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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아르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졸린 눈을 끔벅이며 나를 향해 손을 쭈욱 뻗었다. 

       

       “뀨우…?”

       

       아르는 내가 바로 안아 주지 않자, ‘왜 안 안아 조?’라는 듯 손을 꼼지락거리며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뻗은 손이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닫고 손을 멈추었다. 

       

       “쀼, 쀼우?”

       

       아르는 잠이 확 깬 듯, 벌떡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실비아는 아침부터 수련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기에, 아르는 곧바로 내게 외쳤다.

       

       “레, 레온! 아르 손이 몬가 커져써!”

       

       그러고는 곧바로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가 침실 한쪽에 설치된 전신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쀼?!”

       

       아르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듯 자신의 몸과 거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외쳤다.

       

       “레온! 아르 손만 커진 게 아니어써! 다 커져써!”

       

       나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혼란스러워하는 아르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일단은 다시 침대로 데려와 앉혔다. 

       

       “그러네. 아르가 커졌네.”

       

       나는 변한, 아니 성장한 아르의 모습을 차근차근 뜯어보았다. 

       

       ‘일단 아르 말대로 몸 자체가 확실히 커졌어.’

       

       기존에는 양손으로 몸통을 잡으면 딱 적당히 남아서 들어올리기 좋은 정도였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손으로 배를 쓰다듬기에 알맞은 정도라고 할까.

       

       ‘근데 지금은 배를 덮으려면 손 두 개를 다 써야 될 거 같은데.’

       

       대략 눈대중으로 보았을 때 기존 덩치의 1.5배 정도는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이럴 줄 알았으면 애기 때 치수라도 좀 재 놓는 건데.’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어릴 때 키가 얼마나 자라나 보려고 문틀이나 벽 한쪽에 계속 흠집을 내서 나름의 기록을 해 놓는 거.

       지금 그런 거라도 있었으면 확실하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빨리 성장하기 시작할 줄 몰랐지.’

       

       그리고 변한 건 단순히 몸의 크기뿐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크기만 달라진 거면 내가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놀라지도 않았을 거다.

       

       지금 아르의 몸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다름 아닌 얼굴이었다. 

       

       ‘그중에서도 입 부분.’

       

       옆에서 봤을 때 비교적 동글동글하고 뭉툭했던 입이, 이제는 나름 용족이라고 주장하듯 조금 튀어나와 있었다. 

       

       물론 아직은 튀어나와 봤자 성체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직관적으로 봤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외에도 짧뚱하던 팔다리가 덩치에 맞춰서 조금씩 길어졌고, 손발도 통통해졌어.’

       

       심지어 꼬리도 기존보다 조금 길고 통통해졌다. 

       

       “레온….”

       

       아르는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시선을 마주치자 아르의 맑은 눈동자에 어떤 걱정이 깃들어 있는지가 전달되어 왔다. 

       

       ‘갑자기 몸이 변한 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데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그것도 있겠지만….’

       

       나는 조용히 갈 곳 잃은 아르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괜찮다는 뜻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르야. 걱정 안 해도 돼. 아르는 그전에도, 지금도 변함없이 귀여우니까.”

       

       내 말에 아르의 불안했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 

       

       “…지짜?”

       “그럼. 지금도 너무 귀여운데?”

       

       얼굴형이 조금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빵실한 볼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잡으며 나는 피식 웃었다. 

       

       ‘귀여운 게 커다라면 왕 귀여움이다라는 명언이 있지.’

       

       아르가 해츨링 티를 벗고 서서히 성룡이 되어 가더라도, 아마 아르는 계속 귀여울 것이다. 

       

       물론 몇십 년, 몇백 년이 흐르면서 성숙해지고 하면 지금의 귀여움과는 조금 맥락이 달라지긴 하겠지만….

       

       ‘나한테 아르는 아르니까.’

       

       아마 천 년이 지나도 나는 처음 알을 깨고 나와 나에게 꼬옥 안긴 아르의 모습을 절대 잊지 못할 거다. 

       

       ‘자식이 아무리 커도 부모한텐 애라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도 같아.’

       

       겨우 요만큼 컸는데도 벌써부터 사랑을 덜 받을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이 얼마나 귀여운가. 

       후후후.

       

       “근데 이짜나. 아르가 더 커서 마악 이러케 엄청 커지면 어떠케? 그래도 귀여어?”

       

       아르가 두 팔을 쭈욱 뻗어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며 물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해 주었다.

       

       “그러면 멋있으면서 귀엽겠지? 나는 아르가 나중에 멋있는 용이 되는 것도 기대하고 있어.”

       “지짜? 기대하구 이써?”

       “응. 그러니까 앞으로도 잘 먹고 나랑 같이 사냥도 다니고 하면서 쭉쭉 크자. 알겠지?”

       “우응! 아르 열씨미 먹구 열씨미 마법 쓰께!”

       

       아르는 멋있는 용이 되는 걸 기대하고 있다는 내 말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양이었다. 

       신이 난 아르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서서 짐짓 멋지고 사나운 용인 척 앞발의 발톱을 꺼내 허공을 겨누어 보였다.

       

       “아르 벌써 쪼끔 머싰어진 거 가타! 쿠룽!”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귀에 걸릴 듯한 미소를 금치 못했다. 

       

       ‘쿠룽이라니. 쿠룽이라니.’

       

       해츨링의 위협적인 포효.

       내 심장에 매우 위협적임.

       레온, 여기 잠들다.

       

       후우.

       

       ‘근데 진짜 손 크기도 조금 커지고 손톱도 확실히 날카로워지긴 했어.’

       

       전에 잠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손톱은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잘 숨길 수 있는 모양이긴 하지만….

