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20

    <820 – 학생회의 권력(3)>

     

    4학년 하급반의 쉬운 졸업과제를 모두 깨버려서 어려운 단체졸업과제 <한계돌파작전>을 강제한다.

    오크노디의 작전은 듣기만 해도 측근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그게 되면 애초에 우리가 4학년 하급반 졸업생이지 2학년이겠어?”

     

    듣는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했다.

    무려 2년이나 예습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히히. 그래서 저도 다 생각이 있죠. 졸업과제들도 실은 날먹이 가능하거든요!”

    “뭐? 교장님이 깐깐하게 검사하는 졸업과제에 어떻게 날먹이라는 단어가 공존할 수 있어?”

     

    도서관에 들러서 자료조사나 추가공부를 하지 않고도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만으로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망언 이래로 오랜만에 갱신되는 오크노디의 충격적인 어록!

     

    “졸업과제로 인정받는 내용은 보통 어떤 경우라고 생각하세요?”

    “어려운 난이도?”

    “금패급 이상의 몬스터?”

    “갸하핫. 높으신 분의 의뢰 아니겠냐? 국왕급 퀘스트라거나.”

    “마법술식의 혁신을 이루는 논문 작성?”

    “전부 맞아요! 근데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배신자 추적’ 및 ‘아카데미 특급 회수의뢰 목록’도 여기에 포함이 되어요!”

     

    물건만 찾으면 된다는 말에 현 에소니아 모험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사벨이 보물냄새를 맡은 것처럼 관심을 보였다.

     

    “얼마나 귀한 보물인데?”

    “보통은 반납 기한을 놓치거나 소유주가 사망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넘버즈 마도구>나 <도서관의 금서>들이 여기에 해당되어요!”

    “돈 냄새는 나는데 죽을 각도 넘쳐나네… 그런 굉장한 보물의 주변에는 당연히 엄청나게 강한 적이나 위험이 도사릴 텐데 그게 어떻게 날먹이야.”

     

    이사벨은 실망했다.

     

    “실망하기엔 아직 일러요. 아무리 강력한 적도 누구나 수백 년을 살아남지는 못하거든요.”

    “소유주도 적도 이미 죽어서 덩그러니 버려진 물건들이 있다고…?”

    “학생회 국장급 이상이 되면 생기는 <아카데미 특급 회수의뢰 목록>을 보면 시기가 꽤 오래 지난 의뢰들이 남아있거든요. 국장급은 보통 그런 일을 안 해도 여유가 있고, 굳이 좋은 의뢰를 남한테 줄 정도로 인심이 좋지도 않아서 정확한 정보 없이 구전으로만 전해지는 의뢰들이 많아요.”

    “아하. 4학년 하급반 중에서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인생역전 한 방 졸업만 노리고 그런 구전으로 떠도는 물건 회수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도전한단 말이지?”

    “맞아요!”

     

    이사벨은 4학년 하급반 선배들의 마지막 희망일 날먹 졸업과제를 대신 깨버리는 것은 너무 잔인한 짓이 아닌가 고민되었지만, 호문쿨루스들의 처우를 알면서도 악습과 폐단을 거듭하려는 선배들이 먼저 잘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였다.

    솔직히 이 선배들은 당해도 싼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뭘 하면 돼?”

    “에소니아 모험단과 굴착장비, 돌발사태에 대비한 호위부대 준비요!”

    “누가 가면 돼?”

    “엣. 굳이 우리가 갈 필요도 없는데요?”

    “그 정도로 쉽다고? 아카데미에서 특급 회수의뢰를 내걸 정도의 물건이면 아무리 못해도 던전 보스룸 보관 상자 수준의 엄중한 방어를 받고 있을 텐데.”

     

    내가 죽더라도, 혹은 장시간 자리를 비우더라도 남 좋은 일은 할 수 없다며 귀중품을 위험한 던전에 꽁꽁 감추는 인생 선배들은 적지 않다.

    회수하려면 작정하고 던전 맞춤형 장비와 공략법을 숙지하고 최정예 공략대가 도전에 나서거나, 인명을 갈아가며 피로 쓰는 안전수칙으로 공략법을 직접 찾아가며 도전하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이사벨의 상식은 그랬다.

    그리고 지금.

    오크노디는 상식 밖의 세 번째 방법을 제시했다.

     

    “던전을 굳이 그대로 따라가서 출제자의 의도대로 공략할 필요는 없죠. 백도어로 보물상자가 있는 곳만 뚫어서 슥 집을 수 있으면!”

    “…!”

     

    던전에서 하면 가장 예의 없는 짓 1순위, 보물상자 직행 숏컷 지름길 백도어 뚫기 작전이 시작됐다.

     

     

    * * *

     

     

    에소니마 모험단은 이사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기꺼이 작전에 동참했다.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던 참이었어.”

    “설마 우리 옛 고용주가 재단이었다니.”

    “단장을 해치는 일에 동참했던 과거를 이렇게 세탁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전해야지.”

