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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 * *

       

       

       

       

       결국, 이 공산주의를 끝낸 건 백군이고, 역시 무력만큼 확실한 지지기반도 없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저 연결만 시켜준다고 백군부에서 지지할지는 글쎄다.

       

       여러 파벌이 백군부에 통합되면서 기존 로마노프 황가에 불만을 품은 자들도 많이 들어으니까.

       

       이들이 나를 따르는 이유는 ‘아나스타샤’라서 따르는 거다. 로마노프라고 따르는 게 아니라.

       

       그러니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2차 대전은 블라디미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빅 이벤트가 될 것이고.

       

       블라디미르가 무사히 후계가 되면 자식을 낳고 그쪽으로 차르의 자리를 세습시키면 되겠지.

       

       그러니 지금은 적당히 발만 걸쳐둔다.

       

       

       “그것만은 아닙니다. 전쟁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쟁이요?”

       

       

       그래. 뭐 굳이 숨길 이유가 없겠지.

       

       어차피 리보프가 블라디미르의 스승이고, 두마 의원인 이상. 말은 해둬야지.

       

       이미 후계인 것도 알고 있으니 내가 굳이 돌려 말해도 알아들을 거다.

       

       

       “블라디미르를 후계로 점찍어뒀으나, 실추된 로마노프 황실의 황족이고, 키릴 대공의 아들입니다. 자기 지지 기반을 스스로 키워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구심점 역할은 할 수 있도록 말이죠. 해서 전쟁입니다.”

       “전쟁이라 하면, 중국 쪽을 말씀하시는지요.”

       

       

       중국이라. 그래. 지금은 그쪽이 가장 가능성 높겠지.

       

       두마에서도 중국 관련해서는 말이 많으니까.

       

       러시아의 몽골, 만주 점령을 인정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쑨원 정부를 엿같이 여기는 두마다.

       

       아마 그쪽을 언젠가 손을 봐야 한다는 말도 좀 나왔던데.

       

       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쪽은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가 나서기도 전에 일본이 중국과 싸울 테니까요.”

       

       

       일본은 이제 세력 확장하려면 그쪽만 남아있으니. 그렇겠지.

       

       

       “그렇다면 어디를 말씀하시는지.”

       “독일과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2차 대전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공산 독일은 자기네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좋게 갖다 붙인 우리의 수정자본주의를 분쇄하려 들 겁니다.”

       

       

       이게 또 체급 차를 보면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유리해 보이지만. 규모적으로 보면 결국 대전쟁 급으로 터질 거란 말이지.

       

       그러니 내가 2차 대전쟁이라고 말해도 크게 차이는 없을 거다.

       

       

       “그놈들이 러시아를 노린다면 흐음.”

       “이번에는 1차 때와는 다를 겁니다. 백군부에는 명장들이 많고 저놈들은 오스트리아나 동프로이센으로 많이 흩어졌거든요.”

       

       

       발터 모델 같은 인물도 최소한 공산 독일로는 가지 않았다.

       

       기존에 독일 의용군으로 온 사람들은 백군에 남거나, 오스트리아나 동프로이센으로 길을 정했으니까.

       

       공산 독일로 간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알아보니 공산주의자 동지들을 학살한 백군을 도운 매국노라고 불리면서 조리돌림 당했다더라.

       

       그래서 고민하던 의용군들은 동프로이센이나 오스트리아로 돌아갔지.

       

       그러니 난이도가 좀 낮아질 터.

       

       그때 쯤 블라디미르도 좀 컸을 테니, 젊은 나이에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예카테린부르크 임시 정부를 수립할 때와 비슷한 나이에 전쟁에 참여할 수도 있는 거지.

       

       

       “그 전쟁 때에 어린 대공을 참전시켜서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시군요.”

       “그 정도는 해야 블라디미르가 지지율이나 정통성은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이건 내가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이걸 사석에서 진지하게 말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음,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대공을 더 잘 챙겨야겠군요.”

