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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8

    <838 – 심마(5)>

     

    선성향 교수들의 절반가량은 교장의 엄정한 실력주의 재임용 심사를 넘지 못했다.

    그 말인즉, 선성향 교수들의 절반만큼은 재단파 교수들이 추가로 취임했다는 뜻이었다.

     

    “재단이 아카데미를 잡아먹고 있어!!”

    “나, 저 사람 알아… 재단스파이라고 부하한테 공개 저격당해서 야반도주했던 사람. 명장으로 소문난 대장장이잖아. 명검 받은 사람들 심층감정주문서 사다가 정체를 숨긴 마검 아닌지 스캔 뜨느라 매일 벌벌 떨고 있대!”

    “저쪽의 여자는… 각종 마나 관련 시설을 건설하는 마공학건축가잖아. 내전으로 쫄딱 무너진 마탑까지 지었다고 했는데 마탑의 마가 마법사의 마가 아니라 마인의 마 아니야?”

     

    하나같이 뒤숭숭한 소문을 하나씩 간직한 채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임교수들을 보며 학생들은 정말 일말의 기대도 담기지 않는 눈으로 욕을 했다.

     

    “뭐가 달라진 거야?”

    “은밀하게 쓰레기였던 교수님들이 대놓고 쓰레기로 바뀐 거 아닐까?”

    “그래도 임용심사는 하셨다잖아. 최소한 지금 나가신 분들보다는 나은 분이겠지.”

    “근데 그 심사에 인성심사도 있었어?”

    “…어라?”

    “인성이 더 좋은 분이라는 보장은 하나도 없잖아!”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는 더 안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르는 것!

    선성향 교수들이 붕 떠버리며 수강하던 강의가 비어버린 학생들은 어이가 없었지만, 학점이 급한 와중에도 신입 재단파 교수들의 강의를 수강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섭고 위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교수님들의 강의를 굳이 선발대로 나가서 크아아악 하고 비명 지르며 이 강의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데려왔잖아! 네가 먼저 들어!”

    “맞아, 오크노디. 재단파 교수님들이 정말로 안전하면 네가 듣고 증명해!”

    “이게 이렇게 된다고?!”

     

    그 결과, 교수님들에게 큰 거 한 방 먹인 대가로 오크노디는 새로운 강의를 잔뜩 수강하게 되었다.

     

    “저 지금도 듣는 강의 많은데…”

    “걱정하지 말도록. 기존 교수들의 강의진도와 신입 교수들의 강의진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의는 시간배율이 다른 차원계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오크노디 학대파 교수와 애호파 교수들의 내전 결과.

    오크노디 강의 9개 추가 수강 확정!

     

    “머뭐뭣?!”

    “오크노디가 뒷걸음질 친다! 다 달려가서 잡아!”

    “으앙, 가기 싫어어!”

    “이 자식 왜 이렇게 힘이 좋아? 다 잡아서 단체로 들어 올려!”

     

    가기 싫다고 벽을 잡고 버티는 오크노디의 모습에 조교 한 명이 냅다 벽에 부식주문을 걸었다.

    파삭!

    벽이 부서지자, 잡을 것을 놓친 오크노디가 허우적거리다가 손으로 마나의 실을 뿜어서 원거리 접착 주문을 발현했다.

    즈앙의 비전기술을 모방한 끈끈이 실의 접착력과 접착 범위는 워낙에 강력한 탓에 주변 벽이 들썩거리기만 하고 떨어지질 않자, 망치를 든 교관이 투쾅콰쾅 주변 지형을 다 때려 부쉈다.

     

    “싫어어!”

     

    이번에는 아예 냅다 바닥에 점착주문을 박아버리니 망치를 든 교관도 멈칫했다.

    아카데미 지하에는 원체 지하 감옥에 지하 던전에 또 선배들이 뭘 숨겨두었을지 모르는 공간이 많아서 함부로 바닥을 없애기 꺼림칙한 탓이었다.

    마트 놀러 갔다가 집 가기 싫다고 매대 붙잡고 버티는 아이처럼 오기를 부리는 오크노디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교관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재단교관님!”

     

    곤경에 처한 교관들 앞에 나타난 것은 재단특채로 교수급은 아니지만 놀게 하기는 아까워서 교관특채로 새 일자리를 얻은 하급 집사가 나타났다.

     

    “재단에서는 이 아가씨가 난동을 이렇게 부리면 대체 어떻게 어르고 달랩니까? 솜씨 좀 보여주십쇼. 확 줘패다간 역으로 처맞을 것 같고 무슨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 이러는데 미치겠습니다.”

    “그러셨군요. 무슨 일인지 알았으니 호기심이 해결되었습니다. 저는 마저 가던 길을 가겠습니다.”

     

    현명한 재단교관은 왔던 길을 그대로 계속 걸어가며 그 길로 사라져버렸다.

    남은 교관들만 황당함에 손가락질하며 끝맺음도 못 맺는 저, 저, 기가 막혀서 뒷목을 잡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때마침 지나가던 재단 메이드가 나타나자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신네들 말 안 듣는 금쪽이 어르고 달래고 있습니다.”

    “오크노디 님이군요.”

     

    메이드가 오크노디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오크노디 님.”