     

    자신들을 위해 저 험난한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학업에 몰두하는 것도 모자라 세계각국의 쟁쟁한 인재들과 인맥을 다지는 이사벨.

    그녀가 재단의 이사장 사후 뒷세계의 1인자를 앞다투는 다크프린세스와 암흑상단의 상단주 지젤과도 돈독한 우정을 쌓았음을 알았을 때, 에소니마 모험단 소속 모험가들은 깊이 반성했다.

    이사벨은 우리를 위해 거물들과의 인맥도 쌓고 있는데 우리는 정작 이사벨을 방해했다니!

     

    “다크프린세스는 수틀리면 인간의 영혼을 하나씩 악기에 담아 고문하며 비명을 선율 삼아 노래처럼 즐기는 괴물이래.”

    “암흑상단주는 아무리 많은 재화를 지불해도 영원히 원하는 상품이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없는 랜덤가챠매매법이라는 사악한 거래를 한다고 들었어.”

    “그런 괴물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며 인맥을 다지기도 바쁘신데 방해까지 한 민폐를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갚아보자고.”

     

    재단공방전에서의 활약은 부족했다.

    에소니아 모험단보다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았기에.

    이번에는 다르다.

    무려 에소니아 모험단이 주축이 되는 발굴작전!

    지도의 좌표를 따라 내려가 보물만 슥 가지고 나가면 되는 날먹작전이다.

     

    “선생님들이 이번에 호위를 맡아주신 분들입니까?”

    “죽엉.”

    “맞다고 했엉.”

    “…번역기 성능이 정말 좋으시군요!”

    “하하,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죽엉무새와 싫엉무새가 워낙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라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실력은 확실히 강해진 아이들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크노디가 붙여준 에소니아 모험단의 호위는 재단 지부장 파시블 예프와 그의 정예부대였다.

    죽엉무새와 싫엉무새 뒤로도 비서 까망과 수많은 각기 다른 컨셉을 지닌 미소녀들이 부대를 이루었으니, 에소니아 모험단은 인생 허망함을 느꼈다.

     

    “우리도 모험을 아무리 많이 해도 여자는 점점 줄어들고 실력만 늘던데 저긴 왜 여자밖에 없지?”

    “호위대장님. 비결 좀 알려주십쇼!”

    “하하. 그건 여러분이 모집공고로 실력자만 뽑아서 그렇습니다.”

     

    에소니아 모험단의 활동구역은 주로 인류한계지역 안팎의 위험지역.

    상당한 실력자가 아니면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럼 실력자가 아닌 인력을 받으면 여자들이 늘어나는 건가?”

    “그런 것치곤 강한 여자 모험가들이 없는 것도 아니던데…”

    “그 강한 여자들을 저 인간이 다 데려갔나?”

     

    딱히 파시블 예프의 부하들이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니었다.

    재단이 쫄딱 망하고 인근 지부를 집어삼킨 파시블 예프는 귀한 영약들을 모조리 부하들의 전력증진에 마구마구 쏟아부었다.

    덕분에 진화에 가까운 스펙업을 거친 부하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반들거리고 깃털은 윤기가 흘렀다.

     

    “비결은… 약한 아이들을 열심히 키워서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 좋은 방법이!”

    “여러분도 이번 임무로 한탕 크게 벌면 신규대원의 모집과 단계별 모험에 따른 성장코스를 준비할 여유가 생길 겁니다.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길.”

     

    임무 성공에 대한 동기부여가 두 배로 커진 에소니아 모험단은 열심히 장비를 조작하여 땅을 파고 던전에 구멍을 뚫었다.

    던전 주변의 지형은 던전의 마력에 따라 외부의 침입을 불허하는 굳건한 성질을 지녔는데, 심한 경우에는 던전 자체의 전체방어력과 보호막 수치에 비례하여 흙과 자갈 알갱이 하나조차도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고난이도 던전은 한층 더해서 환경을 변화시켜. 이 던전은 극양지기의 던전이라서 열풍이 부네.”

    “…우리 채굴하다가 인간튀김 되는 거 아닙니까?”

    “흥. 그럴 일이 없으라고 내가 함께 온 거야.”

     

    로지니가 화속성 마나퍼즐을 조작해서 열풍이 빠져나갈 길을 뚫었다.

    보호막이 자극받으며 분출되는 열풍은 로지니가 만들어낸 화속성 마나가 더 흐르기 좋은 술식통로를 따라 지상으로 솟구치며 사라졌다.

     

    “좋았어, 마법사가 있으니 던전의 침입방지장치에 죽을 걱정은 덜었군. 여세를 몰아서 역장을 속이고 뚫어보자고!”

     

    던전을 속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던전보호막을 건드리는 대상이 던전의 방어와 확장에 도움이 되는 ‘재료’라고 탐지되면 침입을 불허하는 대신, 역으로 손쉽게 허용한다.

