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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 ***

         

       갑작스럽게 봇물처럼 터진 정보에 내 머릿속은 혼란 상태였다.

         

       흑묘가 월복당의 당주였다라? 아니 애초에 월복당이라는 정보조직은 그냥 무영신투 같은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존하는 단체였다는게 더 놀랍다. 

         

       돈가수 다저용 때문에 태양회의 존재를 알게 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을 정보였다.

         

       그런 중요한 정보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선명한 의문이 우뚝 솟아올랐다.

         

       여일예에게 깨달음을 주는 시점에서부터 내가 준 깨달음으로 인해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각오했다.

         

       그 중에는 내가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되었을 때에 대한 각오 역시 있었다.

         

       흑묘가 나에게 자백침을 놨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내가 남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 흑묘여서 이 정도로 끝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만약 흑묘가 아니라 나를 이용하려던 어떤 자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면? 음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군. 다른 자가 만약 내가 남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숨이야 붙어 있겠지만 이미 호천안 인생은 끝났겠지.

         

       내가 그 이후로 흑묘에 대해서 의심만 하다가 그 의심을 금방 접은 이유이기도 했다.

         

       흑묘가 날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당도경에게 깨달음을 준다. 그 과정에서 흑묘는 자신의 의심을 받을 여지를 남기며 동시에 비싼 기진이보까지 소비한다.

         

       이건 뭐랄까…너무 헌신적이잖아? 흑묘는 그냥 손해보는 일 투성이인데 나를 위해서 행동해 주었다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게 사실이었네.

         

       그런 점만 생각해 봐도 흑묘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진심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흑묘가 나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했다.

         

       나랑 같이 다니고 싶다는 점 역시 진심이겠지.

         

       진심인데…이게 한번 찬찬히 되짚어 보자.

         

       흑묘는 처음부터 남의 깨달음을 다룰 수 있는 일의 위험성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못 먹는 떡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

         

       증명할 수 없는 정보는 팔아먹을 수가 없다. 이 무림천하에서 가장 흔한 소문이 저런 무인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이었으니까. 어느 신통한 도사가 절벽에 자신의 심결을 남겼다더라 어느 무인이 무슨 산에서 우화등선했다더라. 어느 기인이 누군가에게 깨달음을 주고 갔다더라.

         

       그냥 소문을 팔 거면 팔았지 굳이 당주인 본인이 나서면서까지 그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까?

         

       흑묘가 나를 찾아온 근본적인 이유. 그냥 호기심이 들었다? 설명이 되기는 하는데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흑묘도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잠입할 근거가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고.

         

       그럼에도 흑묘는 스스럼없이 사천낭인으로서 낭인객잔에 잠입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확신이 들었다. 내 정보 속에서 흑묘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확신이.

         

       그러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흑묘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흑묘가 나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 흑묘가 나를 찾아온 진짜 이유.

         

       그게 대체 뭘까?

         

       흑묘조차도 모르는 흑묘의 심리를 맞춰야 한다니 아주 긴 대화가 되겠군.

         

       “…대화..요?”

         

       “그래. 너는 나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잖아. 그런데 나는 아직도 너를 모르겠다.”

         

       우선은 저 흑영기공과 면사부터 파헤쳐 보자.

         

       지금 객잔에는 아무도 없다. 흑묘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숙수 겸 주인장과 점소이는 어디론가 내뺀 상황. 무언가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바로 자리를 피한 것이 숙련된 객잔업자들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은 아직 보여줄 생각은 없고?”

         

       “..제 얼굴, 특히 눈을 본 사람이라면 매혹당하고 말아요. 눈을 보이지 않아도 조금씩 매혹 당할 수도 있어요. 무공의 경지가 높으면 보통…저항력이 강하긴 하지만 선배는…”

         

       “하, 이몸. 일류.”

         

       흑묘가 입을 다물었다. 딱 봐도 일류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는 의사 표명인지라 그저 머쓱하게 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치료해 보려는 생각은 안 했어?”

