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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스트리머는 언제나 연기를 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라고, 아크는 생각했다.

        

       주로, 사소한 일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며 재미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작은 짜증을 거대한 분노처럼 과장하기 위해 소위 ‘샷건’을 치는 것처럼.

        

       아무렴, 방송을 할 때마다 대형 이벤트가 일어날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루하루 소소한 일상만 송출하며 우연히 방송각이 나오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름 높은 텐션으로 시청자들과 티키타카하는 걸 주 컨텐츠로 삼는 아크로서는 더더욱.

        

       물론, 반대로 거대한 일을 축소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해야 할 때도 있었다. 스트리머가 당황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면, 무조건 사건화가 되는 법이니.

        

       아무것도 아닌 양 묵살했더라면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이, 초기 반응 미스로 활활 타오르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라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되뇌며, 아크는 요동치는 채팅창을 애써 무시했다. 물음표가 여러 개 올라오고, 시청자의 약 3할은 ‘도댓?’ ‘차단?’ ‘바람??? 사겨요??’ 따위의 채팅을 반복하고 있었음에도.

        

       함부로 손을 대기엔 너무 큰 이슈였다.

        

       만에 하나라도, 정말로 도댓과 이예나가 사귀던 사이라면?

       도저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정말로 도댓이 3다리를 걸쳤다면?

       그러니까……팬과의 연애, 원나잇, 바람이 포함된 종합선물세트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면?

        

       그 폭탄에 조금의 불씨라도 더하고 싶지는 않다는 일념으로, 아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이어 나갔으나-

        

       “저……혹시나 해서 여쭈어 보는데, 명단에서 계속 내려가면 제 이름 나오긴 하나요……?”

        

       《아. 네. 딱 4번째였는데. 아깝네요.》

        

       “네……믿을게요. 아니, 그런데 그러면 저는 겨우 4윈데 왜 저만 그렇게 저격을……역시! 사실은 제가 제일 좋았던 거죠?”

        

       《저격이요……? 아. 시청자참여 말씀이시구나. 탓티아나님은 러시아 서버 유저고, 러시아어로 방송하셔서 시참하기가 어려웠어요. 2위는 당연히 안 되고……도댓님은, 제 티어가 조금 낮아서 무리였네요. 아, 이젠 큐 같이 잡히긴 할 텐데……다음에 해볼까. 같이 하실래요?》

        

       말 그대로 지뢰밭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아니요!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네. 아쉽네요.》

        

       일단, 불발. 하지만 과연 다음에도 안전할 수 있을까.

        

       극도의 긴장감에, 차라리 폭탄따위 없다고 믿고 내달리고 싶은 욕구가 차오를 지경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허무맹랑한 생각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이게 전남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태도는 아니지 않은가.

        

       ‘혹시, 정말로 그냥 성기사랑 광전사를 플레이 했다는 얘기였나?’

        

       이예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차라리 그냥 눈 딱 감고 아까 얘기 자세히 해달라고 하면……해결되기는 할 텐데.’

        

       하지만, 상상속의 핵폭탄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법.

        

       최악의 경우의 수를 한 번 떠올린 이상, 한 걸음 한 걸음을 신중히 내딛을 수밖에 없었다. 때때로 입을 멈춘 채 채팅을 살피며.

       

       .

       .

       .

       

       그렇게 약 20분 후.

        

       도네이션조차 꺼둔 채, 아크는 기어이 준비된 질문을 모두 주파하는데 성공했고-

       

       “자, 그러면 너무나 아쉽지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 와주셨는데요. 그만큼 최초의 여성 챌린저, 아따먹님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는 뜻이겠죠! 앞으로는 어떤 방송을 보여주실 예정인지,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도적부흥운동을 위한 방송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목표는……글쎄요. 랭크를 돌리면, 도적 선픽했다고 싸움이 나면 좋겠네요. 머지않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도 부드럽게 흘리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네. 좋은……좋은, 목표네요. 여러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재적 피해자 명단에서 한 명의 이름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

        

       인삿말을 나누고 디스코스 음성채팅을 종료한 후에도, 아크는 이런저런 멘트를 주워섬기고 있었다. 2부로 랭크를 돌리고……기념으로, 일반 게임에서 도적을?

       

       ……이건 좀 보고 싶네.

        

       생각해보면, 아크의 방송을 제대로 즐긴지도 오래 된 것 같다. 가끔 들어가서 보기는 했지만……채팅은 못 쳤고.

        

       하지만 그러기엔 아크의 채팅창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 도댓에 대한 이야기……생각했던 것보다 어그로가 심하게 끌린 모양이었다.

        

       그나마도 도댓의 방송에 비하면 양반이었지만.

