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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네르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

     

    베르그와의 접촉이 그 동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이렇게 억지로 그가 밀어붙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에도 있었다고 한다면 기껏해야 손목을 억지로 잡는 정도?

     

     

    하지만 이 포옹은 그에 비할바 되지 않았다.

     

    거부했음에도 강제로 안아주는 베르그.

     

    밀어냈지만 상대는 자신을 요구한다.

     

     

    그 사실에 숨 쉬기가 살짝은 어려워진다.

     

    수시로 꼬리털이 쭈뼛 선다.

     

    그때마다 쾌락과도 같은 소름이 가볍게 몸에 흘렀다.

     

     

    여태 가족들에게는 거부만 당해왔던 그녀였다.

     

    다가서려 해도 다가오지 못하게 했었다.

     

     

    그런데 베르그는 외려 밀어내려 해도 다가오니… 어째선지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필요로 했으면 이럴까 싶다.

     

     

    애정받는 기분.

     

     

    “…”

     

    그와 동시에, 네르는 본인에게 생긴 변화를 점차 눈치 챌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베르그와 이렇게 접촉을 하는게 당연해졌다.

     

    의무감에 이러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도 베르그와 닿아있으면 편안했고…미소가 자꾸만 나왔다.

     

     

    이런 자신의 변화를 반겨야하는 건지, 경계해야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에 중독되어가면 이런 느낌일까.

     

    미래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현재의 쾌락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네르는 현재, 베르그에게 안긴 이 순간이 싫지 않았다.

     

     

    네르는 자신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싼 베르그의 흉터진 팔뚝을 바라보았다.

     

    “…”

     

    뱃살이 만져지지는 않을까 또 걱정이다.

     

    복근이 보일만큼 언제나 관리는 한다만…외간 남자에게 이 부위를 만져지는 것도 처음이었다.

     

    혹시 뚱뚱하다 생각하는건 아닐까.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베르그는 색색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어쩌면 그녀만이 생각을 너무 과하게 하는 걸지도 몰랐다.

     

     

    “…”

     

    베르그가 잠들었다는 사실에 긴장감이 조금 풀리고 나니, 이어서 그녀는 걱정되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마을에서 헤아 교단과 발생한 모든 것들이 아직은 마음에 걸린다.

     

    대체 무슨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 자신에게 이럴만큼 힘들어하는 걸까.

     

     

    “…”

     

    뭐가 됐든 내일 물어보면 될 것이었다.

     

    …그가 말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도 감정이 격해보여 걱정되었다.

     

     

     

    어쨌든지간에 네르는 눈을 감았다.

     

    베르그의 팔을 가볍게 감싸고 몸의 힘을 푼다.

     

    툭툭 흔들리던 꼬리가 베르그의 허벅지에 부드럽게 얹혔다.

     

     

    이제 숙면에 들 시간이었다.

     

    계속 이렇게 일어나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잠들기 전에 네르는 숨을 들이쉬었다.

     

    “….하아.”

     

    하루 종일 같은 말에 타 있어서 그럴까.

     

    지금 베르그의 몸에서는 제 냄새가 났다.

     

    그 사실에 또, 어째서인지 안정감을 찾는다.

     

    이내 네르는 잠에 들기 위해 애썼다.

     

     

    “…”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어떡해…”

     

    잠이 오지 않았다.

     

     

    ****

     

     

    깊은 잠에 들지 못한 네르는, 베르그의 움직임에 정신을 가볍게 차렸다.

     

    새벽의 푸른빛이 창을 통해 들어온다.

     

    아직 기상 시간이 아니었다.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았지만 베르그의 손은 아직도 제 허리에 감겨있었고, 네르도 그의 손을 감싸안고 있었다.

     

    쌀쌀한 새벽공기가 어느새 창문틀 사이로 흘러들어와 방을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베르그에게 닿은 부분만이 따뜻해, 네르는 이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하아.”

     

    잠에서 깬 베르그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뒤에서 베르그가 고개를 들며 두리번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내 그는 몸의 힘을 풀고 그대로 누웠다.

     

     

    네르에게 감아놓았던 팔은 회수하지 않았다. 외려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안는다.

     

    “…”

     

    잠든 척을 하던 네르는 그 사소한 행동에 또 기뻤다.

     

    아침이 되자마자, 즉 어제의 감정을 진정시키자마자 베르그가 팔을 뽑아냈으면 어째서인지 싫었을것만 같았다.

     

    하루의 감정을 넘기기 위해 이용 당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안아주니 그런 의심들이 사라진다.

     

    정말로 그도 원해서 이러는 거라는걸 느끼게 된다.

     

     

    ‘내가 그렇게 좋아?’라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잠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녀는 미소가 나오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자연스럽게 베르그의 팔을 더 안았다.

