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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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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던 제스와 아이리스는 리안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릴리와 노아는 세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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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방을 빼져 나온 노아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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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의논하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괜찮아?”
   “응,당연히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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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가까운 회의실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회의실은 방음 마법이 걸려있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제격이었다. 노아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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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방을 바꿔야 할 것 같아.”
   “응? 왜? 오빠가 방이 별로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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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말에 노아는 고개를 작게 젓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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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방에 도착했을 때, 리안이..테라스 난간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어.”
   “뭐?!”
   “내가 막지 않았다면 리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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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이 차올라 목구멍이 턱 틀어막혀진 것만 같았다. 노아가 억눌린 소리를 내자, 릴리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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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이젠 모두와 함께 안전하게 지낼 수 있잖아!”
   “..납치당한 줄 알고 몸을 던지려고 했대.”
   “그게,그게 말이 돼? 아무리 납치되었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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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마른세수를 하며 회의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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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명이라고 해준 말이 ‘번지 점프가 익숙해서 그랬다.’였어.”
   “번지점프..? 그게 뭔데?”
   “…몸에 줄을 매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거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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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몇 번째인지 모를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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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억지로 묶여서…던져졌다나봐.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익숙해져서 괜찮아졌다면서 -…이젠 줄도 없는데 착각하고 뛰어내릴 뻔했다고 그랬어.”
   “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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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격해지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릴리가 지금 딱 그랬다. 토끼처럼 발을 팡팡 구르던 릴리는 이내 노아처럼 눈을 번뜩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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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다 없애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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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호한 릴리의 말에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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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래도 -…”
   “오빠는 환자야. 마음이 다친 환자. 환자는 적절한 보호 조치 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해. 창문을 없애버리는 건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치료를 위한 행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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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을 운영하는 이상 환자가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카르디샨은 온갖 이종족이 섞여 사는 도시다. 마족과 지능을 가진 몬스터도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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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따라 다친 이들의 상처 또한 제각각이었다. 상처 안에 독 점액질로 덮인 기생충을 박아버리는 놈도 있었고, 흑마법으로 정신을 무너뜨리는 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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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에 따라 조치법도 달랐기에, 강제로 억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았다. 노아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릴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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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 상태가 점점 좋아질 거고. 행복한 생활을 놓지 않기 위해 목숨을 함부로 하는 습관을 버리게 될 거야. 없앴던 창문은 그때 다시 돌려놓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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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억압도 학대도 아니다! 전부 리안을 위한 행동이다! 거기다 불안감도 확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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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걸까?”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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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릴리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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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리안이 잠든 사이 테라스와 창문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 모든 곳의 창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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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탓에 환기를 위한 마법을 설치하느라 돈이 꽤 들었지만 노아는 후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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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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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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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의 간부는 리안이 아는 사람만 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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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모르는 이들도 꽤 많았다. 팔 한쪽이 없거나, 눈 한쪽이 없는 등 다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가진 사람들이었다. 대다수 노아의 또래로 보였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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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노아에게 구원받아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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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였다면 리안과 인사를 나누는 간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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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안에 배신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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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사라져버린 비안의 보스와 내통한 자가 간부 중에 있다. 노아는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한 채 간부들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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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겠어.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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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남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배신은 일상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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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조직원이나 다른 조직 간에 일에서였다. 측근 중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할 거라고는 그녀는 상상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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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큼 네스트의 간부 자리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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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자를 찾아내야.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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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돌아온 이상 더욱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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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리안은 새로운 사람들에게 아이리스와 제스를 소개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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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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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뱉기는 힘든 법! 리안은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간부들과 친해지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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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리안을 고깝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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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의 정부인가? 꽤 반반하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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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미라는 이름을 가진 간부 중 하나였다. 빼빼 마른 몸에 190cm는 되어 보이는 키를 가진 남자는 노아가 찾고 있는 정보를 빼돌린 배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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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미는 아는 거래처에 들렀다가 잡혀있던 노예로 오해받아 구출 받은 후, 충성적인 행동을 보인 덕분에 간부에 오른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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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트 조직은 다양한 곳에서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를 팔아 꽤 짭짤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데비아탄 쪽에서 노아를 비롯한 간부의 정보를 알 수 있던 것도 전부 절미가 정보를 팔아치운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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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미는 슬슬 꼬리가 밟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큰 건수를 잡은 후 도망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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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정보는 꽤 비싸게 팔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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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의 ‘약점’은 그 어떤 정보보다도 비싸게 팔리기 마련이다. 특히 연인이나 소중한 이에 대한 정보는 값이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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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면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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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리안이 강한 실력자라면 약점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질 게 뻔했다. 그러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또 약점은 없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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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간부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리안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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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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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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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말을 잇던 절미는 발밑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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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끄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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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시야가 훅 돌아가고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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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이게에에에 무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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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몸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미는 휙 날아가는 바나나 껍질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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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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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뒷머리가 회의실 테이블 모서리와 거칠게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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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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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은 채 기절해버렸다. 맥없이 털썩하고 바닥에 쓰러진 그의 얼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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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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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나나 껍질이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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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거 아무리 봐도…개그 필터가 작동한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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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익숙한 꼴로 넘어진 남자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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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이 나를 위협하려고 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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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굳은 얼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간부들은 당황한 얼굴로 절미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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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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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협’하고 싶어질 정도로 자신이 싫은 거라면 분명 이유가 따로 있을 터였다. 리안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자 아이리스가 리안의 손을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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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괜찮아?”
   “아,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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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 리안의 모습을 줄리아나가 발견하곤, 노아에게 다가가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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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래도 리안 녀석 꽤 충격받은 거 같아. 별일 아니라고 안심이라고 시켜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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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노아의 시선이 리안을 향했다. 그녀의 말대로 리안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다. 테라스 사건과 릴리의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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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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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다급히 리안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리안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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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줘. 우린 친구잖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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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리안이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귀를 가져다 대라는 제스처였다. 그의 뜻대로 귀를 기울이자, 리안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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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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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칫, 귓가에 숨결이 파고들자 몸이 움찔 떨렸다. 귓바퀴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리안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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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쓰러진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
   “음, 이렇게 설명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긴 한데. 뭔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해야 하나?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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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말에 노아의 시선이 곧바로 절미 쪽을 향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명백한 ‘의심’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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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조직 내에 들어온 쓰레기(절미)도 청소해주는 리안

