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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빌런 퇴치,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

       

       “원하시는 지역이라도?”

       

       “없는데.”

       

       “···꼭 잡고 싶은 빌런같은건? 아니면 좀 상대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능력?”

       

       “음, 잘 모르겠네.”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 거예요?”

       

       

       아르테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쏘아보았다.

       

       역시 저 눈은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 않네.

       

       예쁜 눈동자지만···.

       

       무어라 해야 할까. 섬뜩함이 느껴진다.

       

       가끔 보아왔던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르지는 않더라.

       

       간혹 아르테가 다른 학생들에게 그 붉은 눈동자를 보여주면 다들 기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운이라고 해도 되겠지.

       

       나는 익숙해져서 잠깐 놀랄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니까.

       

       진흙 속에 묻힌 보물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뭐에요, 또. 이번에는 갑자기 쳐다보기만 하고.”

       

       “아, 미안.”

       

       

       밝은 분위기의 눈동자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루 말할 수 없는 끌림이 느껴졌다.

       

       그래서 무심코 오래 지켜보다가 아르테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더니 조금 화난 모양이었다.

       

       변명을 해야겠는데.

       

       

       “아니, 뭐. 굳이 그런 거 고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말이야.”

       

       “···?”

       

       “조금 느긋하게 해도 괜찮잖아?”

       

       

       아르테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그녀가 아라크네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같은 조니까 굳이 어렵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보이는 놈들 몇 명 잡으면 충분하니까.

       

       위버멘쉬도 다 처치해버린 사람과 함께 있는데 시험에 흥미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는 조금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큼직한 다크호스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뭐.

       

       최상위권은 따놓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뭐, 그렇기는 하지만요.”

       

       “그렇지?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주자 아르테도 납득한 모양이었다. 멋쩍게 웃어 보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데 왜 아르테는 이렇게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려는 걸까.

       

       그녀라면 뒷골목에 마실 나가듯이 잠깐 나가서 빌런의 목 정도는 쉽게 따버릴 수 있을 텐데.

       

       아라크네는 아무리 생각해도 영향력이 상당한 조직이다.

       

       아카데미 내부 침입, 데이터베이스 해킹, 마수 습격 등등.

       

       수많은 일을 일으킨 게 바로 그 조직이니까.

       

       아르테의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높은 지위에 있기는 할 터.

       

       그녀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누군가와 나누던 대화로 미루어볼 때 아라크네의 정보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나와 아멜리아는 현장직과 사무직처럼 나뉜 상태로 모종의 방법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추정 중이었다.

       

       현장직인 아르테와, 사무직인 ‘작가님’.

       

       작가님이 정보수집을 하고, 아르테가 작가님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일을 처리하는 타입.

       

       그렇기에 나는 아르테가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내게 질문을 하지?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그냥 평소처럼 다니다가 적당히 포인트만 쌓아도 충분할 텐데?

       

       

       “굳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빌런은 많이 잡을 수 있지 않나?”

       

       “아니요.”

       

       “응?”

       

       “그렇기에 압도적인 1등을 목표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혹시나 싶어 흘린 말을 아르테가 덥석 물었다.

       

       마치 빌런을 처치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은 사람처럼.

       

       아라크네는 빌런들을 증오하는 단체였던가.

       

       빌런들을 잔혹하게 죽여버리기에 빌런들에게 시달린 시민들에게는 환호받지만, 영웅들에게는 평가가 조금 갈리고 있다고 들었다.

       

       이해가 간다는 반응이랑,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잔인한 거 아니냐는 반응.

       

       영웅들도 빌런들이 저지른 짓을 많이 보아왔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연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모두 하고 있다던가.

       

       다만 사람을 죽여서까지 빌런을 저지하는 모습에서 평가가 갈리는 모양이었다.

       

       

       “···.”

       

       

       가슴이 착잡해졌다.

       

       아르테도 아라크네의 일원이다.

       

       그렇다는 건 그녀에게도 무언가 사연이 있다는 이야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까지 빌런에게 증오감을 표출하는 걸까.

       

       친구가 어두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추측은 시우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의지를 다지게 해주었다.

       

       그녀가 빌런을 사냥하지 않아도 괜찮을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그저 철없을 적의 꿈을 좇아 마음먹었던 영웅이 되고자 하던 꿈이,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빌런들에게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들었으면.

       

       아르테처럼, 상처받고 상처받아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할 생각인데요. 동의하세요?”

       

       “어, 어?! 그래. 응.”

       

       “잘됐네요!”

       

       

       시우는 당황했다.

       

       아르테가 뭐라고 말했더라?

       

       상념에 빠진 나머지 아르테가 무언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무심코 긍정해버렸다.

       

       별일 아니어야 할 텐데.

