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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0

    <840 – 영혼 서약(1)>

     

    특급반 강의 때문에 또 친구들이 죽는 강의가 되면 어쩌나 무서워서 시위까지 하다가 끌려 들어온 강의 전용 차원계.

    재단파 교수들은 나를 향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러내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아가씨.”

    “안녕 못 해요! 나 돌아갈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저희가 아가씨의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강의에서 교수 덕을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의심 가득한 눈으로 떠보고 있으려니, 재단파 교수님들이 결계마법에 심언계통 마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오늘 강의차원계에서는 금패급 재해들과 이에 맞서는 훈련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극심한 기상재해가 예정되어 있으니 전신무게를 늘리는 황색마탑의 마법이나 동방의 강체술인 천근추를 익혀두시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가급적이면 카시아 학생의 옆에 붙어있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황색마탑은 대지마법 위주의 발전이 이루어져서 대기마법은 실전된 경향이 높습니다. 아스타로트 편입생을 제외하면 대기마법의 고수는 카시아뿐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강의의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꿀을 빨 수 있는지도 감이 왔다.

     

    “와, 불법강의! 너무 좋아요!”

    “…불법이 아니라 편의를 조금 봐 드렸다고 해주십시오.”

    “합법강의!”

    “그냥 아무 말씀도 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힌트를 듣고 먼저 들어온 학생들이 있는 대기실에 쪼르르 달려갔다.

     

    “아앗~핫핫핫~~! 이제 아시겠나요? 결계 안에서 제 음공을 피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안녕하세요, 선배님!”

    “어머, 오크노디군요.”

    “다른 분들은 왜 다 귀를 막고 주저앉고 계세요?”

    “티토소가의 울음소리가 저의 음공보다 뛰어나지 않느냐는 말에 오랜만에 제 강력함을 모두에게 새겨주었답니다!”

    “와! 완전 악마다! 리스펙!”

    “샤라웃 투 악마라니, 그건 악마숭배가 아닌가요?! 완전 사악해! 사악한 아이는 이렇게 혼쭐을 내주는 거예요!”

     

    내주는 거예요, 내주는 거예요, 내주는 거예요.

     

    ━━━

    <음공> + <확산> + <관통> + <지정> + <메아리> + <상급 마나제어술>

    6연계 음공술 <피할 수 없는 메아리>

    ━━━

     

    메아리치며 골통을 때리는 목소리에 눈이 핑핑 돌다가 주저앉았다.

     

    “아앗~핫핫핫~~! 오크노디도 제 강력함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군요. 제가 최강이랍니다!”

     

    갑자기 기습을 때려서 쓰러뜨리고 신난 선배.

    먼저 쓰러져있던 980기 선배 한 명이 쪽팔려 죽겠다는 얼굴로 대신 사과했다.

     

    “미안하다. 만델라 저 녀석, 벨벳이 발려서 부학생회장도 못 되고 이러다 티토소가한테도 따이지 않냐는 말에 제대로 긁혔다. 원래는 착한 녀석이야.”

    “저도 알아요!”

     

    알긴 아는데 아핫핫핫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놀려대는 웃음소리가 얄미워서 깜짝 반격을 펼쳤다.

     

    ━━━

    <흉내내기> + <울음소리>

    스페셜 음공 <드래곤피어>

    발현 : 오모시로이 교장이 주간이벤트를 깜빡하고 절망할 때의 울부짖음

    ━━━

     

    학생에게는 어쩌다 찾아오는 억빠 행복 이벤트 없는 주간이자 교장님에게는 용생에 두 번 다시 없을 억까 절망 이벤트 없는 주간에 터지는 드래곤피어!

    서러움이 가득한 용의 울부짖음은 마나 그 자체가 내 의지를 따르게 만들어 나를 공격하던 마법을 단숨에 해제시켰다.

    근방의 모든 마법 발현이 취소되고 결계까지도 잠시 뒤흔들며 깜빡거릴 정도의 위력!

    980기 최강자 만델라 카스테라 선배마저 깜짝 놀랐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언제든지 만델라 선배를 카운터 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저 너무 놀리지 마요! 화낼 거야!”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소문이요?”

     

    기 좀 죽으라고 위협을 한 건데, 어째 만델라 선배의 눈은 자랑질이나 할 때보다 두 배는 더 초롱초롱해지더니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더 이상 파파를 둘 수 없게 된 오크노디의 눈에 들어온 교장! 평소 소악룡 짓을 하며 교장의 눈에 들어와서 교장의 수제자로 비전 기술을 배운다던 이야기!”

    “에에엣. 저 그런 적 없어요!”

    “시치미 떼기엔 이미 늦었사와요. 드래곤피어까지 써놓고 소악룡이 아니라고 하면 세상에 누가 믿어주겠나요!”

    “내가 믿어.”

    “으응?”

     

    당황한 선배만큼이나 나도 놀랐다.

    평소대로라면 한참을 조리돌림당하며 억까를 당할 때인데 여기서 날 믿어준다고?

    지지선언을 한 사람을 돌아봤던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놀랐다.

    우선 그 사람이 이슈타르라는 것.

    다음으로 이슈타르의 기백이 어쩐지 심상치 않다는 것.

    마지막으로 용사파티에서 동료 한 명이 죽을 때에나 발동하는 각성계 특수버프가 이미 걸려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늘부터 교우관계를 벗어나 오크노디와 나는 한 몸으로 일심동체가 될 거야. 오크노디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어.”

     

    이슈타르가 갑자기 각성했다.

     

    “아니, 무슨 결혼이라도 했나요?”

    “결혼보다 더한 것도 할 거야.”

    “엣?! 그게 뭔데요!”

