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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좋다. 천마신공이 망치라면 그건 어찌 휘둘러야 하느냐?”

       “어… 강하게?”

       “그래. 강하게 휘둘러야지. 하지만 단순히 강하게 휘두른다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진 않을 것 아니더냐.

       세상에 검술이 있고, 창술이 있듯 망치를 어찌 휘둘러야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있기 마련.”

       

       화령은 무공에서 이 설명을 해주는 것이 바로 이치라 말했다.

       

       “어떻게 무공을 펼쳐야 최선의 결과를 알려주는 게 이치다. 그러니 이치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없다면 무공을 제대로 펼칠 수 없지.”

       “거기까진 이해를 했는데요.”

       

       가만 그녀의 설명을 듣던 일수의 입에서 질문이 새 나왔다.

       

       “그 이치라는 건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 건가요?”

       

       무에 관해 그리 잘 알지 못했던 일수지만 이제는 이치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그렇지만 그 이치라는 걸 익힐 방법은 여전히 미지수였다. 여전히 그에게 이치란 추상적인 무언가 불과했다.

       

       “이치를 아는 방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 당소일 그대도 알고 있을 것이야.”

       “제가요?”

       “그래. 그대도 무공구절에 관해 알 것 아닌가.”

       

       무공 구절로 이치를 익힐 수 있다는 말에 일수는 공감하지 못했다.

       

       그라고 해서 천마신공의 구절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서 무공의 구절이란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바로 알아낼 수 있는 것에 불과했으니까.

       

       처음 아피스의 천마를 시작했을 무렵 의욕에 가득 차 있던 일수는 무협지의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천마신공의 구절을 찾아내 그걸 외웠다.

       

       그로써 깨달음을 얻고,  무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그렇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신공의 구절을 아무리 외운다 해도 깨달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보정으로 이루어진 기술을 따라하는 이들이 더 빠르게 결과를 냈다.

       

       며칠 동안 다른 유저들에게 얻어맞던 일수는 다른 이들처럼 마이 튜브의 공략영상을 보고 천마를 플레이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일수가 무공구절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프로 리그에 들어오고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천마 유저가 된 지금까지 무공구절이 그에게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내 말을 못 믿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구절을 아무리 외워도 달라지는 게 없었으니까요.”

       “하하. 그 뜻도 모르면서 무작정 외운다하여 달라지길 기대하는 게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으냐?

       문자를 익히지 않고 영문책을 본다하여 공부가 되지 않듯 구절을 익히는 데도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내가 그대에게 알려줄 것이지.”

       

       지금부터 무를 공부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도록 하겠다

       

       *

       

       아해들에게 무에 관해 알려주겠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했다.

       

       하린을 만나 그녀를 가르치며 고민을 시작했으니 고민의 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애당초 내가 진지하게 아피스의 계급을 올린 이유가 이 가르침을 위한 권위를 얻기 위함이었으니.

       

       난 어떻게 권위를 얻어야 할지 고민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어찌 무를 알려줄 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어디 무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해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일이 있었겠느냐.

       

       보통 내게 가르침을 청하러 오는 이들은 최소한 절정의 경지에 이른 이들이었다.

       

       일정 수준에 이르지 않으면 애당초 날 만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지.

       

       본인이 따로 막은 적은 없다만 모두들 어느 순간부터 그리 여기고 있더구나.

       

       덕분에 난 깨달음을 찾다 막힌 이를 도와준 적은 있어도 누군가를 기초부터 가르친 적은 없었다.

       

       이런 고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하린이었다.

       

       나보다 현대의 사람들에 대해 더 잘 아는 그녀는 내가 하는 여러 질문에 성의껏 대답을 해줬다.

       

       “아니 이것도 모른단 말이더냐?”

       “반대로 물어볼게요. 그걸 어떻게 아나요!”

       

       하린과의 대화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나는 모두가 하린처럼 무공구절을 가지고서 자신만의 해석정도는 내놓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허나 하린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 사람은 적다고. 오히려 무공구절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이들이 더 많다고 말이다.

       

       자신이 다루는 무공의 구절도 모르면서 어떻게 무를 펼친다는 건지 내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현대의 무인이란 그런 존재였다.

