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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 ***

         

       “다시 묻지. 산장의 범행 당시에 네가 알고 있던 자는?”

         

       “황금선…유지경…”

         

       “여가산장을 습격한 인원 수는?”

         

       “21명…”

         

       “네가 정체를 모르더라도 짐작 가는 자는?”

         

       “흑시…상인…”

         

       “흑시상인의 외모는?”

         

       “마르고…손톱이 길었다…”

         

       “산장의 범행 당시에 네가 알고 있었던 자는?”

         

       “황금선…선….개명…부..”

         

       여일예는 슬슬 이 심문도 끝이 나는 것을 느꼈다. 막여부의 원기 손실은 이미 막대했다. 검강으로 양 손목이 날아갔으니 기본적으로 내상을 입었고 그 상태로 단전까지 깨졌다. 단전이 깨지면서 받은 심적 충격도 빠질 수 없겠지.

         

       여일예는 막여부의 혼혈을 짚었다.

         

       “후.”

         

       여일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막여부는 그냥 잔챙이에 불과했다. 무력이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라 여가산장의 일에서 핵심 주동자는커녕 그냥 참여인원에 불가했다는 의미였다.

         

       칠보옥대를 가지고 있는 것은 핵심 인원이 아니라 어리석어서였다.

         

       막여부는 자신이 귀한 보물을 훔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칠보옥대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름 있는 보물이었다. 다른 이들이 칠보옥대를 훔친 막여부를 내버려 둔 것도 어차피 훔쳐 봐야 행적만 발견되고 골치만 아플 것이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았다.

         

       “복수야 할 수 있겠지만…”

         

       막여부의 입에서 나온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지만 그래도 복수를 할 수야 있을 것이다. 막말로 황금가로 처들어가서 황금선을 잡아 단전을 깨고 자백제를 투여한다면?

         

       자백제를 투여해 본 여일예는 자백제가 만능이 아님을 깨달았다. 단순하게 경지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하게 뽑아낼 수 있는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고 정확하지도 않았기 때문.

         

       그래도 원수들은 많았으니 하나씩 잡아다가 문초하면 21명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라면.

         

       ‘그래서야 그냥 살귀가 아닌가.’

         

       복수는 여일예가 산장의 식구들에게 올리는 진혼제였다. 식구들의 원한을 풀기 위한 살풀이. 무작정 황금가로 처들어 간다면 어떨까. 황금가의 무사 몇을 죽여야 황금선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 후 명사를 해쳤다는 이유로 달려들 명성을 노릴 수많은 부나방들을 얼마나 베어야 할 것인가.

         

       “쯧.”

         

       여일예는 못마땅한 눈으로 쓰러진 막여부를 노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천 갈래로 조각내 버리고 싶었지만 남은 스무 명의 원수를 잡기 위해서 막여부는 살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무고한 다른 사람의 피를 보지 않고 복수를 마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명성과 권력을 무너뜨려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증인이라 할 수 있는 막여부 역시 살려 두어야 할 일이었다.

         

       ‘지금 당장은.’

         

       여일예는 그렇게 생각하며 독의가 제공한 헛간의 문을 열었다.

         

       *** ***

         

       “자네…병신인가?”

         

       흑묘와의 일이 잘 해결되었는지 궁금해하는 기색의 독의. 딱히 비밀도 아니고 해서 이야기 해 줬더니 독의의 반응이 격렬했다.

         

       “허어, 허. 세상에.”

         

       연신 이마를 쓸어 내리는 독의. 항시 쓰고 다니는 건을 재 정비하더니 독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태음지체일세! 태음지체! 화용월태! 경국지색! 구색금련! 그런 고사의 주인공들이 다 태음지체고 그 태음지체가 그 흑묘라는 처자인데 자네는…! 어허. 허허…내 저번 진찰 때 고자가 아님을 몸소 확인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 겁나 예쁘긴 하더라고요.”

         

       “이런 씻팔! 그건 당연하지!”

         

       독의가 뒷목을 잡았다.

         

       “어휴, 후우우…어이구.”

         

       한참 끙끙 앓는 독의를 보면서 나는 입맛을 다셨다. 지금은 피를 뽑는 시간.

         

       어지간히 새콤달달한 연애담을 기대했는지 기대감으로 반짝이던 독의의 얼굴이 단번에 5년은 늙은 것 같았다. 가슴을 쾅쾅 치며 하소연을 하는 독의.

