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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4

    <824 – 학생회의 권력(7)>

     

    아카디아는 오크노디의 푸념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선물로 그런 것들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디. 이 언니가 혼내줄까요?”

    “아니요. 전부 제가 벌써 먹거나 해본 거라고 꾸짖으면 어렵게 선물을 준비한 분들도 같이 실망하잖아요. 그냥 마음만 받은 셈 치죠 머!”

     

    신종괴롭힘을 당해서 우울했던 게 아니라 이미 수집이 끝난 어둠이라 시무룩했던 오크노디였다.

    대신 화를 내주려던 아카디아는 머쓱한 심정에 괜히 화제를 돌렸다.

     

    “한계돌파작전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어요. 가장 준비하기 어려운 장비도 생산학부 선배들의 도움과 막대한 예산투입으로 빠르게 준비가 끝났거든요!”

    “잘됐네요. 4학년들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면 호문쿨루스 인권증진운동도 무사히 진행될 테니까요.”

    “그렇죠?”

    “교내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도 있어요. 호문쿨루스만 인권이 있냐고 하급생도 인권이 있는데 학생회가 호문쿨루스가 아닌 사람의 인권도 챙겨주길 바란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거든요.”

    “우왕. 언니는 그런 얘기 어디서 들었어요?”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이나 다른 여러 조직의 여학생들과 조직 계파와 파벌을 떠나 협의회 역할을 겸하는 다과회를 열고 있거든요.”

     

    전 서귀연의 2인자답게 아카디아 백작영애는 다시금 많은 학생을 관리하는 자리를 만들어 내었다.

     

    “사람들이 언니 무시하고 그러지는 않죠? 그러면 제가 혼내줄게요!”

    “후후. 마음은 고맙지만, 이 언니도 그렇게까지 능력 없는 여자가 아니랍니다. 이미 지젤과도 협의가 끝나서 학생회 임원 자리 하나를 맡기로 했거든요. 제 다과회 소속은 학생회 산하기관 하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으니 출석율도 충성도도 꽤 높답니다?”

    “다행이네요!”

     

    아카디아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한계돌파작전 이외의 안건들에 걱정이 많았다.

     

    “그보다… 오크노디야말로 괜찮나요? 재단의 잔당들을 받아들이는 건으로 공격이 많을 텐데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집사나 메이드분들이 자꾸 밖에서 맞고 다녀서 속상하기는 해요…”

     

    세계의 이면을 넘나들며 공포의 상징으로 널리 활약하던 재단 구성원들은 다시는 재단과 같은 그림자정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세계각국의 강한 의지표명으로 인해 집중적인 견제를 당하고 있다.

    기프트 아카데미까지 찾아올 수 있었던 집사나 메이드들은 목숨을 건졌지만, 아카데미 밖에서는 이미 많은 재단지부나 파벌들이 죽어나갔다.

    서귀연의 크림필드 로제파스타 아저씨만 해도 괜히 서귀연 본단 파벌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토사구팽.

    정체가 들키는 즉시 언제라도 잘려 나갈 위험이 있으니 먼저 선수를 쳤던 것이다.

     

    “서귀연 정상화에 투입된 분들의 인식이나 처우가 대민지원으로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서부지역 외에는 여전히 안 좋은 편이거든요!”

     

    아카디아는 문득 오크노디가 한층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이해 못 할 기이한 성장방식에 집착하는 별나고 불쌍한 아이를 넘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기고 책임을 지고자 노력한다.

    이것이 어른이 아니라면 무엇이 어른이겠는가.

    어찌 보면 애완동물을 기르며 책임감이 무엇인지 느끼고 부양과 양육을 통해 성숙해지는 아이들과도 다르지 않았다.

    부양과 양육의 대상이 애완동물이 아니라 집사와 메이드들이라는 사실은 조금, 아니 굉장히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세상에 어느 미친 부모가 애완동물로 살인병기를 육성하거나 차원침략종 격퇴병기 집사와 대인전 기술을 가르치는 대인암살병기 암살메이드를 선물하겠는가.

     

    ‘이사장은 미친 인간이니 미친 부모도 맞고 죽음으로 유산이라는 선물을 남기긴 했지만요.’