     

     

    그렇게 또 쉬고 있자니, 베르그의 숨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그는 대체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편안한 자세로 쉬고 있는 그녀가 생각했다.

     

     

    -쪼물.

     

    “…?”

     

    그러다, 네르는 자신의 배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놀란다.

     

    몸을 움츠리지 않는게 고작이었다.

     

    “…큭큭.”

     

    베르그는 이어서 웃음을 터트렸고, 네르는 그의 행동이 의도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베르그는 그녀의 뱃살을 꼬집어보고 있었다.

     

    “…”

     

    안그래도 어제 걱정했던 행동.

     

    네르는 몸을 움직여 그에게 무엇을 하는 거냐고 따져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따지는 순간 지금의 자세가 풀어지게 될거라는 걸 알았다.

     

    일어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변명도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어쨌든지간에 억지로 안겨있는 현 자세가 싫지 않던 네르로서는…잠에서 깬척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지만 조금은 참아보기로 한다.

     

    가능하다면 그와 오래 이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픈 마음이었다.

     

     

    -쪼물.

     

    “…!”

     

    또 이어지는 그의 행동.

     

    몰랐던 그의 모습을 이렇게 또 마주하는 것만 같다.

     

     

    부끄럽지만…솔직하게 싫은 것 까지는 아니었다.

     

    수치스러움만 참을 수 있다면 그의 가벼운 장난이 재밌기도 했다.

     

     

    가슴을 만진다거나 엉덩이를 더듬는게 아니니까.

     

    만약 은밀한 부위에 손을 가져대댔다면 음흉한 그의 모습이 그 동안 보였던 모습과 대비돼 실망스러웠겠지만…지금 이 정도는 베르그가 가끔 보였던 엉뚱한 장난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베르그를 베르그가 아닌, 인족용병으로 알던 시절 당할거라 예상한 것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러니 조금도 불쾌하지 않았다.

     

    애초에 허리는 이미 그녀가 어젯밤 허락한 부분이기도 했으니.

     

     

     

    두 번의 주물거림 이후로 베르그의 행동이 멎는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베르그는 한참을 멈춰있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누워있자니, 네르는 오지 않던 잠이 한순간 몰려들었다.

     

    왜 그가 깨고 나서야 졸리기 시작하는지 알수가 없다.

     

     

    네르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스윽.

     

    그와 동시에, 베르그가 기상하려는 듯 손을 빼기 시작했다.

     

    “…”

     

    동시에 네르의 꼬리가 멋대로 베르그의 허벅지를 감쌌다.

     

    잠꼬대처럼 베르그의 손도 가볍게 잡았다.

     

    이 자세가 좋았다.

     

    이대로 있고 싶었다.

     

     

    그녀의 몸이 그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

     

     

    네르는 이어질 베르그의 행동에 집중했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베르그는 다시 빼려던 팔을 깊숙이 집어넣었다.

     

    자신이 잠에서 깰까, 그는 자세를 유지한다.

     

    “…”

     

    이제는 베르그라는 사람을 점차 알아가는 네르였다.

     

    자신과 단둘이 있는 상황이라면, 이제는 그가 어떤 행동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예측할 수 있었다.

     

     

    미소가 나왔다.

     

     

    네르는 마치 잠꼬대하듯 베르그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그 온기가 이불을 대신해준다.

     

     

    그녀는 그렇게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네르는 깊은 잠에 빠져 오랜 시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새벽에 기상했지만, 해가 중천에 뜬 지금까지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짹! 짹!

     

    새가 날아들어 이런 우리의 모습을 관찰한다.

     

    늘어지게 휴식하는 우리를 보고 빨리 일어나라 재촉하는 것만 같다.

     

    새는 잠시 고개를 틀어가며 우리를 바라보다…파다닥 날아가 사라진다.

     

     

    사실 어느정도는 나도 이렇게 쉬고픈 마음도 있었기에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의뢰도 그렇고, 바다에서 논것도 그렇고, 이후 헤아 교단도 그렇고… 과거를 아담 형에게 밝힌 것들도 그렇고.

     

     

    다 떠나 몸부터가 피곤하다.

     

    조금 휴식을 취해도 되지 않나 싶다.

     

     

    또한, 헤아 교단에 대한 생각도 마무리짓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아내들에게 이야기해야하나 고민해야했다.

     

    하지만 결국 결론을 내렸다.

     

     

    …아직은 아내들에게 밝힐 순간이 아니었다.

     

    관계가 그렇게까지 끈끈하지 못한 지금, 시엔의 이야기를 할 순 없다.

     

     

    나도 아직 시엔에 대한 이야기를 미련없이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고.

     

    어제 아담 형에게 이야기를 하며 말문이 턱턱 막힌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시엔에 대한 기억들을 두 아내의 도움으로 지워가다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니 지금은 숨겨두기로 마음을 먹는다.

