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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잘못을 했을 때의 올바른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겠지. 하지만 어른의 세계 – 특히, 인터넷의 세계 – 에서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곧이곧대로 사과하는 것은 최악의 수인 경우가 많으니.

        

       ‘잘못을 하면 사과를 해야 한다’보다, ‘사과를 한 걸 보니 잘못했나 본데? 멍석을 말아볼까?’가 보다 보편적인 인식인 세상이다.

        

       오죽하면 먼저 사과하는 쪽이 지는 거라는 말까지 있겠어. 

        

       이거 하나만큼은 전생도 지금도 같은 걸 보면……인간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작은 안도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그러니까- 일단, 도댓이 사과하는 건 막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과격한 수단을 사용하는 건……그리고 조금의 사익, 아니 공익을 챙기는 건……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겠지.

        

       아마도.

        

       “아. 제 마음 같아선, 도댓님이 그렇게 하시기를 바란다는 의미였어요. 당연히……방송을 쥐흔해서는 안 되니 참을…… 거지만요.”

        

       《말씀은 이미 하신 것 같은데…….》

        

       “그때도 그런 마음으로, 도적을 보고 싶어서 미션을 걸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성기사를 하시는 것까진 괜찮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광전사는 좀.”

        

        《광전사는 갑자기 왜요.》

        

       “그 날의 281,000원은 제 돈이 아니었어요. 도적부흥운동을 위해, 천만 도적 동포들이 꿈과 희망을 담은……그런 돈으로 후원한 스트리머가 그런 더러운 캐릭터에 눈길을 준다니…….”

        

       다시 생각해도 조금 괘씸하긴 한데.

        

       결국 안 했으니까.

        

       칵테일을 두어 모금 들이켜 속을 달래는 사이, 레반이 다시 끼어들었다.

        

       《아니, 나오나 유저가 몇 명인데 천만은……그리고 아까부터 광전사는 왜-》

        

       “하지만 그런 바람기와 호기심이 도댓님 실력의 근간이기도 하겠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그러니까……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도적이 광전사 따위보다 얼마나 좋은지는 제가 직접 보여드리기로 결심했고, 언젠간 도댓님도 도적부흥운동의 깃발 아래 다시 서실 것이라 믿고 있으니까.”

        

       《아니 근데 아까부터 왜 자꾸-》

        

       《어, 레반아. 미안한데, 잠깐만. 아따먹님, 일단 그, 캐릭터 선택 관련 도네는 제가 빠르게 말씀드리는 게 맞았는데……좀 가볍게 생각했고, 그 때 이후론 관리하고 있어요. 정말 죄송하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차단은 아마 제 매니저가 오해……해서 팬카페에서 차단한 것 말씀이셨던 것 같은데, 맞죠?》

        

       “……네. 오해였네요.”

        

       ……남겨두었던 글들은 모두 삭제한지 오래니까.

        

       오해로 묻어두는 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겠지.

        

       《네. 이 김에 시청자 여러분께도 확실히 말씀드리면, 정말……정말로 성기사랑 광전사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니, 거짓말을 할 거면 더 제대로 지어냈지. 저도 제가 세 다리 걸치는 카사노바면 좋겠는데, 방구석에서 게임하고 방송만 하는데 여자를 어디서 만나겠습니까. 도적 좋아하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들은 계기로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방송하겠습니다.》

        

       깔끔한 요약이네.

        

       아. 한 가지, 첨언해야지.

        

       “맞아요. 건전한 도적부흥운동에 대해 괜한 오해가 생기게 되어 안타깝지만……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네요. 그리고 저도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도끼는 장작을 팰 때나 쓰는 도구입니다. 기본 컨셉부터 잘못 잡힌 캐릭터는 모두들 지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 * *

        

       한 번 어그로가 끌린 대중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쏠려버린 관심을 억지로 짓누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이미 범람해버린 강물을 다시 제 자리로 돌릴 수 없듯이.

        

       다만, 보다 큰 어그로를 끌 수 있다면 물줄기의 방향 정도야 전환할 수 있는 법.

        

       영 좋지 못한 곳에 관심이 쏠릴 때마다 높으신 분들이 연예인 스캔들을 터트린다는 도시전설도 나름 근거는 있는 것이다.

        

       물론, 한 번 들불처럼 일어난 대중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겠으나-

        

       이예나는 ‘대형 신인 여스와 점잖은 선비인척 하던 남스의 두근두근 사랑과 전쟁 스캔들’이라는 맛있는 먹이에 몰려든 대중의 어그로를 빨아들여서, 그 물줄기를 엉뚱한 곳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전쟁 도끼는 유서 깊은 무기다……도리깨나 쇠스랑도 유서 깊은 무기기는 한데. 차라리 전쟁 쇠스랑을 들려주는 건 어떨까요. 아예 개그캐로 가면 대유쾌마운틴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미친년인가 진짜』

       『얘 컨셉임 진심임?』

       『여기가 마트냐고!!!』

       『마트 간다고 하고 떠난 스트리머에게 버려진 ㅋㅋㅋㅋㅋㅋ』

       『7천만 광전사단은 기억할 것입니다』

       『지가 뭔데 이딴 소리를 하지』

       『아 ㅋㅋㅋ 가서 장작이나 패라고~』

       『광전사는 나무꾼이 맞다』

       『엥 왜 1차산업 종사자분들께서 전쟁터에;;』

        

       “아니……거 부엌칼 들고 뛰쳐나온 도적 유저가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반박을 입에 담으면서도, 레반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예나는 사람의 버튼을 누르는 것에는 그야말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개인이든, 대중이든.

