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31

    <831 – 미지의 억까(6)>

     

    대부분의 선성향 교수들은 오크노디의 공격의 비밀을 몰랐다.

    오크노디와의 1차전에서 죽음을 겪거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탓에 기억소실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들은 합리적인 추론을 했다.

    재단의 특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어디에나 있는 무서운 녀석들.

    모르는 비밀이 없는 녀석들.

     

    그 특징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온다.

    약점이 잡혀서 당할 수밖에 없었구나!

     

    “지난번과 같은 사악한 수작은 통하지 않을 거다. 내 가족은 이미 아카데미에서 지원한 안가로 안전하게 이송했으니 네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오. 아카데미가 보유하면 안가인데 교수님의 가족 정도라면 2급 기밀에 준하는 등급의 안전가옥으로 갈 수 있겠네요! 천령산맥의 동굴가옥인가요?”

    “뭣!! 그것마저도 알고 있었다고?!”

     

    충격에 빠진 마공학 교수 차아쿠가 가족이 숨은 안가가 들켰다는 생각에 머리가 새하얘져서 벌벌 떠는 사이, 다른 교수들도 불안에 빠졌다.

     

    “설마 교장에게 부탁해서 연구실 출입문을 봉쇄한 랩실에 우회 차원 백도어를 뚫어서 침투하지는 않았겠지…?”

    “교장님이 자주 사용하는 차원봉쇄마법이면 야수 차원이겠네요! 그 동네는 상명하복이 잘 되는데 교장님이 제일 강한 야수잖아요?”

    “안돼!!! 실험실의 은폐 차원이 벌써 재단에 발각당했어!!!”

     

    입을 여는 족족 교수들이 오크노디의 협박에 대비하여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숨긴 수단과 장소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오크노디!

    정작 1차전에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던 약점을 각자의 입으로 실토하는 바람에 관련 지식을 술술 내뱉으며 나 이런 것도 안다고 자랑하고 싶을 뿐인 오크노디의 순수한 마음 앞에서 교수들만 내상을 입고 두려움에 떨었다.

     

    “모두들 미안합니다. 우리가 싸우면 가족이 살해당하거나 수십 년에 걸친 오랜 연구가 잿더미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아닙니다. 모두 이해합니다.”

    “나쁜 건 저 사악한 다크프린세스지, 여러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선홍빛 세 치 혀로 교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무려 열 명의 교수들을 무력화시킨 오크노디!

    약점이 보다 까다롭거나 괜히 말을 꺼냈다가 그 정보를 토대로 약점을 잡힐 것을 경계한 교수들은 문답무용으로 공격에 나섰다.

     

    촤라락!

     

    몇 개인가의 소울웨폰을 전개하며 장비의 보조를 빌려 저장된 마법진을 사출하거나 신체증강주문을 걸며 초인적인 신체를 앞세우는 교수들.

    이에 맞서고자 카운터 기능을 즉석에서 맞추며 걸음을 내딛던 오크노디의 고개가 갸웃해졌다.

     

    파지직!

    지지지지직-

    투쾅!

     

    아직 그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소울웨폰 일부가 파손되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고 혼자 폭발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옛신들의 이름을 정신계에 한하여 각인시켰고, 비록 자신과 교수들의 기억은 지워졌을지라도 세계에 남은 잔류기억은 소실되지 않은 영향임은 알 길이 없었던 오크노디는 편리하게 생각했다.

     

    60 대 30 대 9.9 대 0.1의 법칙.

    60%의 평범한 확률과 30%의 준수한 확률, 9.9%의 희귀한 확률에 0.1%의 특이한 확률.

    그중 가장 운이 좋은 0.1%의 억빠에 당첨되었다고 말이다.

     

    오크노디의 그런 자신감 넘치는 공격은 교수들에게는 동시에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방금 일어난 현상은 오크노디가 벌인 짓이었구나.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우리는 그 이름의 두려움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구나!

     

    ‘오늘은 운이 좋으니까 옛신의 권능까지 활용하지 않아도 되겠네!’

