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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한편, 천마는 하나뿐인 교인에게 마공을 전수하며 깊은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간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진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지켜주지 못했던 것을 줄곧 마음에 담고 있었다.

       

       물론 24시간 내내 옆에 붙어있던 것도 아니고, 저 멀리 떨어져 있던 그가 대뜸 외부 세력에게 습격당할 거라고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처음 진윤이 입교할 때 그에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 그 한 몸 바친다면, 나는 너를 지켜주겠노라. 그 어떤 위협이 닥치든, 그 모든 해악을 이 손으로 멸하리라. 그렇게 약조하였건만, 정작 그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그녀는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자신의 공백을 대신해 그를 구하러 나타났던 영상 속 용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천마는 생각했다. 앞으론 그런 일이 없게 가능하면 그의 곁에 붙어다니자고. 그리고 혹여 떨어져 다닐 때를 대비해서, 그의 무위도 끌어올리자고.

       

       다행히 그녀의 친애하는, 그리고 유일한 교인은 나름 대단한 무재를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그것이 인위적인 개조의 탓인지, 아니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인지는 그녀로서도 알 수 없었지만.

       

       어찌 됐든, 덕분에 가르침에 별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수월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신음하는 진윤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끄으…”

       

       외부로부터 유입된 기가 두뇌와 신경계를 헤집는 감각은, 필시 그로서도 생소하고 또 괴로울 터. 그럼에도 그녀의 조언을 따라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고 버티는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기특했다.

       

       [조금만 더 참거라. 그 감각에 익숙해질 때까지.]

       

       천마 본인이 직접 기를 통제하고 있느니만큼, 마공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도 폭주나 자멸의 가능성은 없었다. 단지 기의 존재를 정신이 받아들이고, 통제하기에 이르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뿐.

       

       정종의 무공으로 치면, 초심자가 내공심법을 몇 달이고 연마한 끝에 자연스레 다다를 단계를 겨우 십여 분으로 압축 중인 것이다. 당연히 정신에 가해지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천마는 더욱 조심, 또 조심하며 기로써 진윤의 머릿속을 매만졌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품을 수밖에 없는 욕구, 감정, 그리고 충동. 그 본능 덩어리가 기라는 매개에 녹아들어, 파괴적인 마기로 거듭날 때까지.

       

       그렇게 태어난 마기를 이윽고 목 아래쪽으로 끌어내린 시점에서, 천마는 그에게 말했다.

       

       [어때, 이제 좀 기분이 나아졌느냐?]

       

       그런 그녀의 물음에, 진윤은 생각만으로 답했다.

       

       ‘방금보단 좀 낫네요. 가슴 부근에 좀 위화감이 있긴 하지만요.’

       [그렇겠지. 지금 심장 위쪽에 마기를 모아뒀으니 말이다.]

       ‘그, 원래 무림인들은 다 이렇게 수련하는 거예요?’

       [아니, 그럴 리가 없잖느냐.]

       

       무림인들의 강함에 대한 집념에 경악을 넘어 일말의 존경심마저 느낀 진윤의 물음에, 천마는 단번에 그의 의문을 부정했다.

       

       [기의 수발이 자유로운 천하의 고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을 받는다니, 어림도 없지. 부작용의 확률을 대폭 줄이는 대신 매우 천천히 수련하거나, 그냥 죽거나 말거나 식으로 갖다 박고 실제로 대부분 죽거나. 보통은 둘 중 하나이니라.]

       ‘엣.’

       [물론 명가의 자제들은 나름 가문 덕을 보아 편하게 강해지는 편이지만, 그래도 너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지. 피붙이도 아니면서 천마에게 이렇게까지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 건 아마 온 세계를 다 뒤져도 네가 처음일 게다. 영광으로 알거라.]

       

       천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진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 이제 만들어낸 마기를 정해진 통로를 따라 옮길 거다. 마기의 이동 경로를 잘 기억해두거라.]

       

       천마는 그가 기억하기 쉽도록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기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뇌로부터 내려간 마기는 몸의 뒷면을 따라 내려간다. 척추를 타고 내려간다고 생각해도 좋다. 옳지, 그렇게…]

       

       중간중간 중요한 지점은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진윤에게 혈도라는 개념을 이해시킨다.

       

       [그래. 왼다리와 오른다리 중 어느 쪽이 먼저든 상관 없다. 하나씩 발끝의 혈을 찍고 돌아와서, 다시 위로… 그 다음은, 아.]

       

       중요한 혈을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알려주던 천마가, 회음혈에 이르러선 미처 생각 못했다는 듯 얼굴을 붉히곤 슬쩍 건너뛰고 넘어갔다.

       

       [이렇게, 몸의 정면을 타고 올라와서… 쇄골에서 다시 양팔을 한번씩 손끝까지 왕복하고는, 안쪽의 오장육부 사이로 파고 들어서… 이렇게, 아랫배의 단전에 도착하면 된다.]