       

       

       그래. 그래 주면 고맙다.

       

       우리 블라디미르는 멍청하게 기회주의 황위 요구를 하는 몸이 아니라, 국가 두마와 잘 협의하는, 나보다 훨씬 쉬운 사장님 같은 자리면 좋지.

       

       내가 기반을 잡은 사업으로 황실 유지금까지 있으면 완벽하고.

       

       

       “네. 부탁드립니다.”

       

       

       지금 블라디미르 위치가 굉장히 미묘한 만큼 이 정도는 해야지.

       

       

       “한 가지 더 말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래. 우리 리보프 씨는 시원시원해서 좋다니까.

       

       

       

       

       “수도 말입니다만.”

       “예. 폐하.”

       “우리는 로마의 후신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행정수도는 모스크바로 하고. 예카테린부르크를 전시 수도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걸 국가 두마에 의제로 냈으면 합니다만.”

       

       

       지금까지는 그냥 서로 말만 나왔지. 두마에서 안건이 통과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수도에 내가 엮을 문제가 있거든.

       

       

       “이미 사실상, 모스크바가 수도 아닙니까? 수도 문제는 몇 번 언급된 줄로 압니다만.”

       “그렇죠. 하지만 백군부와 함께 군사적인 이유로 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국가 두마에서 격은 갖추자는 뜻입니다. 어쨌든 제 부모 형제의 유해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아예 딱 이번에 끝내자 그거다.

       

       

       “아예 공식으로 말입니까?”

       “제 아버지가 군주의 자격이 없다고는 해도 자식이 되었는데, 부모님의 유해를 그리 둘 수는 없습니다. 수도 문제가 해결되어야 어디에 묻을지 결론을 지을 테니까요.”

       

       

       이게 결국 유해 문제로도 번질 수 있거든.

       

       실제 역사와 다르게 이쪽은 어떻게든 내가 군주제를 붙잡고 있으니. 유해도 해결을 해야 하지 않겠냐.

       

       이게 결국 수도로 이어진다.

       

       

       “이번에 유해 문제도 해결하실 생각이시군요.”

       

       

       그래.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지금이 딱 적기라고 본다.

       

       모스크바가 우리 아돌프의 구상대로 이제는 꽤 도시 모양을 갖추고 있으니까.

       

       

       “모스크바를 공식으로 수도로 정하면 유해 문제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페트로그라드도 나왔지만, 페트로그라드는 황폐해졌고, 페트로 파블롭스크 성당은 모스크바에서 머니까요.”

       

       

       물론 미래에는 결국 그 성당에 묻히게 되지만.

       

       아무래도 지금 세계에서는 볼셰비키가 마지막에 저항한 곳이 페트로그라드고, 심지어 지금은 빨갱이 도시라고 낙인이 찍혔다.

       

       지금도 페트로그라드는 백군부에서는 그냥 빨갱이 도시라 부르는 애들도 있고.

       

       모스크바 시민 중에도 페트로그라드를 싫어하는 인물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니콜라이 2세 묘소 문제로 수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거든.

       

       수도를 모스크바로 정하면 아예 이곳 성당에 유해를 묻히게 하는 게 어떨까 하는 거지.

       

       

       “그렇다면 이 모스크바의 대천사 성당은 어떻습니까?”

       “음, 대천사 성당이라.”

       

       

       대천사 성당. 그걸 생각 못했네.

       

       대천사 성당도 차르들의 묘소였잖아. 정통성이 없지는 않다.

       

       

       “본래 페트로그라드로 천도하기 전 모스크바에서 황가의 묘소로 썼습니다. 로마노프의 권위를 위해서 새로 성당을 착공하는 것보다 대천사 성당이 좋을 것입니다.”

       

       

       돈 들 일하지 말고 그냥 예전에 쓰던 미카엘 대천사 성당이나 써라 이건가.

