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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

       

       

       

       

       백준영 대표님의 원만한(?) 협조 덕분에 대회 준비는 막힘없이 흘러갔다.

         

       내 입장에선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것은 훈수랑 구경밖에 없으니 뭐…….

         

       음, 그리고 이다혜가 자부했던 만큼 밥도 제법 맛있는 편이고.

         

         

       “…….”

         

         

       하지만 연습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생겼다.

         

       이제 대한청소년연극제까지는 앞으로 2주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슬슬 실제 대회처럼 연극을 한 번도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오늘이 바로 그 과정을 시험해보는 날이었고, 방금 처음치곤 제법 부드럽게 연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적어도 스텝 쪽은 문제가 없었다. 조명이든 음향이든 아직 조정할 부분이 필요했지만, 앞으로 한 두 번 정도 연습 과정을 더 거쳐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문제는 연기자들 쪽이었다.

         

       대사를 절거나 잊어버리는 등의 기본적인 실수, 그리고 동선이 엇갈리는 문제가 자주 발생했다.

         

       참고로 그런 실수는 대부분 조연 쪽에서 발행하는 편이었다.

         

       사실 조연들의 경우 차무식을 포함해 대부분 실전을 겪어보지 않은 부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된다는 뜻. 그러니 남은 2주 동안 최대한 의식하고 고쳐나가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연 3인방은 각자의 경험을 살려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비록 지금은 조연들을 조연들의 감을 익혀주기 위해 자신의 연기보다는 리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참아왔던 본능을 터트리겠지.

         

       적어도 내가 아는 설소영, 박하준은 그런 배우니까.

         

       그렇기에 저 둘에게 사전에 미리 선언해뒀다. 적어도 조연들과 합을 맞출 때만큼은 최대한 그것을 자중하라고.

         

       연기를 하는데 진심을 다하지 말라니…….

         

       누가 들어도 모순인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학생 레벨에서, 그것도 녹화가 아닌 라이브로 진행되는 대한청소년연극제는 변수가 너무 많다.

         

       그날 컨디션이나 수많은 관중들의 시선에 압박감을 느껴 실수하는 상황은 빈번하다.

         

       특히 이 상황은 아마추어들에게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이기도 했다.

         

       때문에 설소영과 박하준의 리드는 실전에서 더더욱 중요해지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근데 연습 과정에서도 줄곧 조연들을 끌고 갔던 사람들이 실전에서 갑자기 눈앞의 조연들을 잡아먹을 기세로 작정하고 연기를 펼친다?

         

       개인적으로 그것만한 큰 변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

         

         

       하지만 내 선언에 설소영과 박하준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문에 나 역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럴 생각이시면 지금 그냥 연극 때려치죠.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너무 억제할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 외의 상황은 알아서 하세요.

         

         

       그 외의 상황에는 제한을 전혀 두지 않겠다.

         

       내 말을 들은 두 명은 순간 눈을 번쩍였다.

         

       여기서 그 외의 사항은 주연들끼리 대사를 주고받는 씬이나 혼자 무대에 오르는 씬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즉 조연들이 없다면야 자신의 마음대로, 있는 힘껏 연기를 펼쳐 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도 한 사람의 작가로서 두 사람의 연기, 크게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대충 예의상 응원의 말을 해뒀는데 어째 설소영과 박하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아 보였다.

         

       뭔가 칼을 갈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저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저 두 사람은 별걱정 안 해도 되겠지.

         

       그리고…….

         

       나는 무대 중앙에 선 이다혜를 쳐다봤다.

         

       다시 실전 같은 연습에 돌입하고, 나는 그녀를 가장 유심하게 지켜봤다. 사실 지금부터가 아니라 그전부터 계속 그녀를 유심하게 지켜봐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극의 주인공은 이다혜, 바로 그녀였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다혜는 설소영과 박하준과 비교하면 연기를 못 한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연기를 전문으로 하고, 재능까지 넘사벽으로 뛰어난 두 명과는 다르게 이다혜는 천성 아이돌이니까.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 둘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소리지 절대 연기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상상 이상으로 잘한다. 표정 관리든 몸짓이든 억양이든, 아이돌로서 무대에 자주 오른 덕분에 그것이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레 몸에 베여있다.

         

       애초에 플라이 하이 때의 연기 경험이 있던 덕분에 적응도 쉽게 했다. 저 정도면 굳이 피드백할 거리도 없었고.

         

       하지만 오늘, 실전 같은 연극 무대를 처음 보고 난 이후로 고민이 생겼다.

         

       극이 끝이 나고 무대 중앙에 선 이다혜를 바라보면 무언가 이질감이 든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나는, 중요한 것을 계속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다혜.”

         

         

       잠시 쉬는 시간, 나는 이다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단순히 그녀의 생각이 어떤지 대화를 한번 나눠보고 싶었다.

