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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1

    <841 – 영혼 서약(2)>

     

    압도적인 마력재해는 유일신의 신성영역도 찢는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마력재해가 휘몰아치는 결계 밖으로 나가야 한다.

     

    “살려주세요 교수님!!”

    “특급반 학생도 폭풍에 휩쓸리면 죽어요!!”

    “오크노디한테 시키지 못할 짓은 우리한테도 시키지 말아야죠!!”

     

    재단파 교수들은 서로를 돌아보더니 피식 웃었다.

     

    “재단의 상급집사 출신교수 리벤트로프입니다. 몇 가지 오해를 정정해 드리죠. 저희는 여러분을 죽이려고 이곳에 데려온 것이 아닙니다. 폭풍도 살살 맞으면 날아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훈련과정에는 아가씨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어떻게든 이 악물고 모두를 사이좋게 저 나락으로 밀어 넣겠다는 강경한 의지!

    그러나 재단파 교수들에게는 기존 아카데미 교수들이 지니지 못한 의외의 면모도 있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에는 저희 교수진도 동참합니다. 안전한 결계 속에서 학생들만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같은 환경 속에서 강의를 가르친다는 뜻입니다.”

     

    솔선수범하는 교수들의 태도에 학생들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방금 사지라고 했지?”

    “분명히 들었어.”

    “도망도 못 치게 따라 들어와서 조질 생각이야… 재단 이 사악한 녀석들…”

     

    전해지지 않는 교수들의 솔선수범 정신!

    조금 속상해진 교수들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 뒤를 따라오십시오. 공간보호의 궤적이 사라지기 전에 들어오지 않으면 태풍의 영향력이 강해져서 저 멀리 휩쓸려 날아갈 수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교수가 결계 밖으로 걸어 나가도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누구 하나 따라나갈 생각이 없었다.

    교수님이 말했다.

     

    “결계는 곧 꺼집니다.”

     

    서로 일빠로 나가겠다고 앞다투어 몰려가다가 궤적 밖으로 팔이 삐져나가서 하늘 저 멀리 날아가려던 수강생 한 명이 교수님의 마법을 받아 겨우 지면에 내려앉았다.

     

    “줄을 서서 순서를 지키십시오. 궤적 안에서 충돌하거나 몸싸움이 벌어지면 양쪽 모두 날아갑니다.”

     

    문명인은 무례하지 않고 폭력 앞에서는 모두가 공손해지는 법!

    압도적인 자연재해는 질서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줄서기 문화와 질서정연한 움직임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안 그러면 죽으니까!

     

    “…쪽팔려.”

    “힘내요, 이슈타르! 아까 짱 멋있었어요!”

    “그만. 지금은 아무 말도 걸지 말아줘…”

    “네! 여러분, 이슈타르가 혼자 있고 싶대요! 오늘 하루는 아무도 말 걸지 말아주세요!”

    “아앗~핫핫하! 사악한 아이답게 정말 못된 짓을 저지르는군요!”

     

    이슈타르의 원망어린 시선이 억울했다.

    혼자 있고 싶대서 대신 공지해 줬는데 왜 나한테만 머라구 흘겨보고 그래!

     

    [수치심에 몸서리치는 친구를 괴롭히는 당신, 너무 사악하지 않나요?]

    [사악한 아이 경험치+1]

    [장난 경험치+1]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자잘한 기능상승창을 시야 저편으로 치워버리다가 멈칫했다.

    근데 이 시스템창은 누가 보여주는 걸까?

    세상에는 시스템의 신이라도 따로 있는 걸까?

    애초에 세계에 영향을 끼치려면 세계영역 정도는 띄워야 하는데…

    포인트 제도랑 비슷한 걸까?

    신들의 협의로 모든 신의 신앙도가 포인트로 거래되듯이 교장 또한 아카데미 생활이라는 교장님을 향한 신앙심의 표현을 포인트로 하사하고 거래한다.

    시스템도 그런 신들의 협의에 의한 것이라면 이해는 가지만… 주체는 있을 것 아닌가.

     

    포인트 제도의 주체는 유일신과 주류24신격, 그 밑의 자잘한 백신전과 한때 이들과 신앙경쟁을 치르던 몰락한 만신전이다.

