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4

       “네?! 뭐라고요?!”

       

       “옷을 벗으라고 말했다만.”

       

       

       내 말에 용사는 반쯤 기겁하듯이 놀랬다.

       

       흐음. 이게 그렇게 놀랄 정도의 일인건가? 어릴때에는 목욕도 잘 안하려고 해서 억지로 옷을 벗겨다가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던져넣곤 했었는데.

       

       

       “저, 그게, 그러니까….”

       

       “고작해야 옷 좀 벗는 것 가지고 엄청 유난을 떠는구나. 에잇!”

       

       

       나는 재빠르게 용사의 상의를 붙잡은 후, 힘껏 찢어버렸다.

       

       제법 질긴 천으로 만들어진 상의였지만, 나의 힘 앞에는 종잇장마냥 찟겨져 나가고야 말았으니.

       

       용사는 결국 무력하게 내 앞에 등짝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음. 말하고 나니까 뭔가 이상한 느낌인데. 나중에 복구 시켜 줄테니까!

       

       

       “왜, 왜 이러시는거에요!!”

       

       “별 것 아니야. 금방 끝나니까!”

       

       “싫어어어어!!!”

       

       

       그런 용사의 무의미한 반항은 금방 제압당했다.

       

       

       “발버둥치지 않았으면 진작에 끝냈을 일인데. 맨살을 보여주는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지 원. 어릴때 너를 씻기느라 알몸을 본 일은 잊어버린게냐?”

       

       “하, 하지만…. 부끄러운걸요….”

       

       

       덩치는 산만해졌으면서, 내용물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용사와 크게 다르지가 않구나.

       

       뭐, 그런것도 나쁘지 않지. 응.

       

       아무튼, 지금 나는 상반신이 알몸이 된 용사를 자리에 앉힌 후, 그 맨등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흐엑!”

       

       “시끄럽다. 이정도도 못참아서 어떻게 다른 이들을 지키려는게냐.”

       

       “그런게, 아니거든요! 흐읏!”

       

       

       아니면 뭐야. 간지럽기라도 한건가? 내 손이 좀 부드럽기는 한데.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나는 용사의 등에 손을 가져다댄 후 아주 조금의 마력을 실가닥처럼 짜내어 조금씩 용사의 몸에 밀어넣었다.

       

       

       “흐읏!”

       

       

       다른 것이 몸 속에 들어온다는 이질적인 감각에 용사는 화들짝 놀라버린다.

       

       녀석. 엄살 하고는.

       

       나는 용사의 몸 속에 넣은 마력을 이리저리 움직여 용사의 몸 속에 잠들어 있는 마력을 자극했고, 그러자 용사의 마력이 나의 마력에 조금씩 이끌려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순조롭군. 용사의 몸에 들어가도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마력을 극한으로 줄여서 짜내는게 가장 힘든 점이라니!

       

       뭐,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면 과도한 마력으로 인해 용사의 몸이 펑! 하고 터졌을지도 모르니까. 신중하게 조절하는게 맞지.

       

       아무튼, 내 오른팔에서 나온 마력이 용사의 몸을 한번 훑고 지나간 후, 왼팔로 되돌아 오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

       

       그렇게 외부에서 마력이 들어가고, 다시 빠져나가는 것을 통해 마력에 대한 감각을 키워나가는 것이었다.

       

       

       “느낌은 어떻느냐?”

       

       “뭔가 간질간질한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이에요.”

       

       “그래. 그 느낌이다. 그렇게 느끼는 것이 바로 마력인 것이지. 계속 집중하거라.”

       

       “집중하는게 쉽지 않은데요….”

       

       

       기어들어가는 용사의 목소리. 나는 그런 용사의 목소리를 싸그리 무시했다.

       

       스며들어간 마력은 용사의 몸 안에서 맴돌고 다시 빠져나온다. 그 과정에서 용사의 몸 안에 잠들어 있는 마력이 자극되어간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용사의 마력. 좋아. 반응이 있어.