         

       “내가 이러려고 의원이 된건지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 이딴 것도 환자라고 내 천하에 듣도 못한 괴담을 듣고 이 답답함을 남들에게 말도 못하고 내 혼자 삭혀야 한단 말인가…!”

         

       그러다 독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막이를 불러냈다.

         

       “아니, 어르신 진료 중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더니 왜또…”

         

       “네 이놈! 해독제 없이 죽고 싶지 않으면 네놈은 오늘부터 의원이다!”

         

       “???”

         

       “대답이나 하거라 이놈! 당장 의원이 될 테냐! 죽을 테냐!”

         

       “아, 아니 이게…죽는 거보다야 의원이 낫긴 한데..”

         

       이거 지금 설마 내 앞담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지 진짜?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막이는 순식간에 의원이 되었고 이게 뭔가 싶은 얼굴로 앉은 막이에게 독의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뭔가 싶은 막이었지만…

         

       “허어, 그래 저 놈 저거 딱 얼굴 마주쳤을 때부터 관상이 안 좋다 싶었소. 기왕 지나가고 나니 말인데 내가 저놈 다리를 포를 뜬다고 했으면 죽으면 죽었지 칼이라도 뽑아야 하는게 인지상정아니오?”

         

       “그렇지. 그렇지! 사내가 모욕을 당했으면 바로 되갚아 줘야지!”

         

       “역시 독의님은 뭘 좀 아신다니까! 그런데 영 그래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붙잡혀 와서는 뭐 쫌팽이 마냥 독의님 앞에서 밀고나 하고 말이야!”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아니 독의님. 저랑 같이 막이한테 벌레 먹인 건 기억 안나세요?

         

       “그러더니 지금 절색의 미녀를 제발로 걷어 찼다는 거 아뇨? 독의님 진짜로 저 놈 성기능이 살아 있는 것이 맞소?”

         

       “내 피를 뽑으면서도 가볍게 진맥했는데 정상이었다니까! 그러니 내가 이렇게 답답해 미치고 환장할 지경 아니겠나!”

         

       “으아아아! 답답해! 아니 독의님도 너무하시네! 이런 울화통 터지는 이야기를 해 주려고 지금 나를 붙잡고 의원으로 만들었단 말이오?!”

         

       “네 이놈! 산적 나부랭이가 이야기 하나 들어주는 조건으로 의원이 됐으면 감지덕지하면서 바닥을 굴러야지!”

         

       “누가 되고 싶어서 됐남! 의원은 의원이고 왜 갑자기 나에게 고구마를 먹이냐 이 말입니다!”

         

       “이제 다 들었으면 나가 보거라!”

         

       “이런 미친! 아아악! 억울해!”

         

       이것이 의료계의 현실인가? 갑자기 고구마를 강제 급여당한 막의의 표정이 세상 억울해 보였지만 지가 억울하면 뭘 어쩔 거야. 억울함에 바닥을 구르며 반항하던 녀석은 결국 독의에게 걷어 차여 날아갔다.

         

       “그래서 제 피의 연구에 대해서는 뭔가 진척이 있었을까요.”

         

       “내공 심법은 모르겠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이제 수련을 진행해도 될 것 같구만. 하지만 매일 피를 뽑고 있으니 아무리 튼튼한 몸이라도 기력이 허해질 수밖에 없으니 몸을 너무 혹사시키지는 말게나.”

         

       독의는 나를 잠시 못마땅하다는 듯이 노려보고는 말했다.

         

       “그래, 그 처자와 진심으로 경지를 올려보려 하는가?”

         

       “하하, 독의님. 본래 무인이라면 경지상승을 목표로 일생을 달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말은 참 발린 말을 하는군. 그래…화경이라. 허헛.”

         

       독의는 본인이 말하고도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계속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독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겠냐. 화경에 오르는 무인이 세상에 몇이나 된다고 그 화경에 오르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그래 정말 화경에 도착하면 은혜 갚는다 치고 저 흑묘라는 처자랑 한번 찾아오게나. 안 그래도 수백 년에 한번 태어날까말까한 체질이 화경에 오른다라…의원으로써의 호기심이 자극되는구만. 그때는 정력에 좋은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주지.”

