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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용사의 검은 준비되었다.

       

       용사의 힘 또한 충분해졌다.

       

       마력을 다루는 것 또한 능숙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용사가 마물을 잡을 수 있는가 확인하는 것 뿐.

       

       그렇기에.

       

       

       “자, 사냥 훈련의 시간이다.”

       

       

       용사에게 생명을 빼앗는 일의 무게를 가르칠 시간이다.

       

       

       “저…. 그건…?”

       

       “보면 알지 않느냐. 슬라임이니라.”

       

       

       나는 내 발치에서 꾸물거리는 슬라임을 툭 걷어찼다.

       

       이 세계의 생명의 기초를 이룬 생물. 슬라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지금의 생물들로 변화했든 슬라임 중 일부는 아직도 슬라임인채 살아가고 있었다.

       

       뭐, 변화의 필요성이 없으면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 대신 숫자를 불려가는 슬라임이었으니까.

       

       덕분에 생태 피라미드의 최하층에서 오물이나 쓰레기를 분해하며 살아가는 덕분에 환경을 청결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슬라임인건 알겠습니다만, 이걸 왜….”

       

       “생물을 해치는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처음부터 거대한 몬스터를 죽이라고 한다면,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할테니까.

       

       일단은 간단한 것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는 법.

       

       그리고 슬라임이면, 어린 아이도 짓밟아서 죽이고는 하는 가장 미약한 존재이니까.

       

       아무리 선한 마음의 용사라고 해도 이정도는 어렵지 않으리라.

       

       솔직히 슬라임을 생물이라고 볼 수 있는건 직접 만든 나 말고는 없을테니까.

       

       

       “자, 해보거라.”

       

       

       나는 다시 한번 슬라임을 발로 밀어내 용사쪽으로 보냈고, 용사는 조금 망설이더니 검을 휘둘렀다.

       

       

       파삭!

       

       

       물렁한 슬라임의 몸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난다.

       

       음. 그냥 밟아도 죽을 정도로 약한 슬라임이니까, 이정도는 손쉽겠지.

       

       

       “용사의 일은…. 다른 생명을 해치는 것이었군요.”

       

       “그렇지. 난폭한 몬스터를 베어 다른 이들을 구하는 일이니까.”

       

       

       역시, 선량한 용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으려나?

       

       하지만 익숙해져야 하는 법.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할때 그런 망설임이 생겨나선 안될테니까.

       

       

       “하나를 베어서 열을 구할 수 있다면…. 망설여선 안되겠지요. 제가 망설인다면 수십, 수백의 생명이 사라질테니.”

       

       “그래.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각오해두거라.”

       

       

       내 말에 용사는 굳게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저 선량하기만 하진 않은 용사라 다행이로다.

       

       그러한 선한 마음을 바탕으로 다른 이들을 구한다면, 그 또한 원동력이 되어줄 터이니.

       

       

       그렇게 나는 여러 몬스터를 산채로 가져와 용사를 위한 경험치로 삼았다.

       

       평범한 뿔 달린 토끼에서부터 불이나 번개를 감싼 들개. 그림자를 뒤덮은 소. 땅을 헤집어놓는 거대한 벌레까지.

       

       조금씩, 조금씩, 생물을 죽인다는 것에 익숙해지는 용사는 조금씩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있었다.

       

       

       “괜찮느냐?”

       

       “후우…. 네…. 괜찮아요….”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크게 심호흡 하는 용사. 역시, 계속해서 몰아붙이는 것은 쉽지 않았나.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자꾸나.”

       

       “아뇨. 괜찮아요.”

       

       “어허. 네 스스로의 상태를 살펴보거라. 이렇게 만전의 상태가 아닌데 어찌 하겠다는 말이냐.”

       

       “그렇지만….”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고집은 그만 피우거라. 스스로의 상태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어찌 다른 이들을 구하겠다는 것이냐? 네가 네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쓰러진다면 다른 이들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 이제 씻고 쉬도록 하거라.”

