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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83 – 깃발전투>

     

    깃발이 가장 많은 오크노디 팀은 모든 팀의 1순위 표적이 되었다.

     

    “먼저 덤비는 놈부터 때려눕혀주겠어.”

    “쏴도 되냐?”

    “겨, 격투가인 저도 있다고요!”

    “이 선 넘어서 접근하면 다 죽일 거예요!”

     

    바닥에 분필로 선을 슥 긋고 협박하자 매스각키의 추종자 한 명이 교장에게 일렀다.

     

    “교장선생님! 쟤가 우리 죽인대요!”

     

    -저런. 살인은 안 된단다!

     

    “힝. 정말요?”

     

    -너흰 아직 1학년이잖니.

     

    “아차. 그랬었지?”

     

    교장과의 대화에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럼 1학년이 아니면 살인도 가능한 거야?!”

    “몇 학년부터?”

    “기프트 아카데미의 퇴학률은 높고 졸업률이 낮은 이유가 이거였구나!”

     

    충격도 잠시.

    제국 3대 공신가문의 일원이자 호승심 높은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창을 들고 앞장섰다.

     

    “자, 넘었다. 어쩔래?”

    “쟤가 선 넘었어요. 혼내주세요, 헤스티아!”

     

    헤스티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나왔다.

    커다란 양날도끼를 쇠파이프처럼 가볍게 든 모습은 적잖은 위압감을 선사했다.

    기싸움에서 밀리기 싫었던 호너가 창대를 붕붕 돌리며 잘난 체를 했다.

    그러자 헤스티아는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 호너에게 투척했다.

     

    까아앙!

     

    “위, 위험하잖아!”

    “위험하라고 던진 거거든?”

     

    폼으로 창대돌리기를 한 건 아니었구나.

    손도끼를 쳐낸 호너의 솜씨에 모두가 감탄했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호너가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이 녀석, 운빨로 쳤구나!

     

    “다음 것도 막아볼래?”

     

    헤스티아가 허리춤에 꽂아둔 손도끼 자루 세 개를 더 보여주자 사색이 된 호너가 외쳤다.

     

    “뭣들 구경하고 있어? 돌격해!”

    “우리 파벌이지만 진짜 추하다….”

    “저럴 거면 나서지나 말지.”

    “호구 같지만 그래도 우리 팀장이니까 일단 살려는 주자.”

     

    팀원들이 마지못해 그의 뒤를 따랐다.

    탕!

    그런 팀원들의 발치에 총알구멍이 박혔다.

     

    “뿌뿌~ 이 앞으로는 통행금지야. 확 쏴버린다?”

    “이미 쐈잖아!”

    “삼각선장모를 쓴 붉은 머리 해적…. 녀석에게는 지난번에 깃발을 삥 뜯긴 원한이 있지.”

    “오늘은 다를 거다, 지고쿠.”

    “놈을 먼저 덮쳐!”

    “아니, 얘들아? 어디가? 나 도와주러 오는 거 아니었어?!”

     

    지고쿠를 향해 달려드는 후라이드 팀의 팀원들.

    혼자가 된 호너가 몸통을 가를 기세로 궤적을 그리는 양날도끼를 창으로 쳐냈다.

     

    “악, 너무 아파!”

    “허벅지에 구멍 뚫렸어…!”

    “멍청이들아. 총구를 보고 사선을 피해야지!”

     

    상급반은 과연 상급반인지 지고쿠의 총구를 절묘하게 피하며 달려드는 학생도 한 명 있었다.

     

    빠악!

     

    “롯토! 제국귀족의 체면은 어디다 내다버리고 변방의 해적을 지키는 것이냐!”

    “시끄러워. 누군 지키고 싶어서 지키는 줄 알아? 벌점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갸하핫! 잘했다, 주먹쟁이야. 해적선에 오르거든 갑판장 자리는 내어주마!”

    “전혀 필요 없거든요?!”

     

    옥신각신 하면서도 지고쿠에게 붙으려는 학생들을 근접격투로 밀쳐내는 롯토.

    다들 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내가 나설 것도 없이 팀 하나를 갈아버리다시피 했다.

