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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딩동.

       

       귀를 괴롭히는 시끄러운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왔구나.

       

       아무리 깔끔하게 청소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 물건들을 모두 꺼내 정리하던 참이었는데.

       

       시우는 다급히 손에 들린 청소도구들과 손에 집힌 물건들을 구석에 박아넣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일찍 왔네.”

       

       “그런가요?”

       

       

       배시시 웃는 아르테의 모습에 시우는 잔뜩 긴장했다.

       

       이성을 집에 들여보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무심코 긍정하지만 않았어도 아르테가 집안까지 들어올 일은 없었을 텐데.

       

       

       “저번에 잠깐 봤을 때도 느꼈는데, 집이 참 좋네요!”

       

       “너는···. 아니, 뭐. 그렇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억눌렀다.

       

       너는 맨날 보잖아. 오늘도 주변에서 감시하다가 들어온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무슨 반응을 보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반응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시우는 아르테의 감시를 눈치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아마 평생 감추고 살아야 할 비밀이겠지.

       

       

       “그나저나, 집이 꽤 깨끗하네요? 설마 결벽증이라도 있으신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아르테가 온다는 이야기에 집을 한번 뒤집어엎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기에 어물쩍 넘기기를 택했다.

       

       다행히 아르테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방 안을 구경하기 바빴다.

       

       

       “아, 혹시 제가 가면 안 되는 장소는 있나요?”

       

       “혼자 사는 집에 무슨. 옷장만 조심해주면 괜찮아. 별다른 건 없으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뭐가?”

       

       

       옷장은 속옷 같은 것 때문에 조금 그렇지만, 그럴 리가 없다니.

       

       아카데미 남학생이 혼자 사는 집 안에 도대체 무슨 환상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르테처럼 메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비밀 조직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고.

       

       

       “아뇨, 그게···. 그럼 컴퓨터는···?”

       

       “상관없어.”

       

       “쓰읍···. 이상하다···.”

       

       

       아르테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 리가 없다는 이야기에 호기심이 치솟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상하다는 거지?

       

       결국 시우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아르테에게 질문했다.

       

       

       “이상하다니? 뭐가?”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옷장 빼고는 다 봐도 괜찮다고 하시니까요.”

       

       

       그게 뭐가 문제라는 거지?

       

       시우는 꾸물대며 답변을 미루는 아르테에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결국 시우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아르테가 시우에게 대답했다.

       

       

       “그게···. 남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

       

       “모, 몰라도 괜찮아요! 잠깐 화장실 좀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어, 응. 저기 있어.”

       

       

       아르테가 황급히 화장실로 피신하러 가는 모습을 보며 시우는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작가님. 시우는 고자인가요?”

       

       “?!”

       

       

       뭐?!

       

       터무니없는 소리에 시우는 무심코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뜬금없이 화장실은 왜 찾는가 했더니, ‘작가님’이라는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랬구나.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내가 그, 그거인지 아닌지는 왜 물어봐?

       

       

       “시우가 정상이라면 분명 여성 친구에게 보여주지 못할 물건 하나둘쯤 있어야 정상일 텐데.”

       

       “···.”

       

       

       아.

       

       시우는 그제야 아르테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깨달았다.

       

       배려해주려던 거구나.

       

       무심코 집의 물건을 보았다가 민망해지는 상황이 오지 않게끔 배려해주려는 거였어.

       

       그녀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해진 것도 잠시.

       

       시우는 다시금 들려오는 아르테의 목소리에 정신을 빼앗겼다.

       

       

       “네, 네. 고자는 아닐 거다···. 그래요, 그래야 하니까.”

       

       

       도대체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걸까.

       

       정보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내 성 기능 여부까지 물어봐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야.

       

       머릿속의 아멜리아와 도로시가 내게 속삭였다.

       

       그녀가 널 사랑해서 그런 거야.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거라고.

       

       

       콰앙!

       

       

       “무슨 일 있나요?!”

       

       “미, 미안! 잠깐 손이 미끄러져서.”

       

       “아, 네.”

       

       

       아멜리아의 연애 이야기를 너무 가까이에서, 너무 오래 들어서일까.

       

       점점 아멜리아의 사고방식을 닮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미친 소리.

       

       아르테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 집에 방문했는지는 몰라도, 목적이 있어서 들어온 거야.

       

       갑자기 내 그···. 기능은 왜 물어봤는지 몰라도,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내 머릿속에서 나가, 아멜리아!

       

       

       “후우···.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르테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아르테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들려왔다.

       

       혼자 사는 집이라 평소에는 소음이 적었기 때문일까?

       

       처음으로 집에 들어온 이성 친구의 목소리가 귀에 쏙쏙 박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능력 탓에 감각이 발달한 나로서는, 듣고 싶지 않아도 아르테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취향인지 한번 알아보고 싶었는데.”

       

       “?!”

       

       

       내 취향은 왜?!

       

       머릿속의 아멜리아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시우는 혼란스러웠다.

       

       

       

       ***

       

       

       

       “아, 늦어서 죄송해요.”

       

       “으, 응. 아무것도 아냐.”

       

       

       ···왜 저러지?

       

       시우의 이상한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 있었나? 아까 큰 소리도 나던데.

       

       삐걱거리는 시우를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기며 작게 한숨 쉬었다.

       

       주인공의 집에 온 김에,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법한 비밀 창고.