하지만 창문 없는 방에 갇혀서 허락받은 방소만 돌아다닐 수 있는 처지죠.

선작과 추천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리안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던 제스와 아이리스는 리안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릴리와 노아는 세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막 방을 빼져 나온 노아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잠시 의논하고 싶은 게 있는데, 시간 괜찮아?”

“응,당연히 괜찮지.”

두 사람은 가까운 회의실로 향했다. 기본적으로 회의실은 방음 마법이 걸려있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제격이었다. 노아는 회의실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방을 바꿔야 할 것 같아.”

“응? 왜? 오빠가 방이 별로래?”

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말에 노아는 고개를 작게 젓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방에 도착했을 때, 리안이..테라스 난간 밖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어.”

“뭐?!”

“내가 막지 않았다면 리안은…”

울음이 차올라 목구멍이 턱 틀어막혀진 것만 같았다. 노아가 억눌린 소리를 내자, 릴리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어째서? 이젠 모두와 함께 안전하게 지낼 수 있잖아!”

“..납치당한 줄 알고 몸을 던지려고 했대.”

“그게,그게 말이 돼? 아무리 납치되었다고 해도…”

노아는 마른세수를 하며 회의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변명이라고 해준 말이 ‘번지 점프가 익숙해서 그랬다.’였어.”

“번지점프..? 그게 뭔데?”

“…몸에 줄을 매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거래.”

“뭐?!”

릴리는 몇 번째인지 모를 비명을 내질렀다.

“억지로,억지로 묶여서…던져졌다나봐.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익숙해져서 괜찮아졌다면서 -…이젠 줄도 없는데 착각하고 뛰어내릴 뻔했다고 그랬어.”

“아,으…!”

감정이 격해지면 말도 제대로 안 나온다고, 릴리가 지금 딱 그랬다. 토끼처럼 발을 팡팡 구르던 릴리는 이내 노아처럼 눈을 번뜩거리며 말했다.

“창문, 다 없애버리자.”

단호한 릴리의 말에 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그래도 -…”

“오빠는 환자야. 마음이 다친 환자. 환자는 적절한 보호 조치 안에서 치료를 받아야 해. 창문을 없애버리는 건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치료를 위한 행위야.”

조직을 운영하는 이상 환자가 생기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 카르디샨은 온갖 이종족이 섞여 사는 도시다. 마족과 지능을 가진 몬스터도 꽤 있었다.

그에 따라 다친 이들의 상처 또한 제각각이었다. 상처 안에 독 점액질로 덮인 기생충을 박아버리는 놈도 있었고, 흑마법으로 정신을 무너뜨리는 놈도 있었다.

상처에 따라 조치법도 달랐기에, 강제로 억압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았다. 노아는 그런 장면을 떠올리며 릴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 상태가 점점 좋아질 거고. 행복한 생활을 놓지 않기 위해 목숨을 함부로 하는 습관을 버리게 될 거야. 없앴던 창문은 그때 다시 돌려놓으면 돼.”

이건 억압도 학대도 아니다! 전부 리안을 위한 행동이다! 거기다 불안감도 확 낮출 수 있다!

“그런…걸까?”

“당연하지!”

노아는 릴리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다음날, 리안이 잠든 사이 테라스와 창문이 사라져버렸다. 그가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 모든 곳의 창문까지도.

