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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알림 : 근방에 이카루스 테크 감지.]

        

        

        

        주변이 난리도 아니다.

        

        몇 주간 AP 솔로잉을 겪으며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스킬을 언락할 수 있는 기어 박스는 항상 수많은 유저들이 몰리는 허브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이곳은 언제나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보다도 얇은 경계면을 사이에 둔 지역이었다.

        

        당장 고작해야 300미터만을 남겨두고 있는 지점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만 해도 무지막지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콩 볶는 듯한 소리가 난다.

        

        

        이 말만 해도 상당히 많이 한 것 같지만, 대회 규칙이 적용된 세션의 양상은 항상 비슷비슷했다.

        

        상자를 열기만 해도 무기들이 쏟아짐에 따라, 상대방과의 교전 중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여부를 스킬의 유무가 가르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만큼 스킬 개방 구역은 사람의 목숨이 낙엽마냥 지는 곳이었다.

        

        심지어는 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러했는데, 이 양상은 경기가 아이템을 파밍하는 극초반부를 넘기고 나서부터 불이 붙었다.

        

        요컨대 나는 가장 핫한 시점에 가장 핫한 지점으로 향하고 있단 소리였다.

        

        

        근방에서 가장 큰 건물이자, 통제실과 휴게 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구역이 밀집된 내부로 들어서자, 저 안쪽에서부터 벽면에 수백 번, 또는 수천 번 이상 부딪혀 산산조각난 교전 소리가 들려온다.

        

        대부분은 총 소리였지만, 그 중에서는 마치 집중호우를 우산 하나로 막는 듯한 소리 비슷한 것도 들려왔다.

        

        이 소리의 정체는 지겹도록 알고 있었다.

        

        

        

       ───투두두둑!

        

        

        

        방탄 방패에 탄환이 부딪히며 사방으로 튕겨나가는 소리였다.

        

        일반적인 방패가 아니라 이카루스 기어에 속하는 것이니만큼 평범한 방패처럼 보여도 그 성능은 현대의 것을 아득히 상회했는데, 과거 내가 기어를 나노머신 활성화 세팅으로 맞췄을 땐 정면에서 미니건 연사를 몇십 초씩 받아낼 정도였다.

        

        이는 이곳에 넘어와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고, 탱커 역할을 하기 위해 전용 세팅을 맞춘 유저들은 언제나 선봉에 서서 적의 포화를 받아내더라.

        

        아무튼 그런 물건이다.

        

         

        심호흡하며 주변을 확인한다. AP는 같은 맵이라고 할지라도 매 번마다 맵 구조가 약간, 또는 상당히 바뀌었지만, 스킬 활성화 장치는 언제나 상당히 트여있는 곳에 위치했다.

        

        즉 스킬을 활성화하다가 머리와 몸이 이별할 가능성이 거의 100%에 수렴한다는 소리였다.

        

        이 때문에 이곳에 들리지 않는 이들도 꽤나 있는 편이었다. 게임 막바지에는 스킬에 의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EMP 수류탄이나 재머 등 스킬을 무력화시키는 게 가능한 소모품들도 나왔기에.

        

        

        

       -피잉!

        

        

        

       “어으.”

        

        

        

        건물 – 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뭐한 감이 있었지만 – 내부로 들어오니, 먼저 들어와 사방팔방에 숨어있던 이들이 인기척을 감지하고는 벌써부터 신나게 총을 쏴댄다.

        

        이럴 때는 언제나 그렇듯 교전의 여지조차 주면 안 되었다. 적들이 자리잡은 곳에 내가 들어오는 형세였으므로, 거의 대부분의 어드밴티지는 저쪽에 있었다.

        

        언제나 말하듯, 교전은 최소 동수, 또는 내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때나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구태여 내가 불리할 때 적에게 시비를 거는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뭐어, 일이 언제나 원하는 대로 풀릴 리는 없었다.

        

        

        복도로 몸을 내밀자마자 드르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저 끝에서부터 섬광이 번쩍였다. 황급히 몸을 피하며 상황을 되짚는다. 뒤에서는 한 명이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고, 상정하고 있는 기동 루트는 또다른 적이 가로막고 있다.

        

        가장 확실하게는, 적은 굳이 나와 총을 통한 교전을 하려고 들지 않을 거였다. 기껏해야 수류탄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이득을 챙겨가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내 뒤에 따라붙은 적이 수류탄을 던질 곳을 한정해보도록 하자.