         

         

       “연습은 재밌어?”

       “음? 엄청 재밌어. 대본이 좋아서 그런가? 플라이 하이 때보다 뭔가 더 재밌는 것 같아.”

         

         

       저 말은 누가 들어도 927 작가의 대본보다 내 대본이 낫다는 소리였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큰일 날 소리를 하네.”

       “왜? 나는 진짜 그렇게 느껴서 말한 건데.”

         

         

       이다혜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허나, 그 진지한 얼굴은 어느샌가 해맑은 미소로 바뀌었고 그 미소는 온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멍을 때리며 그 미소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어왔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봐?”

       “아니, 그냥 김미소 역을 연기할 때 불만 사항 같은 건 없나 싶어서.”

       “불만 사항이라…….”

         

         

       이다혜는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였다.

         

       이윽고, 고민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무대 위에서 조금 정도 더 있고 싶으려나.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게 무슨…….

         

         

       “작가님?”

       “……음?”

         

         

       누군가가 옆에서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백준영 대표님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이 사람, 주말 내내 계속 내 옆에서 연극·영화부의 연습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지.

         

       처음에는 현장 감독의 명분으로 사실상 감시의 목적으로 남아 있던 거지만, 어느샌가 그 역시 연극·영화부의 무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불러요?”

       “다시 연습 시작하는 것 같은데 그럼 안 볼 거예요?”

         

         

       내 얼떨떨한 반응을 보며 백준영 대표님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그는 다시 무대 위를 쳐다봤다.

         

       정확하게는 한창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며 빛나고 있는 이다혜를.

         

         

       “그나저나 다혜에게 주인공 역을 맡길 줄은 몰랐네요.”

       “네… 뭐…. 이다혜 정도면 김미소 역에 제법 잘 어울리니까요.”

       “하긴 우리 다혜는 뭐든 잘하죠. 연기도 잘해, 춤도 잘 춰, 심지어 노래까지 잘하니 타고난 무대 체질이긴 하죠.”

         

         

       갑자기 콧대가 높아지며 이다혜를 향한 폭풍 칭찬을 시작한 백준영.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백준영 대표의 이다혜 사랑은 거의 그녀의 부모님 못지않은 수준이다.

         

       물론 그것은 이다혜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백준영 대표님은 자신의 소속사 아이돌들을 엄청 아끼니까.

         

       어쨌든 이미 질릴 때로 들은 사항이니 나는 건성건성 대답했다.

         

         

       “예, 예. 저도 그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에이, 제대로 알고 있는 거 맞아요? 연기도 잘하지만 역시 다혜는 본업을 할 때 더욱더 빛나는 아이라고요!”

       “……본업이요?”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는 다혜가 얼마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존재인데요! 그 순간만큼은 제가 지금껏 봐온 아이돌 중에서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죠.”

         

         

       백준영 대표님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허나, 내 귀에는 그 이상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오직 무대 위에서 조금 더 있다고 싶다던 이다혜의 말이었다.

         

       그 말에는 분명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은연중에 그런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을까?

         

       어쩌면 내가……

         

       이다혜라는 사람의 밝음을 모두 다 끌어내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그녀가 가장 잘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노래와 춤.

         

       생각해보면 나는 그녀가 가장 환하게 빛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아무것도 쥐여준 것이 없었다.

         

       ……멍청하게도.

         

       연극이라는 틀에 박혀 너무 연기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처음에 느꼈던 이질감이 무엇인지 점점 갈피가 잡히기 시작했다.

         

         

       “대표님.”

       “음? 왜요?”

       “고마워요. 덕분에 가려웠던 부분이 해소됐어요.”

       “엥? 제, 제가요? 저는 그쪽 몸에 손을 댄 적도 없는데?”

         

         

       백준영 대표님의 의아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고, 나는 다시 무대 쪽으로 시선을 집중해보기로 했다.

         

       은은한 조명 속.

         

       그곳에서 설소영과 박하준과 함께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고 있는 이다혜.

         

       비록 지금은 저 둘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인해 그 빛이 덜할지도 모른다.

         

       ……다만.

         

       백준영 대표님이 자부하는 것처럼 이다혜라는 역대급 아이돌에게……

         

       이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연극 속에서 한 가지의 역할만 더 쥐여준다면……

         

       그녀는 지금보다 더욱더 빛날 수 있다.

         

       어쩌면 박하준과 설소영을 집어삼킬 정도로 환한 빛이.

         

       내가 그렸던 가장 이상적인 ‘김미소’가.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대표님.”

       “하… 이번에는 또 왜요?”

       “저랑 작곡 좀 합시다.”

       “……예?”

         

         

       한동안 조금 바빠질 것 같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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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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