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21

    <821 – 학생회의 권력(4)>

     

    저학년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사실 4학년은 졸업과제를 1학기에도 제출할 수 있다.

    3학년까지 학점을 다 쌓고 4학년이 되면 4학년 필수강의만 1학기에 신청하고 조기졸업을 위해 강의를 다 듣기도 전에 시험문제 유출금지의 서약서를 작성하고 빠른 시험을 신청한다.

    시험을 합격하면 졸업까지는 졸업과제 하나만 남게 되는 졸업 스피드런 메타!

     

    “2학기 되면 거기서 거기인 녀석들이랑 졸업과제 경쟁해야 한다. 주제 겹치는 놈들끼리 피 터지게 싸울래, 3학년까지 개같이 구르고 4학년 날먹할래?”

     

    선배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

    조기졸업메타는 필수강의 난이도가 낮아서 졸업과제에 빨리 도전할 수 있다는 이유로 3학년 중급반에서 상급반 사이의 학생들이 4학년 하급반으로 지원해 치르는 일종의 학력사기공략이다.

    대충 들어도 그 사기성을 짐작할 수 있기에 어떤 학생들은 모두가 다 같이 1학기 졸업과제 메타를 타면 결국 피 터지는 경쟁을 하는 건 똑같지 않냐며 회의감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착각은 금방 정정된다.

     

    “너 하루에 몇 시간 자냐.”

    “3시간이요…”

    “아니 아직도 마나연공법으로 수면을 대체 못 해? 너처럼 재능 없는 놈들은 1학기 졸업과제 메타에 도전할 자격도 없다!”

    “1년 치 학점을 앞당겨서 채우는 게 쉬워 보이냐?”

    “너 뭐 졸업 확정이야? 나라 물려받을 왕자야? 밖에서 니가 깰 졸업과제 만들어 주고 있어?”

    “아, 아닙니다…”

    “그럼 너보다 똑똑하고 가문의 지원도 두둑한 녀석들 사이에서 먼저 치고 올라가겠다고 깝치지 말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아!”

     

    자격 없는 자들은 도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1학기 졸업과제메타!

    마나연공법의 원숙함, 학부전공지식의 숙달, 타고난 재능과 가문의 지원까지 모든 걸 다 가져야만 걸을 수 있는 로얄로드이자 지름길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지름길을 걷고 있는 4학년들이 지친 걸음을 옮기며 보스룸 너머 보상룸에 입성했다.

     

    “30일간의 기나긴 도전이었다!”

    “1년 중에 오직 5월에만 열리는 바닷길을 따라 진입하는 해저던전의 일곱 갈래 길의 칠중보스를 모두 잡아야만 열리는 심해던전의 최종보스 진최종보스 진짜최종보스 진짜찐막최종보스를 연속격파하면 나오는 보물상자라면 분명 졸업과제로 제출할 만한 수준의 엄청난 게 나오겠지?”

    “보스레이드로 그 고생을 했는데 인간적으로 졸업과제는 기본적으로 깨줘야지.”

     

    이게 심해의 던전인지 심해 쓰레기통인지 헷갈릴 정도로 해저보스와 심해보스가 많은 대규모 던전 <이름잃은 신의 신전>.

    보물상자는 신전 최하층 가장 깊은 곳의 가장 막대한 수압이 형성된 심해 밑바닥에 자리했다.

    오늘을 위해 신전에서 심해몬스터들을 사냥하여 즉석에서 심해장비를 제작한 것은 물론이요, 심해의 압력이 늘어날 때마다 장비강화도 거듭했다.

     

    비주류 선신 바다의 신의 성기사.

    물 만난 청색마법사.

    금기를 다루는 강화술사.

    정보와 자금을 댄 물주, 소국의 왕자.

    보물선 있다는 말에 낚여서 개고생한 해적.

     

    기사학부, 마법학부, 생산학부, 행정학부, 모험학부 학생이 1명씩 모두 갖추어진 파티는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 축에 속했다.

    전위, 후위, 정비, 물주, 멀티.

    각각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한 사람당 5인분은 족히 해내며 공격대 단위의 인원을 파티 단위로 압축해 낸 것이다.

    물론 그만큼 던전 난이도가 높았다.

