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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크르릉…, 흐믐?”

        

        

       파도처럼 굽이치는 청색 단발머리가 흠칫 떨렸다. 시엘 카르네다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1학기 때 아이작에게서 받았던 베개의 성능은 낮잠 전문가 공인, 가히 최상급이었다. 어디에 있든지 베기만 하면 몸이 느슨해지면서 잠이 솔솔 몰려왔으니까.

        

       시엘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대규모 파티가 벌어지는 날인지라, 시엘은 샤를관 메이드들의 강요에 가까운 권유로 어여쁜 드레스를 차려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다든지, 파티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드레스 위로 두꺼운 외투를 이불 삼아 덮고 있었다.

        

       서늘한 가을 공기가 콧속으로 흘러들어온다. 한밤중이었다.

        

       이곳이 어디냐. 왠지 높은데….

        

       시엘은 졸린 눈을 비비며 잠들기 전 기억을 더듬었다.

        

        

       “첨탑….”

        

        

       이곳은 팔라스관 첨탑이었다. 파티가 시작됐을 때, 박쥐 사역마 자뱃의 크기를 키워 타고 올라왔던 것이었다.

        

       주위가 난간으로 감싸져 있기에 직격으로 날아오는 가을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엘은 팔라스관 밖으로 새어 나오는 자장가 같은 음악 소리를 감상하며 조용히 하품했다.

        

       음악 소리를 들으니 또 잠이 몰려왔으나, 이제는 슬슬 일어날 때가 된 듯했다. 밤늦게까지 야외취침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시엘은 작은 몸을 일으켜 난간 너머 아카데미 풍경을 눈에 담았다.

        

        

       “뭐야?”

        

        

       반대편 첨탑 쪽에 잔잔히 춤추고 있는 남녀가 눈에 들어왔다. 연보랏빛 머리칼 여자와 청은발 남자였다.

        

       시엘은 난간에 팔짱을 올리고 턱을 괴고서, 힘없이 뜬 눈으로 두 사람만의 작은 무도회를 감상했다. 그녀가 보기에 나름 낭만적인 광경이긴 했다.

        

       그런데… 어째 남자 쪽이 익숙한 외형이었다.

        

        

       “……!”

        

        

       돌연 시엘의 잠기운이 확 달아났다.

        

       춤을 추고 있는 남자는 시엘에게 베개를 건네준 괴물, 아이작이었으니.

          

       학기말 평가 때의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아이작을 위해 화내주고, 그를 지켜 주던 루체의 모습. 이에 더해 카야까지.

        

       필시 아이작이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면 그 두 사람 중 한 명이리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웬 생판 모르는 여자랑 단둘이 춤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루체가 칼을 들고 쫓아오는 모습이 연상되자 시엘의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학기말 평가 때 루체가 보였던 격분은 사람 하나 죽여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으니.

        

        

       ‘아, 내려간다. …저거 뭐야?’

        

        

       아이작과 연보라색 머리의 여성은 첨탑에서 즐길 건 다 즐겼는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몸에 형형색색의 별무리를 휘감은 채 허공에서 느린 속도로 내려가는 그들.

        

       그제야 시엘은 아이작과 함께 있는 여성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저 마법…, 저 사람이 도로시 하트노바 선배였어?”

        

        

       아카데미 내에서 도로시의 명성은 자자하다.

        

       불과 10년 안에 대마법사의 경지에 이를 것으로 여겨지는 대륙 최고의 유망주라던데.

        

       어찌 된 게, 아이작 저 녀석은 예쁘고 유능한 여학생들이 꼬이는 여복이 있는 것 같았다.

        

        

       ‘강한 사람한텐 강한 사람이 보인단 건가.’

        

        

       시엘은 처음에 아이작의 강함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자신은 약한 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륙 최고의 명문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삼석이란 위치도, 아이작처럼 힘을 숨긴 강자들이 아래에 숨어 있다면 무의미한 성적 아니겠는가.

        

       시엘은 헛웃음을 흘리며 아이작과 도로시를 지켜보았고.

        

       잠시 뒤, 살 떨리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 * *

        

        

        

       “선배, 술 깼어요?”

       “니히히, 나름?”

        

        

       나와 도로시는 아름다운 별무리 속에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정원을 노닐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인적 드문 위치에 착지하고서, 서로에게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럼 빠르게 화장실 다녀올게요.”

       “얼른 와!”

       “네엡!”

        

        

       도로시와의 산보에 앞서 생리적 현상부터 해결해야 했다.

        

       도로시와 인사를 나눈 뒤 팔라스관 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소변기에 강력한 소변을 내뿜으며 용무를 마쳤다.

        

        

       ‘행복하다.’

