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4

       

       

       

       

       

       84화. 앞으로, 한 걸음 ( 2 )

       

       

       

       

       

        “■■■■■■■■!!!”

       

       “더러운 괴물 새끼들!! 지옥에 있는 애미 곁으로 돌아가라!!”

       

       “물러서지마!! 맞서 싸워라!!”

       

       “존나 큰 쥐새끼!! 내장도 존나 크겠지!! 찢고 죽인다!!”

       

       

       성벽에서는 치열한 난전이 이어졌다. 성벽을 기점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마수들을 막아내는 방파제와도 같은 모습.

       

       이는 사도들이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불사르며 싸우는 덕이었다.

       

       한쪽 팔을 잃으면, 반대쪽 팔로 무기를 쥐고 싸운다.

       반대쪽 팔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득바득 입으로 무기를 물고 적을 찔렀다.

       

       그들의 모습은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요, 물러서지 않는 굳건한 벽과도 같았다.

       

       

       “영광스러운 전투에!! 목숨을 바쳐라!!”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우리는 안식을 취할 것이다!!”

       

       

       영광스러운 전투, 그리고 신의 영광을 위해.

       

       그들은 버러지처럼 살던 모험가 시절을 기억한다. 하루하루 하릴없이 술과 도박에 빠져 살고, 어쩌다 한탕 크게 벌면 술집에서 여자들을 끼고 진탕 마신다. 

       흥청망청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일확천금을 꿈꾸며 던전으로 기어들어 간다.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시체로 전락한다. 무기와 옷가지는 좀도둑들의 한 줌 동전으로 바뀌고, 값나가는 것들은 이빨까지 알뜰하게 도둑맞는 시체가 된다.

       

       로한도 그렇게 살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술에 취하고, 창녀에 미쳐살다가 죽었으리라.

       

       그런 자신의 모험가 시절이 얼마나 밑바닥 인생이였는지,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안다.

       만신전에서 글을 배우며 로한은 난생 처음 자신의 이름을 제외한 단어를 쓰게 되었다. 

       

       글을 깨치니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니 사람이 바뀌었다. 사람이 바뀌니, 그의 인생이 달라졌다.

       

       이제 로한은 말할 수 있었다. 그의 인생은, 모두 신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노라고. 영광스러운 전투에서 신을 위해 싸우기 위함이었다고.

       

       로한은 연신 칼을 휘둘러 눈앞에 보이는 마수들을 썰어냈다.

       

        “■■■■■!!!”

       

       “핫!”

       

       

       턱을 꿰뚫고, 뒤에서 달려드는 녀석의 채찍 같은 꼬리를 숙이면서 피한다. 동시에 허리를 회전하여 검을 휘두르고, 발로 차고 팔꿈치로 내려찍는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마수들은 순식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다.

       

       온몸이 까만 피로 범벅이 되고, 롱소드는 피와 창자로 덮여 날이 보이지 않을 지경. 그럼에도 적들은 끊임없이 몰려온다.

       

       

       “흐, 후우ㅡ”

       

       

       로한이 잠시 숨을 고르며 롱소드에 기댔다.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고 휘둘렀지만, 마수들은 계속해서 몰려왔다. 마치 바다와 싸우는 기분이 이러할까.

       

       주변을 둘러보자, 다른 이들의 얼굴에 피로가 묻어나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을 했어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 것일까.

       

       

       “여러분!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용사 케니스가 신검을 매섭게 휘두르며 용맹을 떨쳤다. 마수 떼의 한가운데 뛰어든 그녀는 양 떼를 덮치는 맹수와도 같았다.

       한 번의 칼질에 우수수 쓰러지는 마수들.

       

       용사와 사도들의 분전으로 아슬아슬하게 전선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ㅡ 파직!

       

       “음?”

       

       

       로한은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들었다. 까만 밤하늘을 파직거리며 시퍼런 번개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아닌 밤중에 번개의 징조가 보인다? 로한은 성도에서 봤던 천벌을 떠올렸다. 신께서 지상에 직접 벼락을 떨어트려 죄인을 벌하신 순간.

       

       

       ㅡ 파직, 파지직!!

       

        번개는 하늘을 꿈틀거리며 점차 그 크기를 부풀리더니ㅡ

       

       

       꽈릉, 콰쾅ㅡ!!

       콰앙, 꽈르릉ㅡ!!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벼락이 되어 지상에 떨어졌다. 밤하늘을 가르고 땅을 찢을 기세로 떨어진 벼락. 

       

       눈부신 벼락이 한 번, 두 번… 멈추지 않고 연달아 내리치며 역병의 바다를 불태웠다.

       

       

       “맙소사.”

       

       “오오…”

       

       

       일대를 모조리 불태울 기세로 몰아치는 벼락. 그 위엄은 천지를 울리는 번개의 폭풍과도 같았다.

       

       로한은 저도 모르게 풀썩 무릎을 꿇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다니, 자살희망자도 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장엄한 분노를 보라!

       

       몰아치는 번개를 보라!

       

       

       “신께서ㅡ!!”

       

       

       로한은 우렁차게 외쳤다. 가슴 절절한 경외심을 담아서, 우렛소리를 뚫을 정도로 크게.

       

       

       “우리를 지켜보신다ㅡ!!”

       

       

       신께서 지켜보시는 영광의 전장이 이 땅이었으니, 그들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 * * *

       

       

       

       

       

       “천지스톰 효과 확실하네.”

       

       

       꽤 넓은 범위에 쏟아진 천지스톰에 싸그리 청소된 쥐새끼들. 번개 폭풍이 떨어진 곳이 말끔히 청소되자 방어선에도 제법 여유가 생겼다.

       

       

       – “찔러라!!”

       

       – “죽여!”

