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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이예나가 내건 규칙은 단순했다.

        

       아무나 들어와라.

       들어오면 질문을 해라.

       그리고 선 1킬 승부를 이긴 후에 답변을 받아가라.

        

       그렇기에, 결과도 단순했다.

        

       《그래서 남자친구 사귄 적 있나요……이 질문은 세 번째네요. 이번엔 답변을 할 수 있으려나.》

        

       《저런. 안타깝네요. 다음, 들어오시겠어요?》

        

       《도댓님과 무슨 사이냐……이건 그냥 답변드려도 되는 질문이긴 한데. 규칙은 규칙이니, 가볼까요?》

        

       《음……다음 분 오시겠어요? 벌써 7번째 질문이네요.》

        

       도전자가 들어온다.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몇 분 후, 목을 내어주고 쫓겨난다.

        

       『데자뷰 시1발』

       『아니 답할 생각이 없으면 왜 질문을 받는 건데』

       『다이아 미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시청자중에 챌 없냐?』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냥 도댓 방송이나 불태워야지』

       『이거 녹방임?』

         

       단검이 몇 차례 번뜩이고 나면 바닥에 시체가 생성되는 패턴은, 영상을 틀어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동일했다. 도전자의 캐릭터와 아이디만 바뀔 뿐. 

        

       물론, 화려하기는 제법 화려했다. 그 어떤 저티어를 상대로도 이예나는 최선을 다해서 목을 베어냈으니. 

        

       하지만 방송에 집결한 2만명 가까운 시청자들 중 화려한 도적 플레이를 보러 온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당연히 채팅창에서는 온갖 불만이 쏟아졌으나-

        

       그런 걸 신경쓰는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질의응답을 시작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1시간.

        

       차곡차곡 쌓인 15구의 시체 중 도적의 것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첫 답변은 16번째 경기에 이르러서야 주어졌다. ‘도적기사나 도적법사로 2지하 가셨던 이유가 뭔가요’라고 물어본 골드 유저가 도적을 픽한 순간, 

        

       《아……정말,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잠깐만요……아. 원래 도적 유저시구나. 원칙은 원칙……이니까, 빠르게 가볼까요?》

        

       도전자의 전적을 검색한 이예나가 들뜬 목소리로 ‘아. 잘못 골랐네요. 제 잘못이니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하며 사제를 고르더니, 

       빗나간 상대 공격에 몸을 들이밀고,

       상대가 유효타를 넣을 때마다 슬쩍 손을 뻗어 카운터 판정까지 내어준 끝에 패배를 억지로 쟁취해냈으니.

        

       《앗. 제가 너무 방심했네요. 그래도, 골드 레벨에서 이런 교전 개념 가지고 계시면 정말로 포텐 있으신 거예요. 앞으로도 도적 열심히 해보시면 티어 많이 올라가시겠어요. 아, 그런데……그, 도적의 장점은 일대일 교전이 아니니까요. 무리하게 교전으로 몰고가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주작 시발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락』

       『주 작 주 작』

       『진짜 미친1년인가 이거』

       『해석) 져 주려고 해도 빡셌으니 넌 교전은 하지마라』

       『일대일에서 사제는 시1발아』

       『아니 시발』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언제나 그랬듯이 채팅창은 난리가 났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이예나는 괘념치 않았다.

        

       《자. 제가 졌으니, 답변 드려야겠네요. 질의응답 중이니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사실 지하에는 로머와 파머……그러니까, 로밍을 다니는 포지션과 파밍을 하는 포지션을 각각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파머가 있어야 로머가 중립몹 사냥 세팅을 버리고 대인전 위주 특성을 들 수 있고, 그래야…….》

        

       그렇게, 약 5분 후.

        

       《그래서, 2지하는 도적과 기사, 혹은 도적과 법사가 이상적인 거예요. 자. 답변이 됐을까요? 조금 더 설명드릴까요?》

        

       『그만해……』

       『바람핀게 아니라 도망간 거 아니냐?』

       『얘 남친 도댓이 아니라 도적 아님?』

       『도댓 당신은 대체 어떤 싸움을』

       『ㅋㅋㅋㅋ유입쉑들 대가리 슬슬 뜨끈뜨끈하죠?』

       『‘도적’ 얘기 나오면 바로 5분간 음소거 갈겨야 되는 거 모르던 유입들…… 컷!』

       『미친년인가 진짜』

       『선생님 기왕 이렇게 된 거 오카리나도 한 곡 땡깁시다』

        

       이예나는 기어이 20,000여명의 시청자 중 절반을 학살하는데 성공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대형 폭로로 떡밥에 장작을 넣어주는 줄 알고 왔더니, 철통같은 수문장이 모가지나 날리고 있었으니.

        

       이쯤 되면, 방송에서 버티고 있던 사람들 중 이예나가 순순히 대답을 내어줄 생각이 없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남아있는 자들은 다 알고도 보는 기존 시청자들과, ‘설마, 저러다가 마지막에는 못이기는 척하고 진짜 하려던 이야기를 하겠지’라는 헛된 기대를 품은 이들. 그리고 일대일 결투의 화려한 화면과, 그에 대비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알게 모르게 매료되어 눌러앉은 (구)분탕들이었다.

        

       그 모두의 공통점은, 어서 도적에 대한 헛소리를 멈추고 다음 경기를 시작하기를 바라는 점이었지만-

        

       이예나는 기계적으로 다음 경기를 시작하던 루틴을 멈춘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도댓 사과방송 켰는데?』

        

       한 채팅을 발견한 탓이었다.

        

       * * * *

        

       ……뭐하는 거지, 이 사람.

        

       핸드폰으로 접속한 도댓의 방송에는 익숙한 화면이 떠있었다.