        

       아크의 방송은 물론이고, 도댓의 방송……도, 재밌어보였지만……아쉽게도, 어느 쪽도 내가 시청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도댓 방송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이야기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의혹들이었다.

        

       적절히 대처했으면 금방 꺼졌을 어그로 같은데.

        

       당황했던 걸까. 숙련된 스트리머답지 않게 어버버거리며 갈팡질팡한 도댓은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바람피는 알파남 이미지가 은근히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저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돈데.

        

       그 탓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크의 채팅창에서도 대체 뭘 용서한 거냐는 질문들이 반복되고 있었다. 대답을 안 하고 있는데도 계속되는 것을 보면, 정말로 궁금한 모양이지만…….

        

       대답하기는, 좀 그렇다.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를 얘기하면, 그건 그냥 마녀사냥이잖아.

        

       질문에서 느껴지는 의도가 불순해서 더욱 문제였다. 아무리 사이버 멍석놀이가 우리네 정겨운 민속놀이라지만……마음 속으로 용서한 마당에, 그런 짓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아크가 광전사 관련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도댓이 도적부흥운동을 배신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서……조금, 이야기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도댓의 악행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정말로.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 때 도적부흥운동의 기치를 맡아주길 바랐을 만큼 높게 평가하던 사람이고.

        

       비어가는 음료수를 단숨에 들이켜고, 새 캔을 손으로 가벼이 쥐었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방송 중입니다!]

       [도적부흥운동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 * *

        

       일주일만의 방송이었다.

        

       약속된 (줄 알았던) 뒤풀이를 박탈당한 채 방치당한 기간만, 무려 일주일.

        

       그간 쌓인 허탈함과 분노를 풀 곳 없이 게시판만 불태우던 이예나의 팬들은, 복귀를 남의 방송에서 한다는 사실에 이미 잔뜩 뿔이 나 있었다.

        

       그나마 인터뷰를 한다니, 사생활의 편린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으나- 그런 쪽으로는 선을 철저히 지키는 아크와의 문답은 무난한 내용들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을 읊어 댔으니, 쌓여 있던 답답함이 어마어마한 화력으로 치환되어 무차별적으로 흩뿌려지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도댓의 미온적인 대처 역시 화재의 규모를 키우긴 했으나- 과실비율을 따진다면, 도댓의 죄는 비교적 작았다고 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각자의 잘잘못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댓은 ‘그런 사람 아니에요’와, ‘아따먹 님이랑은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는 사이입니다’로 요약되는 해명만 앵무새처럼 반복했고,

        

       대중은 더욱 큰 떡밥을 기대하며 요동치고 있었다.

        

       두루뭉술한 의혹에 대해 완전히 잡아떼는 답변이 나왔으니, 이제 결정적인 폭로가 나올 차례 아니겠는가.

        

       그 타이밍에 등장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라는 방제는, 모두의 눈을 잡아 끄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라면 소통방송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방제지만- 지금은, 본격적인 폭로를 시작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밖에 볼 수 없으니.

        

       각지에서 날뛰던 시청자들이 불나방처럼 일제히 모여들자, 검은 화면만 띄워 둔 방송에 수 천명이 모여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야말로 블랙홀마냥 어그로를 빨아들이는 상황.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인터뷰 잘 봤어요』

       『도댓님과 원래 친하셨나요』

       『소통방송인가요』

       『챌린저 축하드려요!!!』

       『대회 신청하셨나요?』

       『따아 언니 사랑해요』

       『도댓이랑 무슨 사이야!!』

       『성기사 광전사 이름 당장』

       『도댓이 모르는 사이라고 하던데 진짜인가요』

       『동지라니 무슨 뜻?』

       『도네 켜주세요』

       『해 명 해』

       『진짜 사귐?』

        

       도댓, 아크, 레반 등 다른 방송들의 채팅창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고- 반대로, 이예나의 방송 채팅창은 읽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설정창을 조작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아. 잘 들리나요.”

        

       드디어 들려오는 목소리. 어지러이 요동치며 화답하는 채팅창은, 잘 들리니 당장 대답을 토해내라는 요구가 담긴 채팅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어울리지 않게 인터뷰까지 했는데. 역시, 사람은 안 하던 걸 하면 안 되나 봐요.”

        

       스르륵거리는 효과와 함께 검은 대기화면이 천천히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오른 것은, 모두에게 익숙한 나오나 클라이언트였다.

        

       “아무튼……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질문은 선착순으로 20개만 받을게요.”

        

       나긋한 목소리와 겹치듯이 타닥타닥하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오고- 화면 상단에, 커다란 글씨가 떠올랐다.

        

       [dam12/dam12]

       

       이예나의 시청자들에게는 치가 떨릴 정도로 친숙한 문구였다.

       

       “물론, 승자의 질문만 답변드립니다. 편하게 들어와서……무엇이든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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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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