 : 진동을 감지. 현 지역은 13분 24초 후 붕괴됩니다.]

        

        

        

        이 맵은 다른 곳처럼 고공낙하를 통해 침투하는 게 아니라,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이곳에 접근했으나 여러 이유로 통신이 두절되어, 맵 어느 한 군데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했다.

        

        참으로 생존과 비슷한 느낌이다. 여러가지 다른 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는 생존만큼 온도에 구애받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율이 조금씩 상승하긴 하지만, 아마 그 즈음까지 가면 어차피 여러 아이템을 획득하여 크게 신경쓰이지는 않을 터였다. 대회 룰이기에 더더욱.

        

        

        맵이 달라졌다고 해서 시작이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맵이 변하면 물품 박스의 형태도 여러모로 달라지기 마련이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발을 디뎠던 버려진 폐항구는 선박 물자라고 쓰인 박스였고, 연구 단지는 비상 물자라고 쓰여진 – 약간 첨단 느낌의 상자였다.

        

        여기는 전자와 후자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했다.

        

        상자 내부에는 다소곳하게 잠들어있는 여러 총기들과 누군가에게 입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방어구, 그 외에도 수류탄과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다.

        

        빠르고 많은 교전을 통해 볼거리를 창출하기 위함이었다.

        

        오늘의 총기는 일단 뜬금없이 S&W M500 한 자루. 지난 번 사격장을 갔다와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무진장 뜬금없긴 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으로,

        

        

        

       “…하.”

        

        

        

        Mk.18 Mod.1 묠니르. 내 오랜 단짝이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쩐지 상자가 좀 크다 싶더라니.

        

        하여간 이 총은 굳이 말하자면 지정사수계열이었고, 요컨대 정확성을 위해 총신의 길이가 상당히 긴 편에 속했다. 아무리 짧아도 20인치 정도였으니.

        

        하지만 사용하는 총알은 .338이라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탄환이었고, 나 같은 경우는 과거 – 중장갑을 입은 적들이나 무인기들을 손쉽게 침묵시키기 위해 이것을 일종의 부무장으로 들고다녔다.

        

        슬러그 샷건보다 훨씬 관통력이 강하고, 가할 수 있는 충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운반 및 반동 제어만 잘 하면 장점만이 남는 무기였으니까.

        

        

        재빠르게 방어구를 갖춰입은 후, 상자에 함께 들어있던 탄창 예닐곱 개를 빼고는 이카루스 기어의 가방 부분에 부속된 삽탄 장치로 빠르게 탄을 끼워넣는다.

        

        찰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대략 10초 안에 일곱 개에 달하는 풀세트 매거진이 쏟아진다. 하나를 총의 삽입부에 끼우고 약실에 탄 한 발을 집어넣은 후, 나머지 여섯 개는 파우치에 집어넣는다.

        

        상부 레일에 달린 총기 액세서리는 배율은 아니었고, HAMR 스코프 쪽이었다. 나로서는 오히려 이게 더 좋았다. 이곳에서 굳이 원거리 교전을 할 필요는 없었으니.

        

        하지만 그 와중,

        

        

        

       ───투두둑!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탄환에, 재빨리 총기를 챙기고는 벽 뒤에 숨는다.

        

        하드코어는 이게 상당히 불편했다. 다른 이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 상자를 열자마자 총기와 삽탄이 다 된 탄창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탄환이 날아온 방향과 소음의 크기, 발을 타고 느껴지는 진동을 토대로, 적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감지했다. 오른손으로는 리볼버를 쥔 채, 일부러 소리가 실컷 퍼지도록 수류탄을 꺼냈다.

        

        이래도 안 나온다라.

        

        그러면 수류탄 핀에 꼬리를 걸고, 그것을 대놓고 강하게 뽑는다.

        

        내가 무방비한 걸 감지한 적이 프리파이어를 갈기며 자리를 옮기려고 하지만, 오직 왼손만을 내뻗어 수류탄을 집어던지면서 오른손 검지로 방아쇠를 연속적으로 당겼다.

        

        상당한 반동이었지만, 악력만으로 그것을 상쇄해낸다.

        

        

        

       -콰아앙!

        

        

        

        다섯 발 중 두 발이 맞았다.

        

        준수하지 못한 결과물이긴 했지만, 한 손으로 연속 사격을 했다는 점과 탄종이 .500 S&W 매그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하지 못할 타격을 받았을 터였다.

        

        손에 들고 있던 리볼버를 반대쪽으로 내던져 혼란을 줌과 동시에, 빠르게 달려가 거리를 좁힌다. 적이 탄창을 가는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으로 간단히 손익 계산을 했다.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어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적의 무기 종류는 기관단총의 그것보다는 강했다. 아마도 평범한 카빈 종류겠지. 연사 속도도 최소 700RPM 이상.

        

        내 총기와 적의 총기, 무장 상태 등을 고려하여 생각해보면….