       

       그 창고를 몰래 한번 열어볼까 했었는데 실패했다.

       

       배려해주는 척 몰래 위치를 알아낸 뒤에 슬쩍 알아내고 히로인들에게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한 주인공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거 때문에 순간 고자인 줄 알았잖아. 식겁했다고.

       

       히로인이랑 이어져야 할 주인공이 고자면 어떡해.

       

       다행히 작가님이 그런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믿어줘야지.

       

       

       [저도 조금 궁금하긴 해요. 무슨 취향일까요?]

       

       

       도대체 왜 작가님은 주인공에 대한 지식이 듬성듬성 구멍이 뚫려있는 걸까.

       

       고자가 아니라는 건 알면서 취향은 왜 몰라?

       

       ···그건 둘째치더라도 내가 원하는 건 하나다.

       

       정상적인 취향일 것.

       

       조금 역한 취향이라면 히로인들이 맞춰주기 힘들잖아.

       

       

       “···응? 이게 뭐지?”

       

       “저, 저게 왜···. 내가 안 치웠던가···?”

       

       

       시우의 침실에 들어가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물건이 눈에 띄었다.

       

       원형으로 말려있는 검은 실타래였다.

       

       

       “오, 부드럽네요.”

       

       “그, 그런가?”

       

       “네. 으음, 이 감촉. 뭔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입고 있는 레오타드랑 비슷한 촉감인 것 같아 더욱 신기했다.

       

       손끝으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고 있자니 시우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하.

       

       

       “미안해요.”

       

       “응? 뭐, 뭐가···?”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실타래를 시우에게 건네주었다.

       

       의문 섞인 눈동자로 바라보는 시우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놀리려는 건 아니었어요.”

       

       “응?”

       

       

       시우가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취미를 가지고 있었구나.

       

       실뜨기라니, 보기 힘든 취미인데.

       

       나한테 들킨 게 어지간히 부끄러웠나 보다.

       

       식은땀을 이렇게까지 흘리는 걸 보면.

       

       

       “저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유시우가 실을 뜨던, 게임을 하던.

       

       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을 거다.

       

       웬 엑스트라 여자들과 놀아난다던가 하는 거 빼고는.

       

       

       [으음···. 어디서 본 것 같은 색깔인데···?]

       

       

       작가님이 헛소리를 하는 게 들려왔다.

       

       검은색이 어디 한둘인가.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눈앞에 주인공이 있기에 무시하고, 그에게 살짝 웃어주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남의 취미에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었다.

       

       뭐 실뜨기 좀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이대로라면 시우가 뻘쭘할 테니 화제를 바꿔볼까.

       

       

       “조금 이르지만, 슬슬 준비할까요?”

       

       “응?”

       

       “에이, 왜 그러세요. 제가 여기 왜 왔는데.”

       

       “그, 그게···.”

       

       

       시우는 어물쩍거리고만 있고 도무지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으음, 답답하네.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조금 미안하니까 빨리 끝내고 싶은데.

       

       

       “뭐해요. 빨리 벗어요.”

       

       “어?!”

       

       “안 벗으면 제가 벗겨버릴 거예요.”

       

       “으왁?! 아, 아르테! 멈춰! 제발!”

       

       

       

       ***

       

       

       

       “···이건 뭐라고 썼을까요?”

       

       “내가 하늘에 서겠다.”

       

       “그럼 이 소리는요?”

       

       “···맹꽁이 우는 소리?”

       

       “그럼 이건? 한번 먹어봐요.”

       

       “으웩, 이, 이게 대체 뭐야?!”

       

       “민트와 타바스코와 치즈와 캐러멜을 섞어봤어요. 느껴지나요?”

       

       “느껴지긴 하는데, 그래서 더 맛없어!”

       

       “흠, 과연···. 이 냄새는요?”

       

       “바닐라?”

       

       

       시우는 쉼 없이 움직이는 아르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옷을 벗으라고 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해서 깜짝 놀랐는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다.

       

       

       “직감은 도대체 뭘까요?”

       

       “···글쎄. 그냥 직감 아닌가?”

       

       “여섯 번째 감각, 육감인 건 알겠는데···.”

       

       

       아르테가 온 목적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내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가. 그걸 알고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냥 직감이라고 알고 있었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아르테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그냥 직감이라기에는 다른 감각이 잘 느껴지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그러니 그걸 실험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옷을 벗으라고 한 것도 촉각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아르테. 굳이 옷을 벗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제가 뭐 다 벗으라고 했나요. 상의만 벗으면 되는데.”

       

       “끄응···.”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안대와 귀마개, 코에 꽂는 기괴한 물건과 입에 물고 있어야 하는 사탕.

       

       마지막으로 등에 치덕치덕 바른 모종의 액체까지.

       

       수시로 물건을 바꿔가며 아르테는 내게 무언가를 시험하고 있었다.

       

       

       “아잇, 가만히 좀 계셔보세요.”

       

       “아니, 그게···. 저기···.”

       

       “이쪽 부분에는 촉각이 마비되어 있을 텐데, 왜 그러는 건지···.”

       

       

       가슴 닿는다고, 가슴.

       

       바르지 않은 부분 쪽에서!

       

       촉각이 마비되어 있다고 방심하고는 발리지 않은 부분을 신경 쓰지 않으면 어떡해?!

       

       시우는 최대한 허리를 숙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커밍아웃 하겠습니다

    제 취향은 TS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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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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