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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기분이 조금 묘하네.’

         

       올리비아의 눈썹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저번에 [스킵] 때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올리비아’를 관찰하는 기분은 정말로 오묘했다.

       좋은 기분이 아니라는건 확실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거냐.’

         

       ‘올리비아’의 공략 방식만 알아내면 더 이상 이걸 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

         

       에스티를 공략하는 방법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에스티를 대신하여 이카일을 수호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에스티를 저렇게 만든 ‘목소리’를 없애는 것.

         

       그리고 몰살 회차에서, 올리비아가 택한 방식은 두 번째였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올리비아’도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었겠지만, 과연 리브가가 있는 지금도 그 방법을 사용할지가 의문이었다.

         

       왜냐하면 두 번째 방법은 조금 많이 잔인하기 때문이다.

       리브가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즉시 호감도가 작살날 정도로.

         

       그걸 ‘올리비아’가 모를 리 없다.

         

       – 네가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는거냐?

       – 알아요. 저는 그 ‘목소리’가 나타난 이유도 알고 있는걸요.

       – ……안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올리비아’가 시도하려는 건 두 번째 방법으로 보였다. 만약 첫 번째 방법으로 공략하고자 했다면 ‘목소리’와 관련된 언급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을테니까.

         

       물론 효율 자체만 놓고 보면 두 번째 방법이 압도적이다. 언제까지 몰려올지 모르는 ‘적’들을 물리치는 것보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목소리를 없애는 편이 훨씬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리브가의 호감도가 작살 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목소리’를 없애는 과정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순간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올리비아’가 전후 사정과 관계 없이 그저 플레이 기록을 따라할 뿐이라면?

        그러면 지금 상황도 말이 된다.

         

       아무튼, ‘올리비아’가 에스티를 어떻게 공략할 생각인지는 대충 알았으니, 더 이상 보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 그녀는 에스티의 앞에 있었다.

         

       [관전 상태를 종료합니다.]

         

       다시, 시야가 1인칭으로 돌아왔다.

         

       “……이유가 뭐지?”

        “에스티 님도 어렴풋이 알고 계실텐데요.”

        “말 돌리지 말고 말해. 목소리가 나타난 이유가 뭔지.”

         

       ‘올리비아’라면 여기서 바로 그 원인을 말했을 것이다.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시간은 충분해. 오히려 변수를 안 만드는 게 중요하지.’

         

       그래서 관전 상태를 종료한 것이다.

       ‘올리비아’가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만들지 못하도록, 지금 어느 정도 틀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후일 단서 #4를 얻게 되어 시기가 겹치게 된다면 지금 하는 게 전부 헛일이 되겠지만, 그건 겹쳤을 때의 이야기다. 그 때 가서 생각해봐도 늦지 않다.

         

       “수(水)의 마경 아쿠아르. 아시죠?”

       “이카일 사람 중에 아쿠아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한건가?”

         

       저 말은 사실이다. 에스티가 리브가에게 건네준 소라고둥 유물도, 사실 아쿠아르에서 나온 것이니까.

       

       올리비아가 히죽 웃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는거 아시잖아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아시잖아요.”

       “아니, 모른다.”

       “150년 전. 더 얘기할까요?”

         

       에스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아까부터 마치 이카일이 고향이신 것처럼 이야기하시는데, 사실 아니잖아요.”

       “…….”

       “에스티 님의 고향은…….”

       

       [‘파도잡이 에스티’가 ‘해일’을 사용합니다!]

         

       눈앞이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고개를 들었을 땐,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파도가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완전 막무가내구만.’

         

       츠츠츠츠츠…….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파도가 아니라 벽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였다면 쉴드로 막았겠지만, 올리비아는 막는 대신 피하기를 택했다.

         

       마력 소모량이 커도 어쩔 수 없었다. 저 파도에 닿는 것은 위험했다.

         

       [마력이 흐트러집니다!]

       [마력이 흐트러집니다!]

       [마력이 흐트러집니다!]

         

       ‘역시 마법사 카운터.’

         

       고작 물방울에 닿았을 뿐이데 무수한 알림창이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 범위 내였다.

       올리비아는 침착하게 주문을 외웠다.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에스티가 고개를 뒤로 돌려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아는지 가늠해보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었지?”

        “어떤 이야기요?”

       “내 고향 얘기 말이다. 네 스승이 알려줬나?”