    신이 인간세계에서 잊히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가시적인 제도!

    하지만 시스템 창에는 분명한 ‘인격’이 엿보였다.

     

    […]

     

    이거 봐.

    평상시에는 뭐만 하면 아이구 잘한다 기능 우쭈쭈 하면서 막 먹여주는데 지 얘기만 하면 또 귀신같이 조용해지잖아!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다르단 말이지.

    게임에서 볼 때의 상태창하고는!

     

    게임에서는 좀 더, 좀 더…

    어떻게 보였더라?

     

    [인지저하 50000 대항 체크]

    [격이 부족합니다.]

    [요구치 감소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항 체크 실패]

    [판정 결과가 블라인드 처리됩니다.]

     

    잘 몰?루겠다…

    그런 걸 신경 쓸 때도 아니야!

     

    “나, 여기서 살아 돌아가면 고향에 두고 온 소꿉친구랑 결혼할 거야…”

    “엄마 앞으론 말 잘 들을게요 제발 살아서 돌아가게 기도해 주세요… 새 아빠도 수상쩍게 생겼다고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특급반 정신체 강의도 들었던 학생들이 애타게 기도할 정도로 살벌한 광경이 교수들이 지나치며 만들어둔 제한적인 활동영역 너머로 펼쳐졌다.

    차원의 틈새 너머로 구경 나온 거대 고슴도치 한 마리는 고속으로 날아도는 돌에 치여 눈 깜빡하는 사이에 시야 저편으로 날아갔다.

    인간의 냄새를 맡고 쫓아온 불의 정령은 바람에 불이 꺼져 즉사했다.

    차원의 틈새에서 서식하는 고위계 영체 시체추적자는 혼백이 흩어질 것만 같은 강풍에 쭈그려 앉아 어디에도 닿지 못할 비명을 내지르며 제가 들어온 입구를 찾아 열심히 바닥을 더듬거리기 바빴다.

     

    눈으로만 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땅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지옥도의 한복판!

     

    “충분히 멀리 나왔군요. 강의장에 도착했으니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은 오늘의 강의 주제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재단은 오래도록 차원 저편의 침략종을 공격하고 침략을 방어하는 중간계 음지의 수호자 역할을 도맡아왔습니다.”

    “음지에서 세를 넓히다 보면 차원 저편의 정령이나 침략종과 계약하여 그들의 투자를 받고 동족을 팔아넘기거나 침략거점을 만드는 인류의 배신자, 침략종의 앞잡이와 종종 마주치기 때문입니다.”

     

    재단은 오래도록 인류의 수호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 재단의 세력은 크게 쇠락하였다.

     

    “이사장 사후, 재단을 향한 세계각국의 공격이 거세지고 재단장학생 색출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면서 재단이 행하던 타 차원 침략 및 침략종 색출 및 방어작전도 대폭 감소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본 재단은 재단이 맡아왔던 역할을 기프트 아카데미 학생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재단의 차원 훈련 및 실전 기술들을 기프트 아카데미에 공유하기로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는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정명한 후계자이자 재단의 정신적 후계조직인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의 수장 오크노디 님의 자비로 이루어진 협약입니다. 모두 박수 부탁드립니다.”

     

    너였구나.

    너였어.

    사방에서 따가운 시선들과 함께 분노가 실린 박수가 짝. 짝. 살이 따갑게 울려 퍼졌다.

     

    “힝. 그렇게 소개해버리면 어떡해요!”

    “원래 아가씨 나이에는 부모님이나 식구, 조직이 하는 일을 주변인 앞에서 소개하면 부끄러움을 타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희가 자랑스럽다고 여기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집안싸움은 나중에 하고, 그래서 이 지옥도에서 우리가 뭘 하면 되는 거죠?”

     

    강화에 실패하면 낮은 확률로 재료가 부서지듯이 영혼 서약에 실패하며 웅대한 포부가 부서져 힘 빠진 사자처럼 축 늘어진 이슈타르의 물음!

    상급집사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미복 안주머니에서 저보다 큰 커다란 케이지를 꺼냈다.

