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22

    <822 – 학생회의 권력(5)>

     

    벌컥!

    학생회장 회장실이 열리더니 자연마나가 요동치며 짓눌리는 영역이 몇 겹으로 동시에 펼쳐졌다.

     

    “야! 내 졸업과제 내놔, 이 쓰레기들아!”

    “던전은 공략도 안 하고 보스룸 상자에는 어떻게 손댄 거야!”

    “누가 일기장이나 얻으려고 개고생을 한 줄 알아?”

     

    오크노디 때문에 생긴 학생회 업무를 보느라 학업에도 전념하지 못하고 끙끙 앓던 지젤은 오크노디 때문에 몰려든 4학년들에게 협박을 당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선배님들, 제가 선배님들이 겪은 상황을 잠시만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지젤은 오크노디의 4학년 동반졸업과제로 모으기 작전을 알려주었다.

    당장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것처럼 거칠던 마나가 제 주인의 황당함을 느끼고 낙엽처럼 흩날리다가 허망하게 가라앉았다.

     

    “그러니까 어려운 졸업과제를 시키기 위해 쉬운 졸업과제를 못 깨게 죄다 선수를 쳤다?”

    “4학년한테 얻어터질 것이 무서워서 졸업과제를 뺏는 광역어그로를 끌었다?”

    “졸업 편하게 하고 싶은 4학년들이 호문쿨루스 학대 못 하게 지키려고 선빵을 쳐? 와… 진짜 이놈들은 순수광기네.”

     

    졸업을 앞둔 4학년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신 나간 호문쿨루스 학대저지방법!

     

    “우리가 싫다고 하면 어쩔 건데.”

    “그럼 선배님들은 졸업이 힘들어 지시는 겁니다.”

    “동반졸업과제, 그 까짓 거 우리끼리 힘 합쳐서 하면 되지. 그럼 뭐 어쩔 건데.”

     

    지젤이 주섬주섬 오크노디의 편지를 꺼냈다.

     

    -선배님들, 졸업동반과제를 선배님들끼리 깨러 가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해서 동반졸업과제로 인정받을 인원에 상한선이 생기고 서로 기여도 싸움 하다가 몇 명 죽어 나가지 않을까요? 저희 따라주시면 그럴 일은 없게 해드릴게요!

     

    “라고 합니다만, 선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학년들은 편지의 내용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막말로 자신들은 이미 파티가 있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파티의 4학년들이 한 몸처럼 힘을 합칠 수는 없고 조별로 행동하게 될 텐데, 특정 조의 성과가 부족해서 동반졸업과제 인원에 제약이 생기면 당연히 난리가 벌어진다.

    어느 팀이 잘못했다, 그 팀의 누구들이 잘못했다.

    이러면 팀 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경쟁자를 죽이면 정원에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무시무시한 결론에 도달한다.

    아예 팀 전체가 담합해서 친한 우리끼리 다 통과하려고 다른 팀을 급습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그럴 바에야 저희가 중재 및 지원을 담당하면 정원이 줄어들 걱정도, 습격을 받을 걱정도 없이 확실하게 졸업은 하실 수 있는 겁니다. 학생회의 신설 제도 <동반 졸업 지원 제도>의 첫 수혜자가 되실 기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본전도 못 건지고 살육전까지 벌일 바에야 결국 보증이라도 받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4학년들이었다.

     

    “저학년 학생회장이라고 이번 학생회는 봉일 줄 알았더니 악독하기는 역대 최고 수준이군…”

    “일단 듣고 나서 결정하지. 우리에게 주선할 대규모 동반졸업과제의 내용이 뭔지.”

    “작전명 한계돌파작전. 인류한계지역 너머로 인류활동권을 넓히는 작전입니다.”

     

    4학년들은 굉장한 찝찝함을 느꼈다.

     

    “더 많은 4학년이 힘을 합칠수록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은 넓어지겠군.”

    “확실히… 그건 거래조건에 걸맞겠어.”

    “근데 당하기만 하고 협력하기엔 자존심이 상하는데. 한 대만 맞지 않을래?”

     

    지젤이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두 번째 오크노디의 쪽지를 꺼냈다.

     

    -선배님들, 지젤에게 화풀이해서 약한 지젤이 덜컥 쓰러지면 선배님들만 힘들어져요! 지젤은 저와 선배님들을 대신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물자를 모으고 사람을 부리는 제일 귀찮고 성가신 일을 대신하는 일꾼이거든요!

    -그러니까 지젤 대신 아직 졸업과제가 망하지 않은 다른 4학년들을 방해하러 가시는 것이 어떨까요? 선배님들과 처지가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작전의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시죠?

     

    “…!”

    “이 이야기, 어떻게 생각하지?”

    “현실적이다. 마나재해를 견딜 실력자가 늘어난다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더 늘어나지. 공동졸업과제로 이루어야 할 성과가 커지는 것보다 작업의 난이도가 줄어들어 확보할 수 있는 영토의 크기가 더 커지겠지. 게다가.”

