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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25

    <825 – 학생회의 권력(8)>

     

    학생회의 최근 행적을 본 교수들은 심기가 엄청나게 불편해졌다.

     

    “재단이 사라졌더니 아카데미에 재단의 잔당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심지어 학생회는 재단의 잔당들을 구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긴급구조국을 신설했습니다. 연합군 제독 아카디아 백작영애가 국장급 임원으로 취임한 인선부터 학생회장 지젤의 의도가 엿보이는군요.”

    “혁명군 2대 수장 지젤이 친 재단 성향임은 이미 익히 알려졌죠. 모두 오크노디와 한통속입니다.”

    “사실상 아카데미 학생회가 재단의 후계자에게 넘어갔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재단장학생인가.”

     

    심지어 정체를 숨긴 것도 아니고 세간에 모두 드러났음에도 이만한 권력을 구사했다.

    오크노디의 확장력은 이사장 다음가는 수준.

    재단의 정명한 후계자로서 정치력을 충분히 선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근데 이게 그렇게 걱정할 일입니까? 재단의 이사장처럼 학생들을 소모품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지령으로 부하들을 시켜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서귀연 본단귀족이 얼마전에 몰살당했는데요?”

    “그치들이야 무리해서 우리 아카데미 학생을 찍어내려고 대놓고 척을 지지 않았습니까. 그건 재단이 아니라 우리 아카데미랑 척을 진 거죠.”

     

    듣고 보니 그랬다.

    사실 오크노디가 이사장의 딸이라 인식이 워낙에 안 좋아서 그렇지, 딱히 제 아비처럼 엄청난 해악을 끼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사장의 해악을 막고 사악한 악의 조직 재단을 해체시키고 선한 이들만 추려서 받아 조직을 재정비하지 않았나.

    악의 영향력보다는 선의 영향력이 더 크다.

     

    초대 혁명가를 격살하고 2대 혁명가 지젤을 취임시켜 혁명군을 쇄신했으며, 혁명군 대장군 손오천을 통해 수인부흥회의 폭거도 저지했다.

    오색마탑은 전투 위주의 작렬학파 대신 마법의 본질과 재미에 더욱 가까운 적염학파를 주류학파로 급부상시켜 오색마탑의 분위기를 환기했다.

    제국에서는 선황과 금기황제를 쫓아내고 암흑여제 매스각키를 등극시켰다.

    언더월드의 위협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그들의 군세를 제국과 재단의 군세와 공멸시켰다.

    고블린용사를 구하고 고블린월드를 벗어날 수 없는 종족적 탐욕으로부터 해방시키며 교수들의 사악한 침공으로부터 구한 행보도 있다.

    호문쿨루스들을 해방시키고 그들에게 인권을 되찾아준 행보도 그랬다.

     

    “아니 진짜 좋은데?”

    “이 정도면 재평가가 시급하지 않나?”

     

    교수들도 당혹스러울 정도로 건전하기 그지 없는 오크노디의 지난 행보들!

    이에 급진적 성향의 교수들이 한번 쓸려나가고, 분교캠퍼스와 보충강의로 또 토막이 나며 비교적 양호한 성향의 교수들은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저거, 실은 우량매물 아니냐?”

    “음?”

    “생각해 보라고. 재단이 어떤 조직이냐. 세계 각지에 유능한 인재들을 포섭해서 스파이로 만들고, 재능의 원석들을 갈고닦아 장학생으로 만들어 세계제일의 기프트 아카데미에 매해 엄청난 수의 스파이로 또 심어대는 녀석들 아니냐?”

    “그랬었지.”

    “즉, 재단이 고른 인재는 기본적으로 실력이 보증된 존재라는 말이지.”

    “호오… 그 의견도 제법 일리가 있군.”

    “마침 안 그래도 여러 사건으로 세계 각국 주요 공직에 공석이 늘고 신규 연구프로젝트의 티오, 민간조직의 실력자 수요가 늘고 있지 않나. 교관 놈들도 바깥에서 편히 먹고 살겠다고 자꾸 탈주해서 귀찮기는 했었지. 대체인력으론 딱 아닌가?”

     

    오크노디가 일으킨 세계적인 변화는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혹은 소모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실력자들을 필요로 했다.

    기프트 아카데미 교관 출신이라는 이력은 이러한 요직에 지원하기에 아쉽지 않을 이력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재단의 잔당인 데다가 오크노디라는 후계자의 수하들이 아닌가.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 2의 재단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는가? 먼 훗날, 이사장과 같은 만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 말이네.”

    “그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올바른 참스승의 존재 아니겠는가.”

    “하긴. 우리가 오크노디를 제대로 가르친다면 저 아이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드래곤교장 같은 악한 존재로 거듭나지는 않겠지.”

     

    오크노디를 어떻게든 이용하고 굴복시키고 굴종을 받아내려고만 했던 악인들과 달리, 참된 길로 인도한다는 참스승의 마인드를 지닌 온건파 교수들!

    그러나 그들이 내리는 결론마저도 반드시 온건한 것은 아니었다.

     

    “듣자 하니 오크노디가 신청한 강의에 비해 출석율은 저조하면서 성적만 내고 있다고 하던데. 재단의 지식과 정보로 성적에는 이상이 없지만 이런 식으로는 올바른 길로 이 아이를 인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추세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명호스님. 당신은 오래 전부터 이 아이를 지켜봐 왔으니 우리에게 도움이 될 조언을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명호스님.