     

    그리 생각하니 걱정이 더 커졌다.

     

    “디에게까지 불만의 목소리가 전해지지는 않나요?”

    “성녀연합회 후원자들이 네페르템 성녀장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전하기는 하고 있어요! 계속 친 재단 행보를 보이면 후원금을 줄이겠다고요.”

    “저런.”

    “선신연합도 재단이 흔들리니까 재단 소유의 용사의탑과 관련시설을 연합에 개방하라고 요청하고 있고요. 관리자분들이 저한테 넘어왔거든요.”

    “응?”

    “정령계 핵무기 연구소에서도 소장이라는 분이 저한테 넘어오셨는데 국제안전을 위해 재해급 무기 개발자와 관련시설을 각 지역 나라가 뭉친 국제연합에 양도해야 한다고 막 압박하고 그래요! 순 나쁜 것들이죠?”

    “그, 그렇구나…”

     

    점점 가볍게 맞장구를 치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규모가 커지지 않나?!

     

    “힘들지는 않니? 부담스럽다거나, 이 모든 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거나…”

    “언니는 그랬어요?”

    “조금은 느꼈지? 몸이 힘들고 마음이 공허했을 땐. 내 고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온 세상이 밉고 서운하고 원망스러울 때는.”

     

    오크노디가 성숙하고 어른에 가까워지는 것이 대견하다고 여기지만, 한편으로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야 당연히 괴로운 길이니까.

    내가 맛본 고통과 괴로움을 오크노디는 겪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아이는 아이답게.

    이런 어른의 고통을 모르는 채로 구김 없이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슥슥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런 아카디아의 머리를 오크노디가 발을 한껏 세우는 힘든 자세로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있었다.

     

    “디,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열심히 힘낸 아카디아 언니를 위로하고 있었어요!”

    “훗. 디도 참.”

     

    아카디아가 시원스레 웃으며 오크노디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두 손으로 오크노디를 잡아 올려 무릎에 앉힌 아카디아.

    모하세용? 하고 눈을 깜빡거리는 오크노디의 볼따구에 아카디아의 손이 올라왔다.

    본능인지 직감인지.

    싸함을 느낀 오크노디가 뒤늦게 아등바등했지만 아카디아의 손은 이미 오크노디의 볼따구를 쭉쭉 잡아늘린 지 오래였다.

     

    “여자의 머리는 전투무장이나 다름없으니 함부로 슥슥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나요?”

    “잘못해뗘요!!”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아서 앓는 소리를 내는 모습이 딱하면서도 통쾌했다.

    역시 오크노디는 이 정도가 딱 어울려.

    아카디아는 한결 마음이 후련해졌다.

     

    “디. 앞으로도 재단 잔당에 관하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게 말하세요. 세비체 가문에 수작을 부린 그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디처럼 착한 사람들도 없지는 않으니, 재단의 모두가 불행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이손부떠 놔주떼여….”

     

    볼따구 쭉쭉형은 1분간 더 이어졌다.

     

     

    * * *

     

     

    “저 아카디아 세비체가 오늘부로 신설되는 학생회 긴급구조국 국장에 취임했답니다. 다과회의 모든 분들의 지지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아카디아는 약속대로 지젤에게 학생회의 권력을 분배받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지젤과 실전에서 저력을 증명하며 새롭게 파벌을 형성해가던 아카디아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였다.

     

    “우와아! 축하드려요 아카디아 님!”

    “집행국 국장으로 연임한 벨벳 국장 다음으로는 사실상 첫 학생회 임원 선정 아닌가요?”

    “정말 굉장해요!”

     

    영애들의 박수와 칭찬을 받으며 아카디아의 콧대도 조금은 높아졌다.

     

    “후후. 여러분에게도 이 기쁨을 나눠드리고 싶네요. 슬픔은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두 명이 되지만 기쁨도 나누면 기쁜 사람이 두 명이 되잖아요?”

     

    영애들의 박수와 칭찬이 한층 뜨거워졌다.

    그 빈자리, 우리한테도 나눠달라는 열정적인 구애의 신호였다.

