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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당연하지만, 육상 동물인 마이글다를 타고 바다를 건널 리는 없다.

        내가 1층과 2층을 횡단하는데 마이글다 무리를 이용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마이글다가 가장 적합한 후보였기 때문이다.

        내 게이트에 서식하고 있던 동물들 중 인간을 많이 태울 수 있고, 동시에 인간을 태워도 반항하지 않는 얌전한 동물이 마이글다뿐이었다.

       

        인간들의 운송 수단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고, 그냥 운송 수단 없이 직접 걷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실제로 사전답사를 왔던 인간들은 대부분이 그냥 걸어 다녔으니까.

        하지만 인간들의 운송 수단은 어디까지나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전제하에 사용되는 것들이고, 내 게이트는 인간이 직접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넓었다.

        내 게이트에 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나 내 부하들에 맞춘 길에 불과했다. 인간들이 만드는 잘 포장된 도로는 아니다.

        게다가 내 게이트는 인간이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넓었다. 헌터들이라면 모를까, 민간인들은 금세 퍼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인간들과 상의를 한 끝에, 육로에서는 마이글다에 적당한 안장을 올려 인간들을 태우기로 했고, 3층에서는 바다를 건널 또 다른 운송 수단을 준비하기로 했다.

       

        크우우우우우-!!

       

        캬으으으-!

       

        철썩!

       

        마치 지구의 상어와 고래를 반씩 섞은 것 같은 외형을 가진 물고기.

        아니, 물고기는 아니려나? 인간들이 말하는 물고기는 어디까지나 ‘어류’를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니까 말이다.

        이 아이들은 포유류이니 어류는 아니지. 비록 알을 낳는 포유류이긴 하지만.

       

        ‘비슷한 동물이라면…… 오리너구리가 있겠구나.’

       

        아무튼 이 아이들의 이름은 ‘브라멘가’.

        이 아이들이 서식하던 차원의 인간들이 부르던 이름으로서, 직역하자면 ‘쐐기 물고기’ 정도가 될 것이다.

        마이글다와 마찬가지로 온순한 아이들이라서 이번 손님들의 운반을 맡겼다.

       

        “와!”

       

        “고래인가? 상어?”

       

        “고래 아닐까?”

       

        “귀엽다!”

       

        그래도 인간 손님들도 좋아해 주니 다행이다.

        아무리 저 아이들이 온순하다고 하더라도, 브라멘가는 마이글다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육식동물이다 보니 조금…… 그…… 인간 기준으로 포악한 면이 없잖아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어케 탐?

        – 안장이 없네?

        – ㄹㅇㅋㅋ

        – 저기 안장이 없는데요 라나님?

       

        “브라멘가에 직접 올라탈 생각이었느냐?”

       

        이놈들…… 생각보다 대범한 아이들이다.

        ‘쐐기 물고기’라는 이름과 육식동물이라는 특징에서 알 수 있듯, 브라멘가는 사냥할 경우 피부 아래에 숨겨둔 가시를 꺼내 들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헤엄치기 시작한다.

        물론 지금은 사냥하려는 것이 아니니 가시까지는 꺼내 들지 않겠지만, 저들은 기본적으로 헤엄칠 때는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데다 무척 거칠게 헤엄친다.

        만약 저들의 위에 직접 올라탄다면 금세 밖으로 튕겨 나갈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안장 대신 보트를 준비했다.

        물론 보트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튼튼한 보트로 준비했다.

        우리 쪽에서 만들 수도 있긴 한데, 굳이 보트까지 하나하나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자. 타자꾸나.”

       

        “네!”

       

        “와!”

       

        “요트 여행이다!”

       

        세 척의 보트 위로 인간들과 짐승 기사들이 올라탄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은 각각의 보트를 브라멘가에 연결하기 시작했고, 나는 잠시 이번 손님들의 대표인 황조령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식사할 시간이 아니더냐.”

       

        “네. 아마 저 섬에서 식사 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따로 챙겨 온 먹이가…… 아니, 음식이 있느냐?”

       

        “비상식 정도는 챙겼지만, 그 외에는 따로 없습니다. 라그나님이 따로 준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구나. 잘되었군.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너희를 대접하기 위해 내 수하들이 솜씨를 부렸으니…… 어디, 기대해도 좋다.”

       

        “오!”

       

        “이계의 음식?”

       

        “이계 음식 먹어보는 건가?”

       

        “그런데 먹어도 됨?”

       

        – 이계 음식 먹어도 돼요?

        – 안전 기준 어디 감?

        – ㅋㅋㅋㅋㅋ

        – 부럽다!!! 젠장!!!!!

       

        인간들의 기대와 걱정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의 인간들은 이계의 물질은 하나부터 열까지 강력하게 경계했지?

       

        “걱정 말거라. 오늘을 위해 이미 인간들의 기준도 통과했으니까.”

       

        이미 오늘 요리에 사용될 재료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인간들에게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그중에서 인간들에게 치명적이거나 해가 될 재료는 제외했고, 지구의 식재로 교체할 수 있는 것들은 교체했다.

        물론 반대로 지구의 식재 중에서 내 부하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할 일.

        오늘은 손님 대접이 우선이다.

       

        “까악! 준비 끝났다!”

       

        “준비 끝났습니다!”

       

        때마침 짐승 기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출항하라!”

       

        크우우우우-!!

       

        내 명령과 함께 브라멘가들이 헤엄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황금의 바다 한가운데 존재하는 커다란 섬이다.