        

        

        우선 근처 천장에 있는 모든 조명을 카빈으로 쏴서 깨뜨린다. 이는 내가 지나가려고 했던 복도도 마찬가지였다. 삽시간에 주변이 암흑으로 물드는 와중, 주머니에서 연막 수류탄 하나를 꺼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상황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한 가지 가정을 했는데 – 뒤에서 접근 중인 적은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자 할 것이다. 그래야지만 수류탄을 통해 날 죽일 수 있을 확률이 높아지니까.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재빠르게 결론을 내린다. 뒤에 있는 적에게는 내 위치에 관련된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연막탄으로는 앞의 적을 더 밀어내고, 수류탄을 피할 비교적 안전한 위치를 창출한다.

        

        이때 연막탄이 터지는 소리를 숨겨야만 한다는 대전제가 있었지만, 그건 교전 중 내던지는 것으로 충분히 무마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찾아냈다.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며, 내가 원하는 교전 구도가 드러난다.

        

        

        심호흡을 하고,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몸에 카빈을 단단히 견착하고, 복도로 몸을 내밀며 적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자리에 연발을 갈긴다. 불꽃이 어둠을 밝히며, 정면 구도로 전투가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나와 앞의 적 모두 엄폐물을 끼고 있어 유효타는 거의 없었지만, 이 소란은 내 위치를 뒤에서 접근 중인 적에게 알리기 위해 의도된 것이었다.

        

        꼬리로 연막탄을 꺼내들고 핀을 뽑아 굴림과 동시에, 단발 사격으로 바꾸어 일정한 간격으로 제압사격을 가한다. 굴러가는 소리와 연막탄 격발음은 총성에 의해 완벽하게 묻혔다.

        

        

        

       -푸슈우우우….

        

        

        

        복도 한복판에서 백색의 연기가 소리없이 꿀럭꿀럭 새어나옴과 동시에, 내 앞의 적은 저 너머로 후퇴하고 – 뒤에 있던 적은 총성을 통해 내가 복도를 끼고 교전하고 있음을 대략적으로 알아챈다.

        

        탄창을 새 걸로 교체함과 동시에 뒤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짤깍거리는 소리. 수류탄을 까던지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망설임없이, 그리고 소리없이 복도를 질주한 후, 바닥에 바싹 엎드린 채 귀를 막고 입을 벌린다.

        

        방금까지 교전 중이던 앞의 적에게 총알을 맞을 염려는 없었다. 연막이 짙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내가 던진 연막탄으로 인해 후퇴했기 때문이었다.

        

        단단한 물체가 벽에 부딪혀 튕긴 다음, 바닥으로 낙하했다.

        

        어마어마한 소음과 진동이 복도를 뒤흔들었다.

        

        

        

       ───콰아앙!

        

        

        

       “…윽…!”

        

        

        

        벽면을 타고 끼쳐오는 매캐한 화약 연기와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수백 개의 쇠구슬, 그리고 콘크리트 파편.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아찔한 위력이었다.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곳은 숨을 곳이 없는 단순한 복도와 복도의 연결 구역이었기에, 저기에 계속 있었더라면 나는 아마 폭사했을 것이었다.

        

        둔탁한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또다시 수류탄이었다. 아무래도 예선 랭크이다보니 다들 방심하는 법이 없었다.

        

        축차로 이어진 두 번의 폭발이 건물을 뒤흔들었다.

        

        

        여파가 잦아듬과 동시에 몸을 일으켜 그라운드 제로를 향해 소리없이 뛰었다.

        

        여태껏 한 자리에 세 개씩 수류탄을 던지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두 개까지는 괜찮더라도 세 개부터는 낭비하는 시간이 적잖았고, 적을 죽이지 못할 경우 소란으로 인해 사방으로 어그로가 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뒤에 있던 적은 이제 던지는 걸 그만두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올 예정이란 말이었다.

        

        적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만했다.

        

        

        

       ───철커덕!

        

        

        

       “….”

        

        

        

        방탄 방패가 펴지는 소리.

        

        만약 내가 일반적인 유저였더라면 마지막까지도 방심하지 않는 적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었다. 특히나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방패와 권총 조합으로도 온갖 역경을 견뎌낼 수 있었을 테니까.

        

        까놓고 말해서, 일반 유저는 이 시점에서 죽을 것이었다.

        

        하지만 방패를 맹신하는 건 언제나 금물이었는데 – 이는 도구를 다루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실드의 끄트머리가 조명이 박살나 어둑어둑한 복도로 빠르게 파고든 순간, 나는 몸을 날렸다.

        

        마치 코뿔소처럼,

        

        몸으로 적을 들이받는다.

        

        방패는 이에 최적화된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흐어억…!”

