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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자, 다음 차례 하예린 참가자는 팀원으로 누굴 뽑을지 골라주십시오.”

         

       “…아, 그…, 네….”

         

       서유진의 지명이 거절당하자 나는 그것을 멍하니 보다가 한시우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9위 박유정 참가자로 하겠습니다.”

         

       “네~ 9위 박유정 참가자! 하예린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의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건지 박유정은 조금의 뜸도 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네! 그러면 박유정 참가자 단상 위로 나와 하예린 참가자 뒤에 서주십시오!”

         

       그렇게 나는 큰 문제없이 박유정을 팀원으로 뽑게 되었다.

         

       메인 보컬인 이혜정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9위인 박유정을 이렇게 스무스하게 뽑은 건 나름 호재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

         

       …방금 지명을 거절당한 서유진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은 건지 머릿속에서 그다지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는 박유정도 마찬가지였는지 내게 다가오는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아니, 나와 박유정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혜정도, 나한나도, 심지어 유 설도 그리고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한 10위 김세희도 모두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순서는 유 설 쪽으로 갔고….

         

       “유 설 참가자 팀원을 골라주세요.”

         

       “…….”

         

       유 설은 어울리지 않게 머뭇거리다가….

         

       “……10위 김세희 참가자로 하겠습니다.”

         

       …남아 있는 이들 중 가장 순위가 높고 실력이 좋지만 방금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했던 김세희를 지명했다.

         

       그리고 김세희는 마치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로 서유진을 한 번 스윽 보았다가….

         

       “10위 김세희 참가자. 유 설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대로 유 설의 지명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단상에 나온 6명의 리더 중 서유진을 제외한 5명은 각각 팀원 한 명씩을 갖게 되었다.

         

       서유진만이…, 덩그러니 홀로 있을 뿐이었다.

         

       “…….”

         

       서유진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 그러면 지금부터 2차 지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고난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여기 있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었다.

         

         

         

         

       **

         

         

         

       “…죄송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거, 거절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유진을 향해 이어진 4번 연속의 거절.

         

       그리고 시작된 5차 지명.

         

       지금까지 모든 리더들이 단 한 번의 지명도 실패하지 않은 채 5명의 팀원들을 데려왔다.

         

       …오직 서유진만이 지금까지 모든 지명을 실패할 뿐이었다.

         

       그리고 5번째 지명에서도….

         

       “…우지영 참가자 서유진 참가자의 지명을 받으셨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 그, 그게….”

         

       서유진의 지명을 받은 참가자는 우물쭈물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 답했다.

         

       “…죄송합니다.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

         

       사실 첫 번째 지명을 실패한 순간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안 그래도 저번 방송에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서유진과 같은 팀을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거기다가 앞서서 팀원 선출에 실패한 서유진의 지명을 받아서 가면 낮은 순위의 참가자들과 팀을 이루게 될 텐데….

         

       ‘누가 그러고 싶겠어….’

         

       지금 서유진의 모습이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고…, 팀 선정은 참가자들에게 있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한 참가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그렇게 이번에도 서유진만이 지명을 실패한 채 5차 지명이 끝나고….

         

       웅성웅성.

         

       …아직 지명받지 못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위기감 가득한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이번에도 선택 못 받으면….”

         

       “강제로 저쪽 팀에 배정받을 수도….”

         

       남아 있는 참가자들을 고려해봤을 때…, 여기서 다른 팀의 지명을 받지 못하면 남은 참가자들은 모두 강제로 서유진 팀에 배정될 터.

         

       ‘그건 그야말로…, 짬통이다.’

         

       아무리 서유진이 능력이 출중하다해도 낮은 순위의 참가자들만을 데리고 좋은 성적을 내는 건 불가능할 터.

         

       서유진 팀에 절대 가고 싶지 않다.

         

       그런 위기감때문에 그래도 지금까지는 서유진을 불쌍하게 보고 있던 참가자들도 대놓고 서유진의 눈을 피하며 그녀를 꺼리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6차 지명이 시작되는 그때였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6차 지명을 시작하겠….”

         

       “끄흡……, 흡….”

         

       한시우의 진행이 끝나기도 전에 울음소리가 끼어들었다.

