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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 가슴 만지기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까지 야한 일은 아니다.

       

       조금 진한 스킨십이긴 하지만, 엘리가 지금처럼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을 정도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절대 아니지.

       

       하지만 뭐어.

       

       아닌 척 조금 야한 소원을 기대하고 있다가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믿고 있던 후배’고, 엘리 자신은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인 거겠지.

       

       엘리…넌 NTR 당할 때 가장 아름다워!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키득이는 사이. 리디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요나. 정말 괜찮겠어?”

       

       “네? 뭐가요?”

       

       “엘리 선배가 많이 상처받을 것 같은데….”

       

       “그래 보이네요. 근데 저라고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필요해서 하는 일이지.”

       

       “?”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향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엘리 하나만 볼 거라면 상관없는데…솔직히 말해서 그러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러지 못한다니…설마?”

       

       눈을 크게 뜬 리디아 앞에서 보란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살짝 길어져 찰랑이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눈가를 간질인다.

       

       “아시잖아요? 분홍 머리는 좀 성욕이 강하다는 거.”

       

       사실은 그냥 지구 출신이라 그런 거다.

       

       “엘리 한 명으로는 분명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솔직히 남녀역전 세계는 내게 너무 자극이 강하다. 아랫도리를 제대로 간수할 자신도 없고,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애초에 여럿이랑 사귀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판 대륙에서는 사랑의 여신의 영향으로 중혼이 무척 흔한 일이다.

       

       엘리가 순애에 환상을 가진 건 나이 깨나 먹은 모솔 처녀라 그런 거지.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예방 접종. 엘리도 이미 동의했던 일이에요.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까 충격받은 거지.”

       

       “…응. 이해했어.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뭔가요?”

       

       “엘리 선배 예방 접종이 목적이라면 그냥 에덴의 점장에게 가면 되잖아. 왜 하필 나야?”

       

       정말 모르겠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디아.

       

       순수하다면 순수한 그녀의 반응에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리디아 님. 정말 모르겠어요?”

       

       “으응?”

       

       “저 예전부터 리디아님 엄청 꼬셨다고 생각했는데.”

       

       “…어?”

       

       “물론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슴이 제일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기본적으로는 리디아 님이라서 고른 거예요.”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빨간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는 리디아. 까치발을 들어, 그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불륜의 기사.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

       

       바람 앞의 촛불처럼 일렁이는 리디아의 눈빛. 그 안에 담긴 알기 쉬운 욕망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좀 더 솔직해지죠. 꼭 사람이 고결하게 살아야 할까요? 남들 안 보는 곳에서는…조금 추잡해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보고, 요나가 보고, 엘리 선배가 보잖아.”

       

       “에이. 저희가 남이에요?”

       

       그리 말하고는 거리를 벌려 리디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저는 두 분 앞에서는 조금 추잡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걸요? 리디아 님은 아닌가요?”

       

       “읏!”

       

       움찔하는 리디아의 모습에 확신했다. 이거 거의 넘어왔구먼.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일전에 반응이 좋았던 몰락영식의 이미지를 끌어왔다.

       

       꼿꼿하게 펴지는 허리. 살짝 치켜든 턱. 세상을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눈빛.

       

       나긋하게 들어 올린 검지로 리디아를 가리켰다.

       

       “명령이에요. 가슴을 내밀고 가만히 계시길.”

       

       “응.”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척수 반사적으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가슴을 내미는 리디아.

       

       뒤늦게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만져달라는 것처럼 그 큼직한 가슴을 들이미는 모습이 엘리에게 전부 보였을 테니까…!

       

       “리, 디아? 너….”

       

       배신감에 젖어 무겁게 늘어지는 엘리의 목소리. 그것이 무언가의 스위치를 누른 것일까.

       

       리디아의 입꼬리를 꿈틀거리더니, 이내 수줍게 피어나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 꽃의 이름은 분명 우월감이리라.

       

       무표정이 디폴트인 리디아였기에 더욱 충격받은 거겠지.

       

       불륜순애(아직아님)에 성공한 리디아가 이제는 아예 몸을 기울여 내 쪽으로 가슴을 들이민다.

       

       “안 만져?”

       

       “옷 안쪽으로 만져도 되나 고민 중이었어요.”

       

       “…이거 일단 장비라서 쉽게 벗겨지진 않아.”

       

       “그러니까 안으로 손 집어넣어도 괜찮다는 소리죠?”

       

       “…….”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디아.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갈게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몰캉.

       

       리디아 특유의 산뜻한 향기. 따뜻한 체온. 비단결보다도 부드러운 살결. 푹신한 쿠션감. 그리고 묵직한 중량감.