    디스트로이어와 함께 오래 전부터 오크노디를 지켜보고 감시와 보호를 병행해왔던 교수인 그는 온건파 교수들의 오크노디 전용 조언자로 그 중요도가 급부상했다.

    장차 암흑여제 매스각키보다 더한 거물이 될 학생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은 고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욕심을 버리셔야 합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하나에 집중하십시오.”

    “그 하나란 무엇입니까?”

    “오크노디가 아카데미를 떠나 외부활동을 하지 않을 것. 교내활동에 전념하게 하는 것입니다.”

     

    과연, 오래도록 지켜본 경험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다른 교수들은 생각지도 못한 맹점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잘 짚어내었다.

     

    “오크노디는 아카데미 강의를 이미 충분히 숙달하였고 정해진 출석일수만 채우면 언제라도 해당 강의에서 높은 학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명호스님의 말에 교수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어.”

    “재단의 예습이 그 정도로 뛰어나단 말인가?”

    “재단의 잔당을 교관으로 채용하면 그 교육부터 빼내어서 우리 학생들에게 적용해야겠군요. 한 학기에 시험 범위를 책 세 권은 더 늘릴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바람직하군요.”

     

    누구도 생각지도 못한 시험범위 확대라는 재학생 피폐 트리거가 발동했지만, 명호스님은 온건파의 급부상한 교수답게 사소한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여간 출석일수도 포인트로 사고 시험도 단숨에 합격할 수 있다면 교내활동에 집중하지 않고 자꾸만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요.”

    “애초에 다 아는 내용을 복습하고 있으려니 세기의 천재가 아카데미에 머무르길 오죽 심심하겠습니까.”

    “듣기로는 이번 중간고사에 강의 수준이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고 문제를 무시하는 파격적인 정답을 작성해서 몇몇 급진적 성향의 교수들을 도발한 전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깽판을 쳤던 다크노디의 행적까지 업보가 되어 차곡차곡 쌓이는 줄도 모르는 오크노디야 어쨌건, 교수들의 논의는 계속됐다.

     

    “그럼 이참에 학부에 새로운 클래스를 신설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기존 학생들이 오크노디와 같은 수준의 고강도 강의를 들을 수는 없고, 오크노디가 기존 학생들과 같은 수준의 고강도 강의를 들을 수도 없으니,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는 수밖에요.”

    “그런 높은 수준의 강의를 따라갈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군요.”

    “아니요. 의외로 가치가 있을 겁니다. 한번 드높은 경지에 올라섰다가 퇴보한 고블린용사의 성취가 그리 엄청나다고들 합니다.”

    “오호.”

    “편입생 대표 아스타로트 역시 수준이 참 높지요.”

    “용사 이슈타르의 성장도 눈부신 편이라네.”

    “아이린 학생은 이번에 영역 4단계에 발을 걸쳤던데.”

    “재단에서 아직 육성 중인 재학생들도 있겠죠.”

     

    상급반 수준으로도 만족할 수 없는 실력자들.

    갈 곳 잃은 재단의 비밀병기들.

    초천재 수준의 이단아 취급을 받는 용사급 강자들.

     

    “이들을 모두 엮어 상급반 위의 특급반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모두들 어찌 생각하십니까?”

    “찬성입니다.”

    “동의하네.”

    “적극 환영입니다.”

    “오크노디 그 아이가 실망하지 않을 제대로 된 강의를 준비해봅시다.”

    “우리도 명색이 교수인데 학생이 수준이 낮다고 퇴짜를 놓아서야 쓰겠습니까? 막말로 학생들이 알아먹지를 못하니 난이도를 낮추고 또 낮춘 것이 강의 수준인데.”

    “허허. 리미트를 풀고 전력으로 가르침을 전할 수 있다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군요.”

     

    그런 특수한 학생들을 모아 제약 없는 무제한급 가르침을 전수한다.

    마하바라타 지도교수가 듣거든 재단에 급진파 교수 보존의 법칙이라도 있냐며 온건파 다 죽었다고 기겁할 이야기였지만, 안타깝게도 마하바라타 지도교수는 고블린월드 캠퍼스의 관리감독을 위해 급히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흠. 이 티토소가라는 아이는 어떻게 보십니까? 성녀연합회에 소속된 혁명군 성녀로 성장세가 독보적으로 뛰어난 편입니다.”

    “헷갈리면 일단 넣고 생각합시다. 못 버티거든 알아서 아래 등급으로 내려가겠죠.”

    “그것도 그렇군요.”

     

    교수들은 대충 성장세가 빠르다 싶은 학생은 오크노디와 함께 죄다 특급반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니.

    이것이 오크노디와 학생회가 쏘아 올린 광역어그로가 무제한급 강의를 가르치는 특급반 신설이라는 스노우볼이 되어 돌아온 경위였다.

     

    [거 군침이 싹 도는군. 당장 추진해!]

     

    교수들이 가져온 이벤트에 재미만 있으면 좋아죽는 교장이 덜컥 승낙한 결과, 집 나간 탕아마냥 분기별로 한 번씩 장기무단외출을 해대던 오크노디가 한눈을 팔지 못할 극악무도한 커리큘럼이 서서히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양지로 진출하는 재단 vs 충격과 공포의 무제한급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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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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