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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6

    <846 – 억울한 아이(1)>

     

    세상에 억울한 사람은 많다.

     

    아는 사람이 재능빨로 나보다 더 강해져서.

    듣는 강의마다 학년수석 이슈타르가 포인트를 죄다 쓸어 담아서.

    사촌이 북부에 땅을 사고 마왕군 리스크가 해소되어 땅값이 폭등해서.

    제국주의 통 큰 바나나 혁명군 대장군 테마주 매수 시기를 놓쳐서.

     

    억울함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북부대공녀 아이린의 호적수이자 청색마탑주의 직계 제자로 손꼽히던 스노우빌만큼 억울할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위의 네 가지 억울함을 모두 겪으며 홧병을 얻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슈타르가 교장에게 영혼서약과 사랑의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사이, 여기 다른 의미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한 소녀가 있었다.

     

    “아이린이 산 땅이 얼마에서 얼마로 올랐다고요?”

    “본래 1500평당 1골드였던 땅이 이제는 평당 2000골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북부 전역의 기간시설 건설 및 마계원정대 보급 및 지원 확충을 위한 거점시설 건설에 혁명군과 암흑상회가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민간에도 풀린 탓입니다.”

    “으읏…”

    “게다가 주식시장에서 12000%를 익절한 혁명군 대장군 손오천도 북부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업계의 찌라시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격상승동력이 아직 다 사라지지도 않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우, 우리는 전에 몇 평이나 샀죠? 아이린이 땅 사달라고 했던 적 있잖아요!”

     

    스노우빌의 애타는 물음에 마탑에서 고용한 그의 재산관리인이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1500평입니다. 북부대공녀와의 교류를 위해 예의상 1골드 어치는 사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악! 1500평!!”

     

    1500평만 해도 300만 골드라는 나름 적지 않은 수익을 내기는 했다.

    하지만 기프트 아카데미 기준으로는 3억 포인트라는 뭔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가진 사람이 허접이면 다 삥듣길 금액이 아닌가.

    압도적인 갑부는 포인트로 전지전능한 힘을 얻을 수 있지만 어설픈 갑부는 자본주의의 돼지 목을 따는 임금 노동자의 죽창에 찔려 죽기 마련이다.

     

    그런 비극은 제쳐두더라도 사실 3억 포인트도 어마어마한 금액이기는 했다.

    상대가 워낙에 갑부라서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여서 그렇지.

    여기서 말하는 상대는 당연히 북부 최대의 갑부로 급부상한 아이린이었다.

     

    “아이린이 가진 땅이 몇 평이죠?”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12억 평입니다.”

    “아악! 말도 안 돼. 대체 무슨 짓을 해야 그 저점 쓰레기 똥땅을 다 쓸어간 거야!”

    “북부 전선에 참전한 각 마을의 병사들이 죽을 때, 아무 쓸모도 없는 척박한 땅을 위로금이라는 명목 하에 한 푼이라도 쥐어 주려고 구매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12억 평이라니! 대체 몇 골드로 저걸 다 쓸어담은 거죠?”

    “1500평당 1골드 기준으로 80만 골드입니다.”

    “이거 사기야!!”

     

    80만 골드는 아카데미 기준으로 8000만 포인트.

    그게 2조 4천억 포인트로 불어났다.

    물론 땅에 묶인 돈이고, 그걸 다 사줄 사람을 찾기도 힘들고, 막상 포인트로 바꾸기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겠지만.

    어마어마한 거금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부전선에서 북부대공과 대공녀 아이린이 지닌 위상을 고려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륙은 광활하고 지켜야 할 땅은 많으니까.

    병장구도 아껴서 구해야 할 마당에 그만한 거금을 들여 아무 쓸모도 없는 땅을 사는 것은 북부 재정에도 빠듯했지만, 의미 없는 짓은 아니었다.

    땅값이 오를 걸 몰랐던 시절에도 대공녀가 북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사비를 털어 넣고 있다는 사실은 병사들의 사기를 고조시켰으니까.