그 탓에 환기를 위한 마법을 설치하느라 돈이 꽤 들었지만 노아는 후회하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네스트의 간부는 리안이 아는 사람만 있진 않았다.

그가 모르는 이들도 꽤 많았다. 팔 한쪽이 없거나, 눈 한쪽이 없는 등 다들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들은 가진 사람들이었다. 대다수 노아의 또래로 보였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전부 노아에게 구원받아 충성을 맹세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소였다면 리안과 인사를 나누는 간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안에 배신자가 있어.’

이젠 사라져버린 비안의 보스와 내통한 자가 간부 중에 있다. 노아는 평소처럼 웃는 얼굴을 한 채 간부들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모르겠어.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그녀는 남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배신은 일상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조직원이나 다른 조직 간에 일에서였다. 측근 중 누군가가 자신을 배신할 거라고는 그녀는 상상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만큼 네스트의 간부 자리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배신자를 찾아내야. 모두가 안전해질 수 있어.’

리안이 돌아온 이상 더욱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노아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리안은 새로운 사람들에게 아이리스와 제스를 소개하기 바빴다.

“하하, 잘 부탁드려요.”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뱉기는 힘든 법! 리안은 최대한 환하게 웃으며 간부들과 친해지고 싶어 했다.

그런 리안을 고깝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으니.

‘보스의 정부인가? 꽤 반반하게 생겼네.’

절미라는 이름을 가진 간부 중 하나였다. 빼빼 마른 몸에 190cm는 되어 보이는 키를 가진 남자는 노아가 찾고 있는 정보를 빼돌린 배신자였다.

절미는 아는 거래처에 들렀다가 잡혀있던 노예로 오해받아 구출 받은 후, 충성적인 행동을 보인 덕분에 간부에 오른 남자였다.

네스트 조직은 다양한 곳에서 시선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를 팔아 꽤 짭짤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데비아탄 쪽에서 노아를 비롯한 간부의 정보를 알 수 있던 것도 전부 절미가 정보를 팔아치운 덕분이었다.

절미는 슬슬 꼬리가 밟혔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큰 건수를 잡은 후 도망칠 계획이었다.

‘이번 정보는 꽤 비싸게 팔리겠어.’

보스의 ‘약점’은 그 어떤 정보보다도 비싸게 팔리기 마련이다. 특히 연인이나 소중한 이에 대한 정보는 값이 비쌌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면 도망치자.’

만약 리안이 강한 실력자라면 약점으로서의 가치가 낮아질 게 뻔했다. 그러니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또 약점은 없는지를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절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간부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리안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 -…”

꾸우욱.

막 말을 잇던 절미는 발밑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미끄덩 !

순식간에 시야가 훅 돌아가고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이이게에에에 무우우우…”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몸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절미는 휙 날아가는 바나나 껍질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와 동시에,

빠악!

그의 뒷머리가 회의실 테이블 모서리와 거칠게 부딪쳤다.

“꺼윽…”

그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은 채 기절해버렸다. 맥없이 털썩하고 바닥에 쓰러진 그의 얼굴 위로.

철퍽.

바나나 껍질이 안정적으로 떨어졌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장면이었다.

‘이,이거 아무리 봐도…개그 필터가 작동한 거 같은데?’

리안은 익숙한 꼴로 넘어진 남자를 보며 표정을 굳혔다.

‘이 사람이 나를 위협하려고 했다는 건가?’

리안이 굳은 얼굴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간부들은 당황한 얼굴로 절미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못한 게 있었나?’

‘위협’하고 싶어질 정도로 자신이 싫은 거라면 분명 이유가 따로 있을 터였다. 리안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생각에 잠기자 아이리스가 리안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빠 괜찮아?”

“아,으응.”

리안은 머쓱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혀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그런 리안의 모습을 줄리아나가 발견하곤, 노아에게 다가가 알려주었다.

[ 아무래도 리안 녀석 꽤 충격받은 거 같아. 별일 아니라고 안심이라고 시켜줘. ]

그 말에 노아의 시선이 리안을 향했다. 그녀의 말대로 리안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다. 테라스 사건과 릴리의 말이 동시에 떠올랐다.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노아는 다급히 리안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리안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지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해줘. 우린 친구잖아.”

“아.”

그 말에 리안이 감격한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손짓했다. 귀를 가져다 대라는 제스처였다. 그의 뜻대로 귀를 기울이자, 리안이 속삭였다.

“사실 -..”

흠칫, 귓가에 숨결이 파고들자 몸이 움찔 떨렸다. 귓바퀴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리안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저…쓰러진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

“음, 이렇게 설명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긴 한데. 뭔가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고 해야 하나? 혹시 내가 실수한 게 있을까?”

리안의 말에 노아의 시선이 곧바로 절미 쪽을 향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명백한 ‘의심’이 떠올랐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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