     

    어쩌면 이는 교수들에게도 운이 좋은 상황이었을지도 모른다.

    교수들이 겁을 먹고 강하게 몰아붙일 타이밍을 놓친 탓에 오크노디가 신앙테크트리를 이용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실력대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교수님들, 그거 알아요? 차원계가 하나 망하면 차원석이라는 특이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아이템을 복용하면 96 이상의 특급 능력치를 올릴 수도 있지만 능력치 상승을 포기하고 안에 깃든 마나를 사용하면 대마법을 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듣지 마십시오. 정신계의 승부는 인지와 교란, 정신의 견고함을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무너뜨리는지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교수들은 정신체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곧바로 오크노디의 말을 차단하기 위해 방어마법을 펼쳤다.

    이는 선성향 교수들이 오크노디를 직접 가르친 교수가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크나큰 실책이었다.

     

    오크노디의 특기가 무엇인가.

     

    식품도감 수집하기.

    아무거나 잘 주워 먹기.

    혼자서도 잘 놀기.

    악당 괴롭히기.

    친구들 키우기.

    티토소가 울리기.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손꼽을 특기는 독보적인 마나술과 마나제어술이다.

    마력올인 시절에 쌓인 술식에 대한 지식과 한번 도달했던 마도의 궁극을 뒤쫓으며 도달한 지고한 경지는 술식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선사했다.

    지고한 마나술이 술식 지식을 허락했다면 지고한 마나제어술은 술식 개변 및 간섭을 허락한다.

    그 결과, 멈출 줄 모르는 훈수가 수다가 교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와! 교수님 육탄돌격 좋아하시는구나!]

    [저도 구르기랑 섞어 쓰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거 알고 계시나요? 구르기에 사격도 조합할 수 있다는 사실!]

    [마나로 인공발사기관을 만들어서 사격발동조건을 충족시키고 몸을 날리면 판정이 뜨거든요]

    [그걸 로켓처럼 몇 중으로 술식 분리하면서 연속발사하면 속도에 비례해서 위력도 상승하는데 여기에 폭발 술식도 더하면 인간 로켓 빌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말씀!]

    [한번 해보실래요?]

     

    자신이 쓰는 기술보다 나은 개량형 조합을 옆에서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으며 유혹을 해대니, <육탄전차학>을 가르치는 티거 교수는 황당하기도 하고 혹하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되지 내 기술에 자신감을 가져야 해 하고 자신을 다그치기도 했다.

     

    티거의 신체8연계 돌격기술 <육탄전차>도 충분한 강점이 있다.

     

    단단하기로는 더럽게 단단해서 도검은 물론이요, 총포에도 끄떡하지도 않고 마법도 뿌리친다.

    무슨 공격을 펼쳐도 최단 거리로 우직하게 달려와서 몸으로 쳐버리니 그야말로 육탄전차가 따로 없다.

    실제 전차도 폭격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과녁판 신세건만, 티거 교수의 육탄전차는 포탄에 마법도 통하질 않으니 지칠 때까지 거리를 벌리거나 하늘을 날거나 제 몸을 지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육탄전차 빌드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이었다.

    육지에서 뒤로 달리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모습에 비명을 지르다가 치여 죽는다.

    하늘로 날아오르면 점점 더 속도를 붙여서 힘을 있는 힘껏 충전해다가 기어이 하늘 위까지 도약하는 진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사람의 속도가 그 지경에 이르면 방어마법은 스치기만 해도 깨지고 대마법 결계도 구멍이 뚫린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오크노디는 제자리에 서 있건만, 티거 교수가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는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분명 점점 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에도 영원히 따라잡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그가 육탄전차의 속도를 내리고 탐지에 힘을 배분한 결과, 생전 처음 보는 골때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마나충전로>

    <인공대지벨트>

    <자동충전보호막>

     

    그가 열심히 달리는 바닥에 언제 깔렸는지 모를 마법진이 달리는 힘을 바닥에서 저장하고, 그 힘으로 대지벨트가 밀리며 회전하고, 그 회전력을 이용해 대지벨트를 보호하는 보호막이 전개된다.