       ‘오오.’

       [이렇게 몸 한 바퀴를 통째로 도는 것을 대주천이라 하고, 자잘한 건 생략하고 뇌-심장-단전만 왕복하는 걸 소주천이라 하느니라.]

       

       사실 자세한 건 무공의 계통이나 종파에 따라 또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천마는 굳이 파릇파릇한 초심자한테 재미도 감동도 없는 잡지식을 주입하지 않았다. 철저히 필요한 내용만 실전압축으로, 그것이 천마신교의 방식이었던 탓이다.

       

       ‘근데 이렇게 빙빙 돌리는 걸 반복하면 결국 불순물을 없애는 거 아니에요?’

       

       그러나 이렇게 알아서 질문을 던지면, 그 호기심과 열의가 갸륵해서라도 답해줄 수밖에 없다. 천마는 헤픈 미소를 숨기지 못하며 친절히 지식보따리를 풀었다.

       

       [정종의 무공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마공에 있어 대주천의 의미는 정반대다.]

       

       그녀는 아예 손가락 끝에 기를 뿜어내 구체적인 차이를 직접 시연했다.

       

       [정종의 무공은 기본적으로 절제를 바탕으로 한다. 도사들이건 땡중들이건, 그 가르침에 영향을 받은 기는 자연스레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는 방향으로 수렴하지.]

       

       불순물과 탁기가 순환 과정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왼손과 달리, 오른손에 피운 마기는 돌면 돌수록 오히려 주변의 불순물과 탁기를 빨아들이며 더욱 혼탁하게 변했다.

       

       [그러나 마기는 탐욕스럽다. 체내를 돌며 온갖 불순물과 탁기를 앗아가 덩치를 불리지. 그리고 그것들조차 연료 삼아 막대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더없이 위력적이고, 또 불안정한 것이다.]

       

       천마의 맞춤 강의에, 진윤은 그저 감탄하며 경청할 따름이었다.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그에게 있어, 천마의 무공 수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재미난 컨텐츠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진심 어린 호응에, 천마는 더욱 기뻐하며 가르침을 이어갔다.

       

       [자, 그럼 이제 다 쓴 마기는 회수하도록 하마. 지금은 소리내어 말해도 되느니라.]

       “뎃?”

       

       단전에 갇힌 마기를 다시 호로록 빨아들이는 천마의 모습에, 진윤은 얼빠진 소리를 내며 물었다.

       

       “굳이 회수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기껏 고생해가면서 넣은 건데.”

       [당연하지. 이건 그냥 교보재로 쓰려고 대충 만들어본 잡스러운 마기고, 진짜는 따로 있건만.]

       

       천마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어리둥절한 낯으로 대꾸했다.

       

       “그게 그냥 참고용으로 한번 해본 거였다고요?”

       [그렇고 말고. 지금부터 내 친히 너를 위해 창안한 독문 무공을 전수하마.]

       

       천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맞은편 침대로 돌아가 양반다리로 앉았다.

       

       [자, 너도 비슷한 자세로 앉아보거라.]

       “의외네요. 가부좌 같은 거라도 틀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어차피 그게 그거다. 사실 자세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양반다리로 앉자 더욱 강조되는 뽀얗고 탄탄한 허벅지의 위용에, 진윤이 애써 시선을 돌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마는 그저 세상 신나게 제자를 지도할 뿐이었다.

       

       [자, 이제 아까처럼 숨을 들이쉬거라.]

       

       눈을 감은 채 아무 의심 없이 숨을 들이쉬는 진윤의 모습에, 천마는 슬쩍 미리 준비해두었던 기를 방출하며 말했다.

       

       [그리고 상상하거라. 우주선 바깥, 황량한 화성의 한가운데에서 태연하게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한없이 차갑고, 지독하며, 또 치명적인. 그야말로 아까 준비한 평범한 기와는 차원이 다른, 화성의 환경에 부합하는 기를 흘리며 천마는 말했다.

       

       [절대 잊지 말도록 하거라. 기가 심상에 물드는 그 감각을, 마기를 움직이는 그 경로를. 그렇지 않으면, 분명 길을 잃고 헤매게 될 테니.]

       

       북해빙궁의 음한기공과, 사천당문의 독공에 그녀의 마공을 적절히 섞어 만들어낸 독문 무공.

       

       냉혈독심입마공冷血毒心入魔功의 본격적인 전수가 시작되었다.