         

       “그게…고명한 의원을 찾아가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결국 하루 아침에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보니 의원 역시 매료당해버리고 말아요. 매료당한 의원에게 매력의 근원을 없애달라고 말한들 들어 줄 리가 없지요.”

         

       그러네. 한번에 긍정이 가는 이유다.

         

       “독의님도 무리라고 생각해? 왜 말도 꺼내 보지 않은 거야.”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고수에게 얼굴을 보인 적은 없거든요. 독의님의 정신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눈을 본 상대 중에서 매료가 통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어요.”

         

       저런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위험한 행동이긴 한 것 같다. 독의 달인인 화경의 고수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상태가 되어 버리니까.

         

       “또 선배의 치료가 우선이기도 하고…또 치료가 오래 걸리면 선배가 날 버리고 갈 수도 있으니까…”

         

       “허허..”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하는 흑묘.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의료문제는 의료전문가에게 문의해야지.

         

       *** ***

         

       독의는 객잔에서 좀 떨어진 공터에서 홀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마 여일예의 볼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피해주고 있었던 모양.

         

       “허허. 그러니까. 저 처자가 태음지체이고 태음지체와 함께 하면서 멀쩡할 수 있는 방도를 알려달라는건가?”

         

       “오, 흑묘의 증상이 뭔 줄 아십니까?”

         

       “그거야 보자마자 알았지. 다만 내 환자가 아니라서 티를 내지 않고 있었을 뿐일세. 그리고 흑묘라고 했나? 자네 역시 알고 있지 않았나?”

         

       흑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방법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글쎄. 치료라.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네만. 결국 태음지체는 태음성의 기운이 몸의 근간. 그야말로 진원진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니 그냥 잘 갈무리 하는 수밖에는 없다네.”

         

       “기본적으로 지금과 같이 암살기공으로 기운을 제어하거나…아니면 경지가 화경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네. 이기(以氣)를 깨우치면 바깥으로 발산되는 기운까지 제어할 수 있으니 말일세.”

         

       “…어르신.”

         

       “허허. 미안하구만. 하지만 치료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을 다시 자연스럽게 돌리는 과정. 그러나 체질은 타고 난 만큼 그 상태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일세. 그걸 인위적으로 건드려 의도한 대로의 효과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세.”

         

       화경이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흑묘가 화경에 도달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지금부터 폐관 수련만 해도 최소 십 년은 걸리겠다.

         

       “그러나 자네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

         

       “…예?”

         

       “자네는 저 소저와 함께 다니더라도 별 문제 없다는 뜻일세.”

         

       “그게, 그게 정말인가요?”

         

       나 역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흑묘가 달려들었다. 독의는 흑묘의 조급한 태도에도 성내지 않고 허허롭게 웃었다.

         

       “미안하네만 소저. 자네가 저 친구와 일행인 것은 알지만 이 이상의 설명은 조금 곤란하다네.”

         

       “그런…!”

         

       “잠시 자리를 비워 줄 수 있겠는가?”

         

       흑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객잔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며 떠났다. 독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네도 짐작했다시피 피에 관련된 내용이라 저 처자를 쫓아낼 수밖에 없었네.”

         

       “제 피가 어떤 작용을 한단 말입니까?”

         

       “그렇네. 내 저번에도 말했듯이 자네의 피에는 이미 수많은 기운들이 녹아 있네. 충기현상조차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가득 차 있는 혈맥의 덩어리들. 그건 내 전에도 비유한 적이 있듯이 제방 역할을 하기도 하지.”

         

       그러니까 다른 기운이 침입하기도 쉽지 않다는 건가.

         

       “자네도 태음지체의 영향을 받기는 받을걸세. 이제 빈틈도 생겼겠다 태음기가 스며 들기는 할 테니까. 하지만 태음기가 스며 들기도 쉽지 않거니와 기껏 스며들어도 오래 뭉치질 못하니 극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겠지. 비단 태음지체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환혹효과에는 면역일걸세.”

         

       “으음…그렇군요.”

         

       경지가 올라가면 환혹효과 내성도 점차 내려간다 이건가.