       

       현대의 사람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들은 무에 한해서는 무지렁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신교에서 아이들이나 배울 법한 것부터 익히기 시작해야 했다.

       

       충분한 권위를 쌓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기로 마음먹은 건 이 때문이었다.

       

       하린의 말이 사실이라면 권위니 뭐니 하는 건 나중의 일이었다. 그보다는 상식의 교정이 더 시급했다.

       

       솔직히 말해 오늘 이 가르침의 자리에 오는 순간까지도 나는 하린의 말을 의심했다.

       

       나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아무리 현대의 사람들이 무에 관해 잘 모른다해도 그 정도일까 싶었지.

       

       시청자들이 쉴 새 없이 내뱉는 의문을 보니 하린의 말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만일 기본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넘어갔더라면 지금 나오는 의문들이 두 배는 되었을 테지.

       

       “제 말이 맞았죠?”

       “그래. 네 말이 맞았구나.”

       

       칭찬해 달라는 듯 살랑살랑 내 옆으로 다가와 웃음을 짓는 하린의 머리를 꾸욱 눌러준 후 당소일에게 다가갔다.

       

       지금 내 강의를 듣고 나서 머리가 깨질 것 같단 표정을 짓고 있는 그는 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뭐어. 상관은 없다. 이해를 할 때까지 굴리면 그만이니까.

       

       “언제까지 머리를 싸매고 있을 생각이더냐.”

       “잠시만요. 갑자기 너무 많은 게 들어와서 정리가.”

       “이 놈아. 책상머리에 앉아서 고민하는 건 학자가 하는 일이다. 무인이라면 몸을 움직이며 정리를 해야 하느니라.”

       “그거 너무 억지 아니에요?”

       “억지는 무슨. 본인은 이렇게 배웠다.”

       

       내 무공을 배울 적에는 말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으면서 강제로 배움을 얻어야 했다.

       

       나와 함께 무를 배우던 이 중에는 고행 속에서 결국 목숨을 잃은 이들이 몇이나 있었지.

       

       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억지라 할 수도 없지 않으냐.

       

       반쯤 강제로 당소일과 하린을 내 맞은 편에 세우자 하린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도 포함인가요!?”

       “당연하지 않으냐.”

       

       그대도 알고 있었을 것 아닌가. 당소일이 오기 전에 가벼이 굴린 정도로 내가 그댈 놓아주지 않을 것이란 걸.

       

       내 당소일과 시청자들에게 강의하는 동안 충분히 쉬었을 터 아니더냐. 얌전히 구를 준비를 하거라.

       

       하린이 투덜거리며 몸을 풀자 옆에 있던 당소일도 덩달아 몸을 움직였다.

       

       나는 곰방대를 문 채 그들이 준비를 마치길 기다리며 채팅창을 살폈다.

       

       – 무공이란 게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 나 지금 학교 다닐 때처럼 머리 아파.

       – 왜 게임을 공부하면서 해야 되는 거야?!

       – 원래 게임 잘하려면 공부해야 댐.

       – 알게 뭐야. 나 기캐릭 안 해!

       

       골이 깨지는 건 당소일 뿐만이 아니었다.

       

       내 방송을 보는 이들 중에 무를 알고 싶어 하는 자들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뭐어. 대부분은 무니 뭐니 하는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애당초 모든 이들이 내가 말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않았다.

       

       무림에서도 무공에 관심 없는 이들이 여럿 있었는데 현대는 그보다 더 많지 않겠는가.

       

       “이제 준비는 끝났느냐?”

       “넵!”

       “예.”

       

       둘의 대답을 듣고서 곰방대를 품 안에 넣었다.

       

       “그럼 시작하마.”

       

       

       *

       

       화령은 자기 혼자서 냥냥과 일수를 상대하며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겠다고 말했다.

       

       어지간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준프로급인 냥냥과 일수를 어떻게 감당할 거냐 그랬겠지만 화령은 그런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전에도 일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닌 이들 9명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으니까.

       

       그 전적을 알았기에 냥냥도 일수도 한치 고민 없이 화령에게 달려들었다.