     

    “회원은 국장이 독자적 선출권을 지닌 5인에 한하여 이 자리에서 선출자를 정하죠. 첫 번째 회원은 이 자리에는 없고 열심히 보충강의를 듣느라 바쁜 가엾은 티토소가에게 줄게요.”

     

    영애들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티토소가는 아카디아 님이 가장 곤경에 처했을 때도 곁을 지켰지.”

    “충성심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죠.”

    “같은 이유로 티토소가와 함께 어려운 시기에 곁을 지켜준 프릴, 카닐리언 트러플 두 친구에게 회원의 자리를 드릴게요.”

     

    첫 세 자리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당한 결과다.

    사실상 남은 두 자리를 둔 쟁탈전이 되었다.

     

    “네 번째는 개과천선하여 영애들의 연애사업에 크게 이바지하며 다과회 회원들에게도 많은 기쁨을 안겨준 카멜라에게 드릴게요.”

     

    한때 챕터보스로 오크노디의 토벌대상으로도 손꼽혔으나, 교관 루소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모진 마음을 고치고 개심한 악당 카멜라.

    그녀의 변한 모습과 꾸준한 노력은 영애들도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카디아의 측근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지막 한자리를 향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마지막 한자리는 저희 다과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성실성을 보여준 회원에게 영광을 나눌게요.”

     

    충성심과 개인의 저력에서는 밀려도 성실성 하나만으로 특채를 받을 수 있는 기회!

    많은 영애가 난가?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그 영광의 수혜자가 공개되었다.

     

    “티타임 장소섭외에 테이블의 세팅과 청소를 도맡아 해주신 숨은 회원, 메이드 에이프릴 씨랍니다!”

    “크읏, 성실성에 공을 겸비한 숨은 회원이라니… 도덕적으로도 완벽…! 분하지만 이길 수가 없어요…”

    “아쉽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군요…”

     

    영애들은 다음 기회를 노리며 침울함을 감추고자 애써야만 했다.

    하지만 조금의 반감이 생기는 것은 그들도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긴급구조국은 무얼 하는 조직인가요?”

     

    학생회는 중대한 사안을 전담하는 행정부처가 하나의 ‘국’으로 이름을 수여 받는다.

    기존의 집행국, 휴학생단속국이 대표적이었다.

    긴급구조국은 기존 학생회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행정부처.

    내가 못 먹은 떡이 얼마나 맛난지 들어나 보자, 하는 약간의 도전적인 마음이 섞인 물음이지만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불쌍한 저학년을 고학년의 동아리 가입 권유를 빙자한 협박으로부터 구해주는 행정부처인가?

     

    “긴급구조국은 아카데미 학생들의 후원단체나 조직이 부당한 외압을 받을 시, 지원하는 조직이랍니다. 아카데미 내부보다는 외부의 지원이 주가 되겠네요.”

    “저희가 그런 중임을 맡을 수 있을까요? 외부의 지원은 미천한 수준인데…”

    “게다가 아카데미에는 거물들도 많아서 저희가 힘을 쓰기에는 조금…”

     

    프릴과 카닐리언 트러플이 약한 소리를 내었다.

    자유국가도시연맹 소속의 두 사람에게는 쟁쟁한 왕국귀족이나 제국귀족, 거대조직에 비하면 급에서 밀리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괜찮습니다. 저희의 도움을 받는 분들이 앞으로는 곧 저희의 아군이 될 테니까요.”

    “그런 방법이!”

    “장래에 도움이 될 새로운 후원세력이 될 수도 있겠군요! 지금은 어떤 세력을 도우면 되나요? 얼른 일을 하고 싶어요!”

     

    새로운 뒷배를 얻고 싶어 안달이 난 회원들에게 아카디아가 다단계 사기를 치는 다이아등급 회원 같은 얼굴로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집사와 메이드들이랍니다.”

    “예?”

    “진짜요?”

     

    넋 나간 영애들에게 아카디아가 쐐기를 박았다.

     

    “정확히는 재단의 잔당이라고 할 수 있죠.”

     

    긴급구조국은 오크노디가 너무 좋은 아카디아의 강력한 의지로 재단의 잔당들을 향한 부당한 탄압과 공격을 중지시키고 재단 잔당들을 구제하는 행정기구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학생회를 장악한 재단의 잔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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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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