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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요르문간드.

       

       

       태어나자마자 바다에 버려져 가족에 관련된 기억이 없는. 거의 막내나 다름이 없는 아이. 그럼에도 아이는 자신의 가족을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참아왔다. 정확히는 참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차가운 바다에서 홀로 있어도, 아직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몰랐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북받치는 감정과 더불어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치솟았다. 그래서 있는 힘껏 울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법국에선 이미 최고 위기 단계로 받아들였다. 그가 온다. 라이트에게 번개를 내려준 남자, 그리고 법국에서 최강의 백기사라고 불리는 전력.

       

       

       콰아앙!!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먹구름. 그리고 그 중심부에 모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에너지. 이윽고, 벼락이 요르문간드에게 떨어졌다. 콰아앙!! 곧바로 울려퍼지는 폭음.

       

       

       “재미있군, 드디어 예언의 때가 찾아온 것인가.”

       

       

       ‘저건 대체 뭐야.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괴물인가?’

       

       

       지크는 경악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이 순식간에 요르문간드를 심해 깊숙한 곳에 쳐박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건 번개를 전신에 두르고 있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

       

       

       키는 족히 2m는 되어보였으며 전신에는 강철처럼 튼튼한 근육이 가득했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헝클어뜨린 갈색 더벅머리 아래에는 수많은 흉터들이 박혀있다.

       

       

       “잘 보거라, 저것이 법국 최강의 전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

       

       

       “설마……?”

       

       

       “백기사 서열 1위 토르, 정의를 집행한다.”

       

       

       Mjǫllnir

       묠니르

       

       

       토르의 권능이 다시 발동되는 것과 동시에 심해 깊숙히 쳐박혔던 요르문간드가 분노하며 다시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예언의 때는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의 요르문간드는 토르를 이길 수 없다는 반증이었다. 쿠릉! 콰아앙!! 권능을 발동시킨 토르는 몸에 두른 벼락을 마치 망치처럼 휘둘러 뱀을 강타하였다.

       

       

       괴물을 상대로 전혀 손속을 두지 않는 모습에 지크는 혀를 찼다.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저 정도로 참혹하게 휘두른다면. 없던 동정심마저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만약을 대비해서 챙겨놓길 잘했군.”

       

       

       “마스터, 저는 이곳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그래주겠나?”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의 자신과 지금은 다르다. 더 이상 어린애처럼 떼를 쓸 나이는 진작에 지났으니까. 이미 처음 본 순간부터 상당한 격차를 실감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나, 어디까지나 상당한 격차일 뿐. 마스터처럼 절대로 넘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벽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재전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맡은 일을 해야지.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사용했다. 그러자 반지에서 깃털 모양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아이작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활공의 반지.

       

       

       반지를 끼면 누구나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매직 아이템이다. 반지를 사용해서 하늘로 날아오른 마스터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던 지크는 곧 검을 뽑아들었다.

       

       

       “그대와 그대 마스터의 강인함은 인정하오. 하지만 너무 무모하군.”

       

       

       이미 라이트와 성기사들은 모두 준비를 끝냈다. 비록 아이작은커녕, 눈앞에 있는 소녀보다도 힘이 약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의지가 약하다는 반증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투지는 지금 누구보다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대의를 위해서. 신들이 정해주신 미래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겠군.”

       

       

       확실히, 법국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마스터의 말씀이 왜 그런 건지.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의지는 어디서나 변수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기에.

       

       

       철저하게 꺾어버린다.

       

       

       그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그녀의 신형은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유령처럼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라이트가 당황한 그 순간. 곁에서 비명이 들렸다.

       

       

       “마스터가 가는 길에 혹시나 모를 변수를 차단하는 것.”

       

       

       너희는 알고 있을까. 절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벽을,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올라가는 그 절망감을. 그녀는 그것을 5년이나, 아니. 지금까지 하고 있다.

       

       

       덕분에 한 가지만은 그 영역에 발을 걸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속도.

       

       

       마스터가 가는 길에 절대로 뒤쳐지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 그것은 권능마저 초월한다.

       

       

       * * *

       

       

       활공의 반지를 이용해서 아이작은 하늘을 날아올랐다.

       

       

       난생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보는 기분은 의외로 매우 좋지 않았다. 처음에는 상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허공에서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곤란하군. 100% 토르랑 싸울 각인데.’