       

       

       한번에 크게 수를 줄이자 성벽에서 막아내던 웨이브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덕분에 잠시 여유가 생겼으니, 재빨리 화면을 옮겨 보스를 찾아 나선다.

       

       디펜스도 하면서 보스 토벌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니, 전력의 분산은 피할 수 없는 상황. 웨이브를 막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로 계산해서 전력을 나눠야 했다.

       

       

       “음?”

       

       

       이리저리 맵을 축소하며 둘러보니, 떡하니 해골 마크가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 위에 뿔까지 자라나고 시뻘건 색이 누가 봐도 보스의 아이콘이다.

       

       아마 이쪽에 보스가 있는 모양. 지도상에 보이는 위치는 산꼭대기쯤. 

       그리고 근처에 물음표 마크도 보였다. 

       

       

       “특수 이벤트인가? 이런 것도 있어?”

       

       

       랜덤 이벤트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궁금해서라도 일부러 밟아봐야 직성이 풀리지.

       

       그런데 문제는 아까보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거지, 널널한 수준이 아니다. 누군가를 빼내서 토벌을 보내기 애매한 상황.

       

       더군다나 4 스테이지 보스면 스펙도 꽤 높고 기믹도 거지 같을 텐데, 한 명만 보냈다가는 순살 치킨처럼 뼈랑 살이 분리될 것이 뻔하다. 

       

       

       “최소한 기믹이나 스펙이라도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이럴 때 다른 게임에서는 버리는 패를 먼저 보내기도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그런 게 없으니…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겼다.

       그러던 와중 산을 오르는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다른 캐릭터들은 전부 성벽에 붙어서 난리법석인데, 혼자 농땡이를 부리니 눈에 확 들어온다.

       

       

       “…뭐지?”

       

       

       슬쩍 화면을 확대하니 캐릭터 위에 떠 있는 이름이 보였다. 그동안 사탕을 먹이던 한스다. 사탕을 먹더니 얘가 이상해졌는지, 혼자 미친 듯이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오.”

       

       

       좋은 생각이 났다. 어차피 한스는 일반 모험가고, 가진 무기도 룬이 박힌 낡은 롱소드 하나다. 그렇다면… 한스 정도면 정찰병의 역할로 나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좋아, 한스. 너로 정했다.”

       

       

       이상한 사탕을 먹이며 사랑으로 키운 한스, 이제는 사탕값을 할 때가 왔다. 가서 보스를 정찰하고 오는 거다.

       

       

       – “후, 후우ㅡ”

       

       

       한스는 나름 열심히 산을 올랐다. 중간중간 나오는 괴물들도 잘 피하면서 쉬지 않고 오른다.

       그러다 산의 중턱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덜컥 멈추어 섰다.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니 자동으로 진행되는 곳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번들에 포함되어있던 탐색 스킬을 사용해줬다. 

       

       

       《반짝이는 안내 벌레! 캐릭터를 터치하고, 경로까지 드래그해서 사용합니다. 캐릭터가 경로를 따라 움직입니다. 경로에 있는 것들을 자동으로 탐색합니다.》

       

       

       어딘가 익숙한 연둣빛의 벌레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물음표 모양의 이벤트 마크까지 길을 연결하자, 멍하니 서 있던 한스가 길을 따라 이동한다.

       

       그리고 이벤트 마크에 도착했다.

       

       

       ㅡ 빠밤!

       

       《특수 이벤트 : 한스와 데이지!

       한스는 시골에서 만난 한 소녀와 깊은 감정을 쌓았습니다. 한스와 데이지의 관계가 돈독해졌고, 한스는 소녀를 위해 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스가 전장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

       

       

       특수 이벤트로 한스가 버프를 받았다. 버프가 맞나 싶은 애매한 내용이지만, 전장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면 버프가 맞는 것 같다.

       

       

       “데이지가 누군데.”

       

       

       화면에 작은 꼬마 여자가 나타나더니, 한스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들었다. SD 모델링에 불과하지만 성인 남성인 한스와 비교하면 덩치 차이가 제법 크다.

       

       많이 쳐봐야 중학생 정도는 됐을까? 다른 랜덤 이벤트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데이지랑 한스랑 깊은 감정을 나눴다고 하는 걸 보면…

       

       

       

       “어?”

       

       

       한스, 이 새끼 설마?

       

       

       

       

       

               * * * *

       

       

       

       

       

       “후ㅡ”

       

       

       한스는 그를 인도하는 벌레들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달렸다. 험한 산을 빠르게 달렸지만,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그렇게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자, 커다란 동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커먼 어둠을 머금고 있는 동굴은 마치 먹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아귀의 주둥이와도 같았다. 어쩐지 동굴 안쪽에서 으스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후ㅡ 좋아 한스. 넌 할 수 있어.”

       

       

       한스는 스스로 뺨을 탁탁 두들겼다. 손은 볼품없이 떨리고 다리는 얼어붙은 듯 딱딱하게 굳었지만, 억지로 몸을 움직여 동굴 안으로 향한다.

       

       

       ㅡ화르륵

       

       

       손에 든 횃불이 밝게 타오르며 어둠을 몰아냈고, 한스는 조심조심 동굴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자박자박 물기 어린 돌을 밟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고, 이윽고 한스의 모습은 점차 어둠에 가려 사라져갔다. 

       

       밖에서 보면 마치 동굴에 먹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그렇게 한스는 데이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둠 속으로 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아르헨티나를 꺽은 사우디, 독일을 꺽은 일본…!!! 한국의 부담감은 커져만갑니다!!!
    한스의 부담도 커져갑니다!!!!!

    – ‘chaoszero’님!!! 539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에에??!! 난데??! 난데 500코인??!! 아이에에이에이에이ㅣㅣㅣ??!! 사랑합니다!!! 열심히 힘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