     

    나도 모르는 걸 왜 너 혼자 하려고 해!

    그 신규이벤트 이름 당장 나한테도 알려줘!

    당황한 내 모습에도 이슈타르는 농담이라며 피식 웃는 대신, 더욱 당당하게 선언했다.

     

    “영혼 서약.”

    “네에엣?!”

    “오크노디는 모두를 위해 충분히 가혹한 책임을 짊어지고 이를 완수했어. 이제부터 네게 남은 짐은 모두 내가 짊어지겠어. 그러니…”

     

    이슈타르가 성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선언했다.

     

    “나 이슈타르가 살아있는 한, 오크노디는 죽지 않아.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오크노디가 받은 사망의 피해는 내가 대신 받겠어.”

    “?!”

    “서약의 대가는 책임을 짊어질 힘의 수혜. 오크노디가 짊어진 사명을 대신 완수하는 그날까지, 내 의지가 꺾이지 않는 매 순간 나는 더 강해질 거야.”

     

    신에게 신앙을 바치는 성직자들도 감히 저지를 수 없는 영혼서약!

    혼인관계가 아니고서야, 심지어는 혼인관계에서도 언제 변심할지 모르는 부부 사이를 고려하여 쉽게 맺어질 수 없는 영혼서약을 갈겨버리는 모습에 모두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서약이란 신을 공증인으로 삼아 체결하는 대부계약의 일종이다.

    계약을 이행하면 순순히 힘을 하사받지만,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자는 공증의 대가로 신에게 많은 기능과 능력치, 칭호나 부, 자산, 외모, 수명, 심지어는 영혼과 내세의 자유마저도 빼앗긴다.

    괜히 일백차원에 중간계 약탈하는 정령계보다도 윗줄로 신들의 차원계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탐욕스러운 신들에게 서약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지간한 각오가 없으면 불가능한 짓.

     

    “우리 엄마아빠도 영혼서약은 못 했는데.”

    “우리 조직에도 없었어.”

    “우리 도시에는 세 커플은 있었나…?”

     

    부부 사이에서도 백년해로를 각오한 진정한 순애충들만 저지를 수 있는 순결한 연애의 징표, 영혼서약.

    서약의 부름을 받은 신이 좋다구나 구름을 찢고 하늘에서 빛의 기둥, 성광을 내리쬐며 의식의 집행절차를 개시했다.

     

    사아아아아

     

    반으로 갈라진 하늘에서 신비로운 소리와 함께 내려앉는 성스러운 기운.

    그 기운이 이슈타르의 머리에 닿기 전에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

    “?”

     

    모지?

    성광 어디감?

    어리둥절한 우리 앞에 다시금 하늘이 벌어졌다.

    와, 성광 2트!

    다시금 감탄할 준비하며 입을 벌리던 우리 앞에서 갈라졌던 하늘이 도로 닫혔다.

    그제야 우리는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중간계의 마나재해는 애교로 보일 정도로 미친 속도로 회전하는 극지 소용돌이Polar Vortex.

    풍속 400km/h를 돌파하는 기류가 허공에 전개되던 성광영역을 밀어버리며 신성영역을 붕괴시키고 강제로 문을 닫은 것이다.

     

    중간계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슈타르가 서약을 할 신이야 하나밖에 더 있겠나.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

    주류 24신격을 넘어선 최강의 신이다.

    중간계에 순간 전투력이 대신급까지 솟구치는 악룡 오모시로이와 얽힌 일을 제외하면 소페미아가 이루지 못할 뜻이 어디 있겠나.

    특히나 유일신은 용사에게 투자하는 신앙도와 포인트의 총량이 다른 신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다.

    본전 뽑으려고 호다닥 달려올 확률도, 힘을 듬뿍 불어넣어 영혼서약을 견고히 체결하고 자신의 먹이를 남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심보도 대단하겠지.

     

    “또 닫혔어.”

    “또네.”

    “뭐 하는 것이와요…?”

     

    어이가 없어하는 학생들의 앞에 이번에야말로 이 악물고 계약을 체결하겠다며 눈 뜨고 앞을 쳐다볼 수도 없는, 티토소가의 조명대에 비견되는 성광이 터졌다.

    눈을 감아도 피할 수 없는 눈뽕에 모두가 꺄악꺄악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겨우 빛이 가시고 뿌연 눈에 시야가 돌아올 즈음.

    우리 모두의 시선이 이슈타르에게 향했다.

    서약했니?

     

    “서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어…”

     

    하늘은 성광이 번쩍거려대기 전보다 더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강의차원계 어딘가에 짱박혀 있던 극대적점Super Great Red Spot의 초거대 기압 폭풍이 가늠하기도 무서운 속도로 성광과 신성영역을 찢어버린 것이다.

     

    “천.”

     

    번개에 능하기에 대기마법과 대류현상의 간파에도 일가견이 있는 카시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시속 천 킬로를 돌파했어.”

     

    압도적인 마력 재해는 신성 영역도 찢는구나.

    영혼 서약이 깨져서 시무룩한 이슈타르와 다르게, 멍하니 감탄하며 지식이 늘었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는 지금 감탄이나 할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여기가 어디?

    강의차원계.

     

    결계 밖에 누가 나가지?

    우리가.

     

    선성향 교수들은 꿈속 정신계에서 굴리기라도 했지, 여긴 그냥 쌩 몸으로 들이받는 곳이다.

     

    “저 돌아가도 돼요?”

    “안 됩니다.”

     

    선성향 교수들 쫓아냈더니 그보다 더 지독한 재단파 악귀들이 와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구관이 명관이다 오늘도 1승 + 연속 각성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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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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