     

    “스노우빌 아가씨에게도 가난하고 척박한 북부 주민들이 마을의 장정마저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동참해달라고 부탁하셨을 때 조금만 더 인심을 쓰지 그러셨습니까.”

    “그러게요… 하. 세상이 밉다.”

    “북부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갑부가 될 기회를 놓쳐서 배가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하아. 그럼 저 다음으로 북부에서 두 번째 벼락갑부가 된 건 누구죠? 대공 유다이신가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입니다.”

     

    스노우빌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재단의 후계자, 아니 2대 재단장이? 걘 또 뭘 믿고 거따 투자를 해? 걘 몇 평 있어요?”

    “확인 결과, 남아도는 포인트를 2500만 포인트 투자해서 3억 7500만 평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스노우빌은 충격을 못 견디고 휘청거리다가 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2000배 떡상을 고스란히 대입하면 7500억 포인트니, 아이린의 잠재가치 2조 4천억 포인트에는 못 미쳐도 개인이 가지기엔 터무니없이 거대한 규모다.

     

    “이건 사기야. 아이린은 북부에 인생 바친 애니까 그렇다고 쳐도 다크 프린세스는 뭐 좋다고 북부에 그 많은 돈을 투자하는데요?”

    “북부에 심어진 재단 스파이와 인류의 변절자, 마인들의 계획을 대거 무너뜨린 건에 아카데미의 전력이 투입되었으며, 전력 파견의 목적은 다크프린세스에 대한 대응이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실상 다크프린세스가 아카데미를 이용해 북부지역의 안정도를 크게 올린 것입니다.”

    “하, 인생… 청색마탑은 왜 인류의 변절자도 없고 아카데미가 견제할 수상한 계획도 없는 거죠? 재단이, 다크프린세스가 너무 부러워요!!”

     

    재단은 내전으로 쫄딱 망하기라도 했지, 청색마탑은 여러 마탑 말아먹은 언더월드 대침공에서도 소극적으로 임한 덕분에 큰 피해를 면했다.

    재단공방전에서도 큰 손해를 보지도 않았다.

    북부전선에 주로 틀어박혀 지내고, 가끔 바닷길에서나 해적이나 군함, 민간상선 상대로 장사질이나 하는지라 주 격전지인 섬 내부에는 발도 안 들였다.

    덕분에 나름의 공적도 쌓고 마탑의 규모도 늘고 남부지부도 새롭게 건설되기도 했는데…

    그걸 다 합쳐도 개떡상한 땅값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대론 몇 년이 지나도 아이린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야… 마법경지에서도 밀리는데 자산규모에서 압도적으로 발린 채로 졸업하면 저 따위는 아이린의 소싯적 라이벌로 어디 회고록에 글 한 줄 남기고 사라지게 생겼다고요. 그런 꼴은 절대 못 봐!”

    “어쩌시려는 겁니까?”

    “다크프린세스를 찾아갈 거예요. 그리고 알아내겠어요. 다크프린세스의 ‘분산투자’로 흥할 다음 지역은 어디인지. 나도 갑부 될 거야!!”

     

    재산관리인은 고용주의 자산이 늘어나면 자신이 받을 월급도 늘어난다는 바람직한 결과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스노우빌 아가씨라면 분명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다크프린세스를 아주 확 꼬셔버리십시오.”

    “지켜봐 주세요. 청색마탑의 모두의 몫까지 힘내서 열심히 꼬실 테니!”

     

    이상이 오크노디에게 귀찮은 껌딱지가 하나 달라붙게 된 경위였다.

     

     

    * * *

     

     

    스노우빌은 운이 좋았다.

    오크노디에게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구워 삶아 갑부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얻어내자.

    목적부터 불순한 그녀의 계획을 주변에서 알게 된다면 당연히 스노우빌이 오크노디의 곁에 얼쩡거리지 못하도록 쳐낼 것이다.

    애초에 오크노디 본인과 마주치기도 어렵다.