        

        

        

        방패는 탄환을 받아낼 수 있지만, 이카루스 기어가 보조한다고는 하나 –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완력이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 분의 질량이 벽으로 부딪힌다. 그 순간 몸을 들어 왼팔로 상대의 오른쪽 손목을 잡는다. 강제로 권총을 손에서 떨어뜨림과 동시에 내 오른손을 뻗어 왼손에 힘을 보탠다.

        

        그 후, 양손으로 붙잡은 적의 오른쪽 손목을 힘차게 끌어당기고 – 그대로 업어치기.

        

        

        

       ───쿠웅!

        

        

        

        적은 방패를 왼손에 쥔 채 그대로 등부터 떨어져, 폐에 남아있던 숨결을 모조리 토해낸다.

        

        그 순간 발로 방패를 눌러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 몸에 매어두었던 MK18 묠니르로 적의 머리를 겨눈다.

        

        몇 번이고 울려퍼진 격발음과 함께, 킬 카운트가 올라갔다.

        

        

        피어오르는 매캐한 화약 연기를 들이마시며, 숨을 골랐다.

        

        

        

       “…하.”

        

        

        

        아까 도망친 사람을 제외하면, 주변에 더 이상의 적은 없었다.

        

        허리춤의 다용도 파우치에서 다섯 발의 라푸아 매그넘 탄환을 꺼내고는 탄창을 분리하여 채워넣었다. 짤깍거리는 익숙한 소리가 귀를 맴돌았다.

        

        삶의 매 순간이 참으로 고난이었다.

        

        아직 세션은 끝나지 않았다.

        

        

        

        

        

        

        

        

        

        

        

        

        

        

        

       [일반]속보)충격! 리퍼 인펙티드 미카엘, AP 은퇴하겠다고 밝혀….

        

         

       <유진한테 업어치기 당한 후 처형당한 움짤>

        

        

       연막터지는 소리 안들렸는데….

        

       나 에펙 안해 ㅠㅠ

        

        

        

       [전체 댓글][등록순]

        

       -????????????????????????

        

       -찐임?이게왜찐임?예선랭크이제시작한거아니었음?????????

        

       -이야 이건 진짜 뭐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해미친련아제발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안가는데???

       ㄴ방패들고 있는데 그대로 내던져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이게시발 영화야?이게시발 영화야?이게시발 영화야?이게시발 영화야?

       ㄴ대체얘는 뭐하다가 온 새1기냐 ㅋㅋㅋㅋㅋㅋㅋ

        

       -팩트)알 놈들은 알겠지만 이거 이전 상황이 훨씬 더 장관이었다

       ㄴㅇㄱㅆㄹㅇㅋㅋㅋㅋㅋㅋ

       ㄴ지형도 좆같은데 1 : 2 상황까지 겹쳤는데도 뚫어버림 ㅋㅋ

       ㄴ미카엘 잡은다음 연막탄때문에 도망간 애도 3분만에 잡아족친게 개어이없음

       ㄴ아니 도대체 저 꼬리는 뭐냐? 설마 진짜임? 서드테일 기술이란새기 누구냐 꼬리로 어케 연막탄을 까노 ㅋㅋㅋㅋㅋ

        

       -첫판이잖아!첫판이잖아!첫판이잖아!첫판이잖아!첫판이잖아!첫판이잖아!

        

       -스크림도 박살내 예선랭크도 박살내 그만좀잘해미친련아제발!!!!!!!!!!!!!

        

       -공식중계방도 안열렸는데 지혼자 날라다니노ㅋㅋ

        

       -준내어이없는게 쟤는 상대가 누군지를 좆도 신경을 안씀 ㅋㅋㅋ 그냥 앞길을 가로막는 걸 다 박살냄

       ㄴ그걸 우리는 탱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ㄴ인간형 장갑차 고티죠?

        

       -시작하자마자 M500을 한손 속사로 갈기질 않나 묠니르를 단발속사로 쏴대질 않나 자중좀해라 슈퍼솔저 십련아 ㅋㅋ

       ㄴM500? 리볼버말하는거임?

       ㄴ그거말고 뭐가있겠음

       ㄴ난시발 얘가 뭐하다온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냥 포기할란다

        

       -이정도면 선수 인권 보호차원에서 얜 경기없이 인100 집어넣어놓으면 안되냐?

       ㄴ말이되는소리를해라 ㅅㅂㅋㅋㅋㅋㅋㅋㅋ

       ㄴ선수 인권 보호차원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총쏘라고 만든게임에서 처형을 당하고있는데ㅋㅋ 인권보호 ㅆㅇㅈ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쉴드를 든 적을 상대하는 법

    쉴드를 든 상대를 던져버리면 됩니다

    +키보드를 새로 샀습니다. 무려 15만원짜리라구요 후후

    이게 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봐주셔서 그런겁니다 넘무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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