    주변지형이나 재료를 던전 스스로 잡아먹는 것이다.

     

    [속이 ㄷ 모양으로 뚫린 진홍염석 블록]

    [속이 ㄱ 모양으로 뚫린 순열광석 블록]

    [속이 ㄴ 모양으로 뚫린 마그마 블록]

    [속이 H 모양으로 뚫린 파이어스톤 블록]

     

    블록이 소화되기 전에 블록 안에 뚫어둔 구멍을 통해 보호막이 허물어진 던전 내부에 진입, 보스룸 뒤에 구멍을 뚫는다.

    생산학부의 특급재료를 이용한 비겁하고도 참신한 던전 공략이었다.

     

    “다크프린세스는 이런 지식을 어떻게 알아낸 걸까?”

    “던전보호막에 사람을 집어던지며 역장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보다가 깨닫지 않았을까?”

    “이사벨은 참 새삼 대단해. 그런 무서운 아이의 곁에서 이렇게나 오래 살아남다니.”

     

    파시블 예프는 사람들이 다크프린세스를 두려워하는 모습에 내심 그게 뭐가 무섭지? 싶었다.

    인간성을 제물로 바쳐 힘을 얻은 탓에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게 된 까닭이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두려움은 사기를 낮추고 업무효율을 낮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다크프린세스의 변호에 나섰다.

     

    “여러분. 다크프린세스는 여러분의 생각만큼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다크프린세스는 사람을 역장에 맞고 튕겨나가기를 반복하며 오래도록 고문하는 대신, 한번 눈 밖에 나면 원큐에 골로 보내버리는 스타일이거든요.”

    “…”

     

    한층 더 싸늘해진 분위기 속에서 잔뜩 겁에 질린 에소니아 모험단 모험가들이 채굴 장비 조작에만 집중하였다.

    괜히 업무 중에 잡담이나 나누었다는 보고가 위에 올라갔다가 원큐에 골로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석

     

    “뚫렸다!”

     

    다행히도 죽음을 연상토록 하는 숨막히는 침묵은 금방 끝났다.

    보상룸 뒤편의 벽이 뚫린 것이다.

     

    “죽엉!”

    “보물상자는 우리가 가져간다고 했엉.”

    “잠깐! 수인 아가씨들, 그 상자는 그냥 손대면 죽을 수도 있어.”

     

    베테랑 모험가들로 이루어진 에소니아 모험단은 던전 보물상자의 실체를 알고 있다.

     

    “저것의 정식명칭은 보관상자. 던전에서 자라고 죽는 모든 생명의 마나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상자 안의 물질을 강화하는 일종의 마나드레인 박스야.”

    “죽엉?”

    “무슨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장치냐고 물었엉.”

    “보물상자의 기운과 같은 던전 내 생명들의 마나를 잔뜩 수집하면 상자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친밀도가 100이 되면 사냥으로 취득한 마나를 제물로 바쳐서 간단히 상자가 열리죠.”

    “반대로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우리처럼 샛길로 온 사람은 상자가 침입자로 간주해서 미라가 될 때까지 마나를 먹어 치울 수도 있다고.”

     

    일하지 않은 자가 열면 죽는 상자!

    그렇기에 던전공략은 공략 기여도가 중요했다.

     

    “죽엉!”

    “그럼 어떻게 가져가냐고 물었엉.”

    “하하. 뭐 요는 생체마나가 없는 존재는 벌컥 열어도 아무 탈 없다는 겁니다. 마나를 뺏기면 어쩔 겁니까? 애초에 마나가 없는데.”

     

    조작패널을 든 정비공Mechanic 클래스의 모험가가 기계 로봇을 조작해서 보물 상자를 열었다.

    사람이라면 즉사할 수준의 마나드레인이 기계를 덮쳤으나, 기계는 마나가 없어서 죽지 않았다.

     

    “앗, 상자 안의 저 아이템은 금서야!”

    “미친. 잡기만 해도 미쳐 죽는다는 책들?!”

    “근데 저건 기계잖아.”

     

    기계는 마음이 없다.

    금서의 정신판정에 타락하고 지배당할 걱정 자체가 없었다.

     

    “와씨, 전사 마법사 이거 왜 있음? 1파티 1메카닉이 필수 아니냐?”

    “근데 이럼 도적이 필요없지 않아?”

    “그러게. 함정도 샛길을 뚫으면 볼 일이 없고, 상자도 기계가 알아서 열고 대신 함정 맞는데 딱히 없어도 되겠네?”

     

    오크노디의 던전 보물상자 최종보상 빼돌리기 지령은 수많은 모험가들을 피눈물흘리게 만들 뿐 아니라, 도적들의 실직률을 올리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

    오크노디의 스승인 만능도적 디스트로이어가 알거든 훌륭한 도적감이라고 열심히 키웠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 제자를 두었다며 통탄할 노릇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던전최종보상을 도둑질하고 동업자를 실직자로 만드는 사악한 다크프린세스의 부하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