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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신룡조의 최종 목적지는 사천이다. 하지만 백우진은 곧장 사천으로 길을 틀지 않고, 온갖 산길을 넘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만 골라서 돌아다녔다.

         

       “흐음, 여기도 꽝인가….”

         

       무언가를 찾는지, 깊은 산골짜기를 돌아다니던 백우진이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갸릉!

         

       백우진의 앞섶에 몸을 쏙 집어넣고 얼굴만 빼꼼 내민 채 잠들어 있던 백호가 깨어나더니 귀여운 소리를 내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우쭈쭈, 우리 백호. 왜 그러니?”

         

       아기 달래듯 몸을 위아래로 조금씩 튕기며 머리를 쓰다듬자 잠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던 녀석은 별안간 날랜 몸동작으로 백우진의 품에서 뛰쳐나오더니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빨라 조원들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허허, 잊고 있었네.”

       “저거 영물이었지, 참….”

         

       귀여운 외모 탓에 잊고 있었지만, 녀석은 무려 수백 년을 산 태백호의 새끼였다. 아무리 작고 귀여워도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우수하다는 뜻이다.

         

       “쫓아가 보자.”

         

       백우진이 앞장서 백호가 남기고 간 흔적을 뒤따라 달려가자 교묘하게 가려진 수풀 사이로 제법 큼지막한 동굴의 입구가 숨어 있었다.

         

       백호는 동굴의 입구 앞에 네 발로 굳건히 서서 어둠 너머로 적의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갸릉! 캬릉!

         

       “귀, 귀여워….”

       “어쩜 좋아!”

         

       굉장히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제갈연지와 신예화는 그 모습마저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이구, 우리 백호.”

         

       백호를 안아 들자 네 발로 바둥거리는 녀석. 그러면서도 여전히 시선은 동굴의 입구 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동굴 안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 음?”

         

       이상했다.

         

       동굴 너머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뭇잎이 거세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데 응당 들려야 할 바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백우진은 넓게 퍼져 있던 자신의 기운을 한데 모아 동굴 안으로 쏘아 보냈다.

         

       그러자 재밌는 일이 발생했다.

         

       동굴 너머로 나아가던 기운들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튕겨 나온 것이다.

         

       “이것 봐라.”

         

       자연적인 현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부자연적인 현상의 초래는 결국 이곳에 사람의 손길이 닿았다는 뜻일 터.

         

       “제갈 소저, 예화.”

       “네.”

       “응!”

       “입구 근처를 조사해봐. 예화는 제갈 소저를 호위하고.”

         

       호명된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제갈연지는 그의 말에 따라 입구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고, 신예화는 불시에 있을 습격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어두운 동굴 너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지, 진법이에요….”

         

       동굴 입구 주변으로 기의 흐름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차음진인 것 같아요….”

       “차음진이면, 소리를 막는다는 건가?”

       “네에…. 그런데 이건 기척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동굴 안으로 들어간 바람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것도, 백호가 그토록 울부짖는데도 안에서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모두 해소가 되었다.

         

       “해체는?”

       “금방 가능할 거예요.”

       “그럼 바로 시작해줘.”

       “네…!”

         

       동굴 입구에 소음과 기척을 차단하는 진법을 펼쳐두었다는 건 곧 이곳에 그렇게 해서라도 숨겨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돼, 됐어요!”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진법이 해체됐다. 순간적으로 기로 이루어진 파동이 지나가더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동굴 너머로 뚜렷한 기척과 소리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기운을 느낀 백우진의 기세가 단숨에 날카로워졌다.

         

       “모두 전투 준비.”

         

       그간 구슬땀 흘려가며 했던 훈련이 빛을 발했다. 백우진의 나지막한 말 한마디에 조원들이 곧장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무기를 쥐고 적습에 대비하여 진형을 새로이 갖추었다.

         

       크르르르

         

       갸릉! 캬아아!

         

       짐승 아니, 그보다 위험한 무언가가 울부짖자 백호도 지지 않겠다는 듯, 소리를 드높였다.

         

       쿠웅 쿠웅

         

       동굴 너머로 들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기괴한 형상을 한 멧돼지였다.

         

       “마, 마물이다.”

         

       거대한 바위만 한 덩치에 채찍 같은 꼬리가 몇 개나 달려 있고, 입에는 기다란 엄니가 자라나 있다.

         

       괴저(怪猪).

         

       멧돼지가 마기에 의해 변화한 마물의 통칭이었다.

         

       쿠헤헤헥!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뱉은 괴저가 구왕수를 향해 돌진했다. 뿔처럼 앞으로 돌출된 엄니가 위협적으로 보였다.

         

       “후우우….”

         

       허나 구왕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일로 당황하기엔 지금까지 그가 받아온 훈련들이 녹록하지 않았기에.

         

       과거 남궁수의 뒤나 쫄쫄 따라다니던 구왕수는 절대 피하지 못했을 테지만, 백우진의 밑에서 새롭게 태어난 구왕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달라졌다.

         

       “하앗!”

         

       날아드는 공격에 지레 겁먹고 급하게 자리를 뜰 때마다 백우진은 그의 귀를 꽉 붙잡은 채로 말했다.

         

       회피는 언제나 짧고 간결하게!

         

       괴저의 엄니가 칼과 맞닿을 정도까지 다가오고 나서야, 구왕수는 보법을 발휘했다.