       

       “와….”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말 그대로 감각의 폭탄이었다. 사람을 매혹하는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은 게 분명하다.

       

       처음에는 포근하게 내 손가락을 받아내던 가슴이 일정 이상 힘을 주면, 탄력 있게 튕겨내는 감각이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계속 주무르게 된다.

       

       말랑몰랑.

       

       그렇게 리디아의 가슴을 천천히 맛보며 더욱 깊숙한 곳까지 손을 집어넣는 순간.

       

       “흐읏!”

       

       손끝에 닿는 단단한 무언가.

       

       머릿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와, 텅장이 된 현실. 심지어는 뒤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을 엘리마저 사라졌다.

       

       “…그런가.”

       

       깨달아 버렸다.

       

       나는 분명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것이 분명하노라고.

       

       ***

       

       현역 시절의 엘리가 용자勇者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신. 이능없는 몸으로 온갖 괴물을 찍어 누르는 힘과 기술. 그리고 기꺼이 앞장서서 다른 이들이 나아갈 길을 비추는 의지.

       

       불굴. 무쌍. 용기.

       

       이러한 것을 한 몸에 지닌 이를 용자가 아니면 무어라 부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용자 엘리가 무너져 가고 있다.

       

       단신으로 미친 드래곤을 상대할 때도, 트랩에 당해 준비 없이 미 탐사 영역에 던져졌을 때도. 심지어는 자신이 지키고자 한 아이들에게 등 뒤를 찔렸을 때도 대쪽 같던 그녀였으나…. 

       

       눈앞의 광경에는 마음이 부서지고 말았다.

       

       “읏. 흐으…하아….”

       

       “와. 아니. 이게 어떻게…히야….”

       

       리디아의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교태 어린 비음. 연신 감탄하며 가슴을 쪼물대는데 집중하는 요나.

       

       여기까지는 괜찮다. 꽤 야릇한 스킨십이긴 해도 엘리가 과민반응 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멈춰…적당히 하라니까…!”

       

       애타는 목소리. 이만한 거리에서 들리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요나와 리디아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엘리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었기에.

       

       그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도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언질뿐인 약속. 그냥 어기고 여기서 발을 움직여도 괜찮지 않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갑작스레 닥쳐온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도피하는 이들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엘리는 평범한 이들과 달랐다.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은 현실도피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돌고 돌아 도달한 것은 후회, 피폐, 집착.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질척하게 차오르는 감정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마주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요나가 장난스레 덮쳐도 좋다고 할 때 덮쳤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사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직접 요나를 가르쳤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6층의 실험실에서 요나만큼은 따로 빼 왔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무수히 떠오르는 과거의 선택. 후회가 엘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달려들어 둘을 떨어뜨려야 하는가?

       

       하지만 엘리는 그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우 여자 가슴에 저렇게나 집중한다고?’

       

       필사적으로 가슴에 매달린 요나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야했으니까. 살짝 가치관을 뒤흔들 정도로.

       

       ‘여기서 둘을 떨어뜨리면 더는 구경할 수 없겠지?’

       

       엘리는 모솔 아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혼자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야한 책이나, 비싸게 주고 산 영상 기록 수정구를 애용하곤 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혼자 해결하는 종류의 반찬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점.

       

       즉, 엘리는 이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관음이라는 취향이 눈을 뜬 상태였고….

       

       머리는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몸은 솔직했다.

       

       화악!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옅은 두근거림. 그 열기에 엘리의 숨결이 절로 거칠어진다.

       

       “아냐…그럴 리 없어….”

       

       자신의 변화를 깨달은 엘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아니라며 강하게 되뇌일수록 강하게 인식하는 바람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

       

       그렇게 자신 안의 뒤틀린 늑대를 가까스로 억누르는 사이.

       

       문득 요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분홍색 눈동자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마치 이런 엘리라도 이해한다는 것처럼.

       

       “…….”

       

       그날. 엘리는 자신의 숨겨진 취향을 하나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버스 80뽑에 투스 페어리 픽뚫이랑 스파토데아 뽑.

    붕스 5트럭에 어벤츄린, 경류 명함과 각자의 전광 뽑. 덤으로 히메코 전광 하나 픽뚫뽑…

    페르소나5x 나왔다길래 찍먹. 저렴한 패키지 몇개 사고 초반에 퍼주는 보상으로 안이랑 조커 뽑. 근데 계속할지는 아직 미묘…

    궤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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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EP.84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 가슴 만지기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까지 야한 일은 아니다.


       


       조금 진한 스킨십이긴 하지만, 엘리가 지금처럼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을 정도냐고 묻는다면 그 정도는 절대 아니지.


       


       하지만 뭐어.


       


       아닌 척 조금 야한 소원을 기대하고 있다가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믿고 있던 후배’고, 엘리 자신은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인 거겠지.