     

    “다들 보고만 있을 거야?!”

    “훗. 제국 3대 공신가문의 이름값이 아깝군요.”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에 불과했지.”

    “아직 안 졌거든?!”

     

    호너의 외침을 무시하고 양손이 기괴할 정도로 큰 체다 포테이토피자와 철갑옷을 입은 레프가 나섰다.

     

    “야요이 황녀님. 제국 3대 공신가문의 일원인 저 체다 포테이토피자가 습격을 돕겠습니다. <도우펴기>로 놈들의 무기를 도우처럼 납작하게 뭉개줄 겁니다.”

    “변방의 애송이 녀석들, 이 레프 철판숯불갈비의 철판돌격술을 받아라!”

     

    호쾌하게 소리치는 그들의 발치에는 순식간에 발려버린 안데르센 대공자의 팀이 바닥을 굴렀다.

     

    “크윽. 조심해라, 오크노디. 녀석들은 <믿음 없이 신성술을 쓰는 법> 강의를 들은 이 나조차도 당해내지 못한 강자다.”

    “…그런 강의를 들으니까 힘이 빠져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아니고요?”

     

    신을 믿지 않으면 몸으로 구르는 강의나 들으니까 중요한 때에 빌빌거리지!

     

    “젠장. 대공자가 듣는 강의라고 따라서 듣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날뛰는 황소 진정시킨다고 힘싸움하지 말고 신앙의 힘으로 날먹이나 할걸…….”

    “안데르센 대공자를 따라서 들었던 <어디서나 잘 자기> 강의 때문에 잠을 설쳐서 힘이 안나…….”

     

    그것까지 들었어?!

    지뢰강의란 지뢰강의는 다 들었네!

     

    “깃발을 팔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드리겠어요. 아주 혼쭐을 내줄 거예요!”

    “롯토. 무리에서 쫓겨났다고 천한 해적의 수발이나 드는 모습이 보기 안쓰럽군요. 영락한 옛 동료의 추태는 제 손으로 끝내드리죠.”

     

    막판 깃발매수를 시도했던 바닐라에 롯토의 예전 패거리 동료까지.

    기세등등한 팀원들과 달리, 정작 팀장인 3황녀 야요이는 제 팀의 바구니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요, 오크노디양. 다음 표적은 당신들로 정해졌나봐요.”

    “힘없는 황녀님은 바구니나 지키면서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제국 3대공신가문의 후계자들의 저력을!”

     

    체다의 힘찬 외침과 함께 야요이 없는 야요이 팀의 돌격이 시작됐다.

    헤스티아와 지고쿠, 롯토가 각각 한 명씩을 마크하면서 내 몫으로는 군침이 도는 이름을 지닌 체다 포테이토피자가 홀로 달려들었다.

     

    “그룹수석 오크노디. 이 기회에 당신에게도 똑똑히 보여드리죠. 저의 <도우펴기>의 위력을!”

     

    체다의 도우펴기는 손으로 붙잡은 적의 무기를 피자도우처럼 납작하게 뭉개버리는 기술이다.

    마나연공법으로 물질의 구조를 파괴하며 순간적으로 변형시키는 포테이토피자 가문의 비전기술은 값비싼 명검도 쓰레기로 만들고는 한다.

    붙으면 당연히 손해.

    그래서 결정했다.

     

    “도망치는 겁니까?!”

     

    응 도망칠 거야.

    절대 안 싸워줘.

     

    “정정당당하게 맞서십시오!”

    “4 대 9로 싸우면서 정정당당이라니, 양심도 도우로 펴버리셨나요?”

    “그룹수석이면 그래도 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지젤팀이랑 손을 잡고 연합전선을 펼치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지젤네 상황은 더 심했다.

     

    “…매스각키 황녀의 말이 맞아. 가짜깃발 때문에 손해를 본 이상, 너희만 벌점 없이 이 과제를 무사히 통과하게 두지는 않겠어.”

    “얼음쟁이 녀석, 비겁하게 발을 묶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육탄전으로 승부를 보자!”