         

       쿠힉!?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눈앞에서 목표를 놓쳐 발에 제동을 거는 괴저의 등에 검을 내리쳤다.

         

       쉬익!

         

       날카로운 검이 괴저의 등을 베고 지나갔다. 허나, 녀석의 두꺼운 가죽을 미처 잘라내지 못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칫…!”

         

       안타까움에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서는 구왕수.

         

       그런 그의 귓가로 백우진의 칭찬이 날아들었다.

         

       “잘했다, 광수야!”

         

       구왕수의 입가에 함지박만 한 미소가 걸렸다.

         

       한 달에 한 번도 듣기 힘든 게 그의 칭찬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근데 공격력이 영 약하네. 아무래도 올라야겠지? 절정.”

       “으, 응….”

         

       노력할게….

         

       경지로 보면 가장 뒤처져 있는 장삼이 바로 위인 구왕수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히얏!”

         

       신예화를 필두로 괴저와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백우진과 당선영을 제외하면 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괴저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할 수 있는 이는 신예화 뿐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헤에, 제법 잘 싸우네.”

         

       백우진은 당선영과 뒤로 물러나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이번 여정을 준비하면서 백우진이 목표로 삼은 것은 총 두 가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조원들을 마물과 싸우게 만드는 것이었다.

       

       사천으로 가는 길에 마인이나 마물이 출현할 만한 곳을 찾아내기 위해 무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갈아 넣었다.

       

       수백의 하오문도를 고용하여 인근 지역을 샅샅이 조사하고, 조금이라도 이상징후가 보이는 곳을 따로 추려냈다. 그리고 몇 곳을 방문한 끝에 이곳에서 처음 발견한 것이다.

       

       ‘어떻게든 경험을 쌓게 해야지.’

         

       마물과의 싸움은 신룡조에 있는 이상 필연적으로 겪게 될 일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심어줘야만 한다.

       

       그동안 빡세게 굴린 시간들이 빛을 발하는지, 녀석들은 생각보다 침착하게 진형을 잡아가며 괴저와의 힘겨루기에 한창이었다.

         

       조원들이 위험에 빠지면 바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백우진을, 당선영은 옆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체 뭘 알고 있는 거니….’

         

       불침번을 서던 여정의 첫날밤, 백우진은 제 아비인 당연신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것도 딸을 못살게 구는 못된 아비라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대외적으로 그녀와 당연신의 사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지위가 생각보다 높은 만큼 딸에 대한 대우 또한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할 뿐.

         

       그렇기에 그녀가 아비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론 알 수가 없다.

         

       결국 백우진이 당가의 내부 사정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는 말이 된다.

         

       궁금했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하지만 미처 묻지 못했다.

         

       ‘무서워….’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그가 자신의 치부를, 당가의 비밀을 알고 있음에도 이토록 곁에 두는 걸지도 모른다는 기대, 자신의 비밀은 아직 모르는 상태라 알고 나면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렇기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혹, 그가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치부를 모두 밝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모든 걸 듣고 그가 자신에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에.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장고 끝에 그녀는 관망을 택했다. 당가에 도착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가 그곳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지.

         

       그저 바랄 뿐이다. 그가 자신을 해방 시켜주기를, 제 모든 아픔을 감싸 안아주기를.

         

       ‘그러니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는 거야.’

         

       아주 조금 홀가분해진 그녀는 무방비하게 놓인 백우진의 팔을 껴안았다.

         

       팔로부터 가슴의 감촉을 느낀 그의 얼굴이 헤벌쭉 벌어진다.

         

       ‘그래. 지금은 즐기자.’

         

       이대로라면 당가까지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제법 오래 걸릴 테니.

         

       “으헉!”

         

       달콤함을 만끽하던 그때, 괴저의 뒤를 잡고 있던 장삼이 채찍처럼 휘둘러진 꼬리에 맞고 쓰러졌다.

         

       괴저가 장삼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모습에 백우진이 곧장 나서려 했지만 당선영이 팔을 놓아주지 않았다.

         

       “잠깐 팔 좀….”

         

       그녀로부터 팔을 떼어내려 할 때였다.

         

       쐐애애액!

         

       푹푹!

         

       당선영이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던진 두 개의 암기가 괴저의 양쪽 눈에 꽂혔다.

         

       꾸헤헥….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지는 괴저. 기본적으로 마물들은 독에 대한 내성이 제법 강한 편인데 저렇게 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력한 독을 쓴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마물을 고작 암기 두 개로 끝장낸 그녀는 백우진을 올려다보며 어느 때보다 고혹적인 미소를 그렸다.

         

       “가만히 있어.”

       “넵.”

         

       그녀와의 다툼 이후에 음식과 술에서 독이 다량 검출되는 미래가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해진다.

         

       ‘절대 깝치지 말자.’

         

       되도록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백우진은 생각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하루 걸러 뵙기 때문인지, 더욱 독자님들이 반가운 것 같습니다.

    평소 복통에 시달리는 일이 거의 없던 엄니께서 아파하시는 통에 많이 두려웠으나 다행히 노로바이러스 정도(?)로 끝이 났습니다.

    아직 좀 아프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제보다 많이 호전되셔서 마음도 놓이고요.

    독자님들께서 양해 해주신 하루를 충당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연참을 가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꿀맛 같은 일요일 다들 푹 쉬셨기를 바라며, 저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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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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