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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 하늘의 끝은 마력 기반 게임일텐데 왜 저기서 무공을 쓰고 있는 거야?

       

       일수는 자신의 놀람에 공감해줄 사람을 찾아 댓글을 살폈다.

       

       – 뭐임? 뭐임?

       – ????

       – 아니. 와. 몇 번을 봐도 이해가 안 되네.

       – 저게 뭐냐.

       

       [화령 치트 쓴 거 아냐?]

       

       각성도 안 했고, 스킬도 없는데 병사가 쓰던 철검으로 용을 잡는다고?

       

       말이 안 되잖아.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저 인간 왜 하늘의 끝에서 아피스를 하고 있냐.

       └ 아피스에서도 저런 거 못해…

       – 엔리가 치트 아니래. 화령 그런 거 쓸 줄 모른다는데?

       └ 이 쯤 되면 엔리가 말하는 게 사실인지도 의심해봐야 하지 않냐?

       └ 아 ㅋㅋ. 저런 괴물이 VR초짜란 걸 어케 믿냐.

       

       

       [이래도 천마가 사기냐?!]

       

       니네가 양심이 있으면 말해봐!

       

       저런 인간이 잡으면 무슨 캐릭이던 쌔지!

       

       편사 하는 것 좀 봐라! 걍 저 인간이 규격 외인거야.

       

       – 나 천마까였는데 화령 방송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 좀 말이 안 되는 사람이긴 해.

       – ㅈㄹ ㄴ. 그럼 한서우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나만 놀란 게 아니었구나. 다들 똑같이 생각하네.

       

       이런 짓을 했으니 어제 하루 종일 커뮤를 불태웠지. 하여간 저 사람은 살아있는 장작이라니까. 좋은 의미에서 말이야.

       

       페이지를 내리며 사람들이 감탄하는 걸 구경하던 그는 아직 넘겨야 하는 페이지가 한참 남은 걸 확인하고는 멈칫했다.

       

       용 잡는 걸로 끝난 게 아냐? 뭘 더 했어?

       

       이후 화령의 행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였다.

       

       [저 퍼즐이 물리로 해결되는 거라고?]

       

       [하르키아 성 결계를 주먹으로 부실 수 있는 거였어?]

       

       [아니 왜 화령은 하늘의 끝에서 무쌍을 찍고 있냐?]

       

       [눈이 안 보이면 다른 걸로 느끼면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길을 따라 안 내려가고 길을 만드는 건데?]

       

       [풀파워 하르키아가 잡을 수 있는 보스였다고!?]

       

       경악에 경악이 더해졌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화령의 이름이 수도 없이 올라갔다.

       

       가끔.

       

       [칭찬에 당황하는 화령님 귀여워.]

       

       [이 사람 계획적인 척 하지만 은근히 막무가내인 것 같은데.]

       

       [화령 싸울 땐 멋있는데 그게 아니면 은근 허당인 것 같아.]

       

       라는 소리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화령의 무위에 감탄하는 중이었다.

       

       나를 상대할 땐 많이 봐준 거였구나.

       

       저 사람이 진심을 냈으면 나도 데케이님이나 편럽 형처럼 3초컷 당했겠네.

       

       일수는 여러 영상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괴물이 오늘부터 그를 가르쳐주기로 한 것 아닌가.

       

       분명 실력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챌린저 지박령이었던 냥냥권법이 최근 프로 리그에 입성할 정도로 실력을 늘린 걸 보면 분명 나도 지금보다 더 위로 갈 수 있을 거야.

       

       어쩌면 공식 리그에서 뛰는 현직 프로들이랑 맞붙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기대에 부풀어 있던 일수는 문득 지난 번 냥냥권법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화령님 가르칠 땐 진짜 빡시게 가르치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세요.’

       

       그 이야기를 할 때 냥냥권법은 혼이 빠진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호들갑을 떠는 걸까.

       

       잠깐 걱정을 하던 그는 게임의 훈련이 힘들어봐야 게임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냥냥권법의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

       

       약속시간 30분 전에 게임에 접속한 일수는 바로 화령에게 연락을 했다.