    “안녕 못 해요! 살려주세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크노디 님 덕분에 목숨을 건진 황궁 메이드 중 한 명입니다.”

    “앗, 황궁에 계시던 메이드셨구나!”

    “맞습니다. 이렇게 다시 뵐 수 있어 영광입니다.”

     

    메이드가 에이프런 안에 찬 속주머니에 꽁꽁 숨겨두었던 간식을 꺼냈다.

     

    “이건 동방제국에서 저희 서부제국에 우호의 증표로 보낸 특산품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오크노디 님을 다시 만나 뵙게 되거든 드리려고 식품 보존 주문이 걸린 주머니에 보관한 <고급약과>입니다.”

    “약과!!”

     

    겉모습은 서양 어린이여도 알맹이는 한국산인 오크노디가 군침을 흘렸다.

     

    “받아 가시겠습니까?”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가져가시지요.”

     

    약과를 담은 상자를 내밀자, 오크노디가 식욕을 참지 못하고 접착 주문을 비틀어서 약과 상자를 마나의 실타래로 휘어감았다.

    휘리릭 하고 낚시하듯이 끌어들인 상자가 배낭배낭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지면을 끌어당기던 접착 주문이 분산되었으니 교관들은 그 틈에 온 힘을 다해 오크노디를 끌어당겼고, 몇 가닥 안 남은 실타래들은 단숨에 끊어졌다.

     

    “앗”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린 오크노디가 접착 주문을 주변 바닥에 펼쳤지만 이미 수법을 알아차린 교관들은 마나장벽으로 접착 주문들을 막으며 오크노디를 게이트까지 들고 날라버렸다.

    식욕을 참지 못한 어린이가 겪는 안타까운 최후였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메이드씨.”

    “아이들은 먹을 걸로 달래면 됩니다. 앞으로는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집사들은 쓰레기지만 메이드는 착하구나.

    교관들의 재단을 향한 반감은 집사를 향한 반발감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재단파 내부에서도 집사파벌과 메이드파벌이 따로 있다고 자연스럽게 인식이 되는 계기였다.

     

    “카타리나 님. 정말로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되는 겁니까?”

    “이미 추가강의에 들어간 저희 재단파 교수들에게는 언질을 남겨두었습니다. 아가씨가 생각하는 그런 강의는 없을 겁니다.”

    “그런 강의라 하심은…?”

     

    전 재단 직속삼장의 일원인 메이드장.

    …의 여동생 카타리나.

    그녀는 매스각키 여제의 특명을 받고 궁지에 몰린 오크노디를 돕고자 친히 파견된 인원이었다.

    허접은 어려울 때 도와야 한다는 매스각키 여제의 상냥한 마음씨를 따라 그녀는 철저한 조력을 위해 아카데미에 정착했다.

    그런 그녀가 재단파 교수들에게 남길 언질은 당연히…

     

    “성장치가 부족해서 강의를 듣지 않는 아가씨를 위해 성장치가 두둑하게 오르는 특별난이도 눈높이 교육입니다.”

    “……그게 맞나…”

    “지금 제 판단을 의심하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의심하지 마십시오. 아가씨는 성장을 위해 표준성장 커리큘럼의 3000배는 더 빠른 속도로 독내성작을 진행하고 이제는 마비내성과 부식내성작도 진행중이십니다.”

    “상식적으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닐까요?”

    “저희 같은 범부의 상식은 천재에게는 선입견일 뿐입니다. 아가씨는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다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아가씨의 한계를 당신의 알량한 상식으로 규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하급메이드는 크게 반성했다.

    과연, 재단의 수석장학생이자 차기 지도자는 성장의 잠재력부터 인간을 넘어섰구나.

    재단파 교수들의 특별강의라고 쓰고 지옥 훈련이라고 읽는 일정에 끌려가기 싫다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아가씨의 모습마저도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아가씨는 훈련을 받기 싫었던 것이 아니다.

    허접한 훈련을 받기 싫었던 것이다!

     

    “후훗. 정말 모시는 보람이 있는 아가씨군요.”

     

    다른 아가씨들과 달리, 가르치는 족족 모든 가르침을 흡수하고도 모자라서 가르침이 너무 허접하다고 항의를 하기까지 하시다니.

    조금만 강도를 높여도 픽픽 쓰러지는 아이들과 다른 적극적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리프 님이 특별사탕 제조를 위해 바질리스크의 꼬리독과 포이즌슬라임의 정수, 메두사의 눈을 구한다고 하십니다. 채집임무에 자원할 메이드들은 줄을 서주십시오.”

     

    하급메이드는 기꺼이 재단임무에 자원했다.

    행동을 강제하는 지령이 없어도 자신의 의지로 위험에 뛰어드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결정이었다.

    모시는 아가씨부터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분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생명의 위협마저 이겨낸 덕분이었다.

     

    “근육이 많은 걸 보니 그쪽도 배울 것이 많은 하급메이드신가 보군요. 같이 힘내죠.”

    “…노력하겠습니다.”

     

    하급메이드의 헤스티아를 향한 무근본 유대감은 근력으로 바질리스크의 꼬리를 끊어버리는 광경을 보고 나서야 바사삭 흩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연스럽게 재단특훈에 투입되는 오크노디
    다음화는 06월 03일 12시 업데이트 됩니다.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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