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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0

    <830 – 미지의 억까(5)>

     

    잠시 시간을 돌려 교수들과 오크노디의 교전이 일어나던 1차전의 무렵.

     

    마공학 교수 차아쿠는 성실하게 특급반 강의를 준비했다.

     

    선성향 교수들의 특급반 특화적성 시험은 각자의 주 분야를 사용한 정신체 공격이다.

    어떤 전문분야의 기능을 사용한 정신공격에 가장 오래, 가장 효과적으로 버티는가.

    이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강점기능과 약점기능, 술식변형과 필요한 연계기 등의 개선점을 파악한다.

     

    “거대한 격을 지닌 거악은 여러분이 마음껏 특기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합니다. 애초에 여러분보다 더 강한 적이 힘을 쓰거든 그 힘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지, 여러분의 특기를 사용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이 특화적성 시험이 중요한 겁니다.”

     

    마공학 교수 차아쿠는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과거, 삼대거악의 일축인 만신의 대리인의 습격을 받아 공격연계기를 꺼낼 틈도 없이 이름 잃은 옛 신들의 권능들을 막기에 급급하다가 오른팔을 잃고 목숨만 부지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겪은 상실을 학생들은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치르는 시험이건만, 당장 친구들의 목숨이 중요하다며 오크노디는 감정이 앞섰다.

     

    “이슈타르를 괴롭히지 말아요!”

     

    마도영역의 전개와 동시에 차아쿠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영성이 깃든 소울웨폰들에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흔히 거장이라 불리는 자들이 일생을 걸어 하나를 만들기에 급급한 것이 영성이 깃든 소울웨폰임을 감안하면, 21개의 소울웨폰을 지닌 차아쿠의 정열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재능, 노력, 사명감.

    그에게는 강해질 수 있는 재능과 강해지기 위한 노력, 강해져야만 하는 사명감이 모두 존재했다.

     

    “소용없습니다. 저희가 지금 학생들의 정신체를 죽음에 빠뜨리지 않으면 언젠가 학생들은 아카데미 밖에서 진정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이 누군가의 손에 죽을 바에야 우리들의 손으로 먼저 죽이고 밖에서는 죽지 않게 할 겁니다!”

     

    21개의 소울웨폰이 동시에 발동하며 오크노디 주변의 시간을 동결시키고, 결계를 형성하며, 진공 지대를 만들어 호흡을 차단했다.

    호흡 박탈과 뒤따르는 큰 호흡의 사용을 강제하는 고위력의 연계 공격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혈중마나와 몸 주변의 공간에 산소를 저장하는 방법을 모르는 실전성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호흡을 유지할 수 없다.

    설령 호흡을 유지하더라도 정신체에게는 호흡이 필요하지 않음을 모른다면 호흡 압박을 이용한 유도 공격에 내몰려 교수의 속임수에 놀아나다가 쓰러진다.

    개인의 저항이 아무리 대단한들 상대는 4학년 수준의 위력을 지닌 소울웨폰 21개다.

     

    “설령 21명의 학생이 힘을 합치더라도 이 소울웨폰의 연계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아, 그만 눈을 감으십시오. 오크노디. 저항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의 작은 몸이 품을 수 있는 산소는 더욱 줄어들 뿐입니다!”

     

    마공학 교수 차아쿠는 승리를 확신하고 외쳤다.

    아무리 오크노디가 대단한 저력을 지녔다고 한들, 정신의 강함은 살아온 세월에 따라 더욱 단단하게 연마됨을 알기에 보인 자신감이었다.

    그러니 이 대결은 시작부터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대결이기도 했다.

     

    플레이어.

    한 세계를 수십에서 수백 번을 반복한 고인물.

    오크노디가 살아온 세월은 이미 드래곤교장 오모시로이에 비견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파지직! 쾅!

     

    소울웨폰 수어 개에 동시에 강한 스파크가 일어나더니 장비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어떤 권능은 모든 마도공학기술을 부정한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호흡을 보존하며 최대한 단기 결전을 치르려고 해도 부족할 마당에 입을 열고 말까지 하는 오크노디.