    티거 교수가 힘을 주는 만큼 대지가 움직이고 그만큼 대지가 단단해지는 무한동력 대지런닝머신이 완성된 것이다.

    기가 막혀서 다리의 속도가 늦어지니 주변의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용결계>

     

    교수들이 죄다 각자의 기술에 연동되는 무한동력장치에 갇혀서 열심히 쳇바퀴를 돌리는 햄스터처럼 삽질하고 있었다.

     

    [헉. 벌써 질리셨어요?]

    [그럼 이참에 그 낡고 효율도 구려서 힘들기만 한 빌드는 때려치는 게 어때요?]

    [솔직히 교수님이 자존심 부리느라 밑에서 얼마나 고생을… 아, 제가 했다는 건 아니고 조교, 다른 조교들이요. 얼마나 고생을 하는데…]

    [솔직히 술식을 개선하지 못하게 막을 거면 좀 제대로 된 신체술식을 짜셔야지, 너덜너덜한 술식 가지고 이대로 안 하면 벌을 주니 사람들이 미치고 환장하죠!]

    [게다가 그 술식이 교수님한테는 딱 맞을지 몰라도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 하는데 배우는 사람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원칙을 고수하니 천재들이 괜히 줄줄이 런하겠어요?]

     

    예로부터 가장 눈엣가시처럼 성가신 공격이 팩트공격이라고 한다.

    그 효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군주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격노하며 충신의 목을 썰어버린 이유 제 1위가 되겠는가.

    사회생활이란 모름지기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것이지만 눈치라고는 쥐뿔도 없는 팩트공격은 권력자의 자존심에 스크레치를 긁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외제차 보넷은 시간과 비용만 들이면 갈아 끼울 수라도 있지, 사람의 마음은 갈아 끼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냐!”

    [엥. 교수님만 특별대우한다고 생각하셨다면 오산인데요?]

    [저 저기랑 저기랑 저기에도 있음!]

     

    참다못한 티거 교수의 외침에 오크노디가 더욱 황당해하며 분신들을 가리켰다.

    맞춤형 눈높이 교육마냥 본체로부터 흩어진 분신들이 배낭배낭에서 구한 각기 다른 색깔의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채찍이나 나뭇가지, 젓가락, 심지어는 철근을 들고 찰싹찰싹 땅을 내리치며 코치를 맡았다.

    주변에서는 전의를 상실하고 이게 뭔가 멍하니 바라보는 교수들 주변에 관중석을 세우고 앉아서 고기 불판에 부채질하거나 이슈타르에게 머리 땋기를 받거나 티토소가에게 달리기 훈련을 시키며 삑삑 호루라기를 부는 오크노디 분신들까지 있었다.

     

    대체 정신력이 얼마나 견고하면 자신과 같은 형상을 여럿으로 나누고, 그걸 또 각기 다른 행동을 위화감 없이 벌일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방식의 인생을 여러 번 살아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할 소름끼치는 정신력이었다.

     

    [근데 <전력질주>를 코어기능으로 삼는 게 맞아요? 물론 전력질주가 질주의 상위기능이고 질주가 달리기의 상위기능인 건 맞는데 솔직히 이중극의 수준은 아니잖아요.]

    [솔직히 심장 아홉 개 달린 히드라의 혼혈이라 혼혈 빨로 잘 달리시는 거지 교수로서의 역량은 조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절대로 허접한 교수님 밑에서 굴렀던 기억 때문에 화가 났다거나 혈통 사기에 낚인 줄도 모르고 교수님한테 강의 듣는 선배님들이 불쌍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가만 듣고 있으려니 이거 좀 긁힌다.

    티거 교수의 마빡에 내 천(川)자가 새겨졌다.

     

    “내가 오늘 넌 무조건 잡는다…”

     

    직전까지와는 다른 의도의 추격전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열일하는 분신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