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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48

    <848 – 억울한 아이(3)>

     

    <교장의 유적지>는 게임에서는 4학년이 되어야 들어갈 수 있는 4학년 전용 이벤트 던전이다.

    게임에서는 후반부에나 정신체 단련과 고대의 주간이벤트 체험, 기능 성장을 겸하여 드나드는 던전이니만큼 난이도는 고인물 기준으로도 상당히 높다.

    다만 기믹형 던전은 기믹만 알면 날먹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뒤로는 숙제 풀듯이 거쳐가는 던전이다.

    몇몇 특수한 예외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인형놀이가 대표적인 예외 이벤트다.

     

    ━━━

    <교장의 유적지 이벤트>

    특수하게 재밌는 추억들을 보관한 교장의 유적지.

    그중에는 교장이 인정할 인상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들도 있다.

    ○0.1%의 확률로 인형놀이 등장.

    특수이벤트 – 인형놀이

    ━━━

    <인형놀이 이벤트>

    대륙에는 한때 사람을 인형처럼 조종하는 잔혹한 인형술사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디사스트에르. 교단의 수녀장이다. 당신은 수녀장의 잔혹한 행보 속에서 교장이 느낀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

    ○평범한 실적 – 탈출에 성공할 시 상태이상 피해를 경감하는 <인형의 안대> 습득

    ○뛰어난 실적 – 인형 놀이의 진상에 도달할 때까지 생존에 성공할 시 상태이상 지속시간을 단축하는 <인형의 태엽>, <인형의 안대> 습득

    ○독보적인 실적 – 수녀장 디사스트에르를 물리칠 시 상태이상을 일정횟수 차단하는 <포식인형>, <인형의 태엽>, <인형의 안대> 습득

    ○전설적인 실적 – 인형놀이의 참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운명을 개변할 시 디사스트에르의 비전 기술을 담은 <인형술사 스킬북>, <포식인형>, <인형의 태엽>, <인형의 안대> 습득

    후속이벤트 – 만신의 대리인

    ━━━

     

    무시무시한 수녀장 디사스트에르와 그녀의 배후에 도사리는 랜덤한 신으로 이루어진 신의 이름 아래에 자행된 만행 중 하나를 추억하는 교장의 회고록!

    당연히 난이도는 여타 교장의 추억들에 비해서 상당히 심각하게 높은 편이다.

    그런 무시무시한 추억을 강의도 안 듣고 놀러다니면서 듣는 이유는, 이것도 모든 종류의 진행방식을 다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지!

     

    구조만 알면 머리를 비우고 푹 쉬기에 이것만큼 좋은 곳이 또 없다.

    사람이 잠을 못 자는데 마나연공법도 못 돌릴 정도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고, 정신적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그러다 보면 안 하던 짓을 하게 된다.

    몸 관리 정신 관리는 자기가 알아서 잘해야지!

    마왕군 사천왕이 이런 마인드로 휴가를 갔다가 대감옥에서 나한테 소환당해 부르테 글라스 선배의 특공을 받고 즉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내가 마왕군 사천왕도 아니고 갑자기 누구 소환마법에 불려가서 즉사 당할 리는 없겠지!

     

    [시아. 지금이라도 밖에 남아서 기다리는 게 어떠세요? 저분들도 눈치 못 챈 모양인데.]

    [네가 가는 곳에는 나도 간다. 예외는 없어. 그리고 내 이름은 싱이다.]

    [히히. 평상시에 가명을 잘 써야 남들 앞에서 싱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하지 않죠!]

     

    싱이 될 대로 되라는 표정으로 해탈했다.

    명호스님이 보면 아주 좋아하시겠다.

    명상 특. 성별 바꾸면 잘함!

    나중에 고생하는 선배나 후배들이 있으면 적당히 은혜를 베풀어 줘야지!

    오늘도 기특한 계획을 머릿속 <언젠가 할 일> 생각바구니에 휙 집어넣었다.

    카시아랑 번개 맞고 마나를 듬뿍듬뿍 올리는 신벌 잔치 번개 여행이 위에서 떨어지는 명상 잘하는 법에 머리를 콩 맞고 생각바구니 저 깊은 심연 속으로 굴러 떨어졌지만, 그 억울함이야 무심한 주인은 알 바가 아녔다.

    [이벤트 던전 <인형놀이>에 입장합니다.]

