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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6

    <836 – 심마(3)>

     

    오크노디 애호파 교수들과 오크노디 학대파 교수들의 싸움 소식은 이내 교정에 파다하게 퍼졌다.

     

    “교수님들이 다크프린세스의 처후 문제를 두고 엄청나게 싸우고 있다며?”

    “당분간은 몸 좀 사리고 지켜보자고. 괜히 속단해서 오크노디를 괴롭혔다가 교수님들이 애호파로 합병되면 오크노디에게 하던 짓을 우리에게 할지도 몰라.”

     

    호문쿨루스들이 학생회의 지원을 듬뿍 받으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학생들.

    이들은 알게 모르게 암흑상회나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 학생회를 골탕 먹여왔다.

     

    “들었어? 아카데미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암흑상회 식량수레가 수상할 정도로 강한 산적들에게 싹 털려버렸대!”

    “어? 아까 3학년들이 식량을 잔뜩 가지고 돌아왔는데… 그거 혹시…?”

    “잠깐,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야. 우리 상회에 채집 재료를 팔던 학생들이 채집터의 씨가 다 말랐다고 전했어!”

     

    암흑상회는 물자의 보급과 재료수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채집터의 채집재료 씨가 말랐습니다. 간밤에 싹 다 털린 모양입니다!”

    “채집형 필드보스 누에여왕도 실이 다 털려서 울고 있다. 그리고… 그 울음 소리를 듣고 눈물샘을 자극받은 티토소가까지 울고 있다! 빨리 어떻게 좀 해라. 뇌가 녹아버릴 것 같으니까!”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은 오크노디와 함께 천방지축 오픈필드를 쏘다니며 장악한 구역에서 얻을 재료들을 누군가에게 싹 털렸다.

    덕분에 강의재료를 얻지 못한 티토소가의 울음을 달래느라 지젤이 급하게 재료창고를 열어야만 했다.

     

    “호문쿨루스만 사람이냐! 우리도 사람이다!”

    “학생회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982기 학생들은 정당한 대우를 원한다!”

    “학생회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심지어 아카데미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박은 내부의 문제들과 수위를 달리했다.

     

    “지젤 님. 호위를 약속했던 해상왕국에서 마수 출현으로 인해 토벌에 나서느라 수송선박의 호위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마수는 실제로 나타났습니까?”

    “마수의 등장 자체는 실제로 확인되었지만, 은패급의 충분히 기존 전력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자국의 함대를 철수시키고 무역로에서 해적을 빙자한 군인들을 동원해 습격을 가하려는 모양입니다.”

     

    서서히 학생회나 암흑상회와 행보를 달리하기 시작하는 몇몇 나라들.

    지젤의 업무량이 폭등하며 학업을 돌볼 여유조차 사라져 포인트로 모든 학업을 대체하던 나날에 오크노디 애호파 교수와 학대파 교수의 싸움이 터졌다.

    덕분에 싸움의 결과에 따라서는 아카데미 차원에서 학생회를 지지할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는지 아카데미 내외의 압박이 크게 줄었다.

    일단 돌아가는 추세를 지켜보고 대응 강도와 방침을 정한다며 공격 수위를 낮춘 덕분이었다.

     

    “믿기지가 않는군요.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그토록 위태롭기 짝이 없는 꼬마 숙녀가 어느덧 국제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기프트 아카데미에도 이토록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핵심인물로 거듭나다니.”

    “뭘 남의 일처럼 말하는 거냐? 입학티켓이나 팔던 녀석이 앞에선 기프트 아카데미 학생회장에 뒤에서는 그 <이사장>의 세력을 집어삼켜 가며 뒷세계에서 제일가는 조직의 수장이 되고선.”

     

    손오천의 핀잔에 이사벨이 피식 웃었다.

     

    “제국주의 통큰바나나 주식이 혁명군 대장군 테마주로 소문나서 개떡상한 거 모를 줄 알아? 지금 당장 아카데미 때려치우고 벌어놓은 돈으로 조직만 꾸려도 백 년은 거뜬하잖아.”

    “이사벨도 최근 아카데미에 들른 <괴식숙수>에게 새로운 조리법을 전수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에소니아 모험단은 새로운 단원도 여럿 받았다지요. 모두 이래저래 성장한 셈이지요.”

     

    오크노디와 함께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했던 입학파티도 어느덧 하나같이 거물이 되었다.

    그런 모두의 귓가에 오크노디가 심마에 걸려서 교수들이 대판 싸웠다, 강의도 듣지 않고 밥을 먹으러 오지도 않고 그저 하염없이 교내를 느릿느릿 걸어다니며 한숨을 내쉬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었다.

     

    “오크노디가 저렇게까지 슬퍼하는 모습은 처음 봐.”

    “쥐방울 녀석, 지금 바로 달려가서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사벨과 손오천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오크노디를 어화둥둥 어르고 달래고 싶어했지만 지젤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어째서?”

    “교수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개입하면 보복으로 오크노디가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

    “…교수 이 나쁜 새끼들. 그나마 선성향 교수라고 평판이 좋아서 믿었는데, 결국 교수라는 놈들은 그놈이 그놈이었던 거야.”