         

       “하하,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어찌 남녀관계가 늙은이가 바라는 대로 풀릴 수 있을꼬. 자네 피에 대한 연구 이야기를 하자면 슬슬 단서는 잡히고 있는 상황일세. 그런데 피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그 단서를 확인하기 위해 자네의 피를 모아서 실험을 좀 해볼 생각일세.”

         

       “음. 지금도 꽤 많은 양을 뽑고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독의가 뽑아가는 피의 양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매일 한 바가지 분량은 뽑아가는데 그걸 모아야 할 정도라.

         

       “그저 추측에 불과한 단계라서 말하기가 좀 그렇구만. 일단은 며칠 더 피를 모아보도록 하지.”

         

       일단 기초적인 단련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꽤 유쾌해졌다.

         

       “아, 왔나요 선배.”

         

       객잔에 돌아왔더니 흑묘가 손을 흔들며 불렀다.

         

       “점소이! 여기 소면이랑! 만두!”

         

       “예예~”

       어느 새 돌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숙수와 점소이를 보며 흑묘와 마주 앉았다.

         

       “독의님께서는 뭐라시던가요?”

         

       “음. 간단한 수련 정도는 괜찮다고 하네. 이제 밥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간단하게 수련이나 하자고.”

         

       “나 참 선배가 수련하는 모습이라니~ 낭인객잔의 낭인들이 알면 뒤집어질 소식이겠네요.”

         

       “아 일단 정삼이랑 여진상 그 놈들은 거꾸로 심어 놔야지.”

         

       걸핏하면 이류라고 구박하던 그 두놈들에게 받아내야 할 빚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고보니…흑묘 네 진짜 이름은 뭐냐.”

         

       “진짜 이름…음. 그래요.”

         

       갑자기 흑묘가 감상에 잠겼다.

         

       “진짜 이름이라…사실 전 열 다섯 살 때 집에서 나와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관리, 무림 고수, 대상인…이놈이고 저놈이고 할 것 없이 어머니의 포목점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기 일쑤였죠. 그때부터는 다른 곳에 갈때마다 가명을 갈아 치웠죠.”

         

       흑묘가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소연화. 그게 제 이름이에요.”

         

       “음. 그래. 앞으로 연화라고 부를까?”

         

       “아니. 그냥 흑묘라고 쭉 불러주세요. 소연화라는 이름은 화경에 올라서 제 기운을 완전히 제어하는 날 돌려받을게요.”

         

       “그래.”

         

       흑묘 나름대로의 각오인가. 그건 그렇고 소연화라….역시 내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뭐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보니 강호를 주유할 때는 보통 어떤 식으로 다녔어?”

         

       “음. 평상시에는 인적 없는 곳으로 다니고 보통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장을 하고 다녔죠. 맹인처럼 눈을 가리고 다니거나 아니면 인피면구를 쓰거나..”

         

       소연화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 소연화라는 이름이 내 기억에 남아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외우고 있던 깨달음은 무림천하 단톡방과 카페 갤러리 등에서 기물 [호천안]을 획득한 이들이 인게임에서 캐릭터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호천안]을 통해 확인한 깨달음을 인터넷 엑셀에 등록하는 과정을 거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애초에 호천안을 획득한 사람 자체가 귀하고 수작업을 통해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누락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10년간 꾸준히 업데이트 되었다고는 해도 사실 [호천안]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그리 많지 않고 거기에 귀찮게 데이터베이스에 데이터를 입력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은 것이 현실. 

         

       그래도 정체를 숨기고 가면으로 활동한 흑묘의 깨달음을 누군가 봐서 데이터 베이스에 올려놨을 가능성은 엄연히 존재한다.

         

       즉 흑묘의 깨달음이 다른 이름으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

         

       흑묘의 한계 경지는 알 수 없지만 한계경지가 화경인 확률은 글쎄…태음지체라는 멋들어진 체질이니 한계경지가 낮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계경지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천에 돌아가면 [설정집]부터 되찾아 와야겠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눈치없는 작가입니다.

    눈치빠르게 흑묘일러스트를 탁 투입해야 할 시점이었는데..흑흑..부족한 작가는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일단은 허겁지겁 준비해보고 앞으로는 시의적절하게 일러스트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보기만해도 광역매료를 거는 크툴루적인 미모의 흑묘 일러스트!!!

    *

    [선발대]님이 무려! [300코인]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퀼리티 강화 비용으로 전량 투입하겠습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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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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