       

       하긴, 모스크바를 수도로 삼으면 그게 낫긴 하다.

       

       어차피 페트로그라드는 더 수도로 삼을 생각도 없고, 예카테린부르크든 모스크바든, 정식 수도가 되면 페트로 그라드의 성당을 묘소로 쓰기에는 좀 그렇지. 너무 멀잖아.

       

       모스크바에서 페트로그라드도 멀고, 예카테린부르크는 뭐 더 말해 무엇할까.

       

       애초에 예카테린부르크는 아시아 권역이기도 하고.

       

       

       “그럼, 의제로 내보시죠.”

       “예?”

       

       

       뭘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어.

       

       이걸 직접  그쪽에서 내어야 한다. 이 말이다.

       

       

       “그러니까. 저는 국가 두마에 의견만 제시하는 몸이니까요. 진보당 당수께 제가 전해달라 부탁하는 겁니다.”

       

       

       리보프가 진보당 당수거든.

       

       로마 국민당과 더불어 두마에서 상당한 세력을 자랑한다.

       

       

       “아니, 그러니까. 음. 예?”

       “저는 허수아비 차르니까요. 국가두마에서 이 문제를 차르가 내밀었다 이 정도로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 말을 가만히 듣던 리보프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뭐. 불만 있냐.

       

       

       “그 저 진심이신지.”

       “진심이죠? 저는 국가 두마의 눈치를 보는 차르입니다. 이번 일은 두마에 넘기고 블라디미르나 벨카와 놀고 싶군요.”

       

       

       한마디로. 나 좀 쉬고 싶어! 이거다.

       

       막상 넘기고 보니 이게 드는 생각이 있거든.

       

       일단 요즘 생각이란 걸 너무 많이 해버려서 머리가 지끈거리거든.

       

       솔직히 그냥 내가 모르는 건 대충 넘긴 것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리보프는 뭔가 나를 기이하게 바라본다.

       

       

       “거. 음. 아닙니다. 일단. 의제로는 내 보겠습니다.”

       

       

       그래. 좀 잘 해보란 말이야.

       

       

       * * *

       

       

       

       국가 두마

       

       

       러시아 합중국의 국가 두마는 기묘하게 돌아가는 체제다.

       

       영국처럼 의회로서 작용하며, 겉으로는 국가 두마에 권력이 집중되어있는 형태지만, 황제의 입김이 더 깊게 작용한다는 점이었다.

       

       국가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자리이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하고 있는 러시아의 국가 두마는 비록 황제의 입김이 작용해도 러시아내에서는 10세기에 아이슬란드에서 성립된 알팅그(Alþingi)와 같이 의회의 역사를 시작하게 된 거라며 자국 내에서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역사가 짧다며 브리튼 섬의 해적들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막 두마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발전의 과정이라 할만했다

       

       그리고 오늘은. 진보당의 당수이자 두마 의원인 게오르기 리보프가 수도와 선대 차르의 유해문제를 꺼냈다.

       

       

       “수도 문제를 공식적으로 해결한다고요?”

       “선대 차르의 유해 문제도 해결하고 싶다는군요.”

       “그럼, 모스크바를 공식적으로 선포하게 되는 겁니까?”

       “공장은 예카테린부르크와 가까운 중앙아시아와 남러시아에 많으니, 전시에는 예카테린부르크를 수도로 삼는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본래 우리 백군부의 전략이기도 하오.”

       “그렇다면. 흠, 페트로그라드는 이제 어쩔 수 없으니, 모스크바를 수도로 정한다면, 유해는 대천사 성당이 되겠군요.”

       “그래도 예카테리나의 화신이라 불리는 분이 지금의 차리나시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시작하셨는데, 예카테린부르크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페트로그라드도 그래도 유서 깊은 곳 아닙니까?”