        

       녹색 크로마키에 양복.

        

       사과를 하려는 스트리머를 위한 기본 세팅이라고들 이야기하는 구도긴 한데. 요즘은 너무 그렇게들 해대서, 역으로 비꼬는 의미로 하는 얘기라는 걸 모르는 걸까.

        

       도댓이라면 정말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하기야, 모두가 나처럼 시청자들의 민심을 세심히 살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그로 하나는 확실한데.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5,000여명까지 줄어들었던 시청자가, 다시 슬금슬금 오르고 있었다. 날뛰는 채팅창은 덤이었고.

        

       중간중간 렉이 걸리는 채팅창이 퍽 친숙하더라. 과도한 도배로 인해 그 흐름이 멈칫멈칫할 때마다, 8글자가 넘는 아이디들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레반틀니부순아따먹’, ‘오카리나살인마아따먹’, ‘아크따먹아따먹’……아니, 날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스크롤을 위로 올려 잠시 채팅창을 살폈다. ‘아따먹’이라는 세 글자가 박힌 아이디가 참 많이도 눈에 들어오더라.

        

       상표권을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시사하는 바가, 좀 있긴 하네.

        

       “잠시만요. 물 한 잔만 가져올게요.”

        

       양해를 구하고, 방송을 대기화면으로 돌렸다.

        

       이렇게까지 되니 나도 대체 무슨 사과를 하려는 건지 좀 들어보고 싶어졌다. 이해관계인……까지는 아니어도, 관계자가 되어버린 기분이니.

        

       침통한 표정으로 양복을 입고 있는 도댓은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듯 아직 입을 다문 채였다. 금방 끝날 것 같진 않은데.

        

       ……역시, 물을 떠오겠다는 이야기로는 부족할 것 같다.

        

       “아. 물이 없네요. 마트에서 좀 사올게요.”

        

       요동치는 내 방송 채팅창과 나오나 클라이언트를 잠시 축소했다. 역시 이런 방송은 컴퓨터로 보아야 하는 법이다.

        

       드러난 작업표시줄에서는 디스코스 아이콘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레반이었다.

        

       [레반: 안녕하세요 아따먹님]

       [레반: 도댓님한테 사건 전말을 전해들었는데요……]

       [레반: 제가 끼어들 일은 아니지만]

       [레반: 혹시 사과 받아주실 생각 있으신지 여쭙고 싶다고 하는데, 연락처 공유드려도 괜찮을까요?]

        

       사과.

        

       이미 용서를 다 했는데, 이제와서 사과를 받을 건 없지 않을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연락처는 공유해주셔도 괜찮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런데 사과는 안 하셔도 돼요]

       [레반: 아니 저 형이]

       [레반: 도댓님이 좀 쓸데없이 진지해서요]

       [레반: 시청자들이 이렇게 연애로 오해하면 아따먹님한테 더 피해간다고]

       [레반: 지금 공개사과할 기세거든요]

       [레반: 아니 이미 사과방송을 켰네 죄소앟비낟 잠시마뇽]

        

       ……잠깐.

        

       공개사과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그 도댓님이 공개 사과하시겠다는 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뭔지도 아시나요?]

        

       답변은 없었지만-

        

       《먼저, 이렇게 오해가 불거져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따먹님은 가끔씩 제 방송에 찾아와주시던 시청자로, 저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도적을 워낙 좋아하셔서, 제가 도적을 플레이 할 때 놀러오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만, 제가 요즘 챌린저에서는 도적을 잘 안 썼는데요.》

        

       이미 시작된 사과를 조금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이거……긴급 상황 아닌가.

        

       불현듯, 본의 아니게 부검 컨텐츠를 당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연락처 공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빨리 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주세요]

        

       《그 날, 한 시청자 분이 도적을 플레이해달라고 도네이션을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먼저 자제를 부탁드렸어야 했는데……저도 도적을 하고 싶었다 보니, 별 생각 없이 노력해보겠다고만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실패하는 사이에……그 분은 계속 도적을 해달라고 도네이션을 보내셨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레반님???]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저 쪽도 나름 다급하게 연락을 시도하는 중인거 같은데. 하지만 사과에 집중한 채 채팅창만 살피는 중인 도댓이, 톡이고 디스코스고 볼 것 같지는 않다.

        

       이럴 때 스트리머의 시선을 끄는 방법은 하나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댓님 잠깐 멈추고 레반님 연락 좀 보시겠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도네 소리도 꺼놨네 채팅창도 같이 도배 좀 해주세요】

        

       『??아따먹인데?』

       『찐이네 ㄷㄷ』

       『뭐야』

       『레반?』

       『도배 좀 해주세요가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트간다며 미1친년아』

       『여기가 마트냐고』

        

       .

       .

       .

        

       그렇게, 잠시 후.

        

       《안녕하세요, 아따먹님.》

        

       “네, 안녕하세요 레반님. 오랜만이네요.”

        

       《사실, 앞뒤 사정을 다 들은 저로서는 이게 이럴 일인가 싶기는 한데요…….》

        

       《미안하다, 레반아. 아따먹님께도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도댓님. 오해는 한 번에 푸는 게 좋죠.”

        

       온라인 3자 대면이 시작됐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얻어갈 건 얻어가야겠지.

        

       “그러면, 먼저 제 입장을 말씀드릴게요.”

        

       《네.》

        

       “도적할당제를 도입해주시고, 도적 방송을 하기 전에는 공지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부캐를 만드신다면 아이디에 도적이라는 단어를 넣어주세요.”

        

       《……아따먹님?》

        

       “네, 레반님.”

        

       《그, 말씀의 취지가 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금요일 휴재분입니다.

    날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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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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