         

       환혹효과 내성이라…전혀 예상치 못한 정보를 얻었다. 이거라면 비경이나 비동 중에서 이 특성을 살려서 공략할 만한 곳이 있겠지.

         

       아니아니..지금 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어르신 만약에 제가 절정에 오를 만큼 제 증상이 완화되어도 그 환혹면역성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흐음. 절정이라…지금처럼 절대적인 면역성은 없어도 그땐 자네의 기량도 그만큼 올라 있을 테니 저항력 정도는 갖출 수 있지 않겠는가.”

         

       독의가 내 질문이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허허 웃었다.

         

       “자네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않나? 이 늙은이가 조언 한 마디 해도 되겠는가?”

         

       “예. 물론입니다.”

         

       “자네는 혹시 정인이 있는가?”

         

       “없습니다만.”

         

       “그럼 나쁘지 않군. 나는 아주 많은 환자들을 봐 왔네.”

         

       독의는 한숨을 내쉬며 차를 마셨다.

         

       “사실 환자를 본다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라네. 중한 환자일수록 예의와 염치를 잃어버리기 쉽지. 신체의 이상은 사람의 마음까지 뒤틀어버리네. 선량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중병 앞에서는 악을 쓰고 사람을 배려하지 않지.”

         

       “저 소저와 같이 짙은 기운을 가진 태음지체는 그야말로 수백 년, 천 년에 한번 태어날까 말까한 몸이라네. 매력과 별개로 그 미모 또한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수준이겠지. 태음성의 기운 탓에 남자는 꼬이고 여자는 질시하니 필시 곡절 많은 인생을 살아왔을 것일세.”

         

       “음.”

         

       “저 처자는 일평생 마음 줄 곳이 없었을 걸세. 이래저래 외로웠겠지. 천애고독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군. 하지만 하늘이 무심하시지만은 않아. 그렇지 않나?”

         

       외로움.

         

       외로움인가. 독의가 말한 저 단어가 내가 품고 있는 의구심을 건드렸다.

         

       흑묘는 내가 진짜 타인의 깨달음을 알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잡입했다. 그래 만약 내가 ‘호천안’으로서의 능력을 가졌다면 그 능력이 내가 가진 기진이보에서 오는지 나 자체가 특별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겠지.

         

       만약 내가 특별하다면.

         

       태음지체를 가진 자신과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함께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는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흑 그런 기대감을 갖지 않았을까.

         

       흑묘는 자신의 동족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함 때문에 세상에서 고립된 자신과 뭐라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가보겠습니다.”

         

       “그래.”

         

       애초에 10여 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고작 그 거리를 걸어가며 여러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흑묘가 나를 재우던 날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기억은 잃어버렸지만 흑묘는 내가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던 것을 붙잡았다고 했지.

         

       그때의 나는 번뜩이는 생각을 떠올렸을까? 글쎄. 적어도 객잔에 불을 지르려고 장작을 휘두르다가 유사연에게 옆구리를 맞았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아마 저지르고 수습하자는 각오로 튀어 나갔을 터였다.

         

       그래서 흑묘는 나를 제지한 것이 아닐까. 내 특별함이 새어나가는 것이 싫어서. 흑묘 본인처럼 성가실 일 투성이인 일에 휘말리지 않고 살 수 있는 내 모습이 보여서.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흑묘의 초조해 보이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절부절 못하며 객잔 입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양새.

         

       “오래 기다렸다.”

         

       흑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이야기는 끝났나요?”

         

       “그래.”

         

       결심도 끝났다.

         

       나는 흑묘의 마음을 일깨우기로 했다. 저 서툰 고양이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숨겨진, 본인도 모르는 진짜 마음을.

         

       “흑묘야, 얼굴을 보여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작수 1만에 이어서 조회수 100만까지…저 스스로 의미부여를 했던 목표였는데 그걸 달성한 순간 뭔가 긴장이 풀렸나 봅니다.

    어쩌면 걍 체력이슈가 터진 것일수도 있고요.

    2연참을 예고해 놓고 0.5일 지각 업로드라니 ㅠㅠ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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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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