    파티원들은 오늘 이후로는 다시는 던전 방향으로는 눈길도 안 준다며 치를 떨었다.

     

    “델포이 왕자. 정보는 틀림없겠죠? 갑자기 심해 밑바닥이 무너지더니 물의 정령계로 이어지는 차원문이 열리고 진심진짜찐막최종보스가 나오는 건 아니죠?”

    “그렇게까지 거지 같은 던전은 아닐 거다. 왕가의 기록대로라면 여기서 정말로 끝이다.”

    “끝났으니까 묻는 건데 상자에 뭐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 들어 있어서 5명이 동반 졸업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까?”

     

    델포이 왕자의 이름값만 믿고, 혹은 사기치면 확 담가버리고 잠적한다고 다짐하고 따라온 이들은 최종보상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어떤 마도구는 그 이름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경쟁자들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이름 모를 신의 사도가 쓴 일기장이다.”

    “일기장…?”

    “지금 우리가 이 고생을 한 게 일기장 때문이라고요?”

    “농담이죠?”

    “델포이 왕자. 어디 뭐 백만대군 숨겨뒀어요? 아님 제국의 신진십이강의 일원이라도 데려왔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새로운 형태의 선전포고를 받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하는 파티원들!

     

    “이 일기장은 평범한 일기장이 아니다. 신의 수치와 옛 신의 사도의 만행을 기록한 고발록에 가깝지. 심지어 제작 과정에서 일기장에 뭔 짓을 했는지 <파괴불가>의 속성마저 얻어서 파손되지도 않는다.”

     

    파괴불가.

    아이템에 붙는 옵션 중에서도 단언컨대 최상단에 자리할 수 있는 옵션이 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기장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대체 일기장이 뭐라고 그런 옵션이 붙죠?”

    “신의 치부를 고발하는 내용과 이를 저지하려는 신의 의지에 맞서려는 노력이 빚어낸 기적이지. 유난히 보스가 많은 이유도 옛 신이 일기장이 세상에 공개되기를 막으려 했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보물정보도 있을까요?”

    “음… 미안하지만 이 일기장은 보물로서의 가치보다는 금서로서의 가치가 더 높다.”

    “내용을 적기만 해도 열람자의 정신을 파괴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과거를 기록해서 그런가요?”

    “너무 수치스러운 과거라서 아무도 일기장을 펼쳐도 내용을 보지 못하도록 이름 없는 신이 저주로 떡칠을 해놨기 때문이지.”

    “와 진짜 내용이 뭔데 그렇게까지 해요?”

    “왕가에는 과거 이름 없는 신을 모시던 신자들의 목숨을 건 해독시도가 남아있다. 그 내용을 토대로 미루어보면… 옛 신은 해양괴수를 범했다고 한다.”

     

    파티원들이 으엑 소리를 내며 식겁하는 얼굴로 델포이 왕자를 쳐다봤다.

     

    “농담 아니다. 진짜다.”

    “아니 이게 뭔…”

    “쪽팔려서 못 열어보게 할만하네.”

     

    인간으로 치면 개나 고양이와 낑낑거리며 몹쓸 짓을 하던 걸 부하에게 걸리고, 부하가 그 사실을 기록한 기록물을 절대로 파손되지 않는 마나전산망에 업로드해버린 꼴이다.

    자살할 작정이 아니고서야 이건 무조건 열람을 막아야만 했다.

    저주는 이름 없는 신이 인생, 아니 신생을 다 거는 한이 있더라도 이 수치스러운 기록물을 세상 그 누구도 열람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

    마나전산망에 악성바이러스를 심어두어서 열어본 사람의 마나보드를 다 태우고 피눈물이 나올 혐짤테러를 해버리는 방식이다.

     

    “교장님은 그걸 졸업과제로 인정할까요?”

    “재밌다고 받아주겠지.”

    “뭐… 그 교장이면 그러긴 하겠네요.”

     

    그런 무시무시한 과거와 비밀을 지닌 일기장이 이제 눈앞의 보물상자에 들어있다.

     

    “참고로 던전의 보물상자는 던전 난이도와 보관기간에 비례해서 더 많은 마나를 품고 새로운 효과를 각성하거나 기존효과가 진화하기도 하지. 단단히 각오해라. 일기장의 표지를 열지 않아도 금서가 우리를 공격해올지 모르니.”

