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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여태까지는 ‘올리비아’가 자신의 플레이 기록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분명 몰살 회차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다.

       애초에 모든 회차를 통틀어 보아도, 리브가와 에스티가 이런 형태로 대면한 적 자체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올리비아’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난제였다.

         

       ‘만약 나라면…….’

         

       에스티를 공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일차원적인 접근법이다. 에스티의 목적을 알아낸 다음, 그 역할을 에스티 대신 수행해주면 끝이다.

         

       물론 일차원적이라고 해서 그 방법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이카일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들이 에스티의 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마보르에서 넘어온 해적들부터 시작해서, 호시탐탐 이카일을 노리는 외세(外勢)들, 올리비아나 리브가처럼 단신으로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강자들…….

       거기에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수(水)의 마경, 아쿠아르의 어인들까지.

         

       에스티가 괜히 쉬지 못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복도 너머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발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4기사, 프란츠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니 리브가가 말없이 사라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프란츠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리브가님? 리브가님 여기 계십니까?”

       “어……나간지 조금 됐는데요. 무슨 일인데요 프란츠 경?”

       “그게…….”

       

       프란츠는 순간 멈칫했다.

       외인(外人)인 올리비아에게 이걸 말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올리비아의 눈 앞에 프란츠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테일런 프란츠]

       – 레벨 : 74

       – 호감도 : 32

       – 직업 : 평화의 성기사

       – 칭호 : 신성 왕국 4기사, 신실한 노기사.

         

       프란츠의 호감도는 32.

       제대로 호감작을 하지 않은 것 치고는 꽤나 높은 수치였다. 물론 저 정도로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게 만들기는 힘들지만…….

         

       올리비아는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알겠습니다.”

         

       조금 구슬려주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성녀님께서 사라지셨습니다.”

         

       리브가는 아마 등대에 있을 것이다. 에스티의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거기서 하루 종일 버티고 있을 생각이겠지.

         

       그녀가 프란츠에게 따로 언질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성국은 리브가와 에스티가 만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테니까.

         

       성국의 높으신 분들이 보기에 에스티는 수백 수천을 바닷속으로 수장시킨 장본인이다. 고운 시선으로 볼래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성녀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니까.’

         

       올리비아는 힐끗 프란츠를 쳐다보았다.

       아마 교황이 프란츠에게도 따로 언질했을 것이다. 리브가와 에스티가 만나지 못하도록 막으라고.

         

       ‘……방해할 기회가 이렇게 생기네.’

         

       올리비아가 마음속으로 웃었다.

         

       아무튼 이건 방해가 아니다. 리브가가 다칠까봐 걱정해주는 것 뿐이다.

         

       “리브가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그 대신,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무슨 약속 말입니까?”

        “리브가에게 제가 말해줬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프란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브가는 등대에 있어요. 아마 거기서 파도잡이를 만날 생각이겠죠.”

       “파도잡이라면……이카일의 파도잡이 말씀이십니까?!”

         

       깜짝 놀란 프란츠가 두 눈을 부릅떴다.

       침착하기로 유명한 노기사를 이렇게 만들 줄이야.

       에스티의 악명에 남몰래 혀를 내두르는 올리비아였다.

         

       “네, 아마 생각하시는 그 사람이 맞을거에요.”

       “…….”

       

       프란츠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가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지 감히 예상할 수 없었다.

         

       프란츠가 보기에, 리브가는 온실 속 화초에 불과할테니까.

         

       물론 그건 리브가의 무력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생긴 해프닝이지만, 올리비아는 굳이 정정해줄 생각이 없었다.

         

       프란츠의 걱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리브가가 에스티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아, 프란츠 경.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프란츠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이카일에는 언제까지 머무실 계획이신가요?”

       “그건 성녀님께서 결정하시는 사항이기에, 저는 모릅니다.”

       “아……그러면 최대로 머물 수 있는 기간은요?”

       “최대라고 하시면…….”

         

       프란츠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그러다 곧, 말뜻을 이해했는지 눈썹을 으쓱거렸다.

         

       “길어야 올해 말까지일 겁니다.”

         

       하긴, 성녀가 타국에서 1년 이상 머문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될 테니까.

       리브가가 떼를 써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도 교황이 정말로 많이 양보해줘서 가능했을 테니까.

         

       ‘그러면 에스티와 리브가가 같이 있는 건 앞으로 많아야 한 번인가?’

         

       계산에 따르면 리브가의 다음 기억이 993년 7월이니까……아마 맞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회귀자끼리 동선이 겹치면 가장 많이 손해를 보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디 가십니까?”

       “잠시 갈 곳이 있어서요.”

       

       올리비아는 프란츠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복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관전 상태로 전환했다.