         

       올리비아는 대답하는 대신 미소로 화답했다.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에스티가 으르렁거렸다.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군.”

         

       그녀가 말하는 소문이 무엇인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착하고, 온화하고……. 뭐 대충 그런거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광인과 대화하려면, 이쪽도 어느정도 미친 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려달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알려드린 것 뿐인데.”

       “하…….”

         

       비꼬는 듯한 말투에, 에스티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쿠구구구구!

         

       바다가 불길한 소리를 내며 일렁거렸다. 에스티의 시야가 닿는 곳에 있는 모든 바다가 그녀의 통제 아래에 있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도 그러하리라.

         

       국방력이 근처 왕국의 반토막 수준인 카니스 왕국이, 당당하게 동부 연합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다 에스티 덕분이니까.

         

       대(對) 마법사 병기. 동부 연합에서는 에스티를 그렇게 불렀다.

         

       단신으로 바다를 수호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내가 너를 못 죽일거라 생각하는가?”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에 입 안이 타들어갔다.

       그만큼 에스티가 강하다는 뜻이겠지.

         

       “죽일 수 있지만, 안 죽이시겠죠.”

         

       올리비아는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만약 절 죽이시려고 했다면, 저는 진작 파도에 휩쓸렸을테니까요.”

       

       방금 에스티가 소환한 파도는 아득히 높았지만, 그렇다고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다. 아마 죽이기보단 겁을 주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에스티가 막장이기는 해도, 최소한의 생각은 할 줄 아는 막장이다.

       상선은 부숴도, 상인들은 죽이지 않고 살려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예의 없게 굴어서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에스티님이 제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시는 일도 없었겠죠.”

         

       올리비아가 고개를 숙이자, 일순 에스티의 기세가 누그러들었다.

         

       “그래서 도와주겠다는 허황된 말을 지껄인건가?”

       “아, 그건 진심이었어요.”

         

       금방 들통날 거짓말이었다면, 애초에 시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제게 백 일만 주시면 그 목소리, 해결해드리겠습니다.”

         

       그 에스티조차 방금 발언은 쉽사리 넘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백 일을 달라는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백 일 동안 네 곁에 붙어 있으라는 말인가?”

       “아직은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약속드릴게요. 에스티 님께 피해가는 일은 조금도 없을겁니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올리비아는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황제의 증표]

       – 제가 인정한 자에게 사사하는 경의의 증표.

       – 1회에 한하여 황제에게 원하는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올리비아는 이 증표를, 제국 역사상 최연소 대마법사가 된 대가로 얻어냈다.

       일순간 에스티의 얼굴에 경악이 일었다. 아무래도 이 증표의 가치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만약 백 일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이걸 드리겠습니다.”

       “내게 재물은 의미가…….”

       “재물이 아니라, 군사력을 요구하겠습니다. 에스티님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외세로부터의 침입은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미쳤다고 제국군을 공격하는 놈들은 없을테니까요.”

         

         

       *****

         

         

       [남은 시간: 3분 22초]

         

       에스티는 아직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볼 것 없는 제안이다.’

         

       그래서 더 망설여진다.

       이것을 통해 올리비아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파도 위에 앉은 채로 한참을 고민하던 에스티가 입을 열었다.

         

       “……조건이 있다.”

       “네, 말씀하세요.”

       “백 일 동안 어떠한 형식으로도 나와 이카일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마나에 대고 맹세해라. 여기서 형식이란 모든 직간접적 행위를 통칭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거면 되나요?”

        “……그래.”

       

       이렇게 순순히 수락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럼, 바로 맹세할게요.”

       

        올리비아가 심장에 손을 가져다대는 동시에, 온 몸에서 푸른 빛깔의 마나가 일렁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에스티의 미간이 순간 일그러졌다.

         

       맹세에 장난질을 쳤기 때문이 아니다.

         

       ‘……많군.’

         

       심장에 새겨진 맹세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푸른 심장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무수한 마나의 사슬들이 올리비아의 심장을 옭아매고 있었다.

         

       “이제 됐나요?”

       “……그래. 백 일의 시작은 지금부터인가, 아니면 내일부터인가?”

       “내일부터로 할게요.”

       

       다음 기억은 3개월 뒤.

       

       ‘올리비아’가 에스티의 목소리를 제거하는데 성공할 지, 아니면 자신을 엿먹일지는 ‘내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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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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