    위험해.

    이건 정말로 위험해.

    차아쿠 교수는 위기감을 느낌과 동시에 이미 자신이 늦었다는 직감이 들었다.

     

    “이름을 잃고 신격을 잃은 신들은요, 사라진 이름을 되찾고 그 이름을 부르는 사람에게 힘을 하사하고 자신의 교단을 되살리라는 사명을 부여해요.”

    “이름 잃은 신의 대리인… 그건 삼대거악의 일축, <만신의 대리인>의 짓과 다름없지 않은가!!”

     

    잃어버린 오른팔을 대신하여 장착한 의수가 분노에 격렬히 진동했다.

     

    “대답해라, 오크노디 2년생!! 재단은, 너는 만신의 대리인과 무슨 관계인 것이냐!!”

     

    오크노디는 만신의 대리인과 관계가 있다.

    만신의 대리인이 지닌 배후자이자 지원자, 이름 잃은 신들의 정보와 권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구체화되는 순간, 차아쿠 교수의 정신체는 오크노디의 정신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했다.

    존재부정.

    개념부정.

    정신공격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공격에 설득력을 싣고 상대의 공격에서 설득력을 박탈하는 주도권 쟁탈에서 완전히 밀려버린 것이다.

    이름 잃은 신의 권능이 다시금 발현되자 이번에는 소울웨폰 21체가 모조리 박살났다.

    분노에 밀려났던 이성이 되돌아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차아쿠 교수는 알아버렸다.

    자신이 전개하는 마도공학의 산물은 모두 힘을 잃을 것이고, 오크노디가 가하는 공격은 무엇 하나 받아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좋은 걸 하나 알려줄게요. 이 이름 잃은 신의 옛 이름은 <네오 러다이트>. 모든 공학을 파멸시키는 신이에요!”

     

    네오 러다이트.

    그 이름이 뇌리에 새겨지는 순간, 차아쿠 교수는 네오 러다이트의 존재를 인식하고 긍정했다.

    모든 기계장치와 마도공학을 부정하며 그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비과학의 극단에 올라선, 규명되지 않는 신비를 수호하는 신.

    이론과 원리를 파괴하고 인류를 원시로 돌려보낼 잠재력마저 지닌, 결코 그 이름을 되찾아서는 안 될 고대의 강력한 악신.

    먼 옛날, 신들의 대전이나 고대 용사의 토벌행으로 이름을 잃은 신이 지금 자신의 인지로 인해 세상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한층 늘었다.

     

    이제 차아쿠가 마도공학의 결과물이나 관련 기능을 사용하는 매 순간, 고대의 악신 네오 러다이트는 그의 결과물과 행동을 주시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전부를 부정하고 파괴하며 마도공학의 교수이자 권위자인 그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 신 앞의 작고도 미천한 존재로 전락시킬 것이다.

    뜻을 따르지 않는 존재를, 일생의 성취마저 부정하며 파멸시키는 존재.

    그것이 신이었다.

    그것이 네오 러다이트였다.

    차아쿠가 그 존재의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될 악몽이었다.

     

    “안 돼.”

     

    차아쿠 교수의 눈에 공포가 일었다.

    이것은 자신에게 한정된 재앙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몰락.

    그의 파멸.

    이를 일생 동안 지켜볼 모든 자들이 마도공학을 부정하는, 기계장치를 부정하는 신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인정하며, 그 힘을 더 강대하게 만든다.

    어떠한 권능도 하사받지 못하고 오직 신벌만을 받으나,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

    차아쿠 교수의 존재 자체가 고대악신 네오 러다이트의 영향력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며 인류를 쇠퇴시키는 원흉이 된다.

     

    “우리가 어리석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너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후계자였어. 그 이사장에 비견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악을 그 작은 몸에 품고 있었어…! 널 가르쳐서는 안 됐는데, 네가 더 강해지기 전에 죽여야만 했는데…!!”

    “진정하세요, 교수님! 지금 해야 할 일이 뭔지는 교수님도 잘 아시잖아요?”