       

       ‘일단 앞발이랑 팔이 계속 자라는 게 확실히 드래곤은 드래곤이네.’

       

       용족끼리는 해츨링 때의 외형이 비슷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드래곤과 와이번은 특히나 더 비슷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아르를 와이번이라고 소개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거고.

       

       ‘하지만 점점 성체가 되면서 구분되는 특징이 몇 가지 있지.’

       

       물론 덩치가 가장 직관적이긴 하지만, 와이번도 나름 해츨링 때는 빨리 자라는 편이라 그것만으로 구분하긴 쉽지 않다. 

       

       여기서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드래곤은 몸 전체가 커지는 느낌이라면 와이번은 좀 더 몸선이 얄쌍하고, 특히 앞다리가 조금 덜 자라는 특징이 있다. 

       

       약간 용보다는 공룡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까.

       아, 공룡의 룡이 그 룡인가…? 아무튼.

       

       ‘꼬리도 보통 와이번이 훨씬 얇고, 드래곤은 크고 두꺼운 편이지.’

       

       근데 우리 아르는 벌써 꼬리가 저렇게 통통하네.

       

       하하.

       

       ‘앞발도 계속 자랄 것 같고…. 이거 아르가 좀 더 성장하면 그냥 와이번이라고 둘러대기에 조금 애매해질 수도 있겠는데?’

       

       아르가 크는 건 좋다. 

       

       그런데 이렇게 하루 만에 덩치가 1.5배로 커져 버리면 동시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설마 내일 되면 또 여기서 1.5배 커져 있는 건 아니겠지?’

       

       분명히 메시지에서는 수면 중에 신체에 무리 없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성장한다고 했는데….

       

       ‘이게 충분한 시간을 들인 거야? 누가 봐도 한 번에 쑥 컸잖아.’

       

       그때 그런 내 말에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역마 ‘아르젠테’에게 내재된 ‘천 년의 힘’과 현재 가진 마력의 높은 순도가 시너지를 일으켜 현재 구간의 ‘성장’이 단시간에 완료되었습니다.]

       [내재된 ‘천 년의 힘’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루었으므로, 추후 ‘천 년의 힘’을 과도하게 소모할 경우 과부하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신체적 제약이 부여될 수 있습니다.] 

       

       ‘천 년의 힘…?’

       

       무슨 말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성장이 완료되었다는 문구를 본 나는 일단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여기서 더 크지는 않는다는 소리네.’

       

       만약 다음, 혹은 다다음 구간에서 더 이상 아르가 와이번이라고 우길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할 정도가 되면 아르도 ‘그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을 테니까. 

       

       ‘여튼, 아르의 성장은 시스템조차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였단 소리군.’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지. 

       

       ‘근데 저 ‘천 년의 힘’을 과도하게 소모하면 과부하가 온다느니 하는 건 무슨 뜻일까.’

       

       신체적 제약이라는 단어가 붙은 걸 봐서는 일단 과도하게 소모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 같은데.

       

       ‘혹시 무협 소설에 나오는 선천진기先天眞氣 같은 느낌인가?’

       

       어감 상으로는 아르가 천 년 동안 몸 내부에 쌓아 온, 근원적인 기운 같은 걸 말하는 것 같았다. 

       

       ‘그 근원적인 기운을 자연스럽게 이용해서 성장하는 건 괜찮지만 억지로 뽑아 쓰지는 않도록 해라, 뭐 이런 말이겠지.’

       

       뽑아 쓰는 방법도 모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아르를 잘 키우고 잘 지켜 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아르가 자연스럽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잘 먹이고, 카르사유의 당부대로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 주는 걸 거다. 

       

       “쿠룽!”

       

       아르는 신이 나서 침대에서 몇 번 점프를 해 보더니, 도도도 달려 침대에서 당당히 뛰어내렸다. 

       

       ‘귀여워…. 근데 아직 날지는 못하네.’

       

       그래도 날개가 함께 커진 걸 보면 다음 번 성장에는 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조심해, 아르야.”

       “우응! 아르 갠차나! 아르 이러케 자라서 힘도 넘치는 거 가타!”

       

       아르는 점프해서 침실 문을 열고는 드넓은 거실을 마음껏 누볐다. 

       

       “허허….”

       

       [Lv.20 아르젠테]

       힘: 13 민첩: 12 체력: 14 마력: 105

       

       확실히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힘, 민첩, 체력, 심지어 마력까지도 하룻밤 만에 성장했다. 

       

       아마 이제 레벨업을 할 때 붙는 가중치도 올라가겠지. 

       

       ‘힘, 민첩, 체력으로 아르에게 따라잡히지 않도록 나도 열심히 수련해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거실로 나가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아르를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았다. 

       

       “레온 씨, 아르야! 맛있는 거 사 왔어요!”

       “쀼우? 쀼!”

       

       그리고 그때 들린 목소리에, 나는 그간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그 자리에서 굳었다. 

       

       ‘맞다. 실비아 씨한테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을 해 뒀어야 했는데.’

       

       아르는 쀼 소리를 내며 이미 현관으로 달려 나갔고. 

       

       나는 황급히 머리를 굴리며 아르를 따라 현관으로 갔다. 

       

       분명 지금쯤 실비아 씨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

       

       “아이구, 우리 아르 벌써 이렇게 컸어? 커도 너무너무 귀엽네. 응? 그래, 그래. 들어가서 맛있는 거 먹자?”

       “쀼우웃!”

       “레온 씨도 어서 앉으세요. 식기 전에 먹어야죠.”

       “어…? 네? 네.”

       

       나는 아르를 안아 들고 식탁 쪽으로 가고 있는 실비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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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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