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37

    <837 – 심마(4)>

     

    재단파 신임교수 임용 건에 대한 교장의 생각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내가 왜?]

     

    니가 뭐가 이뻐서 그걸 다 뽑아주고 교수들 물갈이해야 하느냐는 간단명료한 의문!

     

    [재단은 내 재미를 좀먹는 곰팡이 같은 녀석들이다.]

    [배신도 처음 한두 번이나 재밌지, 매번 지들끼리 등에 칼 꽂고 약해지기만 하면 보는 입장에서 무슨 재미가 있겠냐?]

    [그런 재미 없고 시시한 녀석들이 주도하는 인류의 미래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다.]

     

    흥미를 먹고 사는 악룡 오모시로이가 말했다.

    아무런 흥미도 없다고.

    교장이 재단을 적대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였다.

    재단이 악해서?

    사람을 죽여서?

    인명을 경시해서?

    전부 아니다.

    그의 갈증을, 유희에 대한 욕망을 해소할 수 없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건 파파의 재단이나 그렇죠! 저처럼 훌륭한 어린이들을 육성하는 조직으로서의 재단은 의외로 상당히 쓸만하지 않나요?”

    [흠… 그 정돈가?]

    “봐요. 집사나 메이드는 애초에 도련님 아가씨 육성의 달인들이죠?”

    [그래서 두 마리 뽑아주고 몇십 마리 정착하게 해줬지.]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교수 일을 열심히 하겠어요? 학생 평가가 나락으로 가버리면 쫓겨나서 죽을 생각에 열심히 하겠죠!”

    [으음?]

     

    교장이 솔깃함을 드러냈다.

    용은 교활하나 충분히 강한 용은 교활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경계해야 할 정도로 강한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재단파 신임교수들의 임용은 아카데미 교수들의 재임용 건과 맞물렸고 가장 시작점에는 학생들의 교수평가가 낮은 것이 원인이고요. 같은 일이 재단파 교수들에게 벌어지지 못할 리가 없죠! 방식은 엄해도 가르침은 부정할 수 없는 훌륭한 강의를 하겠죠!”

    [하이 휴먼들도 태만하게 굴다가 나가떨어진 마당에 끈 떨어진 연들이 태만할 리가 없으니까? 과연, 납득이 가는군.]

     

    그렇죠?

    신이 나서 거들다가 멈칫했다.

     

    “근데 하이 엘프도 아니고 하이 휴먼은 뭐예요?”

    [거 권력 좀 있고 오래 사는 것들 앞에는 하이high를 붙이지 않냐.]

    “그렇구나!”

    [너도 하이 휴먼이다.]

    “에엣, 제가요?”

     

    하이 엘프면 와 희귀종! 하고 좋아했겠는데 하이 휴먼이라고 하니까 그냥 인사성이 좋은 사람 같다.

    솔직히 별로 기쁘지 않아…

     

    [뭐, 나한테는 전부 한 입 거리지만.]

    “…저 잡아먹을 거예요?”

    [아직은 생각 없다. 너무 이르지.]

     

    나중에는 잡아먹는다는 거야?!

     

    [이만 가라. 좋은 결과를 생각하고 있어도 좋다.]

    “으앙, 저 잡아먹지 말아요!”

     

    교장님은 끝까지 의미심장한-고놈 참 맛있겠다는- 미소만 지으며 나를 교장실 밖으로 내쫓았다.

     

     

    * * *

     

     

    교수들은 교장의 하수인들이 들고 온 편지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뭡니까?”

    “재임용심사 고지서입니다.”

     

    학생들이 심해에 잠길 때를 대비해서 심해여정을 갈 예정이니 준비를 하라는 연락이나, 실수로 힘을 조금 썼다가 너네 연구실 날려 먹었다는 연락은 받아봤어도 재임용심사 고지서는 난생처음 받아보는 교수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고지서를 펼치니 무려, 교수직을 계속 유지하려면 재임용 심의를 통과하라는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말도 안 돼! 자기가 좋아서 잡아올 때는 언제고!”

    “아카데미에 너무 악독한 녀석들만 있어서 수질개선을 한다고 잘 살던 인간 잡아와놓고는 이게 할 소리입니까?”

    “아카데미만큼 살기 좋은 곳이 어디 있다고 나가라는 거야!”

     

    학생들에게는 꿈에도 악몽일 기프트 아카데미지만 교수들에게는 나날이 행복한 낙원이었다.

    예산 두둑하지, 열의 있는 학생들이 넘쳐나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지, 개인의 실력증진 및 수련에도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다.

    잡혀 온 김에 살아보니 생각보다 좋아서 눌러앉은 교수들도 태반인 상황.

    특히나 선성향 교수들은 아카데미 생활에 불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악성향 교수들은 사람도 못 죽이고 학생을 희롱하거나 병신으로 만들어도 안 되니 시무룩했지만 선성향 교수들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할 마음도 없는 사람들.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거의 못 느끼는 순한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만일 기프트 아카데미 밖으로 쫓겨나면 우리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교수들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렸다.

    일단 돈이야 풍족하게 지니고 있다.

    포인트를 현물로 바꾸고 나가든, 다른 신에게 신앙도로 교환하건 써먹을 구석이야 많다.