       

       

        *            *            *

       

       

        잠시 시선을 돌려…… 대한민국 헌터 협회로 가 보자.

        헌터 협회 건물의 상층부에 존재하는 거대한 회의실에 모처럼 여러 사람들이 모였다.

       

        일단 헌터 협회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회장 김두식.

        그리고 회장과 함께 헌터 협회에 소속된 모든 헌터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 위한 인원들.

        마지막으로…….

       

        “와. 제대로 준비하셨네?”

       

        “그러게.”

       

        와작와작!

       

        “…….”

       

        “…….”

       

        지금 저 자리에 있는 황조령, 그리고 다른 임무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간 김재홍 대신 이 자리에 고문 역할로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S랭크 헌터.

        이현과 그의 파트너인 백익룡이 팝콘을 씹으며 멸천룡의 방송을 함께 시청하고 있었다.

       

        ‘우린 긴장되어서 죽겠는데.’

       

        ‘뭐지? 저 여유는?’

       

        ‘짜증 난다.’

       

        매번 자신은 초대받았다고 옆에서 비틱질 하는 황조령도 짜증 났는데, 저렇게 남 일이라는 듯 팝콘을 씹고 있는 이현과 백익룡도 한 짜증 한다.

        협회 직원들은 눈물을 속으로 감추며 계속해서 방송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곳은 멸천룡 특별 대책위원회.

        멸천룡이 인간들과 우호적인 교류 관계를 맺기를 원한 시점에서 그 목적이 조금 변경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부서는 멸천룡이 방송을 시작할 때마다 뭔가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지 방송을 모니터링 하는 부서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처럼 대형 사고(?)를 칠 때마다 헌터 협회의 회장까지 소환해 버리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부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백익룡님.”

       

        “응? 왜 불러 영감?”

       

        백익룡의 대답에 김두식이 잠시 휘청거렸다.

       

        “…….”

       

        아직 영감이라고 불릴 나이는 아닌데…….

        하지만 차마 드래곤에게 뭐라고 할 용기는 없었기에, 김두식은 속으로만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큼큼! 백익룡님이 보시기엔 어떠신지?”

       

        “흠! 어머니의 방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아닐 테고…… 저 인원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지가 묻고 싶은 것이겠지?”

       

        팝콘을 씹으며 씨익 미소 짓는 백익룡.

        딱히 숨길 생각도 없었기에, 김두식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와!

        = 저기 봐!

        = 예쁘다!

        = 빨라!

        = 와후~!

       

        황금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수많은 별이 뜬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 하늘.

        마치 환상 속 동화 나라에 온 것 같은 풍경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청자들은 때로는 부러움에, 때로는 질투심에, 때로는 대리만족에 감정을 맡긴다.

       

        ‘하지만 저기서 조금이라도 삐끗했다간…….’

       

        김두식의 시선이 멸천룡 방송의 현재 시청자 숫자로 향한다.

        ……지금 평일 오후 아니던가? 왜 이렇게 시청자들이 많아? 그렇게 백수가 많나?!!

       

        김두식은 생각했다.

        만약 방송 중에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상처라도 입는다면? 고어한 장면이라도 나온다면?

        다행히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요즘 시대는 예전만큼 피나 생명체를 죽이는 부분에 대한 검열이 낮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아닐 경우’에 한정한다.

        만약 방송 중에서 아무나 다치거나 공포에 질리는 장면이라도 나오는 순간…… 자칫 잘못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김두식의 걱정을, 백익룡은 웃음으로 날려 버렸다.

       

        “이봐. 영감.”

       

        “……네.”

       

        영감 아니라니까.

       

        “우리 어머니가 나보다는 인간들에 대해 무지하긴 하시지만,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시다.”

       

        인간들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백익룡도 잘 안다. 그리고 그것은 멸천룡 역시 잘 알고 있다.

       

        “우리 어머니가 무엇 때문에 너희들과 협조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전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솔직히 백익룡이었다면 인간들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그의 상식과 지식대로 일을 처리하고 진행했겠지.

        그 과정에서 다소의 사고가 일어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놈의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멸천룡은 모든 과정에서 인간들의 요청과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의 기준에 맞추어 주었고, 인간들이 신경 쓰는 부분을 최대한 맞추어 주었다.

       

        “어머니가 잘 사용하시는 비유를 들자면…… 그거지.”

       

        인간이 개미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개미가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를 위해 집 온풍기를 가동하고,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습기도 몇 개씩 사서 작동시킨다.

        개미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장난감 수레를 사 와서 개미들을 태웠고, 개미들이 편안하게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더듬이에 닿는 범위에 적당한 물건들을 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수많은 요구들이 있었을 것이고, 요구들이 있었을 것이고, 요구들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봐. 너희가 생각해도 엄청나게 귀찮아지지 않나?”

       

        “…….”

       

        “…….”

       

        반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멸천룡은 그 요구를 하나하나 전부 맞추어 주었다.

        단지 인간들이 ‘손님’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러니 믿어라. 어머니가 저렇게까지 신경 쓰시는 이상,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테니까.”

       

        “음…….”

       

        백익룡의 말에 김두식의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아예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가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겠지.

        ……아니면 진짜로 나이를 먹었거나.

       

        ‘그래도 아직은 중년이다.’

       

        김두식이 새삼 실감하는 자기 나이를 떠올리며 우울해하고 있을 때였다.

       

        = 와!

        = 도착했다!

        = 멋지다!

       

        마침내 일행이 섬에 도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 예고 : 먹방.

    그럼 전 고기 구우러 가보겠습니다.

    총총…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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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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