     

    언젠가 가볍게 꺼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때 밝히는게 옳을 것 같다.

     

    “…”

     

    문득, 시엔을 떠올린다.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그녀도 나를 떠올리기는 할까.

     

    어제도 느꼈던 사실이지만…시엔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내게 너무나도 아프다.

     

     

    지난 7년간 그녀를 조금도 잊지 못했나보다.

     

    외면한 상처는 조금도 낫지 않은 채였다.

     

    오히려 곪고 곪아 나를 좀먹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상처를 똑바로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곳저곳 여행하며, 그녀와의 약속들을 손수 지워가니… 나도 조금씩 그녀에 대한 미련을 놓고 있었다.

     

    아직은 먼길이 남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

    나는 품에 안긴 네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쿵쿵쿵!

     

     

    그때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린다.

     

    네르가 그 소리에 움찔 놀라며 깬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베르그? 일어났어요?’

     

    아르윈이었다.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는 우리가 걱정되었나보다.

     

     

    놀란 네르가 고개를 돌리며 나를 올려다봄과 동시에, 나는 대답을 해주었다.

     

     

    “일어났어.”

     

    -끼익…!

     

    그 대답과 동시에 아르윈이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부둥켜 안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굳는다.

     

     

    “…”

     

     

    잠에서 깨던 네르가 아르윈의 시선에 조금은 급히 내 품에서 벗어났다.

     

     

    굳어있던 아르윈은 나와 네르를 번갈아 바라보다, 가볍게 물었다.

     

     

    “…배 안고파요? 밥 먹으러 가요.”

     

    방금 전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따지고보면 부부가 이러지 못할 이유도 없는거고.

     

     

    “그래. 밥 먹으러 가자.”

     

     

    그 말과 함께 나는 네르를 바라보았다.

     

     

    “…”

     

    “…”

     

    나는 눈을 깜빡였다.

     

    한순간 네르가 아르윈을 싸늘하게 응시하고 있는것만 같았다.

     

    “…왜 베르그?”

     

    하지만 눈을 깜빡이고 나니 네르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내 착각을 둘러대며 물었다.

     

    “…잘 잤어?”

     

     

     

     

    ****

     

     

    베르그가 씻으러 간 사이, 네르는 몰래 아르윈을 노려봤다.

     

     

    그녀에게 끝내 베르그와의 시간이 방해 받은게 그리 기쁘지만은 않다.

     

    애초에 아무리 일부다처제라고 한들, 한 부부의 방안으로 그렇게 들어오는게 옳은걸까.

     

    다 떠나 존중이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네르. 힘들었지?”

     

    하지만 아르윈이 조용히 다가와 물은 질문은 네르를 잠시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순수한 걱정이 담긴 물음.

     

    자신에 대한 그녀의 배려심이 엿보인다.

     

     

    “…”

     

    어제와는 분위기가 살짝 다른 것 같아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자연스러웠다.

     

    처음부터 아르윈은 단명종인 베르그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베르그의 품에서 잠드는게 고역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 질문을 한걸지도 모르고.

     

    “…”

     

    네르는 그런 아르윈의 걱정에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진다.

     

     

    “저는 괜찮았어요.”

     

    그러니 가볍게 대답하며 둘러댔다.

     

     

    하지만 아르윈은 역시나 아침에 보았던 장면을 잊지 못했는지 물어왔다.

     

     

    “…밤새 안겨서 잔거야?”

     

    질문이 이어지자 네르는 말을 신중히 골랐다.

     

    어쨌든지간에 부부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아무리 아르윈이라고 한들 그녀에게 말해줄 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어제의 추억을 아르윈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베르그의 품이 얼마나 따스한지.

     

    팔은 얼마나 듬직한지.

     

    이런것까지 괜히 말했다가 아르윈이 호기심이라도 생겨서는 안되니까.

     

     

    안그래도 호기심 많은 아르윈이었다.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말해준다고 아르윈이 경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번 일은 강제로 베르그가 자신을 안아 벌어졌던 일이었으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네르는 사실을 둘러댔다.

     

     

    “…깨어나보니 안겨있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이디54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셔서도 감사해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변명하기는 싫어하지만 사정을 설명하자면 글을 대략 완성해두고, 저녁 약속을 나갔습니다. 돌아와서 완성하고 연재를 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어쩌다보니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되어 이거 오늘 완성 못하겠구나…싶어 휴재공지를 올리게 됐죠. 그런데 예상외로 술자리가 또 싱겁게 끝나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돌아왔네요.

    어쩌면 그대로 휴재하는게 더 조용히 넘어가는게 아닐까도 싶었는데…기다려주시는걸 알기에 조금 혼나는 한이 있더라도 올립니다!

    늦어서 죄송하고, 혼란스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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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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