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42

    <842 – 영혼 서약(3)>

    재단파 교수들의 그림의 떡 고문에 얌전히 탈출을 단념한 학생들.

    탈출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위안삼기로 하고는 결속마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대지와 자신을 결속하는 마법은 자연마나를 자신의 몸과 하나처럼 연결시키는 고등마나술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단순히 어려운 술식을 전개하거나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훈련.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마나를 어르고 달래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히히. 날먹이당!’

    요상한 히든클래스를 지녔다면 자신의 클래스와 무관한 속성의 마나를 다룰 때, 제어에 엄청나게 애를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검사’ 클래스는 마법사와 검사의 길을 동시에 걷는 범용 스탠다드 직업!

    ‘너 이런 거 좋아하지?’

    몸 안에 가지고 있는 대량의 암흑마나로 이곳저곳 따로 보관해둔 속성마나를 하나씩 슬그머니 꺼낸다.

    반응이 없으면 패스.

    반응이 나오면 주입.

    같은 속성의 자연마나도 기질에 따라 원하는 마나가 다른데, 갑갑한 땅속이 싫은 마나는 불같은 성질의 마나를 좋아하고 편하게 다리 뻗고 천년만년 누워있고 싶은 마나는 안락한 침대 같은 마나를 주면 좋아 죽는다.

    이런 마나별 성질을 매 순간 빠르게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고 어르고 달래는 것이 마나술.

    이 마나술의 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해당 자연마나는 순식간에 몸속의 생체마나와 다를 바 없는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명령을 따라준다.

    마법시전속도, 마법위력, 마법술식의 엉성함이 모두 커버되는 것이다.

    ‘마법 시전이 어려운 이유는 시키는 일은 더럽게 어렵고 귀찮은데 해주는 건 없으니까 그렇지!’

    고인물은 다르다.

    이런 마나의 성질과 원리를 이해하고 있기에 낯선 땅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연과 소통하고 이들의 수요를 맞추는 일.

    물 맞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마나를 불로 구워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로지니의 만행에 단단히 화가 나서 술식구조를 막 망가뜨리고 날뛰는 자연마나의 모습을 보면 소통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저런 일이 벌어지면 술식을 정말 빡세고 정교하게 새기고 실력으로 찍어누르지 않으면 마법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

    다만 로지니에게는 소통은 부족해도 이를 대체할 창의력이 있었다.

    자연마나의 낌새가 심상치 않자, 불같이 화를 내는 자연마나들의 이동경로를 술식의 사출경로와 중첩시켜 마법시전속도 상승을 유도했다.

    현상을 자유롭게 다루며 응용하는 잔재주의 승리다.

    하지만 나처럼 영리하게 소통하면 애초에 마나들이 원하는 바를 잘 들어주기에 딱히 명령하고 시키지 않아도 내 의지가 향하는 대로 마나들이 스스로 도움을 준다.

    원리를 이해하면 마법 시전만 해도 <자동>과 <리더> 기능이 쑥쑥 자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고른 이 절명계의 차원이 아주 지독한 훈련장이기는 했다.

    자연마나들의 소망이 중간계와 비교하면 대체로 아주 극악했기 때문이다.

    -보스보다 약한 마나신호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우리 보스보다 강해져서 돌아와라

    -형님 어디서 굴러 들어온 마나들이 자꾸 신호 보내는데요?

    마나들은 대체로 독립적인 성향을 지니지만, 유난히 강한 성향의 마나 하나가 있으면 근방 마나들은 해당 마나에 순종하는 특징을 보인다.

    대자연에서 하이엘프가 어쩌다 흘린 땀방울에 섞인 청순한 순도 99.9% 자연마나.

    거대종 몬스터가 몸을 긁다가 떨어진 피부각질에 섞인 거대함 99.9%의 거대마나.

    국제수배범이 땅 파고 던전 은신처 짓다가 새어나간 악랄함 99.9%의 암흑마나.