    “오크노디. 너는 날 이겼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 죽음이 나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다른 교수들이 널 죽일 이유가 될 거다!”

     

    차아쿠 교수는 스스로 생체마나를 폭주시켜 영자기관을 폭발시켰다.

     

    펑!!

     

    영체의 폭발은 정신체를 갈기갈기 찢으며 그의 정신체를 죽음으로 인도했다.

     

     

    * * *

     

     

    특급반 특화적성 시험에 참석한 교수들 몇 명이 심각한 얼굴로 교수대기실에 모였다.

     

    “기억이 사라졌습니다. 학생의 정신체를 시험하던 제 기억이 역으로 날아갔습니다.”

    “당신도 그렇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아쿠 교수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들도 기억소실현상을 겪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뭔가가 벌어졌다.

    그들이 상정하지 못한 말도 안 되는 사태가.

    시험을 위해 학생들의 정신체를 죽음에 빠뜨리려던 교수들이 역으로 소실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가장 강한 학생이 누구지?”

    “특급반에 올라온 학생 중에서 으뜸은 현 4학년 중에서 두 번째로 강한 학생, 오블리비언입니다.”

    “그 아이에게 우리를 당해낼 역량이 있습니까?”

    “있지만, 이 많은 인원을 넘어설 정도는 아닙니다.”

     

    교수들은 자신들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만 했다.

    그건 결코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재단의 이사장은 유감이지만 어지간한 교수보다도 강력한 존재였습니다. 기프트 아카데미에서도 최상위권의 천외천급 교수들이 아니면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강자였지요. 그런 이사장을 죽인 오크노디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장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로는 그 아이가 <제약>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상실하고 그 대가로 힘을 얻은 한 번뿐인 기적을 선보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현실에서는 그렇겠죠. 하지만 몽마가 만든 정신세계는 다를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오크노디가 뭔가를 저질렀다.

    그런 공포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설령 그런 수가 있다고 한들, 오크노디가 어떻게 우리를 죽일 수 있었을까요? 정신공격은 공격 그 자체를 부정하는 자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고도의 정밀한 정보와 공포심이 스스로 공격을 받아들이지만 우리가 어디 그런 공격을 허용할 사람입니까?”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우리를 죽이고 속이려면 어떤 수단이 필요하겠습니까?”

     

    교수들은 각자의 약점을 떠올렸다.

     

    “가족.”

    “연구.”

    “예산.”

    “사생아.”

    “수명.”

     

    선성향 교수라기엔 이 녀석 뭐야 싶은 약점이 하나 섞여 있지만, 개인의 행실과 별개로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선성향으로 인식되는 교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런가. 이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불가사의한 정보력에 기반한 약점 잡기. 우리는 비열하게도 약점을 잡혀서 죽은 것이 틀림없군!”

    “오크노디 이 비열한 녀석… 오늘 하루 약점을 최대한 치워보도록 노력하고, 약점 문제가 해결된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나서봅시다. 가령 가족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고 연구실의 보안을 강화하는 행위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과연. 이 방법이라면 오크노디가 같은 수를 쓰더라도 당하지 않을 수 있겠군요.”

     

    교수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그런데 기억을 잃은 교수가 우리밖에 없다면 다른 교수들은 오크노디를 해치운 것 아닙니까?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오크노디도 기억을 잃은 것은 틀림없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다른 교수들도 수치심을 느끼는지 밤의 일을 말하지 않으려고 해서 정말로 오크노디를 죽였는지, 기억을 잃었는데 시치미를 떼는지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협력하지 않는 교수들은 배제하고 우리의 협력부터 생각합시다.”

     

    신세대 삼대거악.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미지의 억까를 향한 공포심을 이겨내며 교수들은 특급반 강의에 나섰다.

    참교육을 위한 정의로운 대결.

    서로를 의식하며 도전하는 정신체 대전.

    서로가 미지의 억까를 향한 공포심을 견뎌내며 싸우는 특급반 교수들 vs 오크노디의 2차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진짜 거악이나 다름없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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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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