       

       그렇게 나의 마력에 자극받은 용사의 마력은 조금씩 움직이더니, 점점 활발하게 움직여간다.

       

       이정도면 충분하리라. 나는 용사의 몸 속에 밀어넣었던 마력을 천천히 회수한 후, 용사의 등에서 손을 떼었다.

       

       그러자 용사는 나의 마력에 의해 생긴 기묘한 감각이 아쉬웠는지, 희미한 탄식을 내뱉었다.

       

       

       “앗….”

       

       “자, 이제 네 안에 잠들어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겠느냐?”

       

       “네. 제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마력이 느껴지네요.”

       

       “이제 그 마력을 네 뜻대로 움직이도록 노력하거라. 그리 한다면 용사의 검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한번 해볼게요….”

       

       

       그렇게, 용사의 훈련 과정에 마력 제어 수련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마력이란 무엇인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원동력.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신비한 힘.

       

       신이 이 세상에 내려준 은혜.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의지를 실현시키는 것.

       

       이 세상이라는 존재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가능성.

       

       그러한 마력을 가장 먼저 다룬 것은, 드래곤이라고 전해지지.

       

       먼 고대.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의 시대. 드래곤의 시대.

       

       그때 이 땅의 주인이었던 드래곤들은 마력을 제 수족처럼 다루며, 의지만으로 마력을 사용하는 원시 마법 위주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인간이나 기타 아인종들이 마법 하나를 쓰기위해 주문을 외우고 마법진을 그리는 노력을 하는 것과 달리, 그저 바라는 대로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상상해보라.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화염구가 쏘아지고, 살짝 땅을 박차는 것으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하지만 그런 것이 가능한 인간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정도로 높은 마력 친화도를 가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은, 최초의 이름없는 용사가 그런 원시 마법과 비슷한 일을 했다는 야사가 남아있긴 하지만…. 인간이 드래곤 하트 같은 것을 가지고 있을리 없을 터.

       

       아마도 용사의 위업에 의해 과장된 것이 아니었을까.

       

        – 왕국 마법 학교 중급반의 어느 강의.

       

       

       – – – – – – – – – – – – – – – – – – – –

       

       

       용사는 금방 마력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사용한 신체 강화에도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이었고, 간단한 마력탄 같은 것도 금방 쏠 수 있…긴 했지만, 용사의 검이 가진 능력 때문에 마력이 흡수당해서 큰 효율을 내진 못했다.

       

       그래도 마력의 운용에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잠깐동안 공중부양까지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슬슬 용사의 검을 사용할 준비가 된 것 같네.

       

       

       “이제 용사의 검이 가진 능력을 사용해 보도록 하자.”

       

       “오래 걸렸네요.”

       

       “오래? 1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년이면 오래잖아요.”

       

       

       아, 그랬지. 참. 1년이면 인간에게도 상당한 시간이었어.

       

       내 입장에서는 정말로 눈 깜빡할 시간이지만 말이지.

       

       

       “자, 그러면 용사의 검을 손에 쥐고서, 마력을 밀어 넣거라.”

       

       

       이미 용사의 마력이 가진 패턴을 클라우 솔라스에 입력해 두었으니까, 용사가 마력을 밀어넣는 것만으로 주인의 인식이 완료될 것이다.

       

       

       “밀어 넣었어요.”

       

       “좋아. 그러면 이제 변신! 이라고 외치거라.”

       

       

       원래는 그냥 마력의 패턴만으로 변하도록 했었지만, 생각해보니까 그건 좀 너무 심심하더라고!

       

       덕분에 변신이라고 한번 말하는 것만으로 한번에 장착하도록 했단 말씀.

       

       거기에 변신 주문 같은게 긴것도 나쁘지 않지만, 심플한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네? 아, 음…. 변신!!”

       

       

       용사의 말과 동시에, 용사의 검이 빛을 내기 시작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철컹! 철컹!!