        

       《부엌칼은 최고의 무기예요.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피를 본 무기일 것 같은데. 요리 안 해보셨나.》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그건 그냥 일상생활에서 많이 써서 그런 거잖아. 우리나라가 전쟁 중도 아니고.”

        

       《네? 우리나라는 휴전국가입니다. 레반님, 안보관 교육을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말씀을.》

        

       태연한 목소리에서는, 의도한 건지 아니면 하다보니 그리 된 건지 조차도 티가 나지 않았지만.

        

       《자. 자. 두 분 모두 진정하세요. 도적도, 광전사도, 모두 하기 나름인 훌륭한 캐릭터입니다.》

        

       어느새 도댓은 중재자 비슷한 포지션으로 이동한지 오래였다. 의젓한 어른마냥 둘을 달래는 폼이, 영락없는 선생님이었다.

        

       분명 자신이 둘 간의 오해를 중재하기 위한 3자 대면이었을 텐데. 

        

       대체 언제 이리 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산을 넘다가 여우에 홀린 나무꾼이 이런 기분일까. 나무꾼이 관련된 비유가 떠오른 것이 묘하게 거슬리면서도, 그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차분히 대화를 복기하며 판단할 틈은 없었다.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며 툭툭 건드리는 이예나의 전술은, 나오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기에.

        

       《네. 도댓님 말씀대로 직업에 귀천은 없죠. 그래도 신성한 전장에 나무꾼이 끼는 건 좀…….》

        

       “아니, 아까부터 나무꾼, 나무꾼 하시는데, 전장에 제일 안 어울리는 건 웬 도굴꾼 아닙니까?”

        

       《……도굴꾼……? 당장 방 파세요.》

        

       진심으로 울컥한 듯한 목소리. 드물게 감정이 섞인 이예나의 반응에, 레반의 가슴 한 켠에서는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희열감이 피어올랐다.

        

       절묘하게 회피하며 카운터를 넣었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대화를 하며 이런 감각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런 생각과 함께, 본능적으로 빠른 연타를 날리기 위해 입을 열었으나- 말을 잇지는 못했다. 서브 모니터에 큼지막하게 띄워진 채팅창이 새삼 눈에 들어온 탓이었다.

        

       ‘ㅋㅋㅋ’를 연타하여 웃음을 표하는 채팅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는 채팅창.

         

       직업 간 자존심싸움을 하거나 갈라치기를 시전하는 불순한 채팅들이야 다수 있었지만, 최소한 열애설에 관한 이야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애초에 별 근거가 없는 이야기니까 빠르게 식은 거겠지만……어그로나 끌겠다고 모인 분탕들이 근거를 따지지는 않는데.’

        

       모여들었던 분탕들이 해산한 덕분이냐 하면, 그것도 딱히 아닌듯 싶었다. 트위트에서는 흔치 않은 ‘대본 아니냐’, ‘섭외했네’, 따위의 채팅이 섞여있는 것만 보아도 그랬다. 평소 다른 플랫폼 위주로 시청하는 사람들도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였으니.

        

       ‘혹시, 일부러……?’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 3명이 참여한 디스코스 방에는 ‘dam123/dam123’이라는 채팅이 4~5초 간격으로 한 번씩 올라오고 있었다.

        

       누구의 방송에도 송출되고 있지 않음에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 들어오시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벌목하러 가셨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dam123/dam123]

        

       《그, 아따먹님? 결투 재판 제도를 운영하는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긴 한데, 심각할 정도의 습관성 결투 증후군은 잠시 접어 두시고……다음에 제가 끝장 토론이든, 결투든, 자리를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잘 설명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도적 유저끼리 돕고 살아야죠. 아무튼……나무꾼님은 다음에 지하에서 저 마주치지 마요.》

        

       그렇게 몇 마디를 더 궁시렁거리듯이 중얼거린 이예나는, ‘가볼게요’라는 한 마디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떠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본 그녀의 방송은 당연하다는 듯이 종료된 상태였다.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라고 절규하는 시청자들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로.

        

       .

       .

       .

        

       그리고 그날 밤, 3명 모두 방송을 종료한 직후.

       

       조용할 터인 디스코스 채팅방이 번쩍이고 있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안녕하세요 도댓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방송 재밌게 잘 봤어요!!]

        

       [도댓: 아, 네!]

       [도댓: 감사합니다]

       [도댓: 그리고 오늘 감사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니에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럼 이제 협상을 좀 하려 하는데요]

        

       (도댓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도댓: 무슨 말씀이신지 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원래 진짜 협상은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방송 키는 편이 더 좋으시면……]

        

       (도댓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도댓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도댓: 네, 말씀주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도적할당제나 공지는 어려우시더라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도적 컨텐츠 있을 때 미리 귀띔은 가능할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가 원래 일정이 별로 없어서 괜찮았는데……요즘 힘들어서요]

        

       (도댓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오해하시진 말아주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도 서프라이즈 좋아하긴 하는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시청자들은 깜짝 휴방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왤까요……]

        

       (도댓 님이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도댓: 실례되는 말씀일 수 있지만……정말 순수하게 여쭈어 볼 게 있는데 괜찮으실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럼요]

        

       [레반: 대답 들어도 이해하기 힘드니까 굳이 물어볼 거 없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전 아까 파둔 방에 아직 있는데, 나무꾼님 벌목 언제 마무리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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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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