    기능을 훈련한답시고 밥 먹고 나무만 타는 날다람쥐보다 빠르게 나무를 와다다다 오르고, 교정 주위를 배회하며 어수룩한 신입생이 느슨하게 쥔 음식을 물고 달아날 작정으로 선회하던 참매보다 빠르게 공중에 마나장벽을 깔아 굴러다닌다.

    육안에 포착하기도 어려운데 뒤를 쫓기도 힘드니, 오크노디를 만날 방법은 그녀의 목적지를 알아내어 대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오크노디 강의 안 나와?”

    “이슈타르가 말하기로는 심마의 위험이 있어서 주변에서 강의 좀 줄이라고 하고 있대.”

    “우리 기말고사 오크노디 때문에 어려워졌잖아.”

    “그렇지?”

    “강의 난이도만 개빡세게 올려놓고 튄 거야?”

    “…그러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오크노디에게 단단히 약이 올라서, 혹은 심마에 빠질 정도로 열심히 구른 오크노디가 가엾어서 오크노디만 보이면 우르르 몰려드는 탓에 강의 참관 신청을 해도 강의실에서는 오크노디에게 말도 붙일 수 없다.

    그렇다고 함부로 오크노디와 접선하려고 목적지를 캐고 다니다간 해당 정보가 오크노디의 은밀한 수호자 지젤의 귀에 들어간다.

     

    “부모가 고향에서 불법대부업을 하는 학생이 오크노디를 찾고 있다?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거짓 정보를 풀어버리십시오.”

     

    압도적인 정보력을 지닌 암흑상회와 학생회가 마음만 먹으면 오크노디가 동시에 서른두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어느 정보가 진짜인지 모르니, 그중에 하나는 진짜겠거니 다 찾아본답시고 교내를 뺑뺑이 돌다가 제풀에 지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침 지젤은 호문쿨루스 인권증진에 대한 건으로 더럽게 바빴다.

    초등부 건물에 유사시에 대비한 자폭기능을 탑재한 미치광이 4학년을 찾아내어 벌금을 매기고, 건축자재에 몰래 달빛이 감도는 공터에 십만 포인트를 심으면 포인트 나무가 자라난다는 유언비어를 적고 포인트를 갈취하려던 4학년을 색출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카데미는 넓고 미친놈은 많았다.

    세상에는 0살 장명종 호문쿨루스의 정착지원금도 털어먹으려는 쓰레기들도 있는 것이다.

     

    “저기, 학생. 오크노디는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는지 아시나요?”

     

    스노우빌에게는 운 좋게도 그녀가 접근한 오크노디의 최측근 티토소가의 곁에도 평시라면 감당 못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밝은 조명대 근처에서 은신에 성공하면 은신 기능이 대폭 오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즈앙이 근처에 숨어있다가 어수룩한 티토소가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스르륵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그 즈앙마저도 지젤의 명령을 받아 장명종 호문쿨루스 털어먹는 못된 선배들 찾는데 동원되었으니, 스노우빌은 순탄하게 오크노디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다들 오크노디를 만나기가 뭐 그리 어렵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후후. 저야 잘됐지만요!”

     

    그리하여 도달한 오크노디의 목적지.

    입장할 때마다 길이 변하고 완주할 때마다 길 찾기 기능이 1 상승하는 마법의 미로 정원에서 스노우빌은 오크노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녕하신가요, 다크프린세스!”

    “안 돼! 1등은 양보할 수 없어요!”

    “아니, 저기요?”

     

    스노우빌은 몰랐지만, 마법의 미로 정원에는 매일 선착순 1등에게 길 찾기 기능을 1 추가로 올려주는 숨은 기믹이 있었다.

    기믹을 노리는 경쟁자를 경계한 오크노디가 냅다 미로에 들어가니, 어이가 없어도 말이라도 붙여보려면 같이 미로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운이 따라주던 것도 오크노디를 만나기까지의 운이지, 오크노디를 따라잡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으니.

     

    “빨라! 그새 사라졌어?!”

     

    길을 잃고 울다가 정원을 순찰하던 위어드 교수의 조교들에게 발견되어 구조되기까지 자그마치 12시간을 정원에서 헤매게 된 스노우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여자를 울린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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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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