     

    북부대공녀 아이린에게 발이 묶인 손오천.

     

    “소금을 뿌려서 얼음을 녹이자!”

    “귀한 소금을 이런 곳에서 구할 수 있겠어?”

    “아, 소금이라면 이사벨한테 잔뜩 있습니다. 아침에 요리를 할 때 빌려줬거든요.”

    “뿌리게 둘 줄 알고? 얘들아, 덮쳐!”

    “원숭이 녀석이 풀려나게 두면 안돼!”

     

    손오천을 도우려던 이사벨과 지젤에게 우르르 몰려가서 막 두들겨 패는 제국 2황녀 매스각키와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

     

    “도로시, 바구니를 들고 도망… 큭!”

    “디를 직접 노리기는 미안하지만 디의 친구인 당신들이라면 노리지 못할 것도 없죠. 가짜깃발을 팔아치운 악덕상인과 한 팀인 처지를 원망하세요.”

    “냥냥펀치다냐!”

    “벽력성천신교의 벽력펀치도 맛보여주겠어요.”

     

    사방이 네임드 투성이인 상급반에서 여러 팀의 표적이 된 지젤네는 도주도 저항도 실패하고 참담하게 두들겨 맞았다.

     

    “저기, 바구니는 언제 놓을래? 놓을 때까지 계속 찌를 건데.”

    “악! 놓을게, 놓으면 되잖아!”

     

    바구니를 꼭 감싼 도로시의 옆구리를 단검 손잡이로 쿡쿡 찌르는 즈앙.

    끝내 바구니를 뺏어든 즈앙이 가짜깃발을 우르르 쏟아 부었다.

     

    “앗, 오크노디?!”

     

    즈앙과 마주친 것은 바로 그 타이밍이었다.

    앞에는 즈앙, 뒤에는 체다 포테이토피자.

    진퇴양난의 위기의 순간.

    즈앙이 슬금슬금 발을 뒤로 뺐다.

     

    “뭐하는 겁니까! 변방의 촌뜨기는 진로방해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겁니까?”

     

    체다가 한껏 도발해도 즈앙은 더욱 뒤로 물러섰다.

    즈앙의 반응은 아무리 봐도…

    같은 강의를 들은 정으로 봐주는 거구나!

     

    “고마워, 즈앙!”

    “감사인사라니, 설마… 그 여자와 한통속인 겁니까!”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는 쥐뿔도 없던 체다가 즈앙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스스슥 하고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며 공격을 회피한 즈앙의 눈이 착 가라앉았다.

     

    “후회하지 마. 네가 먼저 시작한 거야.”

    “변방의 촌뜨기 주제에 큰소리는… 헉?!”

     

    소리도 없이 날아드는 즈앙의 비도.

    발을 움직여 피하려던 체다의 발치가 찐득하게 들러붙는 지면에 걸렸다.

    급히 상체만을 움직여 회피하는 그의 주변을 빠르게 회전하며 검은 천 자락과 비도를 번갈아 던지며 시야를 빼앗고 허를 찌르는 즈앙의 연속공격.

     

    “하아~? 합공 중에 왜 우리끼리 싸우는 거야? 이 주의력 결핍♥ 자기들이 뭘 하려고 했는지도 몰라♥”

    “쟤가 먼저 시비 걸었거든?”

    “싸움은 나중에 알아서 하고 오크노디가 어디로 도망쳤는지나 말하라고♥”

     

    매스각키의 매도에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즈앙이 내가 도망쳤던 방향을 가리켰다.

     

    “아마 저쪽으로…”

    “아무도 없어♥”

    “응? 아닌가? 이쪽이었나?”

    “여기도 없어♥”

    “어? 응? 어라?”

     

    혼란에 빠진 즈앙.

    그러나 백날 찾는다고 즈앙이 날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은 1분간 드래곤 교장의 거대한 얼굴 밑에 숨었습니다.]

    [숨기 경험치+3]

    [배짱 경험치+10]

     

    눈만 마주쳐도 다들 기겁하는 드래곤교장인데 여길 누가 찾아보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숨바꼭질 달인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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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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