     

    빛이 가시자 나타난 전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깎아지르듯 험악한 산세.

    그 중턱에 자리한 바로크 양식의 건물은 멀리서 바라보는 이에게는 절벽 위에 피어난 꽃을 발견한 듯한 아름다움의 감탄을 부른다.

    반대로 가까이서 바라보는 이에게는 계단 미쳤네, 어휴 내 무릎, 원장이 미쳐 가지고 왜 이딴 곳에 수녀원을 지어서는 따위의 한탄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자매님들, 오늘은 부디 사냥에 성공하기를 바라요.”

    “시스터 엘랑. 노래 준비는 끝났나요?”

    “물론이죠.”

     

    씩씩하게 앞서는 수녀들의 뒤로 마찬가지로 수녀복을 입은 여인이 셋, 짐을 한 무더기 짊어진 사내가 하나 뒤따랐다.

    그중 가장 작은 것의 이름은 오크노디로 바로 나였고, 다른 시스터들은 시아와 스노우빌, 짐꾼은 올로스트 교관 선배였다.

     

    “이게 다 무슨 일이죠?”

    “쉿! 초반에는 분위기를 잘 보아야 해요.”

     

    잠시 후, 절벽에 도달한 수녀들이 합주를 연습하는 악단마냥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시선과 호흡을 맞추어 입을 열었다.

     

    “라아아아아♪”

     

    마치 세이렌의 유혹처럼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소리.

    이에 하늘을 가로지르던 비행형 몬스터 한 마리가 갑자기 궤적을 틀어 주변을 몇 바퀴 돌더니 절벽에 착지했다.

    하나둘 노랫소리에 이끌려 내려와 바위에 걸터앉은 몬스터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수녀들이 입으로는 노래를 부르면서 뒤로는 그물과 창, 지팡이 따위를 슬금슬금 꺼내 쥐기 시작했다.

     

    <포획>

    <투척>

    <유도>

     

    바닷가의 세이렌마냥 노래로 몬스터를 꼬셔서 잡는 수녀들을 보며 스노우빌이 감탄했다.

     

    “과연. 지원금도 별로 없는 궁핍한 벽촌의 수녀원들은 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 걸까 궁금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노래로 몬스터들을 꼬셔서 잡아먹는 거였군요! 가끔 뭐 저딴 곳에 수녀원을 지었나 싶은 시설도 많았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올로스트는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설마 그러겠냐? 여기가 이상한 거다. 보통 수녀원은 가문의 평판을 깎는 머저리 같은 여식들이나 죄 지은 부인들을 처넣고 평생 굴리는 곳이다. 궁핍한 식량사정이나 위험한 주변 환경은 멋대로 탈출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주는 지원으로 입에 풀칠만 하며 고통스럽게 오래 살라고 그렇게 하지.”

    “와… 뭔가 꿈도 희망도 없네요. 실망스러울 지경이에요. 그럼 여긴 뭐죠?”

    “뭐긴. 진짜 노골적으로 수상한 곳이지.”

     

    잠시 분위기를 파악하는 사이, 고참수녀 한 명이 우리에게도 다가왔다.

     

    “자, 이번에는 여러분도 사냥을 연습해보아요.”

    “네에!”

     

    싱이 뒤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난 노래 못 부른다. 그냥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베어버려서 노래에 유인당한 것처럼 꾸며도 되냐?”

    “안 들키면 상관없긴 해요! 근데 들킬걸요? 교장님이 재미를 느낀 시설에 허접만 있을 리가 없으니깐요. 적어도 한 명은 알아보겠죠?”

     

    올로스트의 말에 따르면 한없이 비정상적인 이 수녀원의 존재 자체가 그 한 명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으니, 함부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피 냄새가 없는 다른 절벽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두 번째 사냥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우리도 노래를 부르는 유인조에 속했다.

     

    <흉내내기>

     

    “라아아아아♪”

     

    수녀들의 노래를 감쪽같이 따라하자 내 주변에도 몬스터가 내려왔다.

    높은 매력 능력치와 흉내내기 기능 때문인지 오히려 주변의 다른 수녀들보다도 더 많은 몬스터가 꼬였다.

    유인된 몬스터들을 잡고 나니 수녀들이 대단히 기뻐하였다.

     

    “목소리 뭐야.”

    “너 재능 있어.”