    이처럼 해당 환경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주변보다 월등히 강한 마나는 해당 지역 마나들에게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어떤 마나는 공격을 받아 사멸하고, 어떤 마나는 공격을 이겨내고 역으로 주변 마나들을 줘패며 굴복시킨다.

    보스마나는 주변을 평정하고 지배한 마나.

    당연히 고집도 더럽게 세다.

    그런 보스급 마나가 이곳에는 잔뜩 있었다.

    -피를 마시고 싶어

    -멈출 줄 모르는 바람을 멈춰줘

    -날 다른 차원에 보내줘

    -자해해봐

    -난 강팀이 좋아. 바람보다 더 강해져

    혈마법. 초거대태풍 멈추기. 차원마법. 제물공양. 강팀충이 만족할 강팀 되기.

    보스마나들의 요구는 하나같이 조건이 심상치 않다.

    이럴 때 요구되는 것이 다양한 기능 보유.

    다양한 마법 보유.

    뭐가 됐건 범용성이 높은 다양한 대응수단이다.

    -모기 피?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줘봐. 이게 뭐야. 너무 적잖아. 간에 기별도 안 가. 뭐? 말을 들으면 더 준다고?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도와줄까.

    -배낭배낭… 이곳의 마나는 정말 정숙하고 고요하군. 바람이 잠잠한 그곳으로 다시 보내줄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어…

    배낭배낭을 비롯해 가진 아이템 선에서 처리되는 것이 대부분!

    순조롭게 보스마나들을 굴복시킨 나와 달리, 저 멀리 아이린은 말 안 듣는 금쪽이를 줘패는 어둠의 훈련사마냥 땅속 깊은 곳까지 아주 꽁꽁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했다.

    말을 안 들어?

    얼려줄게.

    아직 말 듣고 싶은 생각 없어?

    얼려줄게.

    이제 들을지 말지 고민이 돼?

    얼려줄게.

    들을게요 살려주세요?

    필요 없어 얼려줄게.

    과연 영역4단계에 올라선 강자다운 훌륭한 판단력이었다.

    순종하는 척 통수 각을 재고 있던 보스 마나의 기를 단단히 꺾어버리는 무자비한 방식이다.

    시간은 오래 걸려도 확실하게 휘어잡는 북부대공녀다운 북부의 전통 마나제어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제어술식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더럽고 치사한 마법사 녀석들.”

    “교수님, 우리 같은 무투가는 어쩌라고 이러시는 겁니까? 인간적으로 너무하잖아요.”

    마법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겪거나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제어술식에 도전하는 사이, 마법을 쓸 줄 모르거나 마법에 약한 무투계열 학생들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간적으로 교수님들은 우리들을 위한 비법도 전수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소!”

    “시범을 보여라!”

    성난 시위대를 발견한 나는 제어술식을 풀고 쪼르르 달려가서 한쪽 구석에 서서 함께 한 손을 번쩍 들며 시위 구호를 따라 외쳤다.

    “무투계 상위기술을 개방하라!”

    “개방하라!”

    “몸으로 때우는 기술을 알려줘라!”

    “알려줘라!”

    열심히 시위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내 목소리를 알아차린 손오천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쥐방울이 니가 왜 여기 있냐?”

    “네? 제가 왜요? 손오천이야말로 어떻게 여기 왔어용?”

    “몰라. 성장력 척도에 재단의 평가 기준이 추가되었다고 강제 수강 당했어.”

    정말 억울함이 뚝뚝 묻어 나는 얼굴로 하소연하던 손오천이 앗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보다 넌 법사잖아. 왜 여기 있냐고.”

    “제가 왜 법사예요?”

    “너 소환마법 개고수잖냐. 마법도 원래 잘 쓰고.”

    “저 마검사인데요?”

    “으하핫! 구라도 수준급이구나. 브론즈 교수님한테 배웠냐? 세상에 무슨 마검사가 외신의 화신체를 무더기로 소환하고 그러냐?”