     

    “타 차원의 침략종들은 보통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연마된 기능과 전투노하우를 발휘하여 인간을 몰아붙입니다. 보다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한 침략종일수록 더욱 강한 경향이 있지요.”

    “따라서 재단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어떤 생물체도 살아갈 수 없는 생명이 절멸한 차원계, 절명계에서 살아남으면 어떤 차원종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고.”

    “여러분은 이 대기지옥의 절명계에서 살아남는 다양한 생존수단을 연마하고 일정시간을 버티며 살아남는 수련을 합니다.”

     

    만델라 선배가 아핫핫하 웃음도 집어치우고 정색하며 손을 들었다.

     

    “질문이 많아 보이는군요. 잠시 질문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만델라 카스테라 3년생. 질문하십시오.”

    “이거 맞아요? 침략종 구경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죽겠는데요?”

    “침략종이 죽을 정도의 환경에서 살아남는 인간만이 인류에게 적대적인 침략종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이 프릴 시 증발사태에서 생환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사람은 원래 재단스파이였잖아요.”

    “그렇기에 살아남은 겁니다. 저희의 커리큘럼을 잘 따라온다면 그녀보다 약한 여러분도 충분히 같은 사태에 휩쓸려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프릴 시 증발사태는 교수들도 잔뜩 죽어 나갔다고 알려진 끔찍한 참상.

    선배들도 그 끔찍한 사태에 자신들이 휘말리는 상상을 하며 흠칫 떨었다.

     

    “간단한 문제입니다. 먼저 죽겠다 싶을 정도로 강의에서 구르고 나중에 실전에서 목숨을 부지하냐, 지금 강의를 안 듣고 목숨을 부지했다가 나중에 실전에서 죽겠다 싶은 상황에 처하느냐.”

    “!!”

    “여러분은 어느 쪽을 원하십니까?”

     

    선배 한 명이 기가 막힌 변명을 둘러댔다.

     

    “군자는 위험한 곳에 가지 않는다고 동방제국에서 온 학생도 말했어. 날 오늘부터 군자라고 불러줘.”

     

    그러자 우후죽순 선배들이 손을 들었다.

     

    “군자 개쩌네. 그거 나도 할래.”

    “내가 군자가 되겠다!”

    “나도 군자다!”

     

    교수님들은 군말 없이 복귀 게이트를 열었다.

     

    “재단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군자들은 그럼 이만 돌아가십시오.”

     

    선배들의 모습을 부럽다며 쳐다보며 우리도 군자가 될지 고민하는 2학년과 3학년들.

    카시아와 이슈타르가 양옆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군자 안 해?”

    “오크노디. 좋은 기회잖아. 얼른 군자가 되어버려!”

    “군자가 되어봤자 교수님들한테 찍히기만 하는걸요? 저건 대놓고 함정이죠!”

    “왜?”

    “복귀 게이트도 열어줬는데 어째서?”

     

    이유는 간단했다.

     

    “게이트까지는 어떻게 들어갈 건데요?”

    “아.”

    “…그림의 떡이 따로 없네.”

     

    유일신조차도 먼 곳에서 영역을 개방한 탓에 영역이 유지되지 못했거늘, 절명계 안에서 연 게이트라고 범위가 넓을 리가 없다.

    교수님이 연 게이트는 안전영역 밖으로 따로 떨어져나온 교수님이 만든 게이트.

    강의 목표인 절명계의 미친 태풍에서 살아남기를 수행할 수 있는 실력자만 접근할 수 있다.

     

    “문을 열어도 넘어가지를 않다니, 여러분의 열의가 이렇게 대단하군요. 본 교수는 여러분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이건… 이건 주작이야…!”

    “지나갈 수가 없잖아!”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러분의 열의에 걸맞은 수행을 단계별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은 지금부터 알려주는 대지마법으로 지면과 자신을 한 몸으로 결속하는 결속마법을 시전하는 연습을 가져보겠습니다. 제한시간 내에 성취를 이루지 못하면 태풍에 날아갈 수 있으므로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수행에 실패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재단식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약자는 그만둘 수 없는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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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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