       


       엘리…넌 NTR 당할 때 가장 아름다워!


       


       속으로 그리 중얼거리며 키득이는 사이. 리디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요나. 정말 괜찮겠어?”


       


       “네? 뭐가요?”


       


       “엘리 선배가 많이 상처받을 것 같은데….”


       


       “그래 보이네요. 근데 저라고 좋아서 이러는 건 아니에요. 필요해서 하는 일이지.”


       


       “?”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디아. 그런 그녀를 향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엘리 하나만 볼 거라면 상관없는데…솔직히 말해서 그러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러지 못한다니…설마?”


       


       눈을 크게 뜬 리디아 앞에서 보란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살짝 길어져 찰랑이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눈가를 간질인다.


       


       “아시잖아요? 분홍 머리는 좀 성욕이 강하다는 거.”


       


       사실은 그냥 지구 출신이라 그런 거다.


       


       “엘리 한 명으로는 분명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솔직히 남녀역전 세계는 내게 너무 자극이 강하다. 아랫도리를 제대로 간수할 자신도 없고,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애초에 여럿이랑 사귀는 것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판 대륙에서는 사랑의 여신의 영향으로 중혼이 무척 흔한 일이다.


       


       엘리가 순애에 환상을 가진 건 나이 깨나 먹은 모솔 처녀라 그런 거지.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예방 접종. 엘리도 이미 동의했던 일이에요.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까 충격받은 거지.”


       


       “…응. 이해했어.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


       


       “뭔가요?”


       


       “엘리 선배 예방 접종이 목적이라면 그냥 에덴의 점장에게 가면 되잖아. 왜 하필 나야?”


       


       정말 모르겠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디아.


       


       순수하다면 순수한 그녀의 반응에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아. 리디아 님. 정말 모르겠어요?”


       


       “으응?”


       


       “저 예전부터 리디아님 엄청 꼬셨다고 생각했는데.”


       


       “…어?”


       


       “물론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슴이 제일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기본적으로는 리디아 님이라서 고른 거예요.”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빨간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는 리디아. 까치발을 들어, 그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불륜의 기사. 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


       


       바람 앞의 촛불처럼 일렁이는 리디아의 눈빛. 그 안에 담긴 알기 쉬운 욕망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우리. 좀 더 솔직해지죠. 꼭 사람이 고결하게 살아야 할까요? 남들 안 보는 곳에서는…조금 추잡해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보고, 요나가 보고, 엘리 선배가 보잖아.”


       


       “에이. 저희가 남이에요?”


       


       그리 말하고는 거리를 벌려 리디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저는 두 분 앞에서는 조금 추잡한 모습도 보여줄 수 있는걸요? 리디아 님은 아닌가요?”


       


       “읏!”


       


       움찔하는 리디아의 모습에 확신했다. 이거 거의 넘어왔구먼.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일전에 반응이 좋았던 몰락영식의 이미지를 끌어왔다.


       


       꼿꼿하게 펴지는 허리. 살짝 치켜든 턱. 세상을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눈빛.


       


       나긋하게 들어 올린 검지로 리디아를 가리켰다.


       


       “명령이에요. 가슴을 내밀고 가만히 계시길.”


       


       “응.”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척수 반사적으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며 가슴을 내미는 리디아.


       


       뒤늦게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가 만져달라는 것처럼 그 큼직한 가슴을 들이미는 모습이 엘리에게 전부 보였을 테니까…!


       


       “리, 디아? 너….”


       


       배신감에 젖어 무겁게 늘어지는 엘리의 목소리. 그것이 무언가의 스위치를 누른 것일까.


       


       리디아의 입꼬리를 꿈틀거리더니, 이내 수줍게 피어나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그 꽃의 이름은 분명 우월감이리라.


       


       무표정이 디폴트인 리디아였기에 더욱 충격받은 거겠지.


       


       불륜순애(아직아님)에 성공한 리디아가 이제는 아예 몸을 기울여 내 쪽으로 가슴을 들이민다.


       


       “안 만져?”


       


       “옷 안쪽으로 만져도 되나 고민 중이었어요.”


       


       “…이거 일단 장비라서 쉽게 벗겨지진 않아.”


       


       “그러니까 안으로 손 집어넣어도 괜찮다는 소리죠?”


       


       “…….”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디아.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 갈게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몰캉.


       


       리디아 특유의 산뜻한 향기. 따뜻한 체온. 비단결보다도 부드러운 살결. 푹신한 쿠션감. 그리고 묵직한 중량감.


       


       “와….”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말 그대로 감각의 폭탄이었다. 사람을 매혹하는 모든 것을 꾹꾹 눌러 담은 게 분명하다.