    “게다가?”

    “나만 당하면 억울하잖아. 다른 놈들도 이 고통을 똑같이 맛봐야 해.”

     

    나만 당하면 억울해 작전!

    4학년들이 상황파악을 끝마치자 작전은 한층 더 가속하며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2학년들이 주축이 되어 도왔던 작전을 이제는 4학년들이 돕기 시작한다.

    방해 작전도 점점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녀석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실은 개꿀 날먹의 의도도 있지.’

     

    영악한 4학년은 작전을 돕는 척, 탈환한 졸업과제를 자신이 대신 제출하겠다는 계획마저도 세웠다.

    자신은 유유히 졸업과제를 제출하여 팔자가 펴고, 다른 4학년은 자신 대신 공동졸업과제로 끌려가는 일거양득의 작전!

    덤으로 지젤과 학생회가 어떤 수법으로 졸업과제를 빼돌렸는지 호기심을 채울 수도 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일기장은 뭐였던 거냐. 그냥 너희가 저지른 짓이니 우리한테 찾아오라는 메시지를 위한 도구였냐?”

    “아, 그건 오크노디 나름의 미안함을 표시한 증거라고 합니다. 아직 안 열어보셨습니까?”

    “몇 페이지 읽다가 무슨 함정에 당할까 무서워서 덮었다.”

    “이왕 오신 김에 조금 더 읽어보시죠.”

     

    4학년 킬레는 조심스럽게 일기장을 펼쳤다.

     

    ━━━

    [오크노디의 일기장 22권]

    오늘의 날짜 : 981년 9월 9일

    본문 :

    도로시가 날다람쥐를 테이밍한다고 테이밍 마법을 마구 날리길래 신나서 같이 마법을 난사하고 다니다가 암흑딱따구리의 테이밍에 성공했다!

    사역마를 뺏긴 선배가 내 펫 돌려달라고 울면서 때려서 어쩔 수 없지 명령으로 선배에게 복종하라고 지시를 내리고 넘겨줬다.

    월 1회 명령을 갱신해야 해서 귀찮은데 그냥 얜 식품도감용으로 쓰고 새 암흑딱따구리를 잡아다가 선배가 테이밍 하게 해주자!

    ━━━

     

    마나반응이 일어나기 전에 호다닥 덮었을 때는 이런 다크프린세스의 악마성이 돋보이는 소소한 일기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기장을 보면서도 킬레는 마력잠금술식이 걸어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잠금을 풀면 난리가 날까 무서워서 밖에선 차마 잠금을 풀지 못했지만, 아카데미 안이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학생회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애써 용기를 내어 잠금술식을 풀어보았다.

     

    파아앗!

     

    역시나, 잠금이 풀린 일기장은 봉인된 진짜 일기의 내용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일기는 봉인술식 위에 새겨둔 일종의 가짜 일기였다.

     

    ━━━

    [오크노디의 일기장 39권]

    오늘의 날짜 : 981년 9월 9일

    본문 :

    오늘은 울기만 해도 음에너지가 계속 상승하는 벤시 빌드를 잊기 전에 기록해야징.

    코어 기술은 로벤투스의 비탄이며 주문식은 다음과 같다.

    (주요 주문식 그림)

    (파생 7형 주문식 그림 7개)

    이 기술은 귀신을 잔뜩 모아 음에너지를 강화하는 술식인데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생명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통은 빽 없이 죽어서 억울한 사람이 많이 묻힌 공동묘지를 순회하며 힘을 얻지만, 이런 곳은 뜨내기 흑마법사들이 들쑤시고 다닌 곳이라 남은 음에너지의 가성비가 나빴지?

    영웅들의 묘지는 금기황제 파케 히우그마그가 들쑤셔놔서 가면 영혼이 없다.

    그러니 아카데미 공동묘지 카타콤을 공략해야 하며, 사다코 교수님이 아카데미를 떠나면 쉽게 날먹이 가능한 편이다.

    단, 이번 회차는 사다코 교수님이 남아있는 관계로 해당 빌드의 사용이 어려워졌으며 티토소가가 너무 잘 울고 빛속성 마나로 몰려드는 유령을 잔뜩 퇴마한 관계로 해당 빌드는 하드카운터에 해당하는 티토소가가 암흑타락을 할 때까지 봉인한다!

    혹시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 악의 조직 조직원들을 억울한 돌연사를 시켜서 유령은 밖에 몰래 모아두자. 내일은 수인부흥회 강성분파를 담그고 모레는 재림영생교를 영원히 악령저장고에 보관해야겠당!

    (보관 지역 지도)

    (봉인 해제 술식 그림)

     

    오늘의 날짜 : 9월 10일

    ━━━

     

    “!!”

     

    재림영생교는 킬레도 들어본 기억이 있는 악의 조직이었다.