       

       

       페트로그라드도 거론되었으나, 페트로그라드를 수도로 하는 것에 의원들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페트로그라드는 오랫동안 수도 역할을 한 유서 깊은 도시지만,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사실상,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이 성립된 도시이며, 동시에 마지막까지 볼셰비키가 저항한 유서 깊은 빨갱이 도시였다.

       

       그 낙인이 있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볼셰비키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몸인데, 페트로그라드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볼셰비키가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이오. 이미 페트로그라도 주민들도 다른 도시로 흩어지거나 모스크바로 들어왔는데, 굳이?”

       

       

       페트로그라드도 재건에 들어가긴 했지만, 많은 수의 인구가 모스크바로 오거나 주변 도시로 흩어졌고, 지금은 애써 떠나지 못한 시민들만 남은 도시였다.

       

       수도로 하기에는 좀 그러했다.

       

       

       “선대 차르는 볼셰비키 혁명의 원인이나 다름이 없는데, 굳이 묘소를 준비해야겠습니까?”

       

       

       사회주의자들은 여전히 니콜라이 2세에 불만이 많았다.

       

       지금 그들이 합중국에 소속된 것은 어디까지나 아나스타샤에 한해서만 인정한 것이지 니콜라이 2세는 여전히 그들에게는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작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니콜라이 2세를 모욕하기에도 뭐했다.

       

       어쨌든 지금의 차르인 아나스타샤의 아버지니까.

       

       비록 본인은 제위 기간 내내 러시아를 망치기만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 새로운 러시아의 주인인 차리나의 아버지란 타이틀이 남아있었다.

       

       그것 때문이라도 해결할 일이었다.

       

       

       “역사를 통틀어 그보다 더한 작자도 제대로 묻어줬소. 폐하의 정통성과 권위를 위해서라도 묘소는 챙겨야겠지.”

       “우리는 비잔티움 제국의 후신입니다. 로마의 정통성을 따져볼 때, 수도의 근본은 모스크바가 아니겠습니까?”

       “이참에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하는 건 어떻습니까?”

       

       

       수도 문제가 황제가 참여하지 않은 국가두마에서 의원들 입으로 공식으로 언급되니, 로마 국민당은 난리가 났다.

       

       기존 자유성향의 진보당이나 자유당, 온건 사회주의자들의 사민당과는 달리 아예 정말 과거 로마를 재현하자고 저러고 있다.

       

       뭐, 콘스탄티노플까지 먹었고, 지금 다들 로마인의 후예라고 내전의 아픔을 견디고 있는 것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콘스탄티노플은 너무 아래에 치우쳐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오스만 아래에 있었으니, 당장 수도로 하기에는 좀 그랬다.

       

       거기에 재건한 모스크바처럼 콘스탄티노플을 오스만 물을 빼고, 새롭게 재건하기 위해 신 콘스탄티노플 계획이라고 수립된 것이 있는데.

       

       이건 아직 국내 정비가 더 바쁜데다가 오스만제국 시절이라고 해도 멀쩡한 콘스탄티노플을 굳이 새롭게 만드는 건 국력을 낭비하는 꼴이었다.

       

       당연히 지형학적으로도 좋지 못한데, 그런 곳을 수도로 삼기는 좀 그렇다.

       

       그래. 굳이 가능성을 두자면.

       

       상징인 콘스탄티노플만 아니라 아나톨리아와 그리스를 점령해서 정말 아예 동로마의 중심지 강역을 회복한다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그럴 일이 없지 않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외전은 아직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소재는 정해두긴 했어도 이게 전개가 되면 어떻게 이어질지 몰라서요.
    당장 본편도 국가 발전 테크 타다가 중국, 미국, 2차대전 냉전 찍먹 부분까지 나오면 200은 볼 것 같거든요.

    그리고 블라디미르는 아버지를 대신해 대공 자리에 올라있습니다.

    알팅그: 아이슬란드에서 10세기에 성립된 세계 최초의 의회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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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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