     

    다만 기존의 연구와 실험을 이어 나가기는 어렵다.

    예산을 주는 아카데미도 없고, 새로운 아카데미나 후원자를 구해도 지원 규모도 훨씬 적을 것이다.

    실험 과정에 간섭도 심해지겠지.

    기술을 상용화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물주와의 언쟁도 끊이지 않을 거다.

    제자 수급은 더 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들이 기프트 아카데미에 있다면, 가장 유능하지는 않은 준재들이 기프트 아카데미 바깥에 널려있다.

    심지어 아카데미에서 나온 교수에게는 얼마나 문제가 심한 교수면 쫓겨날까, 하는 의구심이 꼬리표처럼 뒤따르기 마련이다.

     

    -엄마 나 저 아저씨한테 배우기 싫어.

    -그럴까?

    -우리 애가 싫다네요. 저 사람은 거르죠.

     

    천재에 미치지 못한 준재들이나 두둑한 수강료를 지급할 권세가의 자식들은 등을 돌리고 그보다도 한급 낮은 거상의 자식들, 뒷배 없는 야생의 아이들을 랜덤박스 까듯이 열어보며 이건 동패급, 이건 철패급 에퉤퉤, 이러고 있어야 한다.

    가만히 자리에만 앉아있으면 매년 쏟아져 들어오는 최고 수준의 인재들과는 비교하기도 민망하고 현타만 계속되겠지!

     

    -교수님. 저희 왕국에서 금지물품으로 지정된 실험재료를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제보를 입수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이요? 당연히 말씀드릴 수 없죠. 교수님의 권력형 범죄가 우려되는군요. 계속 이러시면 구속영장을 신청하겠습니다.

     

    아카데미를 뒷배로 둔 편리함도 없어지고, ‘사소한’ 문제들도 끊이지 않겠지.

    여러모로 악재뿐이다.

    아무리 기프트 아카데미에 단점이 많다고 한들, 교수들이 누리는 장점에는 견줄 수가 없는 것!

    이런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교수들은 단체로 교장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한 번만 봐주십쇼, 교장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교직원 전용식당의 메뉴가 별로라고 조교들을 대륙 각지 맛집에 파견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실험하다가 실수로 재료 날려먹고 학생들이 사고 쳐서 증발한 척 지원금을 다시 받지도 않을 겁니다!”

    “낮잠 자는 교장님의 코에 맺힌 콧물방울에 쉴드마법을 걸어서 콧물방울이 계속 커지도록 만드는 일도 다시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내가 잡아온 녀석들이니 조금은 널럴하게 재임용 심사를 봐주려던 교장의 눈이 획 돌았다.

     

    [네놈이었냐, 그 실드마법을 걸었던 녀석이!!]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의념을 사방팔방 발산하는 드래곤 교장.

    그의 의지에 대지가 진동하고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내리쳤다.

    가뜩이나 많은 마나가 밀집한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그 많은 마나가 분노의 기운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출하니, 학생들이 기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급히 목덜미를 잡고 끌어당긴 조교 덕분에 번개를 피할 수 있었다.

    같은 시각 진행되던 모든 마나실험은 마나의 이상현상으로 인해 실험이 실패하고 일부 위험성이 높은 실험실에서는 정해진 수치를 벗어나 마나나 술식이 과열되거나 붕괴했다.

     

    쾅! 쾅! 퍼버벙!

     

    실험실 몇 개에서 연기가 치솟고 마나가 교장의 분노에 동조하여 분노를 가라앉히는 작업을 거부하니, 화재진압과 무너진 실험실 잔해에 깔린 학생들의 구조도 쉽지 않았다.

    심지어는 대감옥의 마나결계마저 깜빡거리며 숨을 죽였으나, 어떤 죄수들도 감히 대감옥을 벗어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 무시무시한 분노가, 드래곤피어가 자신에게 향할 것이 더욱 두려웠기 때문이다.

     

    [쥐방울 녀석도 하지 않을 괘씸한 장난을 치다니!!]

    “흐에에엑!! 살려주십시오, 교장님!!”

     

    경지가 높은 교수일수록 표정이 더욱 굳었다.

    감정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세계가 이에 동조하며 스스로 그 감정을 드러낸다.

    마법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펼치는, 어떤 의미에선 스스로 펼치지도 않고 자연현상처럼 발생하게 만드는 존재.

    드래곤 교장의 강함을 새삼 실감했기 때문이다.

    선성향 교수들은 그런 절대강자의 눈밖에 찍혔다.

     

    [엄정한 심사가 있을 것이다. 기준점을 넘기지 못한 자는 기프트 아카데미에 발을 들일 생각하지 마라!]

     

    교장의 불같은 분노가 끝나자 그제야 스멀스멀 몰려오던 먹구름이 우리 차례 아니야? 하고 아쉬운 마음에 하늘에서 머뭇거리다가 바람에 밀려났다.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정신없는 교정에서 교수들의 재임용 확정이 아닌 다른 부분에 주목한 사람은 이쁘장함보다 개구쟁이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의 아이, 오크노디뿐이었다.

     

    “콧물방울에 쉴드마법을 걸어…? 교장님이 진노를 해…? 이거, 약점이구나!!”

     

    오크노디는 유용한 정보를 습득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용의 역?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