       

       <저 접속했습니다.>

       <마침 잘 왔어요. 방은 만들어져 있으니 들어오세요.>

       

       평소 화령이 사용하던 것에 비해 정중한 어투에 다른 사람한테 문자를 보냈나 싶었지만 상대는 분명 화령이 맞았다.

       

       이 사람. 평소엔 이런 어투를 쓰는 건가? 역시 아피스에서의 말투는 컨셉인 걸까.

       

       화령이 기다리는 방에 접속한 일수가 보게 된 건 땅을 굴러다니는 냥냥과 그걸 한심한 듯 바라보는 화령의 모습이었다.

       

       “또 똑같은 실수를 했구나.”

       “죄송합니다!”

       

       냥냥의 아바타는 너덜너덜했다.

       

       얼굴이건 옷이건 흙먼지로 칠해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천마 아바타가 저 꼴이 될 정도라니. 얼마나 구른 거야?

       

       “왔나. 당…”

       

       일수의 얼굴을 본 화령은 그의 이름을 부르려다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가 지난번에 만나고 일주일이 안 됐는데 내 이름을 까먹었다고? 진짜?

       

       놀리는 것 같진 않았다. 화령은 자신의 턱을 두드리며 진지하게 그의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존재감이 그렇게 약했나. 일수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한 번 자기소개를 했다.

       

       “당소일입니다.”

       “그래. 당소일. 미안하군. 이상하게 그대의 이름은 영 기억에 안 남는단 말이지.”

       “그러십니까.”

       

       조금 말을 돌려서 할 법도 한데 화령은 담담한 어투로 직구를 던졌다.

       

       덕분에 일수의 입꼬리가 살짝 굳어버렸다.

       

       “안 그래도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잘 왔다.”

       “뭔가요?”

       “오늘 그대를 가르치는 걸 방송에 내보낼 생각이다만 괜찮겠느냐?”

       

       화령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안 그래도 일수가 물어보려 했던 것이었다.

       

       시청자들의 요청이 있어서 오늘 가르침 받는 걸 방송해도 되냐 물어보려 했는데 화령이 먼저 제안을 해줬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상관은 없는데 그럼 저도 방송을 켜게 해주세요.”

       “아아. 그건 마음대로 하거라.”

       

       화령과 일수가 대화하고 있으려니 그 옆으로 너덜너덜해진 냥냥이 다가왔다.

       

       그녀의 눈에선 이미 혼이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얼마 전부터 구르고 있던 겁니까?”

       “한 시간 전부터요.”

       “근데 이 꼴이에요?”

       “이 정도면 화령님이 살살해 준 건데요.”

       

       살살해 준거라고? 이게?

       

       일수는 곁눈질로 화령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는 냥냥의 말을 들으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냥냥이 한 게 진담이었구나. 과장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다만 슬슬 시작을 해볼까. 방송도 키겠다.”

       “아. 저도 킬게요.”

       

       – 당하

       – 당하~

       – 오늘 일찍 켰네.

       

       “안녕. 오늘 화령님한테 교육 받기로 했잖아. 그거 송출해도 된다고 하셔서 방송 켰어.”

       

       – 오. 찐 천마 있네?

       – 냥냥은 애 너덜너덜해져 있냐? 뭔 일 있었음?

       – 냥냥 정신 나간 거 같은데?

       

       “나 오기 전에 좀 굴렀다 그러시더라.”

       “지금 제 모습을 보고 조금이란 말이 나와요?!”

       “아니. 방금 냥냥님이 얼마 안 구른 거라고 했잖아요.”

       “그건 화령님 기준이고! 저는 엄청 힘들었다고요!”

       

       냥냥이 투덜거리는 것을 일수가 달래주는 동안 화령도 몰려든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재미없는 교육방송이 될 예정이다.”

       

       그녀의 시청자들이 무슨 말을 한 건지 화령은 입술을 삐죽 내민 채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저 사람 저렇게 표정변화가 다양한 사람이었나.

       지난 번 대회 때는 항상 심드렁한 표정이었던 것 같은데.

       

       “에잇! 시끄럽다. 재밌으면 보고 아니면 가면 되잖느냐. 이제 진행을 할 테니 알아서 하거라!”