    힝. 진짠데…

    “괜찮습니다. 아가씨는 무투계열에도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으헉. 재단의 집사…! 수장을 괴롭혔다고 날 해코지하려는 거냐!”

    “제 이름은 지드 버거. 제국의 몰락귀족 출신으로 천령산맥 경계선 인근의 소국의 전 왕실기사단장이자 재단의 스파이, 그리고 여러분에게 <신체의 모든 것> 강의를 가르칠 기사학부 교수입니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지드 버거 교수님의 말에 손오천이 크게 놀랐다.

    “버거 가문이라면 삼대역적가문에 오르는 것은 간신히 면했지만 엄청나게 악명 높은 가문이잖아.”

    “우왕. 손오천 아저씨는 그런 것도 알아요?”

    “반대로 넌 왜 모르는 거냐? 빵 사이에 뭐든지 집어넣으면 그게 버거라고 우기면서 다른 가문 비전요리도 끼워 넣고 자기 가문 요리라고 우기면서 남작가 아홉 개를 집어삼키고 후라이드치킨 가문하고도 치킨버거를 만들겠다고 정쟁을 벌이다가 져서 쫓겨난 가문 아니냐.”

    오. 그런 설정이 있었구나.

    지식이 늘었다!

    “아무튼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시니 저 또한 결속마법에 못지않은 비기를 알려드리죠. 무투계열 고수들은 마법사처럼 타인이나 주변 자연물에게도 다양한 영향력을 행세하지 못합니다. 자신을 연마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남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하게 만들까. 이것이 마법학부의 사고방식이라면 기사학부는 이렇게 사고합니다. 내가 남을 어떻게 만들어줄까.”

    말을 안 듣는 학생이 있으면 말을 들을 때까지 눈보라를 맞게 만들거나 교수님의 덩치가 점점 커지는 환상마법으로 자연스럽게 조용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마법학부의 방식이다.

    말을 안 들으면 다리를 까버릴지, 머리를 출석부로 내리칠지, 명치를 쳐버릴지를 고민하는 것이 기사학부의 방식이고.

    “요컨대 대지가 우리에게 반항할 수 없는 강력한 무를 펼치면 결속술식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한다는 거야.”

    갈피를 못 잡는 학생들을 위해 지드 버거 교수님이 친절하게 예시를 보여주었다.

    한쪽 발을 크게 들고는 그대로 지면을 쾅 내리쳐서 박아버리는 간단하고도 원시적인 방법으로.

    막대한 물리력과 내공의 발현을 견디지 못한 지반이 부서지고, 발을 디딘 땅은 가라앉고 주변의 지반은 높이 솟구치며 마치 <벽 생성> 주문을 펼친 것처럼 천혜의 자연 방벽 요새가 탄생했다.

    “이렇게 합니다.”

    시위의 목소리를 높이던 학생들이 모조리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하늘 높이 솟구친 방벽과 자신의 발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발로 땅을 밟으면 저게 된다고? 어떻게?? 라는 충격과 공포, 혼란이 담긴 눈으로.

    왜 못 하는 거지?

    “이렇게 하면 되잖아요!”

    <천근추>

    <관통>

    <마나제어술>

    자연스럽게 내력이 흐르고 뻗어나가는 방향을 마나제어술로 보조하니 발을 내디딘 땅 주변으로 지면이 솟구쳤다.

    교수님의 것보다는 작지만 나를 보호하기에는 충분한 크기의 성벽이 완성되었다.

    “쟨 왜 저게 되는 거야?”

    “이건 사기야.”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손오천이 화를 냈다.

     

    “우리 쥐방울은 재단에서 이미 한평생 학대를 당했잖아!”

    “사기 아니야…”

    갑자기 주변의 시선에 측은함이 실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갑자기 집필 도중 같은 층 다른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급히 대피하다가 유독 가스도 마시고 험난한 하루를 보냈네요.
    다행히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오크노디ok no die인 상황입니다.
    저희 소설 정상 영업 합니다!

    + 오늘은 공휴일이라 병원은 내일 갈 예정이오니 너무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