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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 ***

         

       “정말…괜찮겠어요?”

         

       “그래.”

         

       쿵. 쿵.

         

       흑묘는 심장이 아플 정도로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정말, 정말 괜찮겠어요? 독의님의 진단이 틀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괜찮아. 나는 지금 네 얼굴을 보고 싶다.”

         

       쿵. 쿵. 쿵.

         

       흑묘는 그대로 망설였다. 정말. 정말로 괜찮을까? 길지 않은 생이었지만 일평생이었다. 이 얼굴과 이 눈의 마력에서 저항한 이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흑묘는 지금의 호천안이 좋았다. 그래 좋았다. 흑묘는 지금 이 순간이 되고 나서야 호천안을 향한 감정이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재미있는 실타래에서 점차 자신의 마음을 파고들어간 호천안은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 있었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준 사람. 이미 그 즐거움에 마음 속이 흠뻑 젖어버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두려워졌다. 면사를 벗고 흑영기공을 끄면…지금의 호천안은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 두려움만큼이나 타오르는 충동이 있었다.

         

       흑묘는 일평생 이 외모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무겁다고 생각했을 뿐. 이 외모와 마성은 아주 특별했고 이 특별함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서 흑묘는 때로는 고생하고 때로는 노력하며 살아야 했으니까.

         

       호천안 앞에서 이 얼굴을 보이고 싶다. 이 얼굴을 보여 호천안의 얼굴에 감탄과 놀라움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호천안 앞에서 이 외모를, 용모를, 매력을 뽐내고 싶다는 충동.

         

       두려움과 충동. 상반된 생각에 이도 저도 못하는 사이 호천안은 이미 흑묘에게 성큼 다가와 있었다.

         

       “괜찮다.”

         

       호천안은 흑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나를 믿어.”

         

       접근한 남자들이 한번쯤은 주워 섬기는 단어. 믿음. 흑묘는 오늘에서야 그 단어가 주는 무게를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저 한없이 공허하고 가볍게만 느껴졌던 그 단어가 묵직하게 가슴에 남았다.

         

       흑묘는 천천히 흑영기공의 운영을 풀었다. 기맥을 타고 흐르지 않도록 모든 기공을 단전 안으로 밀어넣었다.

         

       흑묘의 전신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평상시와 다르게 모자에 면사를 달고 있었기에 흑묘의 가느다란 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호천안은 가끔 흑묘에게 느끼던 정체불명의 향기가 바로 태음지체의 영향력임을 깨달았다. 흑묘의 신형이 선명해지고 갑자기 그 향기가 물씬 풍기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생각도 잠시 사슴과 같은 유려한 목선이 호천안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호천안은 그 자태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흑묘의 목젖이 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을 포착했다. 흑묘가 아직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

         

       호천안은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호천안의 눈동자가 흐려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흑묘는 거세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천천히 모자에 손을 올렸다.

         

       저 눈이 갑자기 탁해질지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동시에 저 눈동자가 크게 떠지며 찬탄으로 물들기를 바라는 심정. 그리고 단순히 호천안에게 처음으로 맨 얼굴을 보인다는 긴장감. 혹여나 호천안이 얼굴을 보고 실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망상까지.

         

       쿵.쿵.쿵.쿵.

         

       흑묘의 머릿속은 심장 박동 소리와 수많은 생각과 걱정 그리고 상상이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툭.

         

       흑묘는 모자를 벗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오.”

         

       호천안은 처음으로 보는 흑묘의 얼굴. 호천안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수려한 목선에서 이어지는 모난 곳 없이 떨어지는 깔끔한 턱선. 눈물을 흘리면 그 눈물이 턱을 타고 흐르는 궤적이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위로는 선명한 색과 질감이 살아 있는 입술. 흥분으로 인해 상기되어 복숭아 색으로 물든 뺨이 눈에 들어왔다.

         

       호천안의 시선이 곧게 뻗은 코를 지나 감겨있는 눈에 닿았다. 닫혀 있는 눈에 길게 뻗은 속눈썹과 미미한 긴장감으로 인해 구겨진 미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모습.

         

       흑묘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호천안은 그 모습이 아주 천천히 자신의 뇌리에 새겨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맑고 깨끗한 눈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 그야말로 화룡점정. 하나하나를 뜯어 보아도 아름답다 여겨졌던 얼굴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별을 담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와 어우러지며 비로소 하나가 되었다.

         

       풀이. 바람이. 하늘이 숨을 죽이는 듯한 느낌.

         

       호천안은 그저 흑묘를 바라보았다.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한순간 미모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처음으로. 비로소. 호천안과 흑묘의 눈이 마주쳤다. 흑묘가 호천안의 눈을 응시했고 호천안이 흑묘의 눈을 응시했다.

         

       순간의 마주침. 그리고 흑묘나 호천안이나 그 누구 할 것 없이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짧은 순간의 마주침이었지만 흑묘의 얼굴은 이미 새빨개진 지 오래였다.

         

       “크흠. 그…아름답네.”

         

       “고, 고마워요.”

         

       “그래 봤지? 이걸 멀쩡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생각하던 그런 사태는 없다는 걸.”

         

       “…아아.”

         

       흑묘는 호천안의 칭찬이 주는 부끄러움을 뚫고 기쁨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태음지체의 마력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르륵.