       

       

       나의 타박에 용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고,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용사를 자신의 방으로 보내주었다.

       

       조금 불만인 모양이었지만, 어쩌겠는가.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힘들어 보였는데.

       

       그건 그렇고.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이 녀석은 나름 고심하고 잡아온 샌드웜인데. 이 녀석도 베어내다니….”

       

       

       나는 세로로 쪼개져 있는 샌드웜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용사의 실력은 내가 상정했던 수준보다 더욱 강한 모양이구만.

       

       이거라면, 실력 부족으로 몬스터에게 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네.

       

       

       「와아. 인간이 거대 지렁이를 베어내다니. 저거 정말 인간 맞나요?」

       

       “실피드. 왔느냐.”

       

       「네. 엄마. 시키신대로 그 인간을 적당히 괴롭혀주고 왔어요.」

       

       

       실피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랑하는 아카드 왕국의 제 2왕자를 적당히 괴롭혀 주라고 말했더니, 폭풍우 한가운데에 던져버린 실피드는 굉장히 만족한듯한 모습이었다.

       

       

       「감히 엄마를 탐내다니. 천번 죽어도 마땅할 놈이었으니까요! 잔뜩 괴롭혀줬죠!」

       

       “사람이 쓰레기마냥 폭풍우 속에서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말이 안나오더구나. 게다가 다른 인간들에게는 조금의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힘조절. 참으로 대단하더구나.”

       

       「헤헷. 힘조절은 수백년동안 해온 것이니까요!」

       

       

       실피드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내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선물을 하나 줘야겠구나.”

       

       「어머나! 비늘을 돌려주시려고요? 안주셔도 되는데!」

       

       “비늘은 당연히 아니고.”

       

       

       그건 두번다시 돌려줄 생각이 없다니까. 아닌척 하면서 욕심을 내다니. 이 욕심많은 녀석이.

       

       

       「네? 비늘이 아니면 어떤 선물인가요?」

       

       “비늘보다는 못하지만, 육체를 만드는 마법이지.”

       

       

       나는 실피드에게 화신의 마법을 알려주었다.

       

       

       “인간의 육체를 만들어서 자신의 몸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란다. 물론 드래곤의 육체보다는 약하겠지만, 네가 이 세상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지.”

       

       「비늘이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하겠죠. 고맙습니다! 엄마!」

       

       “무얼. 네가 이 몬스터들을 찾아서 알려주었잖느냐.”

       

       

       내가 용사를 가르치는 동안, 실피드가 바람의 정령을 풀어 위험한 몬스터들의 위치를 알려왔었다.

       

       

       인간들이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의 위치를 나에게 알려주고, 그 놈들이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도록 방해해온 것이다.

       

       그 놈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샌드웜이었고.

       

       

       「무더운 사막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길래 곤란했다구요. 이프리트가 손수 일어나 조지려고 마음먹으려 할 정도였으니.」

       

       “어지간하면 꼼짝도 하지 않는 이프리트가? 허어…. 굉장히 화가 난 모양이구나.”

       

       「뭐더라? 사막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을 습격할 뻔 했다지 뭐에요. 그런데 그 마을을 이프리트가 주시하고 있었고….」

       

       

       과연, 이프리트가 겉으로 내색은 안해도 마법사들의 마을. 바벨을 주시하고 있었던 모양이구나.

       

       녀석. 참.

       

       

       “그런데, 엄마.”

       

       “음?”

       

       

       어느새 실피드는 화신을 만들어서 내 앞에 서있었다. 응용이 빠르구나.

       

       

       “저렇게 강한 인간을 만들어서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저 인간을 앞세워서 모든 인간을 정복하실 셈이신가요?”

       

       

       그렇게 말하는 실피드의 표정은 묘하게 두근두근하는듯한 모습이었다.