         

       “흐윽…, 우으……, 우….”

         

       결국 참지 못한 서유진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댄 것이었다.

         

       안 그래도 어제 밤새 울었는지 눈 주위가 붉게 부어 있던 서유진이었다.

         

       그런 그녀가…,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참으로 가슴 아팠다.

         

       “…….”

         

       이는 한시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는 진행을 멈추고 세트장 밖 신PD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신PD를 향해 손날을 휘젓는 제스처를 취했다.

         

       잠시 컷을 하고 촬영을 멈추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런 한시우의 요청을 받은 신PD는….

         

       절레절레.

         

       거절한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슥-.

         

       계속 촬영을 속행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

         

       그런 신PD의 명을 받은 한시우의 눈동자가 순간 불타올랐다.

         

       촬영이고 뭐고 좆같아서 못해먹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한시우는 방송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프로였고….

         

       스르르-.

         

       불타던 그의 눈동자는 곧바로 차갑게 가라앉더니 이내 진행을 이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6차 지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끕.”

         

       서유진은 어떻게든 흐르는 눈물을 멈추려는 듯한 동작을 보였지만 쉽지 않은 듯 고개를 숙이고 연신 눈물을 흘려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도 다들 안타깝다는 표정만 지을 뿐 위로하려 나서는 이들은 없었다.

         

       나 또한 서유진의 모습을 보고 못 참고 나서려 했지만….

         

       턱.

         

       “…언니. 여기서는 나서지 않는 게 좋아요….”

         

       박유정이 나를 막고 그리 속삭이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제작진들 분위기를 보세요. 여기서 괜히 나섰다가 저희도 같이 방송에 잘못 나가면….”

         

       “…….”

         

       “…일단은 지켜보기만 해야 해요. 그리고 어차피…, 일개 참가자인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애초부터 없어요….”

         

       박유정의 말에 나는 제작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늘 웃상인 신PD는 그렇다 치고…, 서유진이 우는 모습을 보고도 다른 제작진들의 표정에 동요가 없었다.

         

       …애초부터 예상했던 일이라는 거다.

         

       ‘아.’

         

       나는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팀 선정 게임이…, 서유진의 마지막 단물을 빨기 위한 유압 프레스라는 것을.

         

       지금 처량하게 울고 있는 서유진의 모습이 제작진들의 편집을 거친 후 방송에 나가면 무슨 모습으로 보일까?

         

       …왠지 시청자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여기서 잘못 엮이면 나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이성적으로 봤을 때…, 나도 박유정의 말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녀 말대로…, 일개 참가자인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고.

         

       나는 그렇게…, 눈물 흘리는 서유진을 보기를 피하며….

         

       …그저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자~ 그러면 지명을 시작해주십시오!!”

         

       “흐윽…, 흐으…, 우으으….”

         

       한시우는 울고 있는 서유진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지 않았는지 억지로 텐션을 끌어 올리며 진행을 이었다.

         

       하지만 내 귀에는 그의 목소리 대신 서유진의 울음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흐읍…, 끅….”

         

       질끈.

         

       이것에 죄책감이 들어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감으니…, 그간 나를 향해 다른 사람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만들 거예요! 진짜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둬요!’

         

       ‘예린아, 뭐 정의의 사도 놀이라도 하고 싶은 거니? 착한 아이 코스프레라도 하고 싶은 거야?’

         

       ‘얼마든지 기다려주마. 그리고…,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존중하마.’

         

       “…….”

         

       다시 눈을 떴을 땐…, 무언가 복잡한 것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조금 간단명료해지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일개 참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드디어 공식적인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했다.

         

       그럼에도 유 설은 생각보다 기쁜 마음이 들지 못했다.

         

       이게 떳떳한 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의 모든 상황을 그녀가 의도하고 벌인 짓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더….’

         

       나아아 제작진은 생각보다 더 가혹했고…, 대중들이 서유진을 향해 던지는 돌은 생각보다 더욱 뾰족했다.

         

       때문에 서유진은 생각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처음 세트장에서 서유진의 얼굴을 본 순간…, 유 설은 죄책감에 마음이 꺾일 뻔했다가….