       

       

       ***

       

       

       [‘악마 마이너 갤러리’]

       

       [솔직히 나작화 좆같으면 개추 ㅋㅋㅋㅋㅋ][27]

       [아니 병신들아 그래서 다음 타자 누군데][38]

       [지금 좋다고 고로시각 재는 놈들 미래가 보인다 보여 ㅋㅋㅋ][15]

       [아니 그래서 사제지간 배덕야스 언제 하는데][12]

       [오늘자 나작화도 좋았다][5]

       

       

       [작성자 : 질투*]

       [제목 : 솔직히 나작화 좆같으면 개추 ㅋㅋㅋㅋㅋ]

       [애잔한 인생들끼리 아둥바둥 화면 너머로나마 핥아주라고 판 깔아줬더니 차원의 벽 부수고 진짜로 물고 빠는 거 눈꼴시려우면 개추 ㅋㅋㅋㅋㅋ

       우선 나부터 ㅋㅋㅋ]

       

       [후회* : 개추ㅋㅋㅋ]

       [조소* : 좆같은 건 모르겠고 걍 분탕 마렵긴 해ㅋㅋ]

       [오만* : 아 ㅋㅋ 꼬우면 옛날처럼 현실좆목 영구밴 때리라고 ㅋㅋㅋㅋ]

       ㄴ[질투* : 어차피 내쫓아봐야 지들끼리 알아서 잘 살 텐데 난 그 꼴 못 봐~~]

       [절망* : 생존물을 부순 좆목충을 부순다…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다]

       

       

       [작성자 : 절망*]

       [제목 : 아니 병신들아 그래서 다음 타자 누군데]

       [시시덕대지만 말고 다음 고로시할 놈이 알아서 새 글 파라고]

       

       [질투* : 솔직히 이건 후회가 나서는 게 맞다 본다… ㅇㅇ]

       [탐욕* : 후회 안 하고 싶다는 뉴비 괘씸해서라도 본때 보여주는 게 맞지 ㅋㅋㅋ]

       [오만* : 아 ㅋㅋ ‘모형정원의 숨은 지배자’ 후회좌는 ㅇㅈ이지 ㅋㅋㅋ]

       [후회* : 지랄은 거기까지다 악살꾸러기들]

       [후회* : 나는 저쪽 신경 쓰느라 바쁘니까 거 고로시는 1군 악마 ‘칠죄종’ 여러분께서 알아서들 하시고 ㅎ]

       [분노* : 아니 이 씻팔련아 놀이터 하나 먹었으면 먹은 값을 하라고]

       [분노* :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모름?? 양심적으로 일 좀 해라 돼지련아]

       [의심* : ㄹㅇㅋㅋ]

       [증오* : ㄹㅇㅋㅋ]

       [조소* : ㄹㅇㅋㅋ]

       [후회* : 갤에 악마는 많은데 아군은 하나도 없네 ㅅㅂ]

       [후회* : 후우… 이번만입니다]

       

       

       [작성자 : 색욕*]

       [제목 : 지금 좋다고 고로시각 재는 놈들 미래가 보인다 보여 ㅋㅋㅋ]

       [억지위기 조성하려다가 있지도 않던 히로인 ‘구원’각이나 만들어줄듯

       벌써부터 기대돼서 참을 수가 없다…]

       

       [배덕* : 히로인이 늘어난다? 이거 상호불륜 못 참거든요…]

       [탐욕* : 이거 진심으로 쟤네한테 고마워해야됨ㅋㅋㅋ 단조로운 일상물에 메인이벤트를 알아서 갖다 바쳐주네]

       [피폐* : ㄹㅇㅋㅋ 위기감 조성하게 진짜로 히로인 한두명쯤 패배 이벤트 후에 끌려가서 엄한 꼴도 좀 당하고]

       ㄴ[색욕* : 진짜 그 지랄하면 너부터 피폐하게 만들 거니까 가만히 있어라]

       

       

       [작성자 : 배덕*]

       [제목 : 아니 그래서 사제지간 배덕야스 언제 하는데]

       [제자의 주화입마를 달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채음보양 야스 ㅇㄷ]

       

       [조소* : 그런 건 없다 게이야ㅋㅋㅋㅋㅋ]

       [조소* : 천마쯤 되면 주화입마가 아니라 주화입마 증조할애비가 와도 커버 가능하니까 꿈 깨시고]

       [색욕* :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니까 방중술 실습이나 기대하자]

       ㄴ[조소* : 누가 보면 이건 현실성 있는 줄 알겠네ㅋ]

       ㄴ[색욕* : 닥쳐]

       

       

       오늘도 여전히 한결같은 갤러리의 꼬라지에,

       소리없이 몰래 지켜보던 마왕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인 겸 제자를 밀착 과외해주는 게 그저 흐뭇한 천마님
    그리고 악살꾸러기들은 그냥 매일매일이 레전드다… 가슴이 옹졸해진다

    이광상님 후원 감사합니다!! 새벽에 올리겠다고 해놓고 막상 다 쓰니까 아침이네요… 흑흑

    다음화 보기


           


Gallery for Loners After Demise

Gallery for Loners After Demise

GFLAD 종말 후 외톨이 갤러리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community for the last people who survived on Earth. This is ‘The Lonely Gallery After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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