       

       화령은 시청자들을 다그치고는 냥냥과 일수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꺼낸 건지 모를 곰방대가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한 모금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하늘로 올린 그녀는 일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대의 문제에 관해서는 지난번에 파악을 마쳤다.

       천마신공을 다루는 자치고는 과할 정도로 신중하고, 안정적이고, 겁이 많지.”

       

       담백하게 나열되는 팩트의 폭격에 일수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거의 비난에 가까운 깎아내림이었지만 일수는 차마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녀가 한 말은 모두 일수 본인이 느끼고 있던 문제였기 때문에.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게 뭔가요?”

       “무의 이치를 따를 줄 모른 다는 것이지.”

       

       무? 이치?

       

       VR시대 초기의 무틀딱이나 할법한 소리에 일수의 고개가 기울었지만 화령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말을 이었다.

       

       “무라는 것은 이치를 따름에 따라 자연스레 펼쳐지는 것이다만 그대는 동작에 이치를 끼워 맞추고 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경지가 바닥에 머무는 게지.

       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피스고 뭐고 vr에서 무를 다루는 이들 전반에 깔린 문제다.“

       

       화령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채팅창에 ?가 연이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무틀딱이라거나, 만화에 나올 법한 말을 하고 있다거나,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는 게 사람들의 보편적인 반응이었다.

       

       그건 화령의 채팅창이라 해서 다르지 않은 듯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할 말을 골랐다.

       

       “으음. 권을 내지른다 치자꾸나.”

       

       화령이 팔을 들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허나 그 여파는 가볍지 않았다.

       

       내지른 주먹을 바람이 쫓아오며 냥냥과 일수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만일 내가 게임 속 캐릭터고, 보정에 의해 이런 기술을 펼쳤다면 그대들은 내 동작에 집중했을 것이다.

       팔을 들어 주먹을 내질렀다는 것만을 보고 그걸 따라하려 했겠지.“

       

       그게 이상한가?

       

       일수는 속으로 그렇게 반문했다.

       

       모두들 그런 식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보정을 따라함으로써 캐릭터의 기본을 익히고 그걸 기반으로 무의 연구를 거듭하는 것.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이렇게 하면 좀 더 위력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안정적이다.

       

       이건 이게 괜찮고 저건 저러는 게 낫다 토론을 하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완성을 시키는 게 VR에서의 무공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흉내를 통해 일정한 성과를 이루었고 거기에 만족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허나 더 위를 바라 볼 것이라면 단순히 동작을 보는 게 아니라 동작에 담긴 이치를 봐야 한다.”

       

       그래야만 무의 끝을 볼 수 있다고 화령이 이야기했지만 일수는, 그리고 시청자의 대부분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만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던 화령은 한참이나 곰방대를 물고 있다가 한숨을 내뱉듯 연기를 뱉었다.

       

       “그래. 처음부터 시작하자꾸나. 처음부터.”

       

       그녀의 말엔 짜증과 체념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당소일 그대는 천마신공을 무어라 생각하는가.”

       

       일수는 화령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에게 천마신공이란 천마가 지닌 무기에 불과했다.

       

       검성이 검을 사용하고, 용사냥꾼이 창을 사용하듯 천마는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 천마신공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을 리 없었다.

       

       화령은 일수이 침묵하리라 예상한 것처럼 피식 웃으며 재차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리 허술한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답해보거라.”

       “어. 전 그냥 천마신공을 무기라고 생각해서.”

       “어떤 무기인가?”

       “네?”

       “무기에도 종류가 있다. 그대가 생각하는 천마신공은 어떤 무기인가.”

       

       어떤 무기냐. 라.

       

       일수는 그런 걸 고민해본 적 없었다. 그렇지만 화령이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힘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모두 부숴버리는… 그래.

       

       “망치요.”

       

       일수에게 천마신공은 망치였다.

       

       두 손으로 들어도 모자랄 만큼 거대한 망치.

       

       내리친다면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분쇄할 그런 망치 말이다.

       

       그리 대답을 하자 처음으로 화령의 입가에 웃음이 새겨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늅늅이[챌] 교육 시키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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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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