         

       절로 눈물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호천안은 생각했다. 저 유려한 턱선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장면은 기게 막히게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고 지금의 장면은 생각 그대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으나. 그다지 기쁘지는 않다고.

         

       “미안해요. 흐윽. 고마워요…미안해요…”

         

       흑묘는 그저 울며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토해냈다. 그 모습을 보며 호천안은 쓰게 웃었다. 얼굴은 절세미녀였는데…알맹이는 그저 흑묘였다.

         

       “우리 약속했던 것이 있었지?”

         

       흑묘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연을 찾게 되면 꼭 함께 하자고 이야기 했었지.

         

       “이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흑묘는 울음이 뚝 그치는 것을 느꼈다. 울음만 그쳤는가.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멈추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건….그건가?

         

       얼굴이 붉어질 여유조차도 없이 그저 흑묘는 숨을 죽였다.

         

       “나는 이제 갓 일류에 오른 몸이고 너는 거의 초절정이지만…”

         

       흑묘는 생각했다. 경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정말로? 이렇게 곧바로? 얼굴을 보자마자 급전진? 흑묘는 침을 꼴딱 삼켰다.

         

       정말 기쁘다. 정말 기쁘긴 한데…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사람에게는 마음의 준비라는 것이…

         

       “그래도 함께할 수 있겠지.”

         

       호천안의 손이 내밀어졌다. 그 손을 보자마자 흑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 손. 저 손을 잡으면 호천안과…

         

       “함께 고수가 되자!”

         

       …연인이 되는게 아니었나. 흑묘는 자신도 모르게 호천안을 올려다 보았다.

         

       호천안의 눈동자는 굳은 결의와 열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냥 단순히 기연을 공유하는 정도로는 부족해! 진짜 동료가 되는거야. 절차탁마해서 경지를 끌어 올리자고!”

         

       흑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방금까지 그런 분위기 아니었잖아.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느낌.

         

       “물론 나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았고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문제지만…충분히 도움이 될 거야. 당가에서도 이론적인 부분은 꽤나 인정 받았다고.”

         

       “…선배.”

         

       방금 전에는 손을 잡고 영원을 속삭여야 할 분위기 아니었냐고. 내 마음을 믿으라고 손을 잡고 속삭이고는 팔을 뻗어서 어깨를 끌어안고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그리고는 얼굴이 가까워지는..

         

       흑묘는 도리질을 치며 상상을 떨쳐냈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너무 갔다.

         

       “나는 내 문제를 극복하고 너는 화경의 고수가 되는 거지. 화경의 경지에 이른 암살기공을 구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긴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거기다가 아까 독의 어르신에게 들은 말로는 내가 환혹내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 점을 활용하면…”

         

       흑묘는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팔짱을 끼고 열변을 토하는 호천안을 노려보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호천안은 흑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언젠가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지.”

         

       흑묘는 호천안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사람들과 함께라…고독 속에서 이 고독을 해결해 줄 단 한사람조차 절실했던 흑묘에게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

         

       “흠. 그래. 당려아 이야기 기억하냐? 경지에 올라서 기공을 깨끗하게 갈무리 하러 가면 당도경과 그때 이야기도 같이 하고 려아도 같이 보고 그러자고. 애가 얼마나 똘망똘망하고 귀여운데. 내가 사술 숙제도 내 줬으니까. 열심히 했다면 그때쯤이면 꽤 볼만하지 않을까.”

         

       호천안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다. 그런 호천안의 이야기를 들으며 흑묘는 그 안에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호천안이 열변을 토하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즐거움 같은 것은 감도 잡히지 않았고 흑묘의 상상 속에 여전히 옆에 있는 사람은 호천안 한 명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려지는 것들은 있었다.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며 서로의 눈을 마주본다던가. 자신의 노려보는 모습에 호천안이 찔끔한다던가.

         

       즐거움에 미소 짓는 자신의 얼굴을 본 호천안이 따라 웃는다던가.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그저 서로가 숨김 없이 마주 보며 즐거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상상. 사람을 매료할 걱정 없이 천하를 주유하는 그런 그림.

         

       “그러니 노력해보자고.”

         

       호천안은 손을 내밀었다. 흑묘는 아까와는 다른 무언가가 가슴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아까와 같이 뜨겁고 격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난생 처음 느껴보는 어떤 감정.

         

       흑묘는 완전히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 감정은 분명 ‘신뢰’였다.

         

       “선배를 믿지 못해서 미안해요.”

         

       흑묘는 당도경 사건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호천안을 그저 이류라고 생각했고 세파에 노출되면 금새 사라질 포말처럼 여겼다.

         

       ‘나보다 훨씬 더 큰 사람.’

         

       그러나 호천안은 흑묘가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흑묘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믿을게요.”

         

       흑묘는 호천안과 함께라면 정말 화경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경에 오르고 새로운 무공을 익혀서 정말 태음기를 말끔하게 제어하며 맨 눈으로 사람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흑묘는 호천안의 손을 잡아가면서 생각했다.

         

       음 그래. 아무리 그래도 역시 괘씸한 건 괘씸한 거다. 사람의 심장을 그렇게 콩닥거리게 하고는 이렇게 넘어가는 건 아니지.

         

       흑묘는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여심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 선배. 잘 부탁해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 스포 : 청춘남녀의 알콩달콩 풋풋쌉싸름한 연애담을 기대했던 독의의 극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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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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