       

       

       검신을 이루고 있던 갑옷들이 떨어져 나온 후 용사의 몸에 차곡차곡 옮겨진다. 팔, 몸통, 다리까지 검신이었던 갑옷이 입혀진다.

       

       음…. 진짜로, 조금 양을 늘렸다면 특촬물의 변신을 구현할 수 있겠는데…?

       

       아니, 아니지. 뭔가 다른 공간에 넣어뒀다가 꺼내는 방식으로 생각해본다면…. 그 변신을 재현할 수 있는거 아닌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용사의 변신은 끝이 났다.

       

       

       “이건…, 도대체….”

       

       “용사의 검이 가진 또다른 능력. 은갑 아가트람이란다.”

       

       

       용사는 자신의 몸에 들러붙은 갑옷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치 몸에 맞춰 만든듯한 갑옷. 조금의 어색함도 없고, 크기도 완벽하게 맞춰진 갑옷.

       

       그야 마법을 썼으니까! 사용자의 신체와 자동적으로 동기화해서 크기를 변형시킨단 말이지!

       

       

       “대단…하군요. 이건.”

       

       “음. 대단하지. 누가 만들었는데.”

       

       

       내가 신경써서 만든 물건이라고. 대단하지 않으면 말이 안되는걸!

       

       

       “그 갑옷은 어떠한 칼날이라도 막아주는 힘을 가지고 있단다. 그 갑옷으로 보호받고 있는 부분은 결코 상처입지 않을테니, 빈틈만 주의한다면 너를 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솔직히 지금 문명 수준으로는 이 갑옷에 흠집도 남기기 쉽지가 않으니 말이지. 몬스터들의 이빨이나 발톱도 이걸 뚫을 순 없을테고.

       

       아마 드워프들의 제련 기술이 더욱 더 발전하지 않는 한, 꽤 오랫동안 최강의 갑옷을 겸하게 되겠지.

       

       용사는 이 세상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이니까. 그만큼 몸을 지키는 장비도 중요한 법이니.

       

       

       “게다가 이 검은….”

       

       “네게 준 또다른 목검과 동일한 모양이지?”

       

       

       한손검 크기의 목검과 동일한 검.

       

       갑옷을 떨쳐낸 클라우 솔라스의 또다른 형태였다.

       

       

       “처음 목검만 주실때에는 왜 이것도 주시는가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래. 내가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단다.”

       

       

       용사는 한손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얇고 가느다란 모양이지만, 그 날카로움은 결코 대검에 밀리지 않지.

       

       

       “대검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거나, 갑옷과 한손검으로 몸을 지키며 싸우거나. 원하는때에 따라 선택해야 하며 싸우면 될 것이다.”

       

       “좋네요. 이거…. 그러면 이거 어떻게 벗나요?”

       

       

       갑옷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용사. 하지만 조금의 이음매도 보이지 않는 갑옷에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그야 뭐, 보통 갑옷과는 다르니까 말이지.

       

       

       “변신 해제! 라고 말하거라.”

       

       “변신 해제!”

       

       

       그러자 갑옷이 저절로 벗겨져서 검에 들러붙어 대검의 형태로 변화한다.

       

       용사는 그런 검의 모습에 약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뭐, 나라도 저런 검을 손에 넣는다면 기뻐했을테니까!

       

       나는 기뻐하는 용사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어디까지나 건전한 마력 감지 훈련입니다. 건전한!!!

    슬슬 용사 육성도 끝나가는가 싶네요. 이제 용사의 검을 휘두를 때가 온다…!

    뭐, 몬스터헌터지만요!

    표지 바꾸는건 재밌지만, 너무 자주 바꾸는 느낌이라 이제는 조금 자제할까 싶네요.

    대충 이주일에 한번씩…? 아니면 지금까지 썼던 표지 중 하나로 달아놓고 한달 정도 유지?

    뽑아낸 표지가 많으니 이렇게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궁금해진게, 표지 노출도는 어디까지 OK일까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