        

        

       성공한 덕후의 삶이란 이런 것일까.

        

       어릴 적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함께 놀러 다니는 상상은 간간이 해왔지. 그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이런 기분일까.

        

       도로시와 잠깐 놀았을 뿐인데도 기분이 날아오를 듯했다.

        

       시험 기간 도중에 게임할 때가 가장 달콤한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악신을 쓰러뜨리기 위한 여정에서, 도로시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오늘 밤은 내게 알알한 해방감을 안겨 주었다.

        

        

       ‘실컷 즐기다 가야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아내며 나는 팔라스관을 나섰다.

        

       그때, 뒤쪽에서.

        

       손 하나가 뻗어 나와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아이작, 찾았다.”

        

        

       사람을 홀리기 위해 조각된 듯한 아름다운 음색이 내 고막을 덮쳤다.

        

       순간 반사적으로 전신에 황홀한 쾌감과 소름이 우수수 올라왔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나를 쳐다보고 있는 로즈골드색 머리칼의 여학생 한 명이 눈에 비쳤다.

        

       아름다운 파란색 드레스 차림. 머리에는 몰포나비와 여러 푸른 꽃 모양 헤어핀을 달아둔 여성.

        

        

       “루체?”

        

        

       달밤에도 빛나는 수려한 용모.

        

       루체 엘타니아, 그녀였다.

        

        

       [ 루체 엘타니아 ]

       Lv : 152

       종족 : 인간

       속성 : 물, 번개

       위험도 : ??

       심리 : [ 당신과 온종일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

       

       

       얘 왜 여깄어? 지금쯤이면 마탑이랑 면담하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그것보다, 루체의 ‘위험도’ 쪽이 내 신경을 끌어당겼다.

        

        

       ‘위험도 뭐야?’

        

        

       루체의 집착이 강한 심리는 새삼스럽지 않았다.

        

       다만, 위험도 ‘??’는 상당히 불길해 보인다…. 

       

       위험도는 공식적으로 상대의 전투력, 그리고 살의의 곱 연산으로 책정된다.

       

       그래서 살의가 없다면 위험도는 무조건 없다고 뜨지만.

       

       간혹 예외적으로 ‘내게 해를 끼칠 가능성 ’ 또한 위험도 책정 기준에 들어가곤 한다.

       

       참고로 새장 엔딩 루체의 위험도는 ‘?■?’이다. 이게 뜨면 엿 됐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응하기로 했다.

        

       

       “뭐야, 면담은 어쩌고?”

       “빠르게 끝내고 왔어. 아이작, 이제 나랑 있자.”

        

        

       여느 때처럼 은은한 미소를 흘리는 루체. 내 애정캐 답게 무척 아름다웠다.

       

       그런데….

       

       

       ‘면담을 빠르게 끝내?’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루체를 대동한 채 사교회에 가지 않는 이상 그녀가 참석할 일은 기어이 없었는데.

        

       …됐다. 여기서 시나리오를 근거로 따지는 건 무의미하지. 애초에 루체와 친구가 됐을 때부터 그녀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는 건 허무맹랑해졌으니.

        

       아마도 루체는 나와 함께 파티를 즐기려고 면담을 일찍 끝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나는 도로시와 파트너를 맺은 상태.

        

       루체와 놀고 싶다고 해도 오늘은 어렵겠다. 확실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편이 좋겠지.

        

        

       “미안한데, 파트너가 있거든. 오늘 놀기는 좀 어렵겠는….”

       “네 의사는 안 물었어.”

        

        

       당황스러울 정도로, 루체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내 곁에 있어줘.”

        

        

       그 와중에 루체의 달콤한 음색이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얘 왠지 상태가 조금 수상했다.

        

        

       [ 루체 엘타니아 ]

       심리 : [ 당신이 아무 여자한테 치근대지 않도록 당신을 독점하고 싶어 합니다. ]

        

        

       [심리 간파]로 루체의 속내를 읽고 당황했다.

        

       내가 아무 여자한테나 치근대? 무슨 걱정이 그러냐? 도로시랑 파트너를 맺은 내가 뭐가 아쉬워서?

       

       맹세코 나는 그런 기색을 보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루체는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는 타입. 사고과정에 지장이 갈 만큼 몸 상태가 나쁘다든지, 술을 마신 것도 아닌 듯 보였다.

        

       즉, 이런 엉뚱한 사고를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거짓이 진실인 양 꾸며졌다는 건, 아마도….

        

        

       ‘…가공된 기억.’

        

        

       질투의 말록이 처치되면서 아틀라홀에 있던 학생들의 기억은 가공된 상태일 것이다.

        

       그 기억이 나에 관한 엉뚱한 이야기로 탈바꿈된 건가?