    “고작 입문 이틀 차에 이 정도 재능이라니 보통이 아니네요!”

    “헤헤. 제가 쫌 그래요!”

    “자, 그럼 수녀원에 돌아가서도 다 함께 열심히 노력해 보아요.”

     

    식량을 잔뜩 가지고 돌아온 수녀원.

    절벽 위의 건물.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다운 수녀원은 가까이 갈수록 묘하게 불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수상하리만치 마나술식이 많이 새겨진 건물.

    특수연구실이나 군 시설, 후학양성 아카데미 시설만큼이나 유지보수에 진심인 수녀원.

    함께 들어온 싱과 스노우빌, 올로스트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입을 꾹 닫았다.

     

    “자, 오크노디 수녀의 큰 활약으로 오늘 잡은 일용한 양식은 할당량의 두 배를 넘겼답니다. 모두 박수를 쳐주세요.”

    “고마워!”

    “잘했어요, 신입!”

     

    날마다 강의 여러 개에 불려 가서는 “저 못된 오크노디”, “오늘도 쟤 땜에 난이도가 올랐어…”, “강의 후 집무실에 잠시 찾아와 주시지 않겠습니까?” 따위의 심술난 소리를 듣는 일상과 다르게 솔직하게 쏟아지는 감사와 칭찬의 연속!

    실시간으로 바닥에 가까워졌던 멘탈이 한 칸씩 오르며 치유되는 기분이 느껴졌다.

     

    “자, 오크노디 신입수녀는 오늘 낮에 고생했으니 오늘의 이후 업무는 면제해 주도록 합시다.”

    “좋겠다!”

    “축하해!”

    “오메데토!”

    “잘됐구나, 신입!”

     

    히히힛.

    칭찬을 계속 받으니 입꼬리가 내려올 줄 모른다.

    신이 나서 배낭배낭에 손을 불쑥 집어넣어서 색종이를 와아, 하고 주변에 뿌리자 고참수녀가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정색하며 말했다.

     

    “쓰레기는 치우시기 바랍니다.”

    “네에…”

     

    빗자루질로 열심히 색종이 조각을 치우고 나니, 배식 업무를 맡은 스노우빌이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하는 얼굴로 하소연했다.

     

    “우리가 먹으려고 잡은 거 아닌가요? 이거 누구한테 어디다 배식하러 가는 거죠? 양동이 하나를 가득 채운 고기를 배급할 정도로 이 수녀원에 뭐가 많이 사는 건가요?”

    “무서우면 같이 가드릴까요?”

    “제발요. 같이 가주세요!”

     

    으휴. 겁쟁이.

    겁 많은 친구 티토소가 생각도 나서 특별히 선심 써서 어울려주었다.

     

    “오크노디. 여기, 묘하게 약품 냄새가 나지 않나요?”

    “아아. 그건 피 냄새 빼고 살점 닦고 그러느라 그래요. 락스 칠도 하고 오존 소독도 하고 그런 흔적이 남아있는 거죠.”

    “수녀원에 그런 엄중한 청소절차가 왜 필요하죠…? 게다가 피를 닦는다니… 야, 양동이에서 튄 먹이 핏물 말하는 거겠죠?”

     

    보면 알겠지!

    선임수녀를 따라 도착한 <배급소>.

    문을 열기 전에 수녀가 규칙서를 배부하였다.

     

    “명심하세요. 배급소에서는 절대로 노래를 멈추지 마세요. 자애로운 마음씨를 잊지도 마시고요. 여러분이 공포에 집어삼켜져서 조금이라도 신실함이 부족한 노래를 부르면 죽을 수도 있답니다.”

     

    육중한 문을 열자 하나하나가 2m30cm를 넘는 중형종 몬스터들이 입에서 군침을 주르르 흘리며 우리를 돌아보았다.

    절벽에서는 비슷한 신들이 여럿 있어서 헷갈렸지만 이 광경을 보고 나서야 나는 확신을 얻었다.

     

    “여긴 사랑의 신 아타락시아를 모시는 수녀원이었네요. 날마다 괴물한테 매료를 걸면서 생존 훈련하는 수녀원은 거기밖에 없죠!”

     

    힐링하기 딱 좋은 곳에 걸렸다.

    신이 난 나와 달리 스노우빌은 집에 가고 싶은 표정이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재단훈련시설보다 더한 아타락시아의 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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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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