    피를 마시고 생명을 얻는 뱀파이어의 특징에 착안하여 생명이 깃든 생체마나를 흡입하고 그 힘으로 수명을 늘리려고 <마나저장고>에 납치한 사람을 잔뜩 모아다가 주기적으로 마나를 털어먹는 중위계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경지상승에 미친 마법사들이 범법행위를 저지르는 일은 흔하기에 쉽게 근절되지 않는 조직이건만, 어느 순간 수뇌부가 모조리 증발하며 자연스럽게 망해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이건… 착하다고 봐야 하는 거야, 나쁘다고 봐야 하는 거야…?”

     

    친구를 타락시키면 언젠가 사용할 날을 위해 아껴둔 성장빌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을 비축하고 그 위치를 기록하다니.

    심지어 이건 일기의 한 부분일 뿐이다.

    무슨 일기를 몇 페이지에 하나씩 듬성듬성 썼나 싶더니 비밀글씨가 나오자 텅 빈 몇 페이지를 가득 다 채워버렸다.

    불길한 방법이기는 해도 기연은 기연.

    그런 기연이 최소 10개 이상 적힌 것이 오크노디의 일기장이었다.

    솔직히 여기 나온 빌드를 당장 정리해서 그 결과물을 작성해도 졸업과제로 찔러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내용도 있다.

    지젤이 그 생각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일기장은 오크노디가 선배님들을 방해해서 죄송하다는 의미로 드리는 보상이라고 합니다. 단, 일기장의 빌드에 필요한 결정적인 요소가 빠진 불완전한 빌드라고 하죠.”

    “칫. 졸업과제 날먹을 막은 건가.”

    “공동졸업과제에 협력하면 그 빈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동졸업과제에 협력하면 졸업과제 하나에 해당하는 빌드나 지식, 도구를 얻을 수 있다.

    결점이 뚜렷해서 쓰지 않지만 반대로 그 결점만 피해다니면 4학년도 솔깃할 정도의 결과물을 하나도 아니고 열 개나.

     

    “그 정도면 구미가 당기십니까?”

    “물론.”

     

    킬레는 문득 욕심이 들었다.

    다른 녀석들도 이런 일기장을 받았겠지.

    난 이미 졸업이 가능하니, 일기장을 잘 보관했다가 졸업 예정의 후배나 동기, 휴학생, 다른 조직에 판매하면 얼마나 큰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욕심도 났다.

    그 일기장, 한 사람이 다 모으면 엄청나겠지?

    낱개로도 대단한 정보들인데 하나로 다 모으면 얼마나 더 대단할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구석도 있다.

    일기장에 아직도 빈 페이지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도만. 일기장 좀 합쳐보자.”

    “너도 알아차린 거냐?”

    “그러니 22권 가진 내가 23권 가진 너한테 왔지.”

     

    두 사람은 일기장을 합쳐서 봉인 술식을 해제했다.

    그러자 백지로 남아있던 일부 페이지에 새로운 술식과 기록이 떠올랐다.

     

    ━━━

    옛 신에게 이름을 되돌려주고 신의 첫 번째 사도가 되어서 가장 후한 조건으로 강대한 권능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한 기록 3편(총 5편).

    ━━━

     

    졸업과제가 문제가 아니라 위계가 하나 오를 수도 있을 엄청난 내용이 나타났다.

     

    “졸업 왜 함? 일기장 모으면 더 이득 아니야?”

    “진짜네?”

     

    7위계로 졸업해서 거대조직 에이스로 살기 vs 8위계로 졸업해서 거대조직 수장으로 살기.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후자가 압도적으로 더 뛰어난 선택지다.

     

    “선배들의 눈이 불순해지면 마지막으로 건네주라고 했던 쪽지입니다.”

     

    지젤의 말에 뜨끔함을 느낀 킬레가 뻘쭘하게 쪽지를 받아서 펼쳤다.

     

    -나머지 일기장은 공동조별과제 우수달성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에요. 그러니까 다음 보물상자에 넣을 재료는 선배님들이 대신 구해서 집어넣어 주세요. 다른 4학년들이 낚이고 선배님들을 위해 열심히 구를만한 미끼로요!

     

    “…이거 맞아?”

    “뭔가 찝찝한데.”

    “안 주기도 그렇잖아.”

     

    4학년 선배들은 찝찝하긴 해도 일기장의 존재를 모르면서 협력할 다른 4학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지못해 주머니를 열어 가장 귀한 아이템들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선배들이 떠나고 얼마 뒤, 그늘 속에 숨어있던 즈앙이 오크노디와 함께 슥 기어 나왔다.

     

    “짜잔, 학생회 군자금 충당하기 완료!”

    “…이게 진짜 되네.”

     

    예산압박에서 해방된 학생회는 한계돌파작전 이행을 위한 준비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쓸모없는 히든피스 팔아서 돈 벌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