       


       처음에는 포근하게 내 손가락을 받아내던 가슴이 일정 이상 힘을 주면, 탄력 있게 튕겨내는 감각이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계속 주무르게 된다.


       


       말랑몰랑.


       


       그렇게 리디아의 가슴을 천천히 맛보며 더욱 깊숙한 곳까지 손을 집어넣는 순간.


       


       “흐읏!”


       


       손끝에 닿는 단단한 무언가.


       


       머릿속에서 불확실한 미래와, 텅장이 된 현실. 심지어는 뒤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을 엘리마저 사라졌다.


       


       “…그런가.”


       


       깨달아 버렸다.


       


       나는 분명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온 것이 분명하노라고.


       


       ***


       


       현역 시절의 엘리가 용자勇者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신. 이능없는 몸으로 온갖 괴물을 찍어 누르는 힘과 기술. 그리고 기꺼이 앞장서서 다른 이들이 나아갈 길을 비추는 의지.


       


       불굴. 무쌍. 용기.


       


       이러한 것을 한 몸에 지닌 이를 용자가 아니면 무어라 부르겠는가.


       


       하지만 지금. 용자 엘리가 무너져 가고 있다.


       


       단신으로 미친 드래곤을 상대할 때도, 트랩에 당해 준비 없이 미 탐사 영역에 던져졌을 때도. 심지어는 자신이 지키고자 한 아이들에게 등 뒤를 찔렸을 때도 대쪽 같던 그녀였으나…. 


       


       눈앞의 광경에는 마음이 부서지고 말았다.


       


       “읏. 흐으…하아….”


       


       “와. 아니. 이게 어떻게…히야….”


       


       리디아의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교태 어린 비음. 연신 감탄하며 가슴을 쪼물대는데 집중하는 요나.


       


       여기까지는 괜찮다. 꽤 야릇한 스킨십이긴 해도 엘리가 과민반응 할 정도는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멈춰…적당히 하라니까…!”


       


       애타는 목소리. 이만한 거리에서 들리지 않았을 리는 없다.


       


       그럼에도 요나와 리디아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엘리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둘만의 세계에 빠져있었기에.


       


       그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도 비수가 되어 꽂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언질뿐인 약속. 그냥 어기고 여기서 발을 움직여도 괜찮지 않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갑작스레 닥쳐온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도피하는 이들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엘리는 평범한 이들과 달랐다.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은 현실도피를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 돌고 돌아 도달한 것은 후회, 피폐, 집착.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질척하게 차오르는 감정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마주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요나가 장난스레 덮쳐도 좋다고 할 때 덮쳤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사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직접 요나를 가르쳤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6층의 실험실에서 요나만큼은 따로 빼 왔어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이럴 줄 알았으면.


       


       무수히 떠오르는 과거의 선택. 후회가 엘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달려들어 둘을 떨어뜨려야 하는가?


       


       하지만 엘리는 그조차 할 수 없었다.


       


       ‘겨우 여자 가슴에 저렇게나 집중한다고?’


       


       필사적으로 가슴에 매달린 요나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야했으니까. 살짝 가치관을 뒤흔들 정도로.


       


       ‘여기서 둘을 떨어뜨리면 더는 구경할 수 없겠지?’


       


       엘리는 모솔 아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혼자 해결하기 위해 각종 야한 책이나, 비싸게 주고 산 영상 기록 수정구를 애용하곤 했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혼자 해결하는 종류의 반찬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보면서’ 즐기는 것이라는 점.


       


       즉, 엘리는 이미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관음이라는 취향이 눈을 뜬 상태였고….


       


       머리는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몸은 솔직했다.


       


       화악!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옅은 두근거림. 그 열기에 엘리의 숨결이 절로 거칠어진다.


       


       “아냐…그럴 리 없어….”


       


       자신의 변화를 깨달은 엘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아니라며 강하게 되뇌일수록 강하게 인식하는 바람에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지.


       


       그렇게 자신 안의 뒤틀린 늑대를 가까스로 억누르는 사이.


       


       문득 요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분홍색 눈동자가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마치 이런 엘리라도 이해한다는 것처럼.


       


       “…….”


       


       그날. 엘리는 자신의 숨겨진 취향을 하나 깨달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버스 80뽑에 투스 페어리 픽뚫이랑 스파토데아 뽑.

    붕스 5트럭에 어벤츄린, 경류 명함과 각자의 전광 뽑. 덤으로 히메코 전광 하나 픽뚫뽑...

    페르소나5x 나왔다길래 찍먹. 저렴한 패키지 몇개 사고 초반에 퍼주는 보상으로 안이랑 조커 뽑. 근데 계속할지는 아직 미묘...

    궤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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