       

       ···좋아. 여기서는 아르테가 조금 화내더라도 어쩔 수 없다.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심코 다른 생각을 했던 내 잘못이니까, 실례를 무릅쓰고 무슨 이야기였는지를 물어봐야···.

       

       

       “그럼 내일 아침에 시우 군의 집에서 뵐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

       

       “그럼, 오늘은 푹 쉬세요!”

       

       

       아르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집? 누구의? ···나?

       

       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분명히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굳이 내 집에서 만나자고 한 것도 무언가 목적이 있겠지.

       

       내게 대놓고 말했을 정도니 찝찝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녀는 대외적으로는 평범한 학생이니,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다.

       

       그런데 내 집에 왜 와?

       

       아르테가 평소에 내 집 주변을 서성거리는 건 잘 알고 있다.

       

       오늘은 어디에 숨었나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게 일과가 되었으니 당연히 알고 있지.

       

       그녀도 처음보다 더 잘 숨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찾기가 쉬워졌다.

       

       내 색적 능력도 발전해버렸거든.

       

       ···아니, 그게 아니라!

       

       뭐지? 아르테가 내 집에 올 이유가 뭐가 있지?

       

       생각해라, 생각해. 유시우. 머리를 돌려라.

       

       ···전혀 모르겠다!

       

       

       “아르테···?”

       

       “네?”

       

       

       아르테가 말하라는 듯 살짝 눈웃음쳤다.

       

       ···예쁘네.

       

       

       “이야기할 게 없으신가 보네요. 그럼, 내일 아침에 뵐게요!”

       

       “···아차!”

       

       

       젠장.

       

       홀려버렸다.

       

       요망한 눈웃음에 순간 할 말을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는 와중에 아르테가 사라져버렸어.

       

       설마 아르테, 이것마저 노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지. 그냥 내가 멍청한 거다.

       

       

       “하아···.”

       

       

       큰일 났다. 정말로 큰일 났다.

       

       시우는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중얼거렸다.

       

       ···도대체 아르테가 내 집에 왜 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한 이후에도 도무지 이유가 떠오르지 않자, 시우는 결심했다.

       

       단 하나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고.

       

       평소에 집을 그렇게 더럽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무심코 집을 둘러보자 먼지들이 눈에 거슬렸다.

       

       이 상태로 아르테가 집에 왔다간···.

       

       

       ‘우와, 더러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 안 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는 안 돼.

       

       아르테가 오는 이유를 생각하는 건 나중에 해도 괜찮다.

       

       이미 벌어져 버린 일. 수습 같은 건 불가능하니까.

       

       그러니 우선 집을 정리하기로 했다.

       

       

       

       ***

       

       

       

       한바탕 집이 뒤집어지고, 어느 정도 시우의 눈에도 조금 깔끔해졌을 무렵.

       

       시우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청소는 모두 끝났지만, 청소하던 와중에 발견한 하나의 물건 때문이었다.

       

       

       “이게 아직도 있네···.”

       

       

       시우의 눈앞에는 검은색의 실타래가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번에 어쩌다 보니 챙긴 아르테의···실.

       

       버리기로 마음먹었는데 깜빡하고 실을 버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르테가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눈치챌까? 만약 눈치챈다면 무슨 반응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반응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당연한 일이다.

       

       여학생이 입고 있던 속옷으로 만들어진 실을 챙겨서 집에 들고 간 남학생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조금 그랬다.

       

       문제는 그게 나라는 거고.

       

       

       “···.”

       

       

       좋아, 버리자.

       

       아르테가 보면 좋지 않을 테니까.

       

       시우가 집구석에서 존재를 숨기고 있던 실타래를 챙기기 위해 손을 뻗었다.

       

       

       “···부드럽다.”

       

       

       그리고 한동안 실을 만지작거렸다.

       

       한참 동안 감촉을 즐기던 시우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빼도 박도 못할 변태 짓.

       

       만약 아르테가 봤다면 경멸어린 표정을 지었겠지.

       

       아니, 이건 어쩔 수 없어.

       

       기절하고 깨어난 이후부터 능력이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그것 때문이다.

       

       부작용이라고 해야 할지, 이득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감이 강해지면서 다른 감각들도 섬세해졌다.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섬세했던 감각이 더 강해져서 그런 거야.

       

       그 탓에 무심코 부드러운 촉감 탓에 조금 만진 것뿐이고,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진짜로.

       

       시우는 코가 간지러워져 손으로 코를 긁다가 눈치챘다.

       

       ···아직도 좋은 냄새가 나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표지를 신청했음미다.

    복장은 오버핏 반팔 상의에 야핀팬츠, 그리고 포니?테일?

    야드랑이와 목덜미를 강조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물론 첫 시안이니만큼 좀 바뀔수도 있겠지만요.

    기대되네요!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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