         

       [남은 전환 횟수 : 3회]

         

       잠시 멍하니 서있던 ‘올리비아’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당신은 현재, ‘올리비아’를 관전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올리비아’는 내일 해가 뜨자마자 이카일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에스티와 어떻게든 담판을 지어야 된다.

         

        올리비아는 허공에서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자, 어떻게 할거냐. ‘올리비아’.

         

         

       *****

       

         

       에스티는 해수면 위에 누워 있었다. 배영의 형태가 아니다. 그녀의 몸은 마치 연꽃처럼 물 위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꼬르륵, 바다 깊은 곳에서 누군가의 숨이 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스티의 미간이 약간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녀는 미동도 없었다.

         

       이 때라도 쉬어두지 않으면, 정말로 위험했으니까.

         

       – 지켜.

         

       몇 분 쉬지도 못했는데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켜.

         

       에스티가 이를 악물었다.

         

       “……닥쳐.”

         

       목소리는 매번 달라졌다. 어떤 때에는 어린 아이의 것이었고, 또 어떤 때에는 중년 남성의 것이었다. 그들 모두 끔찍했지만, 그 중 가장 끔찍한 목소리는 단언컨대…….

         

       – 지켜지켜지켜지켜지켜지켜지켜.

         

       목소리‘들’이 폭주했다. 마치 온 신경을 갉아먹는 듯한 목소리에 에스티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를 막아도, 물 속으로 가라앉아도,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괴로워.’

         

       참다 못한 에스티가 파도를 일으켜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적’을 찾아나섰다.

         

       – 지 켜 지 켜 지 켜.

         

       이 빌어먹을 년놈들을 잠잠하게 하는 방법은 그뿐이었으니까.

         

       에스티는 양 손으로 귓가를 감쌌다. 그녀의 눈동자는 실시간으로 빛을 잃고 있었다.

         

       “파도다! 이카일의 미친 파도가 온다!”

         

       수평선 너머가 비정상적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해적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당장 키를 돌려!”

       “선장님! 아직 약탈조 놈들이…….”

        “버려! 저 새끼들 기다렸다간 우리까지 다 뒈진다!”

         

       몇몇 해적들은 양손에 들린 금은보화도 포기하고 수면으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자리에 남았다.

         

       “쫄지마!”

       “여긴 상선이다! 아무리 저년이라고 해도 상선을 해코지 하지는 못해!”

         

       비록 약탈한 것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탄 배는 엄연한 상선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포로들이 잡혀있는 상선.

         

       해적 중 하나가 총을 치켜들고 기세좋게 외쳤다.

         

       “이카일의 파도년아! 여긴 상선…….”

       

       하지만 그들은 판단을 잘못했다.

         

       에스티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미친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파도가 갑판에 있던 이들 전부를 그대로 쓸고 지나간 걸로 모자라, 배를 수십 조각으로 쪼개버렸다.

       파도에는 눈이 없었다.

         

       “저, 저 미친년!”

       “닥치고 저어! 욕할 시간에 노를 한 번이라도 더……!”

         

       먼저 도망간 해적들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로 붉은 피거품들이 올라왔다. 전부 파도에 찢겨 죽은 것이다.

         

       “…….”

         

       귓가에 울리던 목소리가 잠잠해지며, 에스티의 눈동자에 피어올랐던 광기도 점차 가라앉았다.

       에스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 끝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상인들이 보였다.

         

       죽지는 않았다. 다만 기절했을 뿐이다.

       저들은 로엘 왕국 소속 상인들. 괜한 분쟁의 불씨를 만들 수는 없었다.

         

       에스티가 손을 뻗자, 해류가 방향을 틀어 상인들의 몸을 감쌌다. 상인들을 뭍으로 인도하려는 그 순간,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바다 밑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이 아니었다.

         

       “좀 도와줄까요?”

         

       그곳에, 제국의 대마법사가 있었다.

         

       에스티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튕겨 상인들을 순간이동시켰다.

         

       “너…….”

       “로엘 왕국으로 보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올리비아가 무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에스티는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위험한 마법사.

       하지만 그렇다고 선공할 수는 없었다.

         

       ‘……금탑주의 제자.’

         

       올리비아를 해코지한다면, 필히 대륙 최강의 마법사가 이카일을 침공할 것이기에.

         

       유해하되, 공격할 수 없는 자였다.

         

       ‘대화를 섞으면 안된다.’

         

       설령 올리비아가 먼저 공격하더라도, 이쪽은 수비 밖에 할 수 없다. 계산을 마친 에스티가 빠르게 뒤돌아섰다.

         

       쩌저저저적!

       

       “……이게 무슨 짓이지?”

         

       거대한 빙벽이, 에스티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제가 방금 말했잖아요. 그 쪽 도와드리겠다고.”

        “필요 없…….”

        “목소리.”

       

       멈칫. 에스티가 잠수하려다 멈추었다.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녹안과, 하늘을 닮은 벽안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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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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