        

       파티장에 온 루체는 나를 찾아다녔을 터. 사역마를 부리든 직접 발로 뛰든.

        

       그러다 아틀라홀에서 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 지금 루체의 사고 패턴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나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뱉고서 조용히 표정을 풀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리고 루체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리고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루체,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미 오늘 같이 놀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어, 내가. 그, 인간적으로 그 사람과의 신의를 져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치지직.

        

        

       “……?”

        

        

       루체가 잡고 있던 손목에, 마나가 휘감기며 고리의 형태가 되었다.

        

       마치 경찰이 채우는 쇠고랑처럼, 나와 루체의 손목에 함께 마나 고리가 채워졌다. 두 고리는 서로 이어져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내 옷 소매를 놓았다. 안전하게 나를 묶어둘 수단이 마련된 까닭인 듯했다.

        

        

       “루체, 이건 뭐냐…?”

        

        

       질문이 무색하게도, 사람인 이상 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의문은 단숨에 해소할 수 있었다.

        

       구속구였다. 그것도 성능이 아주 뛰어난…, 마나로 작동하는 구속구.

        

       학기말 평가 때 이후로 안 꺼낼 줄 알았더니, 더 좋은 걸 들고 왔네…?

        

        

       ‘학기 중이라 외부 반입은 안 될 텐데?’

        

        

       설마, 미리 준비해놨었단 건가…?

        

       그런 생각에 이르니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소름이 내달렸다.

        

       루체는, 이미 그릉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럼 어쩔 수 없겠다. 조금 강경해도 이해해줘.”

       

       

       [ 루체 엘타니아 ]

       심리 : [ 당신을 아무에게도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

       

       

       “아이작은… 내 곁에 있어야 해.”

       

       

       내가 아무 여자에게나 들이대고 다닌다고 생각하고, 아예 강경책으로 나를 묶어두려는 건가?

       

       그래도 이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

        

       나는 이성을 굳세게 유지하고 일부러 미간을 찌푸린 뒤, 엄한 투로 그녀에게 따지고 들었다.

        

        

       “지금 제정신이냐? 전에 내가 말했잖아. 나 이런 거 싫어한….”

        

       

       그때였다.

        

        

       「풍검 (바람 속성, ★3)」

       

       

       싸악!

        

        

       ‘뭐야?!’

       

       

       돌연 하늘에서 연녹빛 바람 칼날이 날아와 루체를 잇고 있던 마나 수갑을 잘라냈다!

        

       와, 깜짝 놀랐다…!

        

       고밀도 마나. 상당한 실력자의 바람 원소 마법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놀란 나머지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루체.

        

        

       휘우우우우우!

        

        

       잠시간 연녹빛 바람이 몰아치며 나와 루체의 머리칼, 옷자락을 마구 뒤흔들었다.

        

       이내, 무언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잠시 뒤통수로 말캉거리는 감촉이 느껴지더니.

        

        

       쪽.

        

        

       뺨에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귀여운 소리가 찾아왔다.

        

        

       “절 놔두고 가시면 어떡합니까~, 아이작 님?”

        

        

       애교가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 목소리.

        

       연녹빛 바람을 휘감고, 나를 뒤에서 껴안은 여성은 그리 속삭이고 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내 어깨 위로 고개를 내민 채 나를 가까이서 쳐다보고 있는 어여쁜 소녀가 눈에 비쳤다.

        

       진녹색 드레스 차림에, 담녹색 머리칼.

        

       붉은 눈동자. 음흉한 미소.

        

       악식의 카야였다.

        

        

       [ 카야 아스트레앙 ]

        

       Lv : (140)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얼음, 식물

       위험도 : X

       심리 : [ 당신과 격렬히 입을 맞추고 싶어 합니다. ]

        

        

       그리고.

        

        

       휘우우우우!!

        

        

       “우와악!”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마나가 농축된 바람이 내 전신을 붕 띄웠다.

        

       내 몸은 뒤에서 카야에게 껴안긴 채로 급속도로 하늘을 향해 치솟았고.

        

       나를 향해 팔을 뻗고 있는 루체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작아져 갔다.

        

        

       ‘끄아아아아악!!!!’

        

        

       정신 나갈 것 같다!!!!

        

        

       “저런 애한테 아이작 님을 넘길 순 없죠!”

       “카, 카야?!”

        

        

       아찔한 높이에서 나와 카야의 몸이 멈춰 섰다. 바람으로 몸을 띄운 채라, 도로시의 별빛 마법과는 다르게 불안정한 감각이 들었다.

        

       카야는 백허그를 그만두고 내 앞으로 날아온 뒤, 나와 양손을 맞잡았다.