         

       ‘…정신 차려.’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저번에 제가 괜히 오해해서 이상한 말한 거…, 죄송해요.’

         

       의도한 건지 아닌지 하예린은 겨우 다잡은 유 설의 마음을 트랙터로 밀어 버렸다.

         

       그 순간부터 유 설은 새어 나오는 죄책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그녀는….

         

       ‘…역겨워.’

         

       …역겹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생길 지 모르고 그때 일을 벌인 것인가?

         

       …아니다.

         

       최악의 경우 일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그녀는 일을 벌였다.

         

       …자신의 순위를 위해.

         

       그녀에게는 지금의 상황에 죄책감을 가질 자격도 없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더욱 이성적으로 얼리기 시작했다.

         

       ‘…그냥 감정을 배제하고 우승만을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는 기계처럼 철저하게 최적의 팀을 구상했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방송은 흐름이다.

         

       방송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방송을 구성하는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는 것이었고…, 지금 방송의 흐름은 서유진을 짓밟고 있었다.

         

       같이 짓밟히기 싫으면…, 괜히 흐름 앞에 몸을 던지지 말고 흐름에 편승하거나 방관해야 했다.

         

       유 설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인간성을 더욱 죽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흐윽…, 우으……, 우….”

         

       마침내 서유진이 눈물을 터트리고….

         

       “…….”

         

       유 설은 그 순간 서유진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겹쳐 보였다.

         

       17살.

         

       아버지의 사고로 연습에 집중 못 해 끝내 테일로즈 데뷔조에서 배제당하고….

         

       ‘하아…, 흐윽…, 흐으….’

         

       17살의 유 설은 연습실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 눈물을 흘렸었다.

         

       …지금 서유진의 모습처럼.

         

       ‘…괜히 현혹되지마.’

         

       그때 유 설은 홀로 고통받는 자신에게 누군가 손을 뻗어 주길 간절히 바랐었다.

         

       ‘…데뷔, 그리고 나아아 우승만을 생각해.’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때 다른 사람들도 흐름에 편승하여 17살의 유 설을 그저 방관하기만 했었으니까.

         

       …지금 유 설이 서유진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유진 참가자, 지명을 해주시지요.”

         

       “…저, 저는 흐으…, 여, 여희민 참가자를…, 흐윽…, 지, 지명하겠습니다.”

         

       “…여희민 참가자 지명을 받으셨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저, 정말 죄송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서유진 참가자는 지명에 실패하셨습니다. 기회는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결국 서유진은 6차 지명에서도 실패했다.

         

       유 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컥하는 듯한 심정이 들었지만….

         

       스윽-.

         

       …끝내 고개를 돌렸다.

         

       ‘…아.’

         

       유 설은 그 순간…, 서유진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마치 과거의 자신을 외면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혼자서 외롭게 슬피 울어야 했던…, 과거의 그 소녀를.

         

       ‘…아아.’

         

       그러자 유 설은 PTSD라도 온 것처럼…, 과거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정말 사무치게 외롭고 고독한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간절할 정도로….

         

       ‘누가 좀….’

         

       서유진을….

         

       유 설을….

         

       그때였다.

         

       “…저는 서유진 참가자를 지명하겠습니다.”

         

       “……!”

         

       도저히 이해 못 할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하예린이 담담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이 무슨.’

         

       …리더가 다른 팀의 리더를 뽑는다는 게 이 무슨 소리인가.

         

       아니 그걸 빼고도…, 누가 봐도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큰 서유진을 팀으로 뽑겠다고…?

         

       하예린의 돌발 선언에 유 설도 나한나도 이혜정도 박유정도 한시우도 심지어는 제작진들과 신PD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예? 예린 양, 그게 무슨….”

         

       “아, 다시 한번 말씀드릴까요? 서유진 참가자를 지명하겠습니다.”

         

       …하예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평소의 무표정으로 꿋꿋하게 서유진을 지명할 뿐이었다.

         

       “…….”

         

       “…….”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송은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

         

       털썩.

         

       “흐으으으…, 후에에엥….”

         

       “…….”

         

       그래도 끝내 자리에서 버티고 있던 서유진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흐아아아아아앙….”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눈물과 함께 아이 같은 울음소리를 세트장 내에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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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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