        

        어쨌든 내가 맞추는 즉시, 적은 탄환이 주는 충격으로 인해 나를 노리고 제대로 사격을 할 수 없을 것이었다.

        

        

        다음 순간, 두 개의 사격각이 정면으로 교차했다.

        

        교전은 짧았다.

        

        

        

       “커허억…!”

        

        

        

        찰나의 순간, 몸에 .338 라푸아 매그넘을 세 발이나 얻어맞고 뒤로 나자빠지지 않을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었다.

        

        적은 순식간에 차갑고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으로 튕겨져나갔으며, 어찌나 충격이 컸는지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극초반 교전인지라 탄종이 철갑탄이 아니라 일반탄인 것도 한몫했을 것이었다.

        

        관통이 되지 않고 방탄판에 부딪혀 찌그러지며, 그 막대한 물리력이 몸을 저 뒤로 밀어보낸 것이었다.

        

        

        

       ───쿠웅!

        

        

        

        총을 쏘는 소리라기보단 거인이 발을 구르는 소리와 비슷했다.

        

        약실에서 튕겨나온 묵직한 탄피가 바닥과 맞부딪혀 비교적 낮은 음색을 내는 사이, 상대방은 머리에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졌다는 메시지와 함께 순식간에 퇴장해버리고야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식이었다.

        

        내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상당히 그렇긴 하지만, 초반에 나를 만난 이들에게는 언제나 명복만을 빌어줄 뿐이었다. 목표한 적을 살려두는 건 용납되지 않았고, 한 번 선택한 적은 놓칠 수 없었다.

        

        그가 남긴 유산이 나의 힘이 되리라.

        

        

        갖다버린 리볼버 대신, 그가 남기고 간 Mk.18 CQBR를 들어올렸다. 다행히 나노머신 내구도는 여유가 있었다. 시체를 질질 끌고 컨테이너 뒤로 숨은 다음 조심스럽게 소지품을 점검했다.

        

        삽탄이 다 된 탄창 여섯 개를 상부 파우치에 쑤셔박는다. 조준경은 딱 봐도 볼텍스 사의 UH-1. 하도 많이 다뤄본 탓에 영점 조준은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NGAL은 뗀 다음 12시 방향에 다시 달고 조준점과 모여들게 세팅한다. 기준은 50야드. 개머리판 길이를 살짝 조정했다. 손잡이는 기이하게도 헤라 암즈의 CQR 그립. 위치를 살짝 조정했다.

        

        여기까지 대략 1분이 안 되었다.

        

        전부 다뤄본 것들이기도 했고,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생존 확률이 줄어든다는 모토 하에 1주일 넘게 이 짓거리만 해본 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세팅이 맞춰진 만큼, 경기 도중 다른 총기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었다.

        

        

        

       -[경고 : 현 지역은 앞으로 10분 00초 후에 붕괴됩니다. 해당 구역 봉쇄까지 8분 남았습니다.]

        

        

        

       “3분 지났나.”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맵을 띄우고, 바깥 온도가 심각하게 낮은 부분과 붕괴로 인한 오염이 발생한 지역, 그리고 눈사태의 예상 범위 등등을 고려하여 예상 기동 루트를 짠다.

        

        루트는 간단하게. 시간을 너무 지체해선 안 된다. 한 지역에 얼마 정도 머물러있을지를 대강이라도 계산을 해야만 했다. 계획을 빡빡하게 짠다기보단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잔류 인원은 89명. 길을 확인하고 지형지물을 숙지한 후,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목표 지점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이어지는 스킬 개방 구역이었다.

        

        

        

        

        

        

        

        

        

        

        

        

        한편, 유진이 아무것도 모른 채 발걸음을 옮기는 사이.

        

        

        

       -퍄퍄ㅑ퍄퍄ㅑㅑㅋㅋㅋㅋㅋㅋㅋㅋ

       -교전 준내깔끔하게 하네 ㅗㅜㅑ

       -시발그게중요한게아닌데요 M500을 어케 한손으로 갈김????

       -유진 하루이틀봄? 난 바렛연사할때부터 이미 고증은 신경안씀ㅋㅋ

       -사람이 가능하면 그게 고증이지 볍1신들아 뭔 고증타령이야

       

        

        

        유진의 이름으로 열린 중계방은 평소 그녀의 시청자들이 난입하며 아수라장이 되었고,

        

        

        

       -이사람 도대체 반동제어 어떻게 하는 건가요? 가능한가?

       -왠 꼬리? 수류탄을 어떻게 저렇게 깐 거지

       -진짜 침착하게 게임하네 와….

       -묠니르를 들고 하네요;; 저총 반동때문에 진짜 쓰기 힘들던데

       -신기하긴 한데 일단 다른유저들 하는거 봐야 알수있을듯

        

        

        

        그녀를 이번 중계방에서 처음 본 인원들까지.

        

        유진은 이번에도 자신만 모른 채 사방팔방 방송을 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MK18 묠니르

    유진은 .338과 가장 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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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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