       

       

       원작에서 토르는 백기사 서열 1위이자 싸움에 미친 투견으로 등장한다. 재평가의 여지도 없이, 그저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 그게 토르라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원작과 현실은 엄연히 다른지라. 최대한 색안경을 배제하고 마주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윽고, 아이작이 토르에게 도달했다.

       

       

       요르문간드를 조지는 것에 재미가 들린 모양인지. 토르는 웃으면서 번개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작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쯧, 한심하기는.”

       

       

       “뭐? 방금 뭐라고 그랬냐?”

       

       

       ‘역시, 이게 맞군.’

       

       

       자기 험담에 칼같이 반응하는 토르의 모습에 아이작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서 토르가 무시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으니, 바로 전투와 자기 험담이다.

       

       

       그 두 가지 정보를 조합한 아이작은 토르를 말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옆에서 토르의 험담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은 정확히 들어맞게 되었다.

       

       

       “한심하다고 했다. 이딴 게 백기사 서열 1위인가 싶기도 하고.”

       

       

       흉폭한 태풍처럼 몰아치는 토르의 분노를 눈앞에 두고도, 오히려 아이작은 당당하게 토르에게 진심을 말했다. 요르문간드가 종말에서는 막강한 재앙일지 몰라도.

       

       

       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두들겨 패면서 기뻐하고 있으니. 당연히 옆에서 보기에는 한심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의 위협을 제거할 숭고한 신념이라는 것이 있다면. 차라리 쓸데없는 고통을 주지 말던가. 아주 당당하게 소신을 지키는 아이작의 모습에 토르는 어이가 없었다.

       

       

       “넌 뭐하는 새끼냐? 괴물까지 싸고 도는 박애주의자인가?”

       

       

       “천하의 토르가 뭐가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설마, 후달리냐?”

       

       

       “후달려? 내가? 푸하하핫!”

       

       

       너무 어이가 없으면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오는 법. 토르의 경우가 그러했다. 어디서 굴러온 것인지 모르는 개뼈다귀 주제에. 감히 이 토르에게 도발까지 하다니?

       

       

       “오냐, 좋다. 내 중요한 임무가 있건만. 네 기세가 마음에 드니, 특별히 도발에 넘어가주마.”

       

       

       그러나 토르도 멍청이는 아니다. 아이작의 목적이 자신의 시선을 요르문간드에게서 아이작에게로 돌리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둘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직접 쳐맞기 전까지는, 분명 그렇겠지.

       

       

       퍼억! 콰앙!!

       

       

       폭음이 울려퍼졌다. 순간 벼락이라도 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토르는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나는 번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냥 맞아주려고 하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저 핫바지가 나를 주먹으로 바닷속까지 밀어냈다는 것이 된다.’

       

       

       과연.

       

       

       최소한 입을 털 수준은 된다 이 말이지?

       

       

       토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건 따듯한 미소 따위가 아니었다. 투신, 아니. 오직 싸움만을 생각하면서 침을 흘리는 투견의 미소. 좋아, 아주 훌륭해!

       

       

       퍼엉!!

       

       

       바다에서 솟구치는 물기둥과 함께 나타난 토르가 광소를 흘리며 아이작에게 돌진했다. 아이작 또한 자신에게 돌진하는 토르를 향해서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그래! 어디 즐겁게 놀아보자고!!”

       

       

       솔직히 지루했다. 종말에 세계를 멸망시킬 괴물이라고 해서 재미 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성장도 안 된 새끼이지 않나? 마음 같아서는 놓아주고 싶지만.

       

       

       만에 하나,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괴물을. 단순히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놓아줄 정도로 토르는 책임감이 없지는 않았다. 괜히 백기사 서열 1위가 아니다.

       

       

       그런데 그런 토르에게 죄책감 따위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자신을 방해하는 아주 강력한 존재가 나타났다. 그러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나? 토르가 소리쳤다.

       

       

       “백기사 서열 1위 토르. 정의를 집행한다.”

       

       

       “아이작 실버테르.”

       

       

       “아이작 실버테르? 그렇군, 어쩐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작 실버테르의 명성은 이미 법국까지 닿을 정도로 거대했다. 처음에는 그냥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쓸만한 녀석이었다. 이거 아쉬운데.

       

       

       만약 이렇게 재미있는 녀석일 줄 알았으면.

       

       

       그 녀석의 기드온 침공 계획에 찬성했을 텐데 말이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은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면 그저 지금을 즐길 뿐. 토르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이윽고 거대한 벼락이 하늘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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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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