        

       당황스럽네….

        

        

       “지금 확실히 하겠습니다.”

        

        

       뺨을 붉히고 그윽한 미소를 흘리는 카야.

        

       어째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얘도 기억 달라졌을 텐데.’

        

        

       카야의 기억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적극적으로 나와 키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라면….

        

       굳이 말 안 해도 상당히 낯부끄러운 기억으로 바뀌었다는 사실 정도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어서 빨리 설명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늘부로.”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다짜고짜 카야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망설임 없이, 천천히 눈을 감으며.

        

        

       “저는, 아이작 님 것입니다.”

        

        

       카야는 내게로 입술을 내밀어갔다.

        

       그 순간.

        

        

       「수압포 (물 속성, ★5)」

        

        

       퍼어어어엉!!

        

        

       루체가 있는 쪽, 파랗게 빛나는 마법진이 이쪽을 향해 맹렬한 물대포를 쏘아냈다!

        

       삽시간에 카야의 목을 타고 오른쪽 뺨까지 꽃 모양 문신이 피어올랐다.

        

       피 속성 마법을 활성화했을 때 나타나는 꽃 문신, [악의 꽃].

        

       악식의 카야는 내게 키스하려던 걸 멈추고 무서운 눈빛으로 [수압포]를 노려보았다.

        

       연이어, 연녹빛과 영롱한 적빛이 조화를 이루는 마법진이 궤적을 그리고.

       

       마법을 쏟아냈다.

        

        

       「바포메트의 노래 (바람+피 속성)」

        

        

       화아아아아아!!!

        

        

       적녹빛 태풍, [바포메트의 노래]가 강렬하게 몰아닥쳐 [수압포]를 빠르게 흩트렸다.

       

       [수압포]를 이루고 있던 물 원소가 사방으로 튀겨나간다.

        

       무려 루체의 공격 마법이니, 카야는 진심으로 강력한 마법을 퍼붓지 않으면 막을 수 없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리라.

        

        

       “방해하고 앉았어.”

       

       

       카야의 살벌한 어조가 내려앉는다.

           

       [바포메트의 노래]는 [수압포]를 무력화시키자마자 힘이 다 했다는 듯 사라져 버렸고.

        

       잇달아 루체는 물 원소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퍼어엉!!

        

       푸아아아아아!!!

       

       

       허공을 이리저리 맴돌며 유려하게 루체의 공격 마법을 피해대는 카야.

        

       이러다 내가 뒤지겠다…!

        

        

       “도망칩시다!”

        

        

       돌연 카야는 내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으아악!!!’

        

        

       거센 바람이 내 얼굴에 사정 없이 들이닥쳤다. 내 입과 피부가 마구 뒤흔들린다!

        

       대뜸 내 쪽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 카야.

        

       어째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는 듯, 그녀의 미소가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아이작 님, 저희 도망치는 데 성공하면.”

        

        

       카야는 손가락을 입가에 갖다 대며, 미소에 야릇한 기운을 담았다. 유혹하는 표정이었다.

        

        

       “오늘 아이작 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절 마음껏 다뤄주세요.”

        

        

       “전 아이작 님 거니까!”라고 덧붙이고 에헤헤, 웃는 카야.

        

       …무슨 오해가 생겼는지는 몰라도, 저리 불건전한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걸 보면.

        

       도망치는 데 성공하자마자 일단 말록에 관한 설명부터 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목소리가 안 나왔다. 바람 저항이 너무 거센 까닭이었다.

        

       카야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리 잘 말할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끼아아아아아!!]

        

        

       그때, 사나운 맹금류의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자색 번개를 휘감은 거대한 검은 뇌조가 위로 날아올랐다!

        

        

       ‘아니, 시벌?!’

        

        

       뇌신조-갈리아를 타고, 눈에 독기를 품은 루체가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기 시작했다!

       

        

       “와아, 이건 좀 큰일인데….”

        

        

       카야의 표정에도 당혹감이 묻어났다. 설마 그녀도 루체가 나를 차지하려고 나라멸망급 사역마까지 소환할 줄은 몰랐던 모양.

        

       그때 지잉, 하고 머리가 어느 생물과 공명하는 감각이 일었다. 카야도 같은 감각을 느낀 듯했다.

        

       이것은… 뇌신조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나는 감각이었다.

        

        

       [내 손주의 씨앗을 내놔라!!]

        

        

       뇌신조 이 새끼가 제일 문제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 어제 적으려 했는데 퇴근하자마자 바로 뻗어서 푹 잤습니다 ㅠㅠ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2. 괴력피아 님 후원 감사합니다!!ㅎㅎㅎ

    3. 개연성이나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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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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