     

    일기장에 <강제열람의 저주>라도 붙어있으면 함부로 접촉했다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일기장을 펼치고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어째서인지 수속성 도적처럼 여겨지는 해적이 진짜 열기 싫다는 표정으로 보물상자를 뒤적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막말로 해적은 물 밖에서 잘 싸우지, 물속에선 그냥 물고기 밥인데… 너희가 열지 않을래?”

    “공동졸업과제 제출 때 이름 날아가고 싶으면 어디 계속 빼보세요.”

    “치사한 녀석들…”

     

    달칵.

    해적이 상자를 열자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기둥 뒤, 보상룸 입구, 저 멀리 보스룸 입구까지 달아나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

    “원수는 꼭 갚아줄게요!”

    “…이 해적만도 못한 쓰레기 자식들.”

     

    해적이 상자를 열고 책을 집어들었다.

    파티원들이 저 멀리서 고개만 내민 채로 물었다.

     

    “갑자기 책을 펼치고 싶은 충동이 드나요?”

    “사람의 피를 책 표지에 바르고 싶으세요?”

    “그래. 니들 면전에다 활짝 펼치고 아주 피를 철철 바르고 싶다.”

     

    해적은 화가 나서 한 소리였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해야만 했다.

    세 번의 살상마법과 다섯 번의 원거리 공격, 세 번의 물약투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근데 책이 좀 이상한데?”

    “그러게. 불길하기는 한데… 뭔가 다르지 않아?”

    “수백 년간 마나가 응축된 던전 최종보상이라기엔 격이 좀… 떨어지지?”

     

    파티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휘갈겨 쓴 글씨도 잘 보니 고대의 문자가 아니라 해독하기 힘든 어린아이가 막 휘갈겨 쓴 글씨체로만 보였다.

    델포이 왕자가 눈에 힘줘가며 책을 노려보다가 제목을 해석했다.

     

    “오크노디의 일기장.”

    “응? 오크노디?”

    “다크프린세스?”

    “그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델포이 왕자. 이거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델포이 왕자는 멈칫했다.

     

    “금서가 <위장> 효과로 위험도를 감추고 <기만> 효과로 제목을 바꿨으면 어쩌지?”

     

    그냥 우리가 열어보지 말고 아카데미까지 가서 교수님 보고 열어달라고 하자.

    보물이야 찾은 게 중요하지, 감정이야 누구한테건 받기만 하면 그만 아닌가.

    수상쩍은 기분이 든다면 위험은 남에게 떠넘기라는 아카데미의 가르침을 배운 대로 교수에게 되돌려주는 학생들!

    수강생들이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는 증거로 들이민 일기장을 받은 교수는 진지한 아이템 감정 끝에 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얘들아.”

    “네.”

    “졸업시즌이라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여도 그렇지 애 일기장을 훔치고 다니면 어떡하니.”

    “…네?”

    “그건 진짜 일기장이다.”

     

    허탈한 얼굴로 복도로 나온 심해던전파티는 책 한권 들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다가 멈춘 다른 파티들과 마주쳤다.

    서로의 손에 들린 책이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들은 서로의 제목을 확인했다.

     

    <오크노디의 일기장 1권>

    <오크노디의 일기장 8권>

    <오크노디의 일기장 5권>

     

    대륙 각지의 던전에서 졸업과제에 도전한 4학년들이 모조리 오크노디의 일기장을 습득하고 돌아왔다.

    그제야 그들은 알아차렸다.

    오크노디가 보상을 빼돌리고 4학년들을 졸업하지 못하게 엿 먹였다는 사실을.

     

    “인간 아니야…”

    “이사장은 지령이라도 내려서 사람들을 조종했지, 다크프린세스는 졸업과제를 뺏어서 말 잘 듣는 졸업생만 졸업을 허락하는 건가?!”

    “하. 재단의 잔당들이 졸업과제를 강탈하면 우리가 그걸 어떻게 이겨?”

     

    성난, 혹은 절망한 4학년들이 오크노디를 찾고자 학생회 회장실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던전최종보상 대신 주어지는 오크노디의 일기장

    후원 감사합니다. 오크노디는 돈이 많으니 제가 대신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