       

       첫 돌진을 가볍게 받아낸 화령은 되래 두 사람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화령의 공세를 받아내던 일수는 숨이 막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조금만 방심을 하면 화령의 권이 자신의 앞에 당도하니 화령의 동작을 쫓는 것만으로 급급했다.

       

       사고가 멈추고 무아가 그를 찾아왔다. 일수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그이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모든 동작은 화령의 세심한 움직임에 따라 조종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 지금의 일수는 인형극의 꼭두각시와 다르지 않았다.

       

       피하고. 막아내고. 받아치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던 그는 문득 자신의 몸을 관조했다.

       

       어느새인가 자신의 몸이 이치를 따르고 있었다.

       

       “끄윽?!”

       

       잡념이 끼어들었기 때문일까. 순간 일수의 움직임이 멈췄고 화령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에 닿아 그를 저 멀리로 날려버렸다.

       

       몇 번이나 바닥을 구르다 겨우 자세를 다잡은 그는 멍한 눈으로 화령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건 도대체.

       

       “무얼 하느냐. 아직 대련은 끝나지 않았다. 일어나라.”

       

       일수는 몸을 일으키며 채팅창을 확인했다.

       

       – 개쩔었다. 소일이 좀 치네.

       – 근데 얘 왜 멍하니 있냐. 벌써 지침?

       – 에이 설마. 이제 시작한 지 1분 됐는데 지쳤겠음?

       

       뭐? 1분밖에 안 지났다고?

       

       말도 안 된다 생각을 하며 시간을 확인한 그는 채팅이 사실이었단 걸 알게 되었다.

       

       방금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긴 공방을 나눴는데 겨우 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일수는 오늘 이 곳에 올 때 보았던 냥냥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덜너덜해진 채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던 그 모습을 말이다.

       

       그 때 냥냥은 한 시간 동안 구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소리는 방금 당소일이 나눈 공방을 한 시간이나 반복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너덜너덜해지지. 그 꼴이 안 되는 게 이상했네.

       

       나도 이제 그렇게 되는.

       

       “쯧.”

       

       혀를 차는 소리에 일수가 공상에서 빠져 나왔다.

       

       화령이 거슬린다는 뜻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지 않겠다면 이 쪽에서 가마.”

       

       

       끝도 없이 대련이 이어진다.

       

       처음 십 분의 대련 동안 냥냥과 일수는 열 번도 넘게 바닥을 굴렀다.

       

       그게 삼십 분이 되었을 무렵엔 서서히 집중력이고 체력이고 떨어져서는 구르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윽고 대련이 한 시간 가량 지속되었을 무렵엔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을 움직이고는 있지만 뇌는 이미 오래전에 동작을 멈췄다. 그들은 어느 영화에 나오는 좀비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그 그 상황이 두 시간이 지속되었을 무렵.

       

       – 괜찮냐?

       – 얘 숨 넘어 가겠다.

       – 소일아! 일어나! 상대는 널 대회에서 광탈시킨 사람이야!

       

       일수는 죽어가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다 팔에 힘이 빠져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그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

       

       겨우 두 시간.

       

       평범하게 아피스 랭크 게임을 즐길 때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던 시간이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긴 걸까.

       

       “당소일. 일어나라. 쓰러지기엔 이르니라.”

       “…”

       “알았다. 일으켜 세워 주마.”

       

       화령이 말을 내뱉은 순간 일수의 등 뒤에 차가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정체는 몰라도 가만히 있으면 거기에 찔릴 것이란 예감이 뇌를 지배했다.

       

       다급히 몸을 일으켜 옆으로 구른 그였지만 이내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이거야?!

       

       빌어먹을 놈의 살기! 저거 때문에 누워 있을 수가 없잖아!

       

       데케이랑 이순이 살기를 언급했을 때 너무 과장됐다 이야기 한 놈은 누구야?!

       

       있잖아! 살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확인을 해 본 건데 1화 조회수가 1만이 넘었더군요.

    만 명이 넘는 분이 제 글을 보러 와주셨단 사실이 놀랍네요.

    여태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건 다 여러분 덕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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