       

       이녀석이?

       

       

       “그럴리 있겠느냐? 그냥 인간이 때려잡지 못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를 저 아이를 통해 잡게 하려는 생각인게다.”

       

       “네? 왜 그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시는거에요? 그냥 엄마가 툭 건드리면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뼈와 살이 분리될텐데요.”

       

       

       뭐, 내가 그럴 마음이 있다면 진작에 했겠지.

       

       

       “그 몬스터들의 안에 에레보스의 파편이 있을 수도 있어서 말이다. 내가 찾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조각인지라, 저 아이에게 시켜서 내가 할 일을 대신하게 하려는 생각인게다.”

       

       

       자동사냥 최고!

       

       물론 그 전의 세팅이 좀 귀찮긴 하지만.

       

       

       “헤에…. 뭐, 그러시다면 그런걸로 알고 있을게요.”

       

       

       알고 있다니. 정말로 그건데.

       

       

       “그러면 전 이제 가볼께요. 인간의 나라를 직접 돌아다니고 싶었거든요.”

       

       “그러거라. 아, 다른 몬스터의 정보가 들어온다면 알려주는것 잊지 말거라. 다음에는 용사를 보내서 직접 가게 할 것 같으니.”

       

       “네에! 바람의 정령 아이들이 열심히 찾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안녕히계세요! 엄마!”

       

       

       그렇게 실피드는 바람을 몸에 감고서 두둥실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슬슬 화신의 마법을 가르쳐주지 않은 아이는…. 테티스 정도인가?

       

       나중에 찾아가서 알려주기는 해야겠어. 외딴 바다 한가운데에 있어서 마음 먹지 않으면 잘 찾아가지 않게 되니 원.

       

       자, 그러면 용사를 살펴보도록 할까?

       

       

       – – – – – – – – – – – – – – – – – – – –

       

       

       [잠깐 여행을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용사의 방에는 살짝 삐뚤빼뚤한 글씨의 편지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고작 그거 좀 혼났다고 삐져가지고 가출한건가? 폭풍의 사춘기도 지났을 애가?

       

       몸은 어른이 다 되었면서, 내용물은 아직도 어린애라니. 에잉…. 쯧쯧.

       

       뭐, 어디로 갔는지 금방 다 알 수 있긴 하지만. 용사의 검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 얼마든지 추적할 수 있고.

       

       그렇지만…. 그냥 지켜보도록 할까. 용사가 어떤 생각으로 천장에 구멍을 뚫고 나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차피 조만간 내보낼 생각이기도 했었으니까. 조금 더 빨리 내보냈다고 생각해야지.

       

       인간 중에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으니 어지간한 일로는 위험해질 일도 없을테고. 그동안 여러가지 가르쳤으니 서바이벌 같은 것도 문제없이 할 수 있을테고.

       

       그렇게 나는 용사의 위치를 추적하며 멀리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자, 저 아이는 여행의 끝에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선량하지만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강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매정하고 가혹한 현실에 실망하게 될 것인가.

       

       나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용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금방 달려갈 준비를 해두고서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용사의 (마력)순결. 멀리 떠나다.
    하지만 상대가 주인공이니까 어찌 보면 기쁜 일이 아닐지?

    ATLAS1359님 18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세상에… 하루만에 다 읽으셨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노력…은… 해볼께요… 하지만 몸살감기가… 응기잇…!

    감기에 걸린 것 같습니다.

    머리 아프고 몸에 열이 차오르는 느낌이네요. 힘들어….

    만약 내일 글이 올라오지 못한다면 제가 감기에 패배했다는 증거입니… 그렇게 된다면 아마 못올린다고 공지 하나 남기지 않을까 싶네요.

    이 한 편도 굉장히 힘들어서 골골거리는 상태로 썼으니까요. 역시 잘 먹고 잘 자는게 중요해요… 연속 밤샘은 무리였다…

    여러분은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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