     

    세상에 착한 교수는 없다.

    비정한 현실을 깨달아버린 이사벨이었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교수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오크노디의 보호자인 집사 조나와 메이드 리프. 조나 교수와 리프 교수는 다를 겁니다.”

     

    세 사람은 오크노디에게 직접 가서 어화둥둥하는 대신, 보호자 둘을 찾아갔다.

     

    “오크노디에게 닥친 위험을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알고 있다고요…?”

     

    지젤은 당황했다.

    오크노디를 아끼는 두 사람이라면 당연히 강의가 너무 바빠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기에 방관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정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특급반 강의는 조나 교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강의로 인해 당신의 ‘아가씨’가 저토록 괴로워하고 있음에도 동의를 철회할 의향은 없습니까?”

    “네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네 뜻에 동의하지 않을 거다.”

     

    이사벨은 배신감마저도 느꼈다.

     

    “리프. 당신도 마찬가지입니까?”

    “제 의견이 곧 조나의 의견입니다.”

    “당신들이 이러면 안 되잖아!”

     

    이사벨은 내심 리프를 존경하고 있었다.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직접 해봐서 알아. 심지어 당신은 독사탕 하나만으로 오크노디의 까다로운 미식관을 맞춰야 해. 매번 다른 배합의, 그것도 내성을 올리기 좋은 안전한 독만을 만드는 수고로움은 오크노디를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감수할 수 없어.”

    “영광이군요. 제 노고를 알아주시는 분이 있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당신이 어떻게 오크노디의 어려움을 이렇게 외면할 수가 있어? 정말로 오크노디를 아낀다면 이래서는 안 되는 거잖아!”

     

    이사벨의 지적은 합당했다.

    그러나 리프도 이유 없이 이 끔찍한 악행을 방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말씀이 끝나셨다면 이번에는 저희가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사벨이 얼마나 대단한 이유가 있나 들어보자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아가씨의 뜻을 따라서 교수 재임용계약 의무 실시 및 임용탈락 기준의 강화의 내용이 담긴 임용계약안을 작성,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인 이야기에 이사벨이 현기증을 느끼며 급격히 자신감을 잃었다.

    어려운 일은 모조리 지젤에게 떠넘기는 버릇이 든 이사벨은 자연스럽게 스르륵 뒷걸음질하며 지젤의 뒤에 숨었다.

    당당하게 위협토템처럼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옆을 지키던 손오천이 옆에 오지 말라고 발끝으로 이사벨을 밀쳤다.

    이사벨과 손오천이 서로의 발을 밟아가며 무언의 씨름을 하는 사이, 지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교수들의 해고를 보고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저희 아카데미는 평범한 아카데미가 아니고, 고용계약 또한 교장님의 뜻이 크게 반영된 편이 아닙니까.”

     

    교장이 대륙 곳곳에 눈을 심어두고는 이놈 마음에 드네, 저놈 재밌겠네 하면 덥썩 붙잡혀서는 교수가 되는 사례가 태반이다.

    나머지 반절은 세계각국에서 할당제 방식으로 받은 교수들이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쪽도, 고려하지 않은 쪽도 하나같이 쉬운 교수들이 아니다.

     

    외부 국가들과의 영향력 싸움을 벌이거나.

    교장을 상대로 소신발언을 하거나.

    어느 쪽이건 일개 교수들이 해내기엔 벅찬 일이다.

     

    “그래서 아가씨의 도움으로 교수들이 서로를 비방하는 대화를 녹음했습니다. 또한 다른 특급반 학생들에게도 진술을 얻는 중입니다.”

    “진술을…?”

    “진술에 협력하면 보다 학생에게 친화적인 교수들이 취임할 수 있는데, 특급반 강의가 정말로 실력 증진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는가.”

    “!!”

    “현재까지 수집된 답변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교장은 스스로를 아카데미의 교장으로 정의했다. 학생들의 이 교수 밑에서 못 배워먹겠다는 규탄의 목소리 앞에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교수들의 권력과 직접 마주하는 대신, 교수를 뽑은 교장의 마음을 흔든다.

    교장이 재미도 없고 성가시기만 한 교수들을 갈아치우자고 마음먹는 순간, 교수들이 지닌 권력이니 외부정세니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하지만 그 계획이 성공하려면 새로 취임하는 교수들이 기존 교수들만큼 교장에게 ‘흥미’를 유발해야 하지 않습니까.”

    “흥미를 이끌 교수 후보들은 이미 충분히 확보한 지 오래입니다.”

     

    조나의 추천장.

    리프의 추천장.

    두 교수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은 하나같이 재단의 변절자로 정체가 드러난 인물들이었다.

     

    정계에서 쫓겨나고.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갈 곳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거나, 조용히 잠적하거나, 혹은 살아남기 위해 국가나 조직에 맞서며 피로 피를 씻는 사람들.

    검증된 트러블메이커.

    교장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면서 오크노디에게는 결코 해롭지 않을 인물들.

     

    오크노디의 역습.

    큰 거 하나.

     

    그 정체는 교수들의 물갈이와 재단